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7.

읽었습니다 280



  우리가 ‘나무눈’으로 둘레를 본다면 이 터전을 어떻게 가꿀는지 헤아릴 수 있을까요. ‘고양이눈’이며 ‘나비눈’이며 ‘참새눈’으로 서울을 돌아본다면 하루를 어떻게 일굴는지 생각할 수 있을까요. 《고양이 눈으로 산책》은 꼭 고양이 마음이나 눈길로 둘레를 보는 줄거리를 다루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곁에 두는 삶으로 하루를 되새기는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늘 맞이하는 하루는 쳇바퀴일 수 있지만, 모든 나날이 새길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길에 따라서 다릅니다. 눈길과 눈망울에 따라서 달라요. 언제나 꿈을 바라보고 그리며 노래하는 사람이 있고, 똑같이 해야 한다고 투덜대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글을 쓰는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글을 읽는 마음도 이와 같아요. 어느 눈으로 둘레를 보려는지 스스로 곱씹을 일입니다. 어느 눈으로 책을 쥐고서 새롭게 배우며 삭여서 이 터전을 사랑할는지 짚을 적에 스스로 깨어나거나 잠들게 마련입니다.


《고양이 눈으로 산책》(아사오 하루밍/이수미 옮김, 북노마드, 2015.6.26.)


ㅅㄴㄹ


배에 탄 승객들의 머리가 다리 위에서도 잘 보인다

→ 배에 탄 사람들 머리가 다리에서도 잘 보인다

→ 뱃손님 머리가 다리에서도 잘 보인다

12쪽


차이나타운에서 나와 작은 강을 넘으면 곧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고

→ 중국마을에서 나와 작은 내를 넘으면 곧 가파르고

→ 중국골목에서 나와 시냇물을 넘으면 곧 가파르고

27쪽


그건 신혼부부가 독신인 나에게 첫날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 꽃살림짝이 홀몸인 나한테 첫날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다

→ 새살림짝이 혼살림인 나한테 첫날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꼴이다

31쪽


배가 불러도 먹게 될 때가 있어요

→ 배가 불러도 먹을 때가 있어요

42쪽


아케이드를 빠져나오니 거리 폭이 넓어지면서 시야가 확 트였고

→ 가겟골을 빠져나오니 거리가 넓고 눈길이 확 트이고

→ 저잣길을 빠져나오니 거리가 넓고 눈앞이 확 트이고

50쪽


그런데 지붕 위라니, 제법 상쾌할 것 같다

→ 그런데 지붕이라니, 제법 시원할 듯하다

81쪽


내 안의 고양이가 인솔한다

→ 마음속 고양이가 이끈다

129쪽


클라이맥스의 가장 큰 불꽃이 터진다

→ 바야흐로 가장 큰 불꽃이 터진다

→ 드디어 가장 큰 불꽃이 터진다

158쪽


골동품 업자가 2시에 오니까

→ 옛것팔이가 2시에 오니까

→ 옛살림팔이가 2시에 오니까

208쪽


택배 상자에 넣고 얼른 테이프로 봉했다

→ 짐꾸러미에 넣고 얼른 감싼다

→ 짐붙이에 넣고 얼른 붙인다

2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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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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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7.

읽었습니다 239



  풀 한 포기가 대수롭습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풀한테서 옵니다. 우리는 풀을 그대로 풀밥(채식·비건)으로 삼기도 하고, ‘풀을 밥으로 삼는 짐승’을 고기밥으로 삼기도 합니다. 곧장 먹든 에돌아 먹든 누구나 풀을 먹습니다. 그런데 모든 풀은 해와 바람과 비를 먹습니다. 해바람비를 안 먹는 풀이라면 안 싱그럽습니다. 좋은풀과 나쁜풀은 따로 없습니다. 이 별에서 돋는 모든 풀은 모든 숨결을 살리는 밑동이요, 해바람비가 바로 모든 숨빛을 이루는 바탕입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열세 가지 낟알이나 열매나 남새를 여러 나라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었는지 짚습니다. 이 얼거리는 여러모로 뜻있기는 하지만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줄거리보다는 “주먹·힘(독재·권력)으로 부리며 이웃을 괴롭히는 짓을 일삼았다”고 보아야 어울린다고 느껴요. 무엇보다도 발자취(역사·세계사)를 너무 우두머리 쪽에서만 바라보는군요. 푸른별에서 밑동을 이루는 풀처럼, 이 별에서 바탕을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 자리에서 바라본다면 ‘세계사’라는 으리으리한 이름이 아닌 ‘살림살이’라는 조촐한 눈빛으로 여러 낟알과 열매와 남새를 알뜰살뜰 사랑하며 돌본 손길을 들려줄 만했을 텐데 싶어서 아쉽습니다. 어떤 풀도 서로 싸우지 않습니다만, 글쓴이는 ‘풀’이 아닌 ‘잡초’로 보면서 ‘싸움’을 너무 좋아한다고 느껴요.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019.8.8.)


