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 어느 날 내가 주운 것은 곤충학자의 수첩이었다
마루야마 무네토시 지음,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에그박사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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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8.

까칠읽기 13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마루야마 무네토시 글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7.15.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마루야마 무네토시·주에키 타로/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언제나 벌레 곁에서” 보내는 살림을 들려주는 꾸러미이다. ‘벌레 한살이’를 지켜보기는 하되, 오롯이 ‘생물학자 자리’에 머무른다. 이 꾸러미는 아이가 어른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얼거리로 담았다. 앞서 다른 어른이 갈무리한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배우기만 한다.


흔히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고 이끈다”고 여기지만, “아이가 어른을 가르치고 이끈다”고 해야 올바르다고 느낀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어른을 가르치면서 이끌려고 태어난다. 어른을 가르치면서 이끌던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새롭게 어른 자리에 서면, 이제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 태어난 아이”한테서 배운다.


아이는 다른 어른처럼 ‘학자·전문가’로 안 산다. 아이는 언제나 무당벌레말을 하고 하늘소말을 하고 매미말을 한다. 아이는 나비말을 하고 개미말을 하고 거미말을 한다. 이리하여 ‘학자·전문가’로서는 바라보지 못 하거나 느끼지 못 하는 대목을 아이한테서 배우게 마련이다.


나무도 말을 한다. 돌과 모래도 말을 한다. 잠자리와 새도 말을 한다. 그런데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에 나오는 아이는 어느 벌레하고도 말을 안 나눌 뿐 아니라, 말을 나누려는 마음부터 없다.


더 들여다본다면,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같은 이름이 썩 맞갖지 않다. 어린이한테 쓸 만한 말이 아니다. 무늬는 한글이어도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이다. 철마다 벌레를 지켜보는데, 벌레하고 한해살림을 그리는데, 어린이 눈높이에서 말과 숲과 들살림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생물 + 학’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를 빈다. ‘숨결 + 곁’이라는 살림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丸山宗利 #じゅえき太?

#丸山宗利じゅえき太?の秘昆?手帳


+


야행성이라서 밤에 가로등 주변을 찾아보면 되는 거였구나

→ 낮눈이라서 밤에 거리불 둘레를 찾아보면 되는구나

→ 낮길이라서 밤에 길불 언저리를 찾아보면 되는구나

6


진한 청색이 더욱 화려해 보인다

→ 짙파랑이 더욱 눈부시다

→ 파랑이 짙어 더욱 빛난다

19


길가의 꽃에 붙어 있던 벌레

→ 길꽃에 붙은 벌레

21


나무쑥갓 위에 앉아 있던 녀석은

→ 나무쑥갓에 앉은 녀석은

21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 이제 봄날이다

→ 바야흐로 봄날이다

24쪽


양배추 같은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잎과

→ 애벌레 먹이가 되는 동글배추 같은 풀잎과

25


산호랑나비가 옆집 정원에 심겨 있는 파슬리 주변을 날고 있었다

→ 멧범나비가 옆집 뜰에 심은 파슬리 둘레를 난다

28


어미의 사체를 먹으면서 성충으로 자라겠지

→ 어미 주검을 먹으면서 어른벌레로 자라겠지

33


나중에 괭이밥을 보게 되면

→ 나중에 괭이밥을 보면

39


이런 환경이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커졌다

→ 이런 곳이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듯하여 설렌다

→ 이런 데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듯하여 두근거린다

50


1주일가량 지나서 처음으로 탈피를 하면 2령 애벌레가 된다

→ 이레쯤 지나서 처음으로 허물벗기를 하면 2곬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처음으로 허물을 벗으면 2살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첫 허물벗기를 하면 2길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첫 허물을 벗으면 2벌 애벌레이다

54


몇 그루에서 나무진(수액)이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

→ 몇 그루에서 나무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다

59


나방을 잡는 데 사용할 라이트 트랩(light trap)을 만들어 주었다

→ 나방을 잡을 때 쓸 빛덫을 꾸려 주었다

→ 나방을 잡는 빛살덫을 엮어 주었다

60

등화채집


물방개도 보고 싶어졌다

→ 물방개도 보고 싶다

69


사육상자 안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게 되거든

→ 키움집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거든

→ 돌봄집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거든

8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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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23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정은서 옮김 / 거북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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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2024.6.5.

