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나가는 늦여름 (2024.8.23.)
― 전북 전주 〈한가서림〉
문득 ‘동문헌책도서관’이라는 곳이 열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왜 굳이 ‘동문헌책’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고, 누가 이렇게 이름을 붙여서 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주골에서 오래오래 ‘헌책살림’을 돌보고 가꾸고 일군 분들 땀방울이 그곳에 깃들거나 스몄을까요? 헌책집지기가 손길을 보태거나 가꾸는 일을 조금이나마 맡는가요? 아마 다 아닌 듯싶습니다.
이름만 ‘헌책숲(헌책도서관)’이라 붙이기에 책숲도 헌책숲도 되지 않습니다. 버림받은 책을 되살리는 손길에 흐르는 땀방울과 삶과 사랑과 숨결을 차근차근 헤아려서 담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책숲과 헌책숲으로 자라납니다.
어제·오늘·모레(과거·현재·미래)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하루 = 어제 + 오늘 + 모레’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책은 헌책 = 모든 책은 새책 = 모든 헌책은 새책 = 모든 새책은 헌책 = 모든 책은 그저 책 = 모든 책은 삶이자 살림이자 사람이자 숲이자 사랑”이라는 얼거리를 읽어내야지 싶습니다.
〈홍지서림〉 곁에 나란히 있는 〈한가서림〉으로 깃듭니다. 모름지기 ‘책숲(도서관)’이라고 하면, 책을 늘리는 만큼 책시렁을 늘려야 하고, 책시렁이 늘어나는 만큼 책칸을 늘려야 하며, 이윽고 ‘책숲 ㄱ(1호)’에 ‘책숲 ㄴ(2호)’처럼 차츰 늘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늘리는 곳은 아직 없어요. “‘새책’을 들이려고 ‘덜 새책’과 ‘손길 안 타는 옛책’을 버려서 책시렁을 비우는” 틀이 고스란합니다.
책만 내내 살피고 읽노라니 살짝 졸립고 배고픕니다. 그래도 조금 더 살피고 싶습니다. 이다음 전주마실을 언제 할는 지 모르니까요. 골마루를 자꾸자꾸 거닐고, 이미 살핀 책시렁을 더 헤아리다가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몇 자락을 봅니다. 재미난 손길책도 여럿 쥡니다.
늦여름이 지나갑니다. 흰새도 노란새도 까만새도 붉은새도 푸른새도 다 다르게 하늘을 마시면서, 흰사람도 노란사람도 까만사람도 붉은사람도 푸른사람도 모두 새롭게 바라을 머금으면서, 함께 살림을 짓는 터전과 마을과 숲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높거나 낮은 책은 없되, 손길받는 책이 있고, 손길을 기다리는 책이 있습니다. 좋거나 나쁜 책은 없지만, 숲빛을 담은 책이 있고, 서울살이만 쳐다보는 책이 있어요. 다 다른 삶이니 다 다르게 글을 여며서 다 다르게 책을 묶습니다.
이미 읽은 책을 새로 장만해서 읽습니다. 이제 읽으려는 책을 오늘 새삼스레 장만합니다. 이야기를 이루려면, 나부터 오늘 이곳에 생각씨앗을 심는 님으로 있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청년사, 1984.4.30.처음/1990.12.15.12벌)
《세계의 민족과 문화 3 산 후안의 빈민들》(헬렌 사파/김명혜, 교문사, 1990.2.10.)
- 쿵족
《新講 訓民正音》(서병국, 학문사, 1987.3.10.)
《韓國의 民談》(국제문화재단 엮음, 시사영어사, 1985.1.1.
- 이리 대한서림
《乙酉文庫 15 스케치북》(W.어빙/남용우 옮김, 을유문화사, 1969.8.25.첫/1972.12.25.5벌)
《乙酉文庫 17 V.울프의 作品과 生涯》(D.데이비스/김용철 옮김, 을유문화사, 1969.8.25.첫/1972.10.25.4벌)
《乙酉文庫 30 愛國精神(外)》(안국선, 을유문화사, 1969.11.30.첫/1972.4.20.3벌)
《乙酉文庫 56 新羅의 美》(황호근, 을유문화사, 1971.2.20.첫/1972.6.30.3벌)
《꼬마 고슴도치의 요핑계 조핑계》(배진근 외/엄영욱 옮김, 남녘, 1991.7.20.)
《들장미소녀 캔디 1》(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89.1.5.첫/1990.4,25.중판)
《들장미소녀 캔디 3》(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90.8,30.)
《들장미소녀 캔디 4》(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90.8,30.)
《들장미소녀 캔디 속》(미즈키 교코/심상곤 옮김, 민성사, 1989.1.10.)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34 달려라 하니 1》(이진주, 예음, 1986.12.30.)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34 달려라 하니 3》(이진주, 예음, 1987.4.15.)
《알라딘문고 요요코믹스 34 달려라 하니 4》(이진주, 예음, 1987.4.15.)
《제1회 신인작품공모 당선작모음》(유지연·문계주·이강주·권선이, 서화, 1989.7.1.)
- 르네상스 '89.7월호 별책부록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17 김구》(이원수 글·홍성찬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25 장영실》(권용철 글·김동명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31 정약용》(신경림 글·이두호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어린이 그림 위인전기 37 방정환》(어효선 글·이우경 그림, 계몽사, 1987.7.30.중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