#稻垣榮洋 #世界史を変えた植物


ㅅㄴㄹ


감자의 존재를 몰랐던 유럽인 중에는

→ 감자를 모른 하늬사람 가운데

30쪽


밀이 자라지 못하는 한랭기후와 척박한 토지에서도

→ 밀이 자라지 못하는 찬바람에 메마른 땅에서도

→ 밀이 자라지 못하는 추위에 거친 땅에서도

42쪽


관상용 식물로만 재배했다

→ 구경풀꽃으로만 길렀다

→ 보임풀꽃으로만 심었다

62쪽


중재 노력으로 문제가 표면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 다독여서 일이 얼핏 풀린 듯하였으나 정작 그렇지 않았다

→ 사이에 거들어 말썽을 살짝 푼 듯하였으나 막상 아니었다

82쪽


세 가지 음료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물질이 바로

→ 세 가지 마실거리에 들었으니 바로

→ 세 가지 물에 나란히 들었으니 바로

107쪽


온갖 진귀한 식물을 유럽으로 전파한 인물이기도 하다

→ 온갖 값진 풀꽃을 하늬녘으로 옮긴 사람이기도 하다

→ 온갖 드문 푸나무를 하늬로 퍼뜨린 옮기기도 했다

162쪽


단백질은 식물의 몸을 만드는 기본적인 영양분이라

→ 흰자는 풀줄기를 이루는 밑밥이라

→ 흰자위는 풀포기를 이루는 밑동이라

2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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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안 제멋대로 고양이
토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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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6.

읽었습니다 308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들고양이는 쓰레기자루를 뜯어서 뒤적입니다. 사냥감이 줄거나 사라졌으니 어쩔 길이 없습니다. 고양이로서는 새가 더없이 맛나지만, 서울에서는 부릉부릉 매캐하니 새가 사라지고, 시골은 풀죽임물 탓에 새가 줄어요. 이러면서 오직 집에서만 지내는 고양이가 부쩍 늘고, 먹이(사료)를 사고파는 가게가 대단히 많습니다. 《내 방 안 제멋대로 고양이》는 집순이로 그림꽃을 여며야 하는 분이 집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겪은 일을 담습니다. 고양이만큼은 집살이에 길들어도 사냥솜씨를 잃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앞으로 서른 해나 쉰 해가 더 지나면 고양이도 바뀔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늘빛과 바람맛과 물결을 이제 거의 못 느끼듯, 고양이도 들빛을 잃을 만합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가 스스로 쓰는 ‘하루글’도, 개나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담는 글그림도 어쩐지 ‘틀에 갇힌 쳇바퀴’ 같은 줄거리를 맴돌아요. 곁에서 아끼는 마음이야 안 나쁠 테지만, 우리가 나란히 잃고 잊는 들빛은 언제쯤 차분히 바라볼 수 있으려나요.


《내 방 안 제멋대로 고양이》(TONO/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2.12.15.)


