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구명하였던 "정치적인 것"을 다루는 정신적 기재를 판단력이라고 보았고, 판단력의 작용으로 정치적 판단의 작용과 가능성을 분석, 설명하는 것이 《칸트 정치철학 강의》의 핵심 내용이며 목표이다. 이는 과거의 분석적 작업에서 이제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침이란 바람직한 정치체제의 제시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는 가운데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명백하게 나눈다. 해야 할 것이란 "세계적 관찰자의 시각"을 갖는 것이며, 해서는 안 될 것이란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시야가 가려지는 일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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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도덕이 우리를 뭉치게 한다는 것은 결국 각자의 이데올로기를 내걸고 편을 갈라 싸우게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편이 나뉘면 우리는 매 싸움에 이 세상의 운명이라도 걸린 듯이 서로 이를 악물고 싸운다. 도덕이 우리를 눈멀게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각 편에는 저마다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이야기 중에는 뭔가 귀담아들을 것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만큼 이다음에 옆자리에 나와 다른 매트릭스의 사람이 앉게 된다면, 그때는 한번 연결을 시도해보자. 하지만 그 사람의 매트릭스로 곧장 뛰어들려고해서는 안 된다. 또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약간의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는 도덕성의 문제를 꺼내들어서도 안 된다. 그러다가 시의적절하게 도덕성 관련된 이슈를 무사히 꺼냈다싶으면, 그때는 다른 것보다 먼저 그 사람의 입장을 얼마간 추어주고 그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표한다.
우리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같이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서로 잘 지낼 수 있게 함께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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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저쪽의 어디도 편들 필요 없는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공보관은 바로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이렇듯 일상의 무미건조하고 손쉬운 일들에서도 우리의 사고는 탐구적이기보다는 확증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물며 사사로운 이해, 사회적 정체성, 강력한 감정에 따라 미리 정해진 결론을 원하는 상황이라면, 나아가 그것을 요구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탐구적 사고를 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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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부의 네 장(章)에서 가장 핵심이되는 비유를 꼽자면, 둘로 나뉜 마음은 코끼리 위에 기수가 올라탄 모습이고, 기수의 역할은 코끼리의 시중을 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수는 우리의 의식적 추론 능력, 즉 우리가 온전히 인식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련의 말과 이미지의 흐름을 가리킨다. 코끼리는 나머지 99퍼센트의 정신 과정을 가리키는 말로서, 이 과정은 우리의 인식 바깥에서 일어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의 행동 대부분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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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권력자와 공산당은 혁명의 이상을 스스로 짓밟았다. 레닌 같은 인물이 몇십 년 늦게 태어났다면 솔제니친이나 사하로프보다 더한 반체제 투사가 됐을지 모른다. 볼셰비키혁명과 소련의 해체 과정은 이카로스의 신화를 떠오르게 한다. 크레타섬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둘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의 등에 밀랍으로 날개를 붙여주면서 적당한 높이로 날아야 바다의 습기와 태양의 열기를 피할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비상의 쾌락에 취한 이카로스는 너무 높이 올랐다가 밀랍이 녹아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밀랍이 태양열을 견디지 못한 것처럼, 볼셰비키의 이상주의는 권력의 쾌락을 이겨내지 못했다. 사회혁명으로 바꿀 수 없는 생물학적 본성이 호모사피엔스에게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미처 몰랐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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