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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이와 도깨비 ㅣ 얘기줌치 4
하수정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9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2024.12.2.
까칠읽기 50
《답답이와 도깨비》
하수정
이야기꽃
2021.9.6.
‘동네(洞-)’라는 낱말은 일본이 이 땅을 짓밟으면서 퍼진다. 워낙 우리말은 ‘마을’이고 ‘말’이며, ‘고을’이며 ‘골’이고, ‘실’에 ‘뜸’이다. 요새야 으레 ‘부모’ 같은 한자말을 쓰지만, 지난날에는 ‘어버이’라 했다. 《답답이와 도깨비》를 펴면, “버선을 짝재기”로 꿴다는 아이가 나오는데, ‘짚신짝’도 짝재기로 꿴다는데, 지난날에는 다들 맨발로 다녔다.
잘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우리말씨에는 “저어∼”나 “하∼”가 없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를 넣어서 긴소리를 나타낸다. 일본 글버릇이 잘못 들어와서 퍼지는 바람에 ‘―’나 ‘∼’를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까지 잘못 쓰곤 하는데, 굳이 뭘 넣으려고 한다면 ‘!’로 끊어야 알맞다. 또는 “하아”나 “하아아”처럼 적는다. “저”를 “저어”처럼 적을 적에 이미 길게 늘였기에 ‘∼’를 붙이면 군더더기이다.
조금 더 우리말씨를 헤아린다면, 시골말이건 사투리이건 ‘거’를 아무 데나 안 넣는다. “근데 넌 좋아하는 게 뭐니?”나 “내는 밥 먹는 거 좋아한다.”처럼 말하지 않는다. “근데 넌 뭘 좋아하니?”나 “내는 밥이 좋다.”처럼 들려주는 우리말씨이다.
‘세상 공부’나 ‘물정’ 같은 한자말은 언제부터 썼을는지 곱씹을 노릇이다. 그림책 《답답이와 도깨비》에는 ‘빨간 스니커즈’를 신은 도깨비가 나온다는데, 굳이 ‘빨간신’이라 안 하고 ‘스니커즈’라고 해야 할까?
옛이야기이건 오늘이야기이건 모두 이야기이다. 이야기란 잇는 말이다. 마음과 마음을 말로 잇기에 이야기라고 한다. 어제하고 오늘을 무엇으로 어떻게 잇고픈 마음인지, 여기에 어떤 낱말과 말씨로 줄거리를 여미려 하는지, 부디 곰곰이 하나하나 돌아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