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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재미 말고 - 솔직히 다 읽으려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조경국 지음 / 유유 / 2025년 12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2.9.
다듬읽기 285
《책, 읽는 재미 말고》
조경국
유유
2025.12.4.
누가 책을 ‘재미’로 읽는다고 한다면 ‘재주’를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재미·재주’는 나란합니다. ‘재다’로 뻗는 몸짓이면서 ‘재’로 마무르는 길이에요. 재미나 재주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재는(자랑하는·뻐기는) 굴레로 나아가느라, 재(잿길)를 넘느라 활활 타올라야 하기에, 그만 재(잿더미)로 되기 일쑤입니다.
누구는 밥을 재미로 먹을는지 모르고, 말도 재미삼아 할는지 모르나, 옷도 재미나게 입을 수 있을 텐데, 저는 여태 밥도 말도 옷도 책도 재미로 한 적이 없습니다. 굶든 먹든 즐거울 노릇이고, 한 마디이건 열 마디이건 즐겁지 않다면 안 할 일이며, 남한테 자랑하듯(재듯) 걸칠 옷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지어서 누릴 옷입니다.
《책, 읽는 재미 말고》는 ‘책재미’를 찾는 여러 가지를 다루는구나 싶으면서도, 그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에 가두느라 이리저리 맴돌다가 그친다고 느낍니다. 재미란, 책재미란, 글재미란, 참으로 안 나쁠 테지만, 언제나 굴레나 늪이게 마련입니다. 재미로 읽거나 따지려 할 적에는 겉을 훑다가 끝나요. 재미로 보거나 때우려 하기에 그만 삶이 아닌 재주를 펼 줄 알거나 부릴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기고 맙니다.
글을 쓰는 재주는 없어도 될 뿐 아니라, 아예 없는 쪽이 낫습니다. 글재주나 말재주를 부리는 하루란 으레 겉모습과 겉치레로 흐르면서 속빛과 이야기하고 멀어요. 속으로 빛나는 이야기를 펴면서 이 삶을 즐겁게 누리려고 한다면, 재미와 재주를 모두 내려놓을 노릇입니다. 그래서 모든 ‘재미·재주’는 ‘잔재미·잔재주’로 기울다가, 어느새 쳇바퀴로 헤매는 얼개예요.
좋은책과 나쁜책이 없기에 어느 책을 읽어도 즐겁지만, ‘책즐김(즐겁게 읽기)’이 아니라 ‘책재미’에 빠질 적에는 자꾸자꾸 ‘좋은책’을 좇느라 ‘좁은책’을 움켜쥐면서 못 벗어납니다. 좁게 읽어도 안 나쁩니다만, 좋아하는 대로만 해도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만, “타고난 재주”처럼 “타고난 재미”를 좇다 보면, 스스로 손빛을 가꾸는 손씨(솜씨)를 잊고 잃습니다. 천천히 오래오래 차근차근 하나하나 스스로 가꿀 적에 열 해이건 서른 해이건 쉰 해이건 느긋이 피어나는 살림길이 ‘손씨(솜씨)’입니다. 책을 손에 쥐고서 읽는다면, 책을 손수 보듬고 다듬는다면, 책손질을 스스로 하는 하루라면, ‘재미·재주’뿐 아니라 ‘잔재미·잔재주’를 모두 걷어내고서 ‘손씨·손길’과 ‘손빛·눈빛’으로 나아갈 노릇일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책, 읽는 재미 말고》(조경국, 유유, 2025)
향기만으로 사람들을 매혹하는 존재다
→ 냄새만으로 사로잡는다
→ 내음만으로 홀린다
→ 향긋하게 잡아끈다
→ 무척 향긋하다
9쪽
책에는 꼭 읽는 재미만 있는 건 아닌데, 다른 재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없나 궁금했다
→ 책은 꼭 읽는 재미만은 아닌데, 다르게 이야기하는 책은 없나 궁금했다
→ 책은 꼭 읽어야 재미나지 않은데, 다른 길을 들려주는 책은 없나 궁금했다
10쪽
이 책을 쓴 목적은 단 하나, 책방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책을 사게 만드는 것이다
→ 사람들이 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사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 누구나 책집으로 마실하며 책을 사기를 꿈꾸며 이 글을 쓴다
12쪽
책이 가진 냄새야말로 기억을 소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 책냄새로 옛일을 훅 떠올린다
→ 책냄새로 지난일을 확 되새긴다
19쪽
낡은 헌책들에 비해 이제 막 서점에 진열된 새 책 냄새는
→ 헌책과 달리 이제 막 책집에 놓는 새책 냄새는
→ 오래책과 달리 막 책집에 들이는 새책 냄새는
23쪽
책등과 내지를 단단히 붙이기 위해 발랐을 접착제가
→ 책등과 속종이를 단단히 붙이려고 바른 풀이
→ 책등과 샛종이를 단단히 붙이는 풀이
24쪽
고향에 내려와 헌책방을 열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중앙서점에서의 따뜻한 추억 때문이다
→ 옛고을로 와서 헌책집을 열겠다 마음먹는데 중앙서점에서 따뜻이 보낸 날 때문이다
