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질문을 해댔다. 이건 보이스카우트 제복이야, 똑바로 들어, 이건 제복이라고, 숲을 산책하던 그 부부가 보이스카우트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게 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니? 아뇨, 죄송합니다, 그 생각은 못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봐, 이 연극이 그래도 재미있었지? 안 그래? 거짓말하지 마, 재미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하진 말라고! 넌 그걸 즐겼던 거야, 그렇지? 이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엔 이 일기를쓰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때 이후 평생 써온 이 일기의 목표는 이랬다. 몸과 정신을 구별하고, 내 상상력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고, 또 내 몸이 보내는 부적절한 신호에 대항해 내 상상력을 보호하는 것, 너의 어머니는 뭐라고 하실까? 어머니가 뭐라고 하실지 생각해봤니? 아뇨, 아뇨. 난 엄마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다. 신부님이 그 질문을 한 순간 난 깨달았다.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내가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는 것을.
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엄마가 날 데리러 왔다. 그다음 날, 난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은 이랬다.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 「1. 첫날(1936년 9월) : 64세 2개월 18일(1987년 12월 28일 월요일)」




「전 결혼 안 할 것 같아요.」 모리스가 말했다.
「10년 뒤 오늘, 우리 부부가 너와 네 아내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마, 어떠냐?」
「선생님도 참!」 모리스는 환하게 웃었다.
「그럼, 약속한 거다!」 어쨌거나 대화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농담이었다. 모리스는 우쭐해져서 결혼에 대해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편하게 산책을 하는 도중, 갑자기 듀시 선생이 걸음을 멈추고 온 입 안의 이가 다 쑤시는 듯 볼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서서 길게 뻗은 모래밭을 바라보았다.
「그 흉측한 그림을 안 지웠구나. 그가 천천히 말했다.
만(灣) 저쪽 끝에서 몇몇 사람이 그들이 지나친 바닷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대로 오면 이제 곧 듀시 선생이 그림으로 성을 설명한 장소에 이르게 될 터였다. 그런데 그중에는 부인도 있었다. 듀시 선생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곳으로 뛰어갔다.
「선생님, 괜찮을 것 같은데요. 모리스가 소리쳤다. 지금쯤이면 밀물에 지워졌을 거예요.」
「다행이구나…… 아아, 큰일 날 뻔했어…… 밀물이 들고 있구나.」
순간, 소년은 선생을 경멸했다. <거짓말쟁이.> 아이는 생각했다. <거짓말쟁이, 겁쟁이, 다 헛소리였어......> 그 후 어둠이 피어올랐다. 시원부터 있었지만 영원하지는 않은 어둠, 고통스러운 여명 앞에 스러질 어둠이.
- E. M. 포스터『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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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13살인 리종의 아버지, 14살 9개월의 모리스.
그 이후로도 우리는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많은 것들 속에서 살았다.
내 일기나 잘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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