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이 사는 나라 -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4-2(나) 수록 초록연필의 시 1
신형건 지음, 김유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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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5.

노래책시렁 456


《거인들이 사는 나라》

 신형건

 진선출판사

 1990.1.20.



  아이가 보기에 어른은 ‘큰사람’일 수 있지만 ‘덩치’뿐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 아이는 ‘작은사람’일 수 있는데 ‘빛씨앗’일 수 있습니다. 어느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데, 사랑이 아닌 채 보면 으레 겉모습만 좇습니다. 사랑으로 마주하기에 크고작은 몸집이 아니라, 철빛이나 빛씨앗으로 다가서게 마련입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1990년에 처음 나온 뒤로 거듭 새옷을 입는데, 글쓴이는 서른 몇 해에 걸쳐서 예전 글결을 그대로 잇는 듯합니다. 어린이책에 글을 쓰거나 옮기는 일을 한다면 “-게 되다”나 “난로 위”나 “―”나 “만들다”나 “-들”을 비롯한 온갖 얄궂은 말씨는 하나하나 털고 가다듬어야 할 텐데, 막상 어느 하나도 안 가다듬는다고 느낍니다. 어느 누구도 “눈 위”를 못 걷습니다. 왜 그럴까요? “눈 위”는 날거든요. 걸으려면 “눈밭을 밟아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무늬한글’일 적에는 겉속 모두 어정쩡합니다. 손수 살림을 짓고 돌흙나무를 매만지면서 낱말을 차곡차곡 다듬고 추스를 줄 알아야 비로소 아이 곁에서 철든 사람으로 설 만합니다. ‘초중고등학교·대학교’를 다니면서 익숙한 말씨는 거의 다 옮김말씨나 일본말씨인데, 이 말씨를 털어야 제대로 말씨앗을 심습니다.


ㅅㄴㄹ


난로 위에 앉은 주전자가 /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 통 알 수가 없어. /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 뚜껑을 달싹거리고 /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 허연 김을 뿜어대더니, / 좋아서 그러는 건지 / 화가 난 건지 / 통 알 수가 없어. / ―왜 그러니? (안절부절/19쪽)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거인들이 사는 나라/22쪽)


+


《거인들이 사는 나라》(신형건, 진선출판사, 1990)


그 대신 문가에 있는 초인종을

→ 그러면 어귀에 있는 단추를

→ 그러면 앞에 있는 누름쇠를

13쪽


하늘에 둥둥 떠다니게 된 게 아닐까

→ 하늘에 둥둥 떠다니지 않았을까

14쪽


난로 위에 앉은 주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 불덕에 앉은 물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 불에 앉은 노구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19쪽


―왜 그러니?

→ “왜 그러니?”

19쪽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 하루만이라도 어른을 큰사람나라로 보내자

22쪽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 길을 가로지르면 얼마나 길까

→ 한길을 건너려면 얼마나 길까

22쪽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래

→ 또 메아리를 외칠래

→ 또 메아리를 칠래

44쪽


지루한 연설을 하니까 연거푸 하품을 해대지 뭐야

→ 지겹게 말을 하니까 거푸 하품을 하지 뭐야

→ 따분히 말씀하니까 하품을 해대지 뭐야

54쪽


바람의 집에 세들어 사는 풀꽃들을 만났다

→ 바람집에 깃든 풀꽃을 만난다

→ 바람네를 빌린 풀꽃을 만난다

66쪽


커다란 하늘의 품이 미처 안아주지 못한 별들을 위해

→ 커다란 하늘이 미처 품에 안지 못한 별한테

80쪽


낟알들을 재잘거림으로 뱉어내고 있다

→ 낟알을 재잘거리며 뱉어낸다

→ 낟알을 재잘재잘 뱉어낸다

→ 낟알을 재잘조잘 뱉어낸다

85쪽


벼들은 손을 올렸다 내리기도 하고

→ 벼는 손을 올리고 내리기도 하고

8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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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탕
강정규 지음, 윤정미 그림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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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5.

노래책시렁 460


《돌아온 사탕》

 강정규

 창비

 2022.6.10.