→ 중앙서점을 따뜻이 누렸기에 옛마을로 돌아와 헌책집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32쪽
책갈피를 만든 건 서점만이 아니다
→ 책집만 책갈피를 내놓지 않았다
→ 책집만 책갈피를 마련하지 않았다
→ 책집만 책갈피를 꾸미지 않앗다
46쪽
헌책방에 손님으로 다니던 시절에는 사인본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가 없었다
→ 헌책집 손님이던 무렵에는 손글씨책에 매달렸다
→ 헌책집을 드나들던 때에는 손글책에 붙들렸다
58쪽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혼자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고
→ 사람과 어울린대서 싫진 않지만 혼자 있어도 싫지 않고
→ 누구와 어울리더라도 안 싫지만 혼자 있어도 안 힘들고
73쪽
타고난 성격 외에도 필사하는 습관이 자발적 폐관수련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타고나기도 했고 베껴쓰기를 하면서 스스로 갈고닦을 만했다
→ 타고난 마음에다가 옮겨쓰기를 하며 몸소 벼릴 수 있었다
→ 타고난 데다가 꾸준히 받아쓰기를 하며 섶쓸개를 했다
73쪽
서점에서 예쁘게 포장된 블라인드 북을 사면, 포장지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책싸개를 한다
→ 책집에서 예쁘게 꾸린 두근책을 사면, 겉종이를 책싸개로 살려쓴다
→ 책집에서 예쁘게 싼 수수께끼책을 사면, 겉종이를 책싸개로 되쓴다
90쪽
서점원들이 무거운 재단 가위를 들고 무림고수가 초식을 펼치듯
→ 책집일꾼이 무거운 가위를 들고서 품새를 펼치는 멋잡이처럼
→ 책집일꾼이 무거운 가위로 솜씨있게
→ 책집일꾼이 무거운 가위로 척척
91쪽
상주 작가로 활동해서 몇 년 만에 진주에서 다시 만나 회포를 풀기도 했다
→ 깃새지기로 지내서 몇 해 만에 진주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
→ 깃새글꽃이어서 몇 해 만에 진주에서 다시 만나 얘기도 했다
94쪽
이 책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매물이 사라졌다
→ 이 책은 누리집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 이 책은 누리가게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114쪽
그 책들도 이제 절판되어 구하기가 어렵다
→ 그 책도 이제 사라져 찾기가 어렵다
142쪽
훌륭한 서평이 되려면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 느낌글을 잘 쓰려면 몇 가지를 짚어야 한다
→ 책얘기를 잘 쓰려면 몇 가지를 알아야 한다
145쪽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배로 넓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 글쓴이와 글을 곱으로 헤아린다고 느낄 수 있다
→ 지은이와 글을 담뿍 살필 수 있다고 느낄 만하다
166쪽
재판을 찍을 때 수정하겠다고, 잘못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공손히 말씀드렸다
→ 다시찍을 때 고치겠다고, 잘못을 알려주셔서 고맙다고 얌전히 여쭈었다
→ 새로찍을 때 바로잡겠다고, 잘못을 알려주셔서 고맙다고 곱게 여쭈었다
192쪽
훼손되어서 고칠 수 없거나 손을 본다 해도 그 정성과 노력에 비해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만
→ 망가져서 고칠 수 없거나 손을 본다 해도 땀방울을 살릴 만한 책값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지만
218쪽
책을 수리할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 책은 차분히 손질해야 한다
→ 책은 느긋이 손봐야 한다
→ 책은 천천히 깁어야 한다
219쪽
혹 부스에서 아는 분을 만난들 편히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려웠다
→ 어느 칸에서 아는 분을 만난들 느긋이 이야기하기도 어려웠다
→ 어느 곳에서 아는 분을 만난들 가볍게 말을 나누기도 어려웠다
242쪽
이리저리 지인들을 찾아 동가식서가숙하며 서울살이를 하던 시절이었다
→ 이리저리 동무를 찾아다니며 서울살이를 하던 무렵이다
→ 이리저리 이웃을 찾아 바람처럼 서울에서 살던 때이다
258쪽
완전한 착각이었다. 누구나 가졌을 책방지기에 대한 로망은 1년 차에 바로 깨졌다
→ 깨끗이 틀렸다. 책집지기라는 달콤한 꿈은 첫해에 바로 깨진다
→ 아주 헛짚었다. 책집지기라는 멋진 꿈은 처음부터 바로 깨진다
263쪽
13년 차인 지금까지도 솔직히 뾰족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 열세 해째인 오늘도 뾰족히 길을 찾지는 못한다
→ 올해로 열세 해인데 딱히 길을 찾지는 못한다
2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