까칠읽기 12


《보노보노 23》

 이가라시 미키오

 서미경 옮김

 서울문화사

 2004.11.20.



《보노보노 23》(이가라시 미키오/서미경 옮김, 서울문화사, 2004)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설 즈음 처음 만났고, 그무렵 일본글을 배우면서 이 그림꽃하고 〈이웃집 토토로〉를 함께 보았다. 일본 그림꽃을 함께 읽으면 일본말을 익히기 쉽다고 했는데, 《보노보노》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말글이 일본말을 익히는 글에 이바지할는지 잘 모르겠다. 《보노보노》는 늘 쌈박질에 괴롭힘질이 춤추는 말씨요, 〈이웃집 토토로〉는 얼핏 따사롭게 보이는 시골마을 모습이지만 막상 일본이 일으켜서 와르르 무너진 이웃나라 시골과 삶터를 등진 얼거리이다. 《보노보노》나 나쁜책이라고는 안 느낀다. 그러나 어린이한테는 안 어울리고, 적잖은 어른한테도 거북할 만하다.


어린이한테 어울리면서 어른한테도 삶을 일깨우면서 살림길을 들려주는 알맞춤한 그림꽃이라면 《도라에몽》하고 《우주소년 아톰》이겠지. 여느 삶자리에서 오가는 일본말을 눈여겨보고 싶다면 《이 세상의 한 구석에》가 어울릴 만하다고 본다.


익살이나 우스개라고 눙친다지만, 툭하면 나오는 발길질이나 사납말로 어떻게 동무로 지낼 수 있을까? ‘때리는 놈’ 자리가 아닌 ‘맞는 쪽’에 선다면, 이런 줄거리를 짤 수 있을까? 얼핏 숲과 바다를 곁에 두는 터전을 그리는 듯싶으나, 굴레 같은 사람살이를 그대로 옮긴 《보노보노》라고 느낀다.


ㅅㄴㄹ


#ぼのぼの #五十嵐三喜夫


계속 이 바위산에서 살고 있어

→ 내내 이 바윗골에서 살아

→ 늘 이 바윗메에서 살아

22쪽


삐뽀 씨의 결혼에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

→ 삐뽀 씨가 짝을 맺어서 안 좋아하셔

→ 삐뽀 씨네 꽃살림을 못마땅해 하셔

110쪽


삐뽀 내외를 만나러 갈 거야

→ 삐뽀네를 만나러 갈 테야

→ 삐뽀 집안을 만나러 가

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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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판 오르페우스의 창 18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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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3.

까칠읽기 11


《오르페우스의 창 18》

 이케다 리에코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2.9.15.



《오르페우스의 창 18》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1975년부터 1981년 사이에 나온 그림꽃을 돌아본다. 내가 태어난 해에 나온 이 그림꽃은 알게 모르게 몰래책(해적판)이 으레 나왔고, 나는 대여섯 살 즈음 몰래책으로 처음 보았을 텐데, 그때에는 ‘러시아사람 이름’이 너무 헷갈려서 줄거리부터 종잡지 못 했고,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쩐지 읽기 버거웠다. 차츰 자라는 동안 문득문득 되읽으면서도 ‘안 쉽네’ 하고 느끼다가, 여러모로 온누리 발자취를 천천히 익히는 동안 ‘왜 이렇게 그렸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웃나라에서는 1975년 무렵에 이렇게 줄거리를 잡고서 이야기를 펴야 했으리라 본다. 우리나라로서도 캄캄한 사슬나라를 풀어내려는 마음을 북돋우는 이런 그림꽃이 있어야 했겠지. 그러나 ‘볼셰비키’나 ‘민중’이라고 말해 본들, 《오르페우스의 창》 또는 《올훼스의 창》은 ‘배고프지도 가난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던 윗님’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그치는 줄거리이다.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면서 언제나 날개옷을 차려입는 이들이 다투는 자리를 그릴 뿐, 지난날 수수하게 흙을 일구며 조그마한 흙집에서 살던 시골사람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 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브나로드 운동”이 있었는데 얼마나 웃긴가? 스스로 사람들(민중) 사이에 있지도 않으니 이런 말을 외칠 뿐 아니라, 사람들 곁에 여태 다가가지 않고서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한다는 몸짓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람들 사이에 곁에 있고 싶다면 외치지 말자. 그저 어깨동무하면서 두런두런 마을집과 골목집에서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를 돌보면서 살아가면 넉넉하다. 총칼을 앞세워야 갈아엎지(혁명) 않는다.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시골집 마당에서 나무를 아이하고 함께 심는 손길이 바로 온누리를 갈아엎는(혁명) 씨앗이다.