  아는 분은 이미 알 텐데 ‘혁명’이라는 이름을 내걸 적에는 이미 ‘너울’이 아니게 마련입니다. 으레 ‘혁명권력’으로 기웁니다. 어떤 글을 써놓고서 ‘문학’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벌써 ‘글꽃’이 아닌 ‘문학권력(문단권력)’으로 달립니다. “나라를 지킨다”나 “나라를 살린다”고 외치는 숱한 벼슬아치는 으레 벼슬과 감투만 쥘 뿐, 허울과 눈속임으로 치닫기 일쑤입니다. 《돌아온 사탕》을 읽고서 이내 덮었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동시 만들기’를 아이들한테 버젓이 보여주거나 읽혀도 될는지 아리송합니다. ‘언니 1’은 언젯적 우스개일까요? ‘말할까 말까’도 언젯적 응큼질인가요? 요즈음 어린배움터는 ‘출석부’를 얼마나 쓸까요? 얼핏 요즈음 흐름과 삶터를 보여주는 듯하면서 ‘아재 개그’를 하듯 예전에 써먹던 우스개를 오늘날까지 슬그머니 끼워넣는 굴레는 ‘동시권력’이거나 ‘동시흉내’입니다. 이제 이런 장난질과 흉내질은 멈출 때입니다. 부디 아이 곁에 서기 바랍니다. 하루 내내 아이를 지켜보면서 함께 배우고 돌아보는 살림을 짓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물려받아서 함께 새롭게 지을 즐겁고 아름다울 오늘 하루를 차근차근 일구고 나서야 붓을 쥐기 바랍니다.


ㅅㄴㄹ


손잡이도 잡지 않은 채 / 스마트폰에 빠져 있던 언니 /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 기사 아저씨 등 뒤까지 쏜살같이 / 달려갔다 돌아와서는 / 뒷좌석에 앉아 묻지도 않는 내게 // 안 불렀대! (언니 1/12쪽)


맨날 내 앞에서 1등하는 짝 / 치마가 엉덩이에 끼었는데? (말할까 말까/18쪽)


최고가 매입! / 최저가 판매! / 중고차 매매! (광고 시대 2/39쪽)


온 사람 앉혀 놓고 / 출석부 더럽다며 / 안 온 사람 나무라면 / 아침부터 김새죠! (우리 선생님/55쪽)


+


《돌아온 사탕》(강정규, 창비, 2022)


스마트폰에 빠져 있던 언니

→ 똑소리에 빠진 언니

12쪽


뒷좌석에 앉아

→ 뒷자리에 앉아

12쪽


열림 버튼 얼른 눌렀죠

→ 열림 단추 얼른 누르죠

20쪽


횡단보도 신호등이 계속 빨간불

→ 건널목 불이 내내 빨간불

→ 길나루는 내도록 빨간불

23쪽


사는 게 심란해진 아빠는

→ 삶이 꼬인 아빠는

→ 삶이 뒤숭숭한 아빠는

→ 뒤죽박죽인 아빠는

30쪽


몇 송이 샛노랗게 웃고 있었다

→ 몇 송이 샛노랗게 웃는다

31쪽


언제나 싱글벙글 선산 지키시네

→ 언제나 싱글벙글 어른뫼 지키네

34쪽


나무 그늘이나 등잔불 아래 모여 정겨운 이야기도 끝없이 나누었대

→ 나무 그늘이나 불받이 곁에 모여 이야기도 오붓이 끝없이 했대

43쪽


헐키두 허다

→ 싸기두 싸다

→ 눅기두 눅다

46쪽


이쁘게 모양내라고 만드셨을까

→ 이쁘라고 지으셨을까

→ 꾸미라고 지으셨을까

4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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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1 - 1910-1915 식민지 무단통치 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양장개정판)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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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5.

만화책시렁 686


《35년 1 1910-1915》

 박시백

 비아북

 2018.1.2.



  《35년 1 1910-1915》은 “조선총독부의 무단통치, 가혹한 탄압 속에서 움트는 항전의 서막!”이 줄거리인 듯싶습니다. 책 뒤쪽에 이렇게 적습니다. 일본이 어떤 얼거리로 틀을 세우면서 옆나라를 넘보다가 쳐들어오는지 들려주는 듯한데, 하나하나 보노라면 온통 사내만 들끓는 줄거리와 그림입니다. ‘사내’만 들끓되 이들은 모두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입니다. ‘토지조사사업’ 탓에 죽어가는 ‘소작인’ 살림을 한두 칸으로 넣기는 하되, 수수한 흙사람은 이 한두 칸으로 끝입니다. 더욱이 논밭낛꾼(소작인)이 어떻게 허덕였는지는 막상 하나도 안 그리거나 못 그립니다. 끝까지 참으면서 넘기다가 숨이 막힙니다. 왜 ‘그들’하고 ‘그들’끼리 툭탁거리는 모습만 담을까요? 아무래도 글로 남은 1910∼15년 발자취에는 ‘그들’끼리 아웅거린 줄거리만 있을 만합니다만, 나라(정부)하고 나라(정부)를 둘러싼 길만 짚는다면 ‘발자취(역사) 겉핥기’라고 느낍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잇는 동안 임금붙이 아닌 수수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옷을 어떻게 깁고 밥을 어떻게 하고 집을 어떻게 지었을까요? 우리나라 바느질하고 길쌈은 어떤 살림일까요? 흙을 일군 사람들 밥그릇과 수저는 어떻게 생겼나요? 짚을 어떻게 말려서 신을 삼고 지붕을 올렸나요? ‘그들’이 아닌 ‘우리’를 밑동으로 삼지 않을 적에는 ‘그들’이 차려주는 나라하고 틀하고 굴레만 그리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서로 어떻게 하루를 누리고 그리고 나누면서 살았는지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발자취’답습니다.


