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
김세준.유희성 지음, 이정서 아트디렉터 / 나비의활주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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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5.

읽었습니다 325



  2011년에 나온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을 2024년에 비로소 읽습니다. 지난 2011년 무렵에 고을지기를 하던 분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나, 막상 그즈음에도 ‘핵발전소’를 이 시골에 끌어들이려 했고, 이 삽질이 막힌 다음에는 ‘화력발전소’를 품으려고 했습니다. 둘 다 막히고서는 ‘폐기물발전소’를 몰래 세우려다가 막히는데, 어느새 햇볕판하고 바람개비를 곳곳에 엄청나게 박더군요. 전라남도나 고흥은 “지붕 없는 삽질판”입니다. 들숲바다가 아름답다고 손꼽히고,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고을이요, 맨눈으로 미리내를 볼 만큼 하늘까지 맑지만, 이런 숲터를 푸르게 가꾸려는 일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새일꾼이 나타날까요? 이제부터는 시골살림을 시골스럽게 추스르면서 풀죽임물을 안 쓰는 길로 접어들기를 바라요. 돈으로만 밀어붙이는 겉치레나 눈가림이 아닌, 시골아이가 시골을 사랑하는 배움판을 펼 노릇입니다. 한 손에는 호미를 쥐면서, 다른 손에는 붓을 쥐는 아이어른이 늘어야 시골빛을 맑고 밝게 살릴 수 있습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은 마치 딴고을을 구경하듯 치레하는 듯싶습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김세준·유희성, 나비의활주로, 2011.8.2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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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장진영 만화모음 3
장진영 지음 / 정음서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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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31.

까칠읽기 38


《나선》

 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나선》(장진영, 정음서원, 2020)을 읽고서 여러모로 놀랐으나, 이내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하다. 나도 이미 1994∼1999년 사이에 ‘대학교 운동권’이 어떤 민낯인지 환하게 겪고 본 바 있다. 그림꽃 《나선》은 그야말로 민낯을 그려낸다. 뒤틀리고 시커먼 이 나라를 바로잡거나 갈아엎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먹물’은 똑같이 ‘시컴물(시커먼 더럼물)’이었다는 대목을 차분히 풀어낸다. 38쪽에도 나오듯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독재자!!”나 “교주!!”라는 말처럼, 숱한 ‘대학교 운동권’은 또 다른 독재와 교주 노릇을 했다.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털고 씻고 치울 창피한 민낯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창피한 민낯을 안 털었고 안 씻었고 안 치웠다. ‘국민’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무리도 허울스럽고 껍데기일 뿐 아니라, ‘민주’와 ‘정의’와 ‘녹색’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무리도 허울스럽고 껍데기이다. 이들은 크고작은 그릇만 다를 뿐, 똑같이 엉큼질(성추행)에 뒷돈에 막짓(갑질)을 일삼았다. 이들은 입으로는 옳거나 바르거나 참되게 나아가겠다고 밝히지만, 정작 엉큼질과 뒷돈과 막짓을 멈추지 않는다.


보라, 어느 국회의원이 걸어다니는가? 어느 시장과 군수가 버스를 타는가? 어느 장관이나 기관장이 두바퀴(자전거)로 집과 일터 사이를 오가는가? 그런데 높은자리 벼슬꾼뿐 아니라 여느 벼슬꾼도 안 걷고 버스를 안 타고 두바퀴를 안 달리기 일쑤이다. 높건 낮건 모두 쇳덩이(자가용)에 갇힌 채 ‘사람들(이웃)과 동떨어진 곳’에 가만히 앉아서 책상물림 먹물바치 노릇이다.


190쪽에 나오는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다들 돌아왔는데, 걔만 유독 그러네.” 같은 말이 ‘운동권 민낯’을 잘 드러낸다. 참말로 제대로 너울을 일으키려고 했던 이들은 그곳(현장)에 그대로 남아서 살림을 짓는다. 이와 달리 한몫 잡는 ‘이름(빛나는 경력)’을 얻으려고 했던 이들은 ‘운동권·농활·공활·위장취업’이라는 보람(훈장)을 주렁주렁 달고서, ‘국민·민주·정의·녹색’이라는 이름을 떵떵거리듯 높인다.


