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이 단어 강박자 같으니라구. 조르주 페렉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중에 누가 더 승자인지 모르겠네.

흐음, 월리스 문체가 워낙 까다로워 번역하기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을걸 아쉽다. 제임스 조이스나 윌리엄 포크너의 난감한 번역 문장을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있다. 그러나 기다리던 월리스 소설이 국내에 짠~ 하고 나타난 게 어디야ㅜㅜ
내겐 노벨 문학상 이슈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소설 국내 출간이 더 놀라웠다구. 엉엉. 알마 출판사 큰일 했네~

미셸 우엘벡 신간도 10월에 나온다더니 올해 10월은 읽을 게 넘쳐나는 달이다. 이 겨울도 책으로 따땃하려나.







일곱 개의 케이크 빵이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었다. 제품은 얼핏 종이처럼 보이지만 비닐처럼 찢기는 트랜스폴리머 재질로 개별 밀폐 포장되어 있었다. 이 합성 재질은 M&M으로유명한 마스Mas사가 1980년대 후반 일대 혁신을 일으킨 ‘밀키웨이 다크 제품군에 처음으로 사용한 이후 대부분의 미국 과자 회사들이 일제히 도입했다. 제품 포장에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흰색과 파란색의 미스터 스퀴지 디자인이 적용돼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세밀한 질감의 검정 선으로 표현된 교도소 창살 뒤에서 미스터 스퀴시 아이콘이 동그란 눈과 입으로 만화적 공포를 표현하고 있고, 밀가루 반죽 색의 통통한 양손으로 전 세계 수감자들의 보편적인 손동작을 재현하여 창살을 하나씩 말아 쥐고 있다는 것이다. 포장지에 담긴 고밀도의 촉촉해 보이는 짙은 색 케이크 빵의 상품명은 펠러니! relonist(*중범죄 뜻)였다. 사뭇 모험적으로 보이는 이 다면적인 이름은 건강에 민감한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대기업에서 만든 고칼로리 스낵을 소비할 때 느끼는 악덕, 탐닉, 일탈,
죄악의 감정을 함축하는 동시에 패러디하고 있었다. 이 상품명의 연상 매트릭스에는 ‘성인‘과 ‘성인의 자율에 대한 암시도 포함돼 있었는데, ㄴ‘과 ‘우- 음으로 점철된 귀엽고 만화적인 상품명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펠러니!라는 이름
ㅡ <미스터 스퀴시>

오드리 보겐에게 이 은어의 유래를 설명해야 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사나운 빗줄기가 19번 홀룸의 커다란 ‘퇴창‘을 맹렬히 덮치고 납틀 판유리를 따라 복잡하게 포개지는 여러겹의 번들거리는 면으로 흘러내렸다. 유리와 캔버스 차양을 치는 빗소리는 기계식 혹은 ‘자동식‘ 세차장 소리와 비슷했다. 고급 수입 목재, 어둑한 조명, 각종 주류와 애프터셰이브와 헤어 오일과 고급 수입 담배와 남자들의 젖은 스포츠 의류 냄새들로 가득한 19번 홀룸은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락‘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비좁은 느낌이 드는 것이, 마치 위압적인 어른의 무릎 같았다. 일곱 달 가까이 시달려온 극심한 수면장애로 인한 동요와 감각지각의 왜곡 혹은 ‘변형‘이 네 번째 페어웨이에서 덮쳐와 민망한 모습을 보인 후 또다시 덮쳐온 것은 대략 이즈음이었다. 그 증상과 기분은, 대뇌에서 지진 혹은 ‘쓰나미‘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정서적 스트레스와 만성 수면 박탈이라는 조건하에서 기능해야 했던 신경이 반발하여 ‘신경성 시위‘ 혹은 ‘반란‘을 일으키는 느낌과다르지 않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19번 홀룸에 있는 모든 사물의 색깔이 순식간에 제멋대로 밝아지고 채도가 높아졌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희미하게 떨리고 울렁거렸다. 개별 사물들은 역설적이게도 뒤로 물러나며 멀어지는 동시에 비정상적일 만큼 또렷이 보이며 윤곽이 매우 매우 세밀하고 분명해졌는데, 꼭 빅토리아 시대의 유화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ㅡ<오블리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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