ㅅㄴㄹ


“조선의 엘리트들은 국가적 단결을 몰라. 저만 잘났고 자파의 이익만 중하게 생각하니 허구한날 당파싸움에 빠져 살지. 노론, 소론, 남인, 북인 사색당파에다 친청파니, 친러파니 하며 늘상 싸움질이지. 이 모든 조선 역사의 특징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조선은 스스로 독립할 능력도 문명화할 역량도 없다는 걸 보여주지. 그런데 정말 정말 정말로 다행인 것이 무엇이냐? 이웃에 뿌리가 깊고 문명화에 성공한 강국, 바로 우리 대일본제국이 있다는 것이거든.” (49쪽)


토지조사사업의 또 다른 수혜자는 지주들이었고, 반면에 소작인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졌다. 소작인들은 툭하면 소작을 떼겠다는 지주들 앞에 한없이 작아져야 했다. (64쪽)


서울의 주요 거리가 포장되고, 가로등이 켜졌다. 이러한 변화들이 조선인들에겐 적잖은 충격이었으리라. 총독부는 이런 변화들을 한데 모아 총독부 통치의 성과를 선전하려 했고, 그 결과 열린 것이 조선물산공진회다. (70쪽)


+


《35년 1 1910-1915》(박시백, 비아북, 2018)


혁명의 기운은 커져만 가더니

→ 불꽃은 차츰 크더니

→ 너울은 조금씩 크더니

17쪽


각국의 이해가 서로 얽히면서

→ 여러 나라가 돈으로 얽히면서

→ 뭇나라가 밥그릇으로 얽히며

21쪽


무엇을 주권선이라 이르는가? 강토(疆土)가 그것이다

→ 무엇이 우리나라인가? 이 땅이 우리나라이다

→ 무엇이 우리 땅인가? 바로 흙이다

29쪽


박용만과는 감옥에서 만나 결의형제한 사이

→ 박용만과는 가둠터에서 만나 한벗인 사이

→ 박용만과는 사슬터에서 만난 너나들이

20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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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키챠 1 - 판도라 코믹스
타마치 류이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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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5.

만화책시렁 702


《고키챠 1》

 타마치 류이

 박다희 옮김

 조은세상

 2013.11.25.



  시골에도 바퀴벌레는 있습니다만, 서울(도시)만큼 안 큽니다. 더구나 시골에는 바퀴벌레가 몇 없습니다. 시골 바퀴벌레는 조금만 자라려 하더라도 지네나 개구리를 비롯하여 숱한 다른 목숨앗이한테 쉬 잡아먹힙니다. 아무래도 서울은 뭇숨결이 고루 어울리는 터전하고 차츰 등지면서 바퀴벌레가 몸집을 키울 뿐 아니라, 사람도 사람빛을 잃어갈 만하지 싶습니다. 《고키챠》는 바퀴순이가 겪는 나날을 들려줍니다. 고키챠라는 이름인 바퀴순이는 여느 바퀴벌레처럼 살아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느 모로 보면 ‘여느 바퀴벌레살이’를 사람들이 잘못 알거나 여기는 셈일 수 있습니다. 바퀴벌레가 서울에서 지저분한 데에 모인다기보다, 지저분한 데를 말끔히 쓸고 씻는 몫을 한다고 보아야 알맞을 수 있어요. 시골에는 부스러기를 쓸고 씻는 몫을 하는 벌레나 짐승이 수두룩합니다. 다만 오늘날 시골도 서울을 닮아가면서 푸른빛을 잃고 잊어요. 풀죽임물과 벌레잡이물이 넘쳐나거든요. 하나하나 짚는다면 이 별에서 가장 지저분한 쪽은 사람입니다. 사람이야말로 매캐하고 지저분하고 뿌옇고 어지러운 한복판에서 멀쩡히 북적거리면서 들숲바다를 등돌린 채 마구잡이로 싸우고 괴롭히면서 스스로 죽어가는 안쓰러운 목숨붙이일 만합니다.