보라, 이들 가운데 서울 아닌 시골에서 텃밭을 짓는 살림을 꾸리며 아이를 돌보는 이는 몇이나 있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이들 가운데 ‘양복·자가용·아파트’를 처음부터 손에 안 쥐면서, 수수한 차림새로 걸어다니는 이는 몇이나 되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그들은 심부름꾼이 아닌 벼슬꾼이자 ‘독재자·교주’라고 여겨야 맞다. 그들은 ‘독재자·교주’이기 때문에 ‘자가운전’조차 안 하면서 ‘운전수’를 둔다. 까맣고 커다란 쇳덩이에 운전수를 둔 모든 이들은 ‘정치·행정’을 하는 일꾼이 아닌, 그저 돈바라기 독재자·교주일 뿐이다.


ㅅㄴㄹ


“세상 많이 좋아졌네. 여자가 당구를 다 치구!!” (15쪽)


“자네 집안에 좌익활동을 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자네 부모한테 물어보면 잘 알지 않겠나?” (22쪽)


“ㅊㄱ을 읽다 보니 소중한 게 뭔지를 알겠더구나! 좌익이니 우익이니 이런 거 모를 때 말이다, 우리 농촌에는 서로 돕고 아끼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더구나.” (29쪽)


“삼춘이 말씀하시던 운동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의 모습에서 느끼는 차이는 무얼까?” (35쪽)


“이동수 선배는 신이더라구! 살아 있는 신!! 킥킥. 교주!!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독재자!!”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그만큼 뛰어나니까 그런 게 아니겠어? 역사를 보더라도 위인은 항상 있었고, 위대한 사상가는 한 시대를 좌우했잖아.” “그런 거완 차원이 달라!! 어떻게 다들 한 사람의 의견을 아무런 문제 없이 맹종할 수 있느냐 이거지!!” (38쪽)


“이동수 선배는 형사들이 올 줄 알고 있었니?” “응!” “어떻게 알았지?” “사실은, 우리 화실이 모임장소였거든!!” (58쪽)


“어쨌든 고맙네요. 우리 일인데.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 줘서. 하지만 갑자기 허전해진 건 사실이에요. 이런 생각 하면 안 되겠지만, 형이 그동안 우리에게 베푼 호의가 꿍꿍이속에서 나온 것만 아니겠지요. 형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나겠지요. 우린 다르니까요. 우리야 어쩔 수 없는 노동자 신세지만, 형은 갈 곳이 많은 사람이에요.” (115쪽)


“이동수 선배님은 만나봤니?” “민중당 활동을 한 이후로 거의 만나게 되질 않아!” (155쪽)


“유능한 인권변호사와 촉망받는 여류화가께서 화촉을 밝히는데, 허허.” “소문에 선배님은 정치에 손을 끊으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손을 끊은 건 아니고, 당분간 전공을 살려 사업을 해야겠어!” “참! 복학은 하셨죠?” “응! 한 학기 남았지!! 이 나이에 학교에 다닐려니 후배들하고 세대차가 느껴지더라고!!” (185쪽)


“첨! 옹접이는 왜 얼굴이 안 보이지?” “…….” “아직도 현장에 있나?” “사실 나도 바쁘긴 했지만, 서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랩니다.” (186쪽)


“신혼 살림집은 어디다 구했나?”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그래! 그럼 이제 발바닥 맞을 일만 남았군!” “어이쿠, 살려 주십시오.” (187쪽)


“다들 왔는데 옹접이만 빠졌어!”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다들 돌아왔는데, 걔만 유독 그러네.” (190쪽)


+


나도 아들딸 한 타스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잉

→ 나도 아들딸 열둘 낳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잉

→ 나도 아들딸 꾸러미로 낳고 잘살아야 하지 않겠어요잉

13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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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K-포엣 시리즈 24
황인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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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31.

까칠읽기 47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황인찬

 아시아

 2022.1.28.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를 읽었다. 82쪽짜리 가냘픈 꾸러미이다. 가볍게 읽으라는 뜻일 텐데, 글님은 ‘젊은글꾼’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드세구나 싶다. 뭔가 ‘새롭게’ 글결을 풀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글다듬기에 지나치게 매였다고 느낀다. 어떤 이야기를 담을는지 살피기보다는, ‘다른 글결’을 선보이려는 마음이 앞선 탓에, 온갖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를 뒤섞는다.