ㅅㄴㄹ


고작 30분 만에 원상복귀

→ 고작 30분 만에 처음으로

→ 고작 30분 만에 제자리

5쪽


오늘도 고양이의 항문을 실컷 구경하고 있는

→ 오늘도 고양이 똥구멍을 실컷 구경하는

9쪽


엉덩이를 핥아서 배변을 돕거든요

→ 엉덩이를 핥아 똥누기를 돕거든요

→ 엉덩이를 핥아 뒤보기를 돕거든요

11쪽


오히려 고양이의 호의죠

→ 오히려 고양이가 베풀죠

→ 오히려 고양이 사랑이죠

11쪽


고양이한테 때때로 폭언

→ 고양이한테 때때로 막말

→ 고양이한테 때로 구정말

→ 고양이한테 때로 거친말

13쪽


고양이의 고의였다는 게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 고양이가 부러 한 줄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 고양이가 대놓고 한 줄 밝혀냈습니다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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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
김세준.유희성 지음, 이정서 아트디렉터 / 나비의활주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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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5.

읽었습니다 325



  2011년에 나온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을 2024년에 비로소 읽습니다. 지난 2011년 무렵에 고을지기를 하던 분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나, 막상 그즈음에도 ‘핵발전소’를 이 시골에 끌어들이려 했고, 이 삽질이 막힌 다음에는 ‘화력발전소’를 품으려고 했습니다. 둘 다 막히고서는 ‘폐기물발전소’를 몰래 세우려다가 막히는데, 어느새 햇볕판하고 바람개비를 곳곳에 엄청나게 박더군요. 전라남도나 고흥은 “지붕 없는 삽질판”입니다. 들숲바다가 아름답다고 손꼽히고,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고을이요, 맨눈으로 미리내를 볼 만큼 하늘까지 맑지만, 이런 숲터를 푸르게 가꾸려는 일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새일꾼이 나타날까요? 이제부터는 시골살림을 시골스럽게 추스르면서 풀죽임물을 안 쓰는 길로 접어들기를 바라요. 돈으로만 밀어붙이는 겉치레나 눈가림이 아닌, 시골아이가 시골을 사랑하는 배움판을 펼 노릇입니다. 한 손에는 호미를 쥐면서, 다른 손에는 붓을 쥐는 아이어른이 늘어야 시골빛을 맑고 밝게 살릴 수 있습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은 마치 딴고을을 구경하듯 치레하는 듯싶습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김세준·유희성, 나비의활주로, 2011.8.2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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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장진영 만화모음 3
장진영 지음 / 정음서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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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31.

까칠읽기 38


《나선》

 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나선》(장진영, 정음서원, 2020)을 읽고서 여러모로 놀랐으나, 이내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하다. 나도 이미 1994∼1999년 사이에 ‘대학교 운동권’이 어떤 민낯인지 환하게 겪고 본 바 있다. 그림꽃 《나선》은 그야말로 민낯을 그려낸다. 뒤틀리고 시커먼 이 나라를 바로잡거나 갈아엎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먹물’은 똑같이 ‘시컴물(시커먼 더럼물)’이었다는 대목을 차분히 풀어낸다. 38쪽에도 나오듯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독재자!!”나 “교주!!”라는 말처럼, 숱한 ‘대학교 운동권’은 또 다른 독재와 교주 노릇을 했다.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털고 씻고 치울 창피한 민낯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창피한 민낯을 안 털었고 안 씻었고 안 치웠다. ‘국민’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무리도 허울스럽고 껍데기일 뿐 아니라, ‘민주’와 ‘정의’와 ‘녹색’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무리도 허울스럽고 껍데기이다. 이들은 크고작은 그릇만 다를 뿐, 똑같이 엉큼질(성추행)에 뒷돈에 막짓(갑질)을 일삼았다. 이들은 입으로는 옳거나 바르거나 참되게 나아가겠다고 밝히지만, 정작 엉큼질과 뒷돈과 막짓을 멈추지 않는다.


보라, 어느 국회의원이 걸어다니는가? 어느 시장과 군수가 버스를 타는가? 어느 장관이나 기관장이 두바퀴(자전거)로 집과 일터 사이를 오가는가? 그런데 높은자리 벼슬꾼뿐 아니라 여느 벼슬꾼도 안 걷고 버스를 안 타고 두바퀴를 안 달리기 일쑤이다. 높건 낮건 모두 쇳덩이(자가용)에 갇힌 채 ‘사람들(이웃)과 동떨어진 곳’에 가만히 앉아서 책상물림 먹물바치 노릇이다.