ㅅㄴㄹ


“이번에 새롭게 훗카이도에 이사 온 고키챠라고 합니다. 관동에 있었을 때의 저는 그야말로 구박덩어리였습니다. 하지만 바퀴벌레가 살지 않는다는 훗카이도에서라면,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겠죠?” (9쪽)


“방금 전까지 엄청나게 많던 쓰레기가 빗자루 가지러 다녀온 사이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어요.” “호오∼ 그거 아니야? 작은 요정님이 다녀간 거지?” (68쪽)


“그런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겠냐!” “정말로 그런 집이라면 절대로 살 수 없겠네요!” (114쪽)


#ごきチャ #るいたまち


+


《고키챠 1》(타마치 류이/박다희 옮김, 조은세상, 2013)


나무열매를 주웠습니다. 식사 확보

→ 나무열매를 주웠습니다. 밥을 마련

11쪽


살충제를 잔뜩 맞았습니다 … 방향제였습니다

→ 벌레물을 잔뜩 맞았습니다 …꽃물이었습니다

14쪽


앞으로 쓰레기는 지정일에 지정된 장소에 버려 주세요

→ 앞으로 쓰레기는 그날 그곳에 버려 주셔요

→ 앞으로 쓰레기는 그날 그곳에 버려 주셔요

15쪽


사람님의 도움이 되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 사람님을 돕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23쪽


더러우니까 청소의 요정이 화가 난 거라구

→ 더러우니까 깔끔님이 부아가 났다구

→ 더러우니까 말끔빛이 골이 났다구

102쪽


의외로 몽환적이시네요

→ 뜻밖에 꿈꾸시네요

→ 꽤나 나비꿈이네요

102쪽


역시 좀 무리가 있네요

→ 그런데 좀 힘드네요

→ 또한 좀 어렵네요

11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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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듣고 보고 겪고 2024.11.16.흙.



듣고 보고 겪는 대로 마음을 한 켜씩 쌓아. 못 듣거나 못 보거나 못 겪으면 마음에 어떤 삶도 못 쌓지. 누구나 꿈에서부터 듣고 보고 겪어. 이다음에 몸으로 듣고 보고 겪어. “다른 씨앗 둘”이던 엄마씨와 아빠씨일 적에는 아직 모르다가, 두 다른 씨가 나란한 하나인 씨로 맺을 적부터 모두 새롭게 듣고 보고 겪어. 자라나는 씨앗은 찬찬히 몸을 입지. 몸을 입는 동안에도 무엇이든 다 듣고 보고 겪는단다. 엄마몸에서 자라더라도 ‘엄마와는 다르게’ 듣고 보고 겪어. 엄마와 아기씨는 한몸으로 있어도 다른 숨빛이거든. 풀과 나무도, 나비와 벌도, 새와 짐승도, 헤엄이와 고래도, 풀벌레와 지렁이도 ‘하나인 씨’가 아닌 ‘다른 두 씨’가 맞물려서 태어난단다. 한몸에 두씨를 품기도 하면서. ‘하나’로는 고요해. 하나일 적에는 그대로 하늘이기에 움직일 일이 없고, 둘레를 볼 일이 없어. 하나가 하나를 만나서 “새롭게 하나인 두씨”를 이룰 때부터 ‘둘레’를 본단다. 바야흐로 ‘나’하고 ‘너’를 바라봐. 나도 너도 “두씨가 한몸을 이룬 숨빛”인 줄 알아차리면서 살아가. 드나드는 바람을 듣는 하루요, 보드랍게 보듬는 해를 보는 오늘이고, 겹겹이 맞물리는 이야기를 새롭게 겪는 나날이야. 잘 듣고 잘 보고 잘 겪으면서 모든 하루와 오늘과 나날이 즐거워. 듣고 보고 겪으면, 여태 어느 날도 안 똑같은 줄 알아. 봄도 해마다 다르고, 밤도 철마다 다르고, 새도 언제나 달라. 똑같이 지어서 먹는 밥이란 없어. 그래서 다시 듣고 다시 보고 다시 겪지. 이 별을 이루는 바람과 해와 비가 늘 싱그럽기를 바라기에, 네 들숨날숨을 비롯한 모든 몸짓을 새삼스레 여미면서 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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