한글로 적기에 ‘우리글(한국문학)’이지 않다. 한글로 적으면 그저 “한글로 적었을” 뿐이다. ‘빠리바게트’나 ‘베스킨라빈스’는 무늬는 한글이되 우리글도 우리말도 아니다. “밤의 연남동은(28쪽)”은 어느 나라 말씨일까? 그냥 일본말씨이다. 우리말씨라면 “밤에 연남동은”이나 “밤 연남동은”이나 “연남동 밤은”이나 “연남동은 밤에”이다. 우리말씨를 일부러 버리면서 옮김말씨에 일본말씨를 쓰기에 새롭지 않다. 이런 말씨는 이미 사슬살이(일제강점기)를 하던 무렵 확 들어와서 쫙 퍼진 적이 있다.


“나는 그게 원래 그가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10쪽)”는 어느 나라 어느 글꾼 말씨일까. 중학교 영어 교과서 ‘직독직해’ 글결일 뿐이다. 그러나 황인찬 씨뿐 아니라 한강 씨도 이런 글결이다. 오늘날 이 나라 젊은글꾼은 으레 이런 글결이다. 겉으로 보면 한글이지만, 막상 읽다 보면 아무런 알맹이가 없이 허울을 붙인 짜임새라고 느낀다.


굳이 알맹이를 담아야 하지 않을 수 있다. 따로 줄거리를 안 짤 수 있다. 애써 이야기를 안 들려주어도 된다. 그런데, 글이란 말을 옮긴 무늬이고,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이다. 마음이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글 = 말 = 마음 = 삶’인데, 알맹이·줄거리·이야기가 없이 겉보기로만 ‘글’을 꾸민다면, 이때에는 스스로 삶을 안 지으면서 보냈다는 뜻이다.


손수 설거지를 하고, 손수 비질과 걸레질을 하고, 손수 밥을 짓고, 손수 바느질을 하고, 스스로 집과 마을을 걷고, 스스로 좀더 멀리 걸어다니고, 스스로 책집마실을 다니고, 스스로 여러 책집에서 책꽂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온갖 낯선 책을 집어들어서 읽을 뿐 아니라, 스스로 낱말책(사전)을 천천히 한 낱말씩 새로 읽어 본다면, ‘무늬글’은 쓸 일이 없다. 삶을 먼저 지으려는 매무새가 없는 탓에, 마음도 말도 글도 그저 꾸미고야 만다. 삶을 언제나 스스럼없이 짓는 하루라면, 글다듬기를 할 까닭이 없이 글님 하루를 돌아보고 되새기고 곱씹는 빛살을 살포시 담았을 테지.


ㅅㄴㄹ


중요한 사실에 대해 내게 말해주었지만, 나는 그게 원래 그가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 (파워/10쪽)


밤의 연남동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사람 아니라 개도 많지만 사람은 더욱 많습니다. (너무 큰 소리로 웃지 말자/28쪽)


+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황인찬, 아시아, 2022)


온종일 산을 헤맸다 그것은 살아 있을 적의 일은 아니고

→ 온하루 멧골을 헤맸다 살았을 적 일은 아니고

→ 내내 메를 헤맸다 살던 일은 아니고

8쪽


그저 내 꿈속에서의 일

→ 그저 꿈

→ 그저 꿈에서 본 일

8쪽


새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고 온사방에서 새들의 울음이 가득해진다

→ 새 한 마리가 울자 곳곳에서 새노래가 가득하다

→ 새 한 마리가 우니 여기저기에서 새노래가 퍼진다

9쪽


살아 있는 것들의 대합창 속에서 나만 빼고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 살아숨쉬는 떼노래인데 나만 빼고 모두 하나라고 느낀다

→ 싱그러이 큰노래인데 나만 빼고 하나

→ 푸르게 노래물결인데 나만 빼고 모두 잇는다

9쪽


오른쪽으로는 남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 오른쪽으로는 마끝바다

→ 오른쪽으로는 마녘끝 바다

14쪽


왜 거리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인지는

→ 왜 거리 한가운데 서는지는

→ 왜 거리 한가운데 있는지는

17쪽


빈 의자들이 가득해져서 민망해지는 주말의 오전입니다

→ 빈 걸상이 가득해서 부끄러운 끝이레 아침입니다

→ 빈 걸상이 가득해서 남사스러운 이레끝 아침입니다

19쪽


잎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는 나뭇가지들

→ 잎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처지는 나뭇가지

19쪽


두려워져서 나는 앞을 향해 걷는다

→ 두려워서 앞을 보며 걷는다

→ 난 두려워 앞으로 걷는다

22쪽


타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 쇠북빛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 쇠북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24쪽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쓰다 만 소설 뭉치와