190쪽에 나오는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다들 돌아왔는데, 걔만 유독 그러네.” 같은 말이 ‘운동권 민낯’을 잘 드러낸다. 참말로 제대로 너울을 일으키려고 했던 이들은 그곳(현장)에 그대로 남아서 살림을 짓는다. 이와 달리 한몫 잡는 ‘이름(빛나는 경력)’을 얻으려고 했던 이들은 ‘운동권·농활·공활·위장취업’이라는 보람(훈장)을 주렁주렁 달고서, ‘국민·민주·정의·녹색’이라는 이름을 떵떵거리듯 높인다.


보라, 이들 가운데 서울 아닌 시골에서 텃밭을 짓는 살림을 꾸리며 아이를 돌보는 이는 몇이나 있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이들 가운데 ‘양복·자가용·아파트’를 처음부터 손에 안 쥐면서, 수수한 차림새로 걸어다니는 이는 몇이나 되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그들은 심부름꾼이 아닌 벼슬꾼이자 ‘독재자·교주’라고 여겨야 맞다. 그들은 ‘독재자·교주’이기 때문에 ‘자가운전’조차 안 하면서 ‘운전수’를 둔다. 까맣고 커다란 쇳덩이에 운전수를 둔 모든 이들은 ‘정치·행정’을 하는 일꾼이 아닌, 그저 돈바라기 독재자·교주일 뿐이다.


ㅅㄴㄹ


“세상 많이 좋아졌네. 여자가 당구를 다 치구!!” (15쪽)


“자네 집안에 좌익활동을 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자네 부모한테 물어보면 잘 알지 않겠나?” (22쪽)


“ㅊㄱ을 읽다 보니 소중한 게 뭔지를 알겠더구나! 좌익이니 우익이니 이런 거 모를 때 말이다, 우리 농촌에는 서로 돕고 아끼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더구나.” (29쪽)


“삼춘이 말씀하시던 운동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의 모습에서 느끼는 차이는 무얼까?” (35쪽)


“이동수 선배는 신이더라구! 살아 있는 신!! 킥킥. 교주!!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독재자!!”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그만큼 뛰어나니까 그런 게 아니겠어? 역사를 보더라도 위인은 항상 있었고, 위대한 사상가는 한 시대를 좌우했잖아.” “그런 거완 차원이 달라!! 어떻게 다들 한 사람의 의견을 아무런 문제 없이 맹종할 수 있느냐 이거지!!” (38쪽)


“이동수 선배는 형사들이 올 줄 알고 있었니?” “응!” “어떻게 알았지?” “사실은, 우리 화실이 모임장소였거든!!” (58쪽)


“어쨌든 고맙네요. 우리 일인데.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 줘서. 하지만 갑자기 허전해진 건 사실이에요. 이런 생각 하면 안 되겠지만, 형이 그동안 우리에게 베푼 호의가 꿍꿍이속에서 나온 것만 아니겠지요. 형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나겠지요. 우린 다르니까요. 우리야 어쩔 수 없는 노동자 신세지만, 형은 갈 곳이 많은 사람이에요.” (115쪽)


“이동수 선배님은 만나봤니?” “민중당 활동을 한 이후로 거의 만나게 되질 않아!” (155쪽)


“유능한 인권변호사와 촉망받는 여류화가께서 화촉을 밝히는데, 허허.” “소문에 선배님은 정치에 손을 끊으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손을 끊은 건 아니고, 당분간 전공을 살려 사업을 해야겠어!” “참! 복학은 하셨죠?” “응! 한 학기 남았지!! 이 나이에 학교에 다닐려니 후배들하고 세대차가 느껴지더라고!!” (185쪽)


“첨! 옹접이는 왜 얼굴이 안 보이지?” “…….” “아직도 현장에 있나?” “사실 나도 바쁘긴 했지만, 서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랩니다.” (186쪽)


“신혼 살림집은 어디다 구했나?”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그래! 그럼 이제 발바닥 맞을 일만 남았군!” “어이쿠, 살려 주십시오.” (187쪽)


“다들 왔는데 옹접이만 빠졌어!”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다들 돌아왔는데, 걔만 유독 그러네.” (190쪽)


+


나도 아들딸 한 타스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잉

→ 나도 아들딸 열둘 낳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잉

→ 나도 아들딸 꾸러미로 낳고 잘살아야 하지 않겠어요잉

13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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