ㅅㄴㄹ


“네 아들이 어른이 될 무렵에는, 그들은 또 과연 어떤 역사를 만들어 줄까.” (203쪽)


#池田理代子 #オルフェウスの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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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사전
문학3 엮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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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5.31.

까칠읽기 10


《시작하는 사전》

 문학3 엮음

 창비

 2020.12.4.



  《시작詩作하는 사전》을 여민 뜻은 훌륭하다고 느끼지만, 알맹이는 뜻밖에 너무 허술해서 놀랐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저마다 글을 쓰면 다 다르게 이야기를 담아내야 맞는데, 이 책에 실린 글은 마치 ‘한 사람’이 쓴 듯싶더라.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에,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말해야 맞다. 그래서 예전에는 고장마다 사투리가 달랐고, 고을마다 또 사투리가 달랐고, 마을마다 다시 사투리가 달랐으며, 집집마다 사투리가 달랐는데, 한집에서 엄마아빠랑 아이들 사투리가 새삼스레 달랐다.


  전라북도 사람과 전라남도 사람이 같은 사투리를 쓰겠는가? 터무니없다. 대구사람과 부산사람이 같은 사투리를 쓸까? 말도 안 된다. 인천 남구와 중구와 동구와 북구와 서구 사람이 같은 인천말을 쓸까? 아니다. 인천 남구 숭의동과 용현동과 주안동과 도화동도 인천말이 다른데, 도화1동과 도화2동과 도화3동도 말씨가 다르다.


  왜 사투리는 이렇게 다를까?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다를 뿐 아니라, 모든 마을이 다르고, 모든 골목이 다르며, 모든 들숲바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작詩作하는 사전》은 왜 ‘여러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이 쓴 글 같을까?


  요사이는 ‘글바치(문인·작가)’가 거의 서울에 몰려서 산다. 그리고 웬만한 글바치는 ‘잿집(아파트)’에 산다. 서울 아닌 곳에 살아도 ‘서울바라기’를 하고, ‘서울로(in Seoul)’를 꿈꾼다. 이러다 보니, 오늘날에는 서울글바치도 부산글바치도 글이 비슷하거나 같다. 오늘날에는 광주글바치도 대전글바치도 글이 닮거나 같다.


  모처럼 뜻깊에 “노래를 짓는 꾸러미”를 엮기로 했다면 ‘한 사람’ 같은 글이 아니라, ‘다 다른 목소리와 숨결과 살림과 사랑’을 담아내야 어울릴 텐데, 엮은이도 글쓴이도 이 대목을 놓치거나 볼 마음이 없거나 대수롭잖게 넘겼다고 느낀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아프다.


ㅅㄴㄹ


나뭇가지 : 하늘에 피어난 산호珊瑚. (37쪽)


노래 : 잊지 않을 거라는 거짓말. (45쪽)


아침 :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공간을 후비고 다니는 사람이 된다. (129쪽)


예배禮拜 : 눈을 뜨면 사라지는 믿음. (1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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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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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5.26.

까칠읽기 9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2016.10.14.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을 읽으면서 지나간 1982년을 떠올린다. 나는 이해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갔고, 윗내기인 1974년에 태어난 언니하고 1975년에 태어난 또래가 확 다를 뿐 아니라, 동생인 1976년 아이들도 훅 다른 줄 느꼈다.