→ 글자리에는 쓰다 만 글뭉치와

→ 자리에는 쓰마 만 글뭉치와

26쪽


백색의 말을 타고 천천히 트랙을 돌 것이라고 했다

→ 흰말을 타고 천천히 달림길을 돌리라 했다

→ 하얀말을 타고 천천히 자리를 돈다고 했다

27쪽


오전의 연남동은 생각보다

→ 아침 연남동은 생각보다

→ 연남동은 아침에 생각보다

31쪽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하면 이미 시를 다 쓴 것 같다

→ 이렇게 노래를 쓰면 이미 다 쓴 듯하다

→ 이렇게 글을 쓰면 이미 다 썼지 싶다

35쪽


길어진 그림자

→ 긴 그림자

→ 길쭉한 그림자

39쪽


두 그루의 나무

→ 두 그루 나무

→ 나무 두 그루

43쪽


두 개의 발이 걷고 있다

→ 두 발이 걷는다

46쪽


복도는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 난달은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마음 놓는다

→ 골마루는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즐겁다

48쪽


내가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유폐와 유폐의 예감뿐이다

→ 나는 수렁을 보거나 수렁에 잠기겠다고 느낄 뿐이다

→ 나는 굴레를 보거나 굴레에 갇히겠다고 여길 뿐이다

56쪽


모든 대상은 회색이다

→ 모두 잿빛이다

→ 모든 숨결은 잿빛이다

59쪽


이 짧은 글 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번복되며

→ 이 짧은 글에서 자꾸 되풀이하고 뒤집으며

→ 이 짧은 글에 또 쓰고 뒤엎으며

61쪽


가장 자주하는 생각은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적개심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아름다움이 미운데 어떻게 이 마음을 멈출 수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 아름다우면 싫은데 어떻게 이 마음을 멈출 수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69쪽


그저 그렇게 삶이 지속될 뿐이다

→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 그저 그렇게 살 뿐이다

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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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학교 이야기 - 아이들을 살리는 새로운 배움터를 향한 윤구병의 꿈과 실천 살아있는 교육 11
윤구병 지음 / 보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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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23.

까칠읽기 46


《실험학교 이야기》

 윤구병

 보리

 1995.6.30.첫/2014.7.1.고침



  아이는 또래랑 놀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끼리끼리 어울리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또래 끼리질’은 ‘어른 아닌 꼰대’가 세운 담벼락이다. 아이는 누구하고나 놀려고 태어난다.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아빠랑 놀려고 태어난다. 이다음으로는 할매할배랑 놀려고 태어난다. 이러고 나서야 언니하고 놀려고 태어났다고 여길 만하고, 이다음에 이르러서야 동무나 또래하고 놀 수 있다.


  아이는 늘 엄마아빠한테서 모두 배운다. 말도 눈길도 걸음마도 엄마아빠한테서 배운다. 마음도 엄마아빠 곁에서 가꾸고, 생각도 엄마아빠하고 함께 북돋우며 자란다. 아이는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마음이 없이 태어난다. 아이는 늘 오롯이 사랑으로 모두 풀고 품으려고 태어난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언제나 아이를 오롯이 사랑으로 마주하는 길을 새롭게 배우고, 아이도 엄마아빠랑 나란히 오롯이 사랑으로 놀며 노래하는 하루를 누린다.


  《실험학교 이야기》를 1998년에 처음 읽었고, 1999년에 보리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가서 다시 읽었고, 2003년에 이오덕 어른 글을 추스르며 새로 읽은 뒤에, 2024년에 이르러 모처럼 다시 들춘다.


  윤구병 씨가 짚거나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옳’다. 그러나 ‘옳은말’을 하려고 너무 애쓰다 보니 ‘틀린말·그른말’을 자꾸 갈라놓으려고 한다. ‘옳고그름’이라는 곳을 너무 쳐다보는 나머지, 그만 ‘삶말·살림말’을 하나도 못 짚다시피 하고, 이윽고 ‘사랑말’은 아예 못 다루고, ‘숲말’로 나아갈 낌새가 없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으로는 가득한 《실험학교 이야기》이되, 이 꾸러미에는 아무런 살림빛도 사랑씨도 숲그림도 없다. 왜 그럴까? 실마리는 아주 쉽다. 윤구병 씨는 ‘대학교수’와 ‘뿌리깊은나무 편집장’과 ‘보리출판사 기획자 및 대표’로 일하느라 막상 집안일을 안 한 탓이다. 천기저귀를 어떻게 갈고 삶고 대는 줄 알까? 미역국을 어떻게 끓여서 곁님한테 차려주어야 하는지 알까? 아기한테 자장노래를 밤새도록 날마다 다르게 부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 책에 담은 글로는 아이한테 말하면 안 된다. 이 책에 깃든 말씨는 ‘아이 눈높이’하고 너무 멀다.


