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추천않는 책 (2025.10.18.)

― 부산 〈파도책방〉



  서로 타이르고 가볍게 나무라면서 함께 걸어갈 길을 살피려는 말이 아닌, 서로 금을 죽 긋고서 담벼락을 높다랗게 세우면서 퍼붓는 막말은 언제나 스스로 갉는 굴레입니다. 그저 ‘그분들(담벼락 + 끼리끼리 + 막말 + 다툼질)’은 이 대목을 못 깨달을 뿐이고요. 우리는 스스로 이 삶을 지을 수 있고, 휩쓸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을 ‘한글’이라 하고, 이 ‘한’은 그냥 우리말입니다. 1913년 즈음에 주시경 님이 처음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우리글에 이름을 붙일 적에는 우리말도 ‘한말’이라 여겼습니다. 우리말이라면 그저 ‘한’이고 ‘하늘·하나·해·하양·함께·하다’를 나타내는데, ‘한국(韓國)’처럼 적으면, 소리만 따서 붙인 한자로 바뀝니다. ‘한국어’라는 이름은 우리말이 아닌데, 아직 국립국어원을 비롯해서 한글학회조차 이 대목을 안 짚거나 뒷짐집니다.


  부산 〈파도책방〉에 깃들며 생각합니다. 저는 늘 “좋은책 추천도 안 하고, 나쁜책 솎기도 안 합니다. 그저 책마다 어떤 줄거리를 품는지 밝힐 뿐입니다.” 하고 얘기하는데, 이런 말을 못 알아듣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이 말에 귀기울이는 이웃님이 늘어난다고 느껴서 천천히 말을 잇습니다.


  배움터마다 영어·수학을 드높이지만, 정작 영어·수학을 제대로 하려면 한글·한말부터 찬찬히 배워서 익혀야 합니다. 우리 배움터는 이 얼거리를 거의 잊거나 등지거나 땜질만 하더군요. “한국어의 투쟁”이라는 일본말씨를 그냥 붙인 책을 헤아리면서 조금 쓸쓸했습니다. 적어도 “싸우는 우리말”쯤으로 붙일 만하니까요. “우리말은 싸운다”나 “우리말이 싸운다”라 해도 되고요.


  참으로 우리말은 이 굴레(조선왕조 봉건가부장 권력)에, 저 굴레(일제강점기)에, 그 굴레(군사독재정권)에, 새로운 굴레(in Seoul 공화국)에 갇히면서 앓고 다치고 멍드는 판입니다. 갖은 굴레에서 늘 싸운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예부터 우리빛과 우리살림과 우리집과 우리별과 우리말을 돌본 사람은 ‘가시내’입니다. 가시내가 지키고 가꾸었기에 ‘암글’입니다. ‘한글 = 암글’이요, ‘한글 = 가시내가 스스로 빛나는 살림과 사랑을 노래하는 글’이며, ‘한글 =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새글’입니다. ‘무늬한글’이나 ‘옮김글(번역체)’로는 빛바랠 뿐입니다.


  빛나는 글을 알아보려면, 스스로 빛나는 숨결인 줄 알아보면 돼요. 나도 너도 빛나는 넋인 줄 알아보면, 곁에 있는 빛책을 알아보고, 이 삶을 수수하게 밝히는 빛글을 쓰지요. 언제나 ‘나’라고 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랑 함께 삶길을 걷는 너(곁님과 아이)”랑 이야기하면, 모든 실마리를 차곡차곡 풀 수 있어요.


ㅍㄹㄴ


《Wild Flora of the Northeast》(Spider Barbour 글·Anita Barbour 사진, the Overlook Press, 1991.)

《Dr.Seuss ABC》(Dr.Seuss, HarperCollins, 1963/2003.)

《a Pocket for Corduroy》(Don Freeman, Puffin Books, 1978.)

- 《호주머니를 갖고 싶어요》(돈 프리먼/조은수 옮김, 비룡소, 2006.9.30.)

《Library Lion》(Michelle Knudsen 글·Kevin Hawkes 그림, Walker Books, 2008.)

- 《도서관에 간 사자》(미셸 누드슨 글·케빈 호크스 그림/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2007.2.15.)

《Blue Chicken》(Deborah Freedman, Viking Childrens Books, 2011.)

#데보라 프리드만

《창가의 토토, 그 후 이야기》(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권남희 옮김, 김영사, 2025.3.14.)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하승우, 뜨인돌, 2008.8.11.첫/2010.11.17.4벌)

《두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박세길, 추수밭, 2018.6.8.)


+


《끝없는 양말》(페드로 마냐스 로메로 글·엘레니 파파크리스토우 그림/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24.12.6.)

#PedroManasRomero #EleniPapachristou

《코딱지 판다》(미야니시 타츠야/황진희 옮김, 키즈바이브, 2023.9.15.)

#みやにしたつや #ちびちびパンダ (꼬마꼬마 판다)

《별을 여행하는 소년 2》(사카쓰키 사카나/정은서 옮김, 재담, 2024.11.8.)

#坂月さかな #星旅少

《죽고 싶지 않아!》(안느 가엘 발프 글·이자벨 카리에 그림/김지연 옮김, 보랏빛소어린이, 2021.9.30.)

#Je veux pas etre mort #AnneGaelleBalpe #IsabelleCarrier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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