  우리나라만큼 나라가 와장창 뒤엎히며 바뀌는 곳이 없다. 나나 언니는 한두 시간뿐 아니라 서너 시간쯤 가볍게 걷던 길이 어느덧 동생들한테는 ‘시내버스’로 차츰 바뀌고, 1982년에 태어난 까마득한 동생이 어린배움터에 들어갈 즈음에는 둘레에 ‘자가용’을 ‘프라이드’부터 장만하는 이웃이 조금씩 늘었다. 동생이 늘어날수록 ‘자가용 + 아파트’가 무섭도록 늘더니, 어느새 작은 골목집에서 사는 동생을 웬만해서는 못 만났다.


  우리 집 곁님은 1980년에 태어났고, 곁님 또래뿐 아니라 내 또래도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듯 ‘시내버스에서 타고내릴 적에 으스스한 사내나 아저씨’가 따라붙는 소름돋는 일을 겪었다. 그런데 이 일은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똑같이 겪었다. 사람잡이(인신매매)와 양아치(깡패)는 순이만 가리지 않았다. 엉큼질(성추행)을 저지르는 놈은 순이돌이 모두한테 저지른다. 엉큼질을 겪은 돌이가 입꾹닫을 해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다. 싸움터(군대)뿐 아니라 배움터와 마을과 여느 살림집에서도 ‘돌이를 괴롭히는 엉큼짓’이 숱하다.


  《82년생 김지영》은 얼핏 차분하게 잘 쓴 글 같으나, 곰곰이 새길수록 어쩐지 “이 나라에서 사내는 느긋하게 잘 살았잖아?” 하고 비웃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순이한테 아늑한 터전”이 아니기는 한데, “돌이한테도 나란히 아늑하지 않은 터전”이다. 힘꾼과 이름꾼과 돈꾼이 아니면 모든 순이돌이가 고단하고 괴롭고 다치고 아플 뿐 아니라 목숨까지 쉽게 빼앗기는 불수렁이라고 할 만하다.


  아무래도 순이와 돌이 삶길을 나란히 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 그나마 ‘아픈순이’는 여러모로 멍울을 밝히거나 털어놓는 수다라도 하는데, ‘아픈돌이’는 오히려 웅크리면서 입을 꿰매고 마니까, 글님으로서는 ‘몰랐’을 수 있다. 1982년에 들어간 어린배움터에서 날마다 겪은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선생님, 왜 남자만 더 세게 많이 때려요? 여자도 똑같이 세게 많이 때려 주세요!” 하고 외치는 동무가 꽤 있었다. 철없는 사내는 ‘학교폭력’이라는 대목을 깨닫고서 없애도록 힘쓰기보다는 “너희(순이)도 좀 똑같이 얻어터져 봐!” 하는 부아를 내기 일쑤였다.


  똑같이 숙제를 안 했거나, 지각·결석을 했거나, 돈(육성회비·방위성금·갖가지 회비)을 안 냈거나, 크리스마스실을 안 샀거나, 가을에 국화를 안 샀거나, 폐품을 안 냈거나, ‘학교에 내는 쌀’을 안 가져오면, 사내가 열 대를 맞을 적에 가시내는 한두 대를 맞거나 안 맞았다. 사내가 뺨을 맞으면 가시내는 손바닥을 맞거나 안 맞았다. 사내가 엉덩이와 허벅지에 밀대자루로 피멍이 들도록 맞으면 가시내는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거나 안 맞았다. 사내가 운동장 열 바퀴를 돌면 가시내는 운동장 한 바퀴를 돌거나 구경을 했다. 안 맞거나 구경을 하는 적잖은 가시내는 얻어터지거나 운동장을 도는 사내한테 혀를 내밀거나 놀리기 일쑤였다. 이러다 보니, 어린배움터 여섯 해 내내 순이돌이는 날마다 힘겨루기에 쌈박질이었다.


  1994년에 들어간 대학교에서 겪은 여러 일을 돌아본다. 똑같은 술자리를 마칠 즈음, 여학생은 선배들이 택시를 태워서 따로 한 사람씩 집에 보낸다. 남학생은 길바닥에서 한뎃잠을 이루거나, 동아리방이나 과방에서 덜덜 떨면서 서로 