  ‘옳은말’은 안 나쁘다. 그러나 ‘옳다’에 얽매이기에 ‘오른쪽(바른쪽)’에만 선다. ‘옳은길 = 오른길’이다. 오른길은 안 나쁘되 ‘단단히 지키는 끼리끼리 담벼락’에 갇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틀린말’을 하면 될까? ‘틀린길 = 비틀어서 바꾸는 길 = 왼길(혁명)’이다. 우리가 ‘옳고그름’에만 머물면, 왼오른(좌파·우파 또는 진보·보수)으로 가르는 싸움으로 그친다. 싸우느라 지친다.


  삶말부터 열 노릇이다. 삶부터 보아야 왼오른이 아닌 삶이라는 곳인, 바로 오늘 이곳을 볼 수 있다. 바로 오늘 이곳부터 보아야 어떤 살림을 할는지 비로소 생각하니, 이때에 살림말을 틔운다. 살림말씨를 싹틔우면서 하루하루 삶을 짓기에, 시나브로 사랑을 깨닫고, 마침내 사랑씨를 곁님하고 서로 새롭게 심어서 아기를 낳아 돌보는 보금자리를 이룬다.


  숲말이란, 삶말을 살림말로 북돋아서 사랑말로 꽃피우는 자리에서 하나둘 깨어난다. 처음부터 숲으로 못 간다. 처음에는 삶을 그대로 마주해야 하고, 삶을 살림으로 가꾸는 마음을 닦을 일이며, 바야흐로 살림을 사랑으로 품고 풀어서 놀고 노래하는 아이다운 마음으로 어진 어른으로 거듭날 적에 천천히 숲으로 갈 수 있다.


  어떤 어버이도 아기를 ‘실험’으로 안 낳는다. 삶에는 ‘실험’이 없다. 삶은 늘 ‘함(하다)’만 있다. 함(하다)만 있는 이 삶에서 지음(짓다)으로 이을 적에 그림(그리다)을 알아보고, 함을 지음으로 펴서 그림으로 심기에 빛을 품고 풀어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실험학교 이야기》는 몸뚱이에 너무 얽매인다. 몸뚱이가 있기에 우리 넋이 삶을 맛볼 수 있되, 몸만 쳐다본다면 마음을 잊고 잃는다. ‘철학’도 ‘실험’도 ‘학교(교육)’도 아닌, 삶과 살림과 사랑을 말하면서 숲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이 없다면, 모두 헛말에 쳇바퀴일 수밖에 없고, 나라(정부)하고 나란히 가는 새로운 굴레에 차꼬에 수렁일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담벼락”이란 무엇이겠는가? 바로 ‘힘(권력)’이다. 아이들한테 고작 힘싸움밖에 들려주지 못 한다면, 윤구병 씨 스스로 힘싸움에 얽매인 ‘문화권력’을 단단히 틀어서 거머쥐기만 한다면, 재미도 없지만 따분하다. 기저귀부터 삶기를 빈다. 집안일부터 하기를 빈다. 밥을 손수 차려서 내놓기를 빈다. 작은씨가 숲을 이루듯, 작은일(집안일)이 바로 큰숲으로 가는 한길이다.


ㅅㄴㄹ


셋째는 끼리끼리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함께 놀면서 말도 배우고 사회성도 기르고 올바른 행동거지가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그리고 이기심을 억제하고 욕심을 없애는 법도 배운다 … 아이의 가장 훌륭한 선생은 그 아이보다 한두 살 더 많은 언니나 오빠다. 아이들 세계와 어른들 세계는 다르다. (13쪽)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이 아닌 것은 온몸을 흔들어 거부하고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모든 것들은 가차없이 허물어뜨리는 힘을 갖게 할 수 있을까? (33쪽)


우리가 과학그림으로 된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181쪽)


+


《실험학교 이야기》(윤구병, 보리, 1995)


끼리끼리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끼리끼리 어울리라고 해야 한다

13


사회성도 기르고 올바른 행동거지가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 둘레도 살피고 올바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13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 그림책을 엮으면서 그림 한 자락 품값이 어마어마한 줄 깨닫고는 몹시 어려웠다

18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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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의존명사 사전
백문식 지음 / 그레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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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6.

