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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지음,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오후의소묘 / 2020년 12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3.
그림책시렁 1530
《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글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20.12.31.
겨울에 온갖 눈이 노래합니다. 하늘에서 송송이 내리는 흰눈이 가만히 노래하면서 온누리를 덮습니다. 땅에서는 나무마다 겨울잠에 들거나 폭 쉬면서 새봄에 틔울 겨울잎눈과 겨울꽃눈이 자랍니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는 사람은 하늘눈과 숲눈 사이에서 새롭게 눈빛을 하얗게 틔우면서 온마음을 환하게 가꿉니다. ‘눈노래’를 들려주는 줄거리인 《눈의 시》로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냥 “눈노래”입니다. “눈이 노래”이고 “눈말”이면서 “눈이 말하다”입니다. 아무래도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이 아닌 어른이 보는 그림책으로 삼아서 나온 듯하기에, ‘힘겹거나 고단하거나 지친 마음을 달래는 얼거리’로구나 싶습니다. 겨울에 하늘에서 찾아오는 눈은 소리도 몸짓도 잠재웁니다. 흰눈이 소복소복 덮으면 그야말로 아뭇소리가 안 납니다. 아무리 빽빽한 서울이더라도 눈더미는 모든 쇳덩이를 멈춰세워요. 그러니까 눈은 말없이 노래합니다. 흰눈이 덮은 겨울에 ‘말’은 군더더기입니다. 아니, 아이하고 맨몸과 맨손으로 눈밭에서 뒹굴며 눈놀이를 한다면, 놀이노래가 한가득 퍼지면서 즐거워요. 먼 옛날부터 겨울에는 아이어른 안 가리고서 눈노래를 부르면서 함박웃음이었습니다. 자, 모든 쇳덩이(자동차)를 걷어치워요. 너른길에 아이하고 손을 잡고서 눈덩이를 굴리고 뭉쳐서 눈놀이를 하며 눈하루를 살아 봐요.
#AzzurraDAgostino #EstefaniaBravo #PoesieDellaNeve
ㅅㄴㄹ
《눈의 시》(아주라 다고스티노·에스테파니아 브라보/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20)
눈은 모든 결점을 지웠어
→ 눈은 모든 티끌을 지워
→ 눈은 모든 먼지를 지워
6쪽
저마다 품고 있던 비밀들은 사라졌고 모든 것이 뒤섞였지
→ 저마다 감추던 얘기는 사라지고 모두 뒤섞이지
6쪽
지금 우리는 함께 흰 눈을 덮고 있어
→ 오늘 우리는 함께 흰눈을 덮어
7쪽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깨닫는 건, 걷는 동안 우리가 함께였다는 것
→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깨달아. 걷는 동안 우리는 함께였어
→ 지나온 길을 되새기며 깨달아. 걷는 동안 우리는 함께 있어
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