까칠읽기 35


《우리말 의존명사 사전》

 백문식

 그레

 2022.9.8.



여러 갈래 낱말책이 두루 있어야 우리말이 발돋움할 만하다고 여긴다. 《우리말 의존명사 사전》은 매인이름씨를 어떻게 다루었을는지 궁금해서 차근차근 읽었는데, 뜬금없는 낱말을 너무 많이 실었다. 뜻풀이를 엮은이가 새로 안 한 듯하다. 여태 나온 숱한 어설픈 낱말책처럼 ‘올림말 뻥튀기’에 얽매이고 말았다.


가밀·가우스·감마·게임·갈·골·길더·길버트

그램·그램당량·그램분자·그램분자부피·그램센티미터·그램원자·그램이온·그램톤·그레이·그레이드·그레인·그로스·그로스톤

궤(?)


이런 매인이름씨를 왜 실었을까? “우리말 매인이름씨 꾸러미”에 왜 바깥말을 잔뜩 싣는가? “끝 = 필(疋)”처럼 다루기도 하는데, 이런 얼거리도 얄궂다.


데 : 어떤 곳·부분이나 요소(구석/점)

뙈기 : 일정하게 경계를 지은 논밭의 구획을 세는 단위

명 : 사람의 수효를 세는 단위

모춤 : 볏모나 모종을 묶은 단을 세는 말


‘데’를 ‘곳’으로 풀 뿐 아니라, ‘부분·요소’로 풀면 어떡하나? 우리말 ‘뙈기’를 “일정하게 경계를 지은 논밭의 구획을 세는”처럼 풀이하면 어쩌지? 우리 낱말책은 우리말로 풀어야 알맞고 올바르다. ‘명’은 ‘사람’을 세는 말이라면, ‘사람’은 뭘까? “볏모나 모종”을 굳이 나란히 적어야 할까? “묶은 단”은 겹말이다. 애써 엮은 땀방울은 값지되, 우리말을 우리말로 살피지 못하거나 않는 대목은 대단히 아쉽고 얄궂다. 말글은 “겨레의 얼”이 아닌 ‘겨레얼’이다. 일본한자말이나 옮김말씨부터 씻거나 털지 않은 채 섣불리 서둘러 엮을 적에는 오히려 한글과 한말을 어지럽히는 수렁에 잠기고 만다.


ㅅㄴㄹ


《우리말 의존명사 사전》(백문식, 그레, 2022)


말과 글은 겨레의 얼이요 문화의 표상이다

→ 말과 글은 겨레얼이요 살림꽃이다

→ 말과 글은 겨레얼이요 살림멋이다

4쪽


지금까지 출간된 국어사전들을 망라하여 그 가운데 의존명사(依存名詞)만 가려 엮은 사전이다

→ 여태까지 나온 우리말꽃을 그러모아 매인이름씨만 가려 엮는다

→ 이제까지 나온 낱말책을 갈무리하여 안옹근이름씨만 가렸다

4쪽


실질적 의미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 속뜻을 넌지시 드러낸다

→ 숨은뜻을 슬쩍 드러낸다

4


일부 의존명사는 통시적으로 의미 변화를 가져왔다

→ 몇몇 매인이름씨는 뜻이 차근차근 바뀐다

→ 여러 안옹근이름씨는 뜻이 이래저래 바뀐다

5쪽


다소 이견이 있는 부분들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미력하나마 표현의 간결성과 적확성(的確性)을 기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기획하였다

→ 적잖이 갈리는 곳을 추슬러서 조금이나마 단출하고 알맞게 알리려고 했다

→ 제법 다르게 보는 곳을 간추려 조금이나마 깔끔하고 반듯하게 풀려고 했다

5쪽


편집부에 감사를 드린다

→ 엮어 주셔서 고맙다

5쪽


줄기의 수효를 세는 단위

→ 줄기를 세는 이름

→ 줄기를 세는 말

9


노래의 수를 세는 단위

→ 노래를 세는 이름

→ 노래가 몇인지 세는 말

9


그 성질이나 특징에 따라 종류별로 구별하여

→ 결이나 빛에 따라서

→ 갈래나 모습으로 갈라서

→ 빛이나 쓰임새로 나누어

12


철수의 것이 좋다. 내(나+의) 것

→ 철수 것이 낫다. 내 것

17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틈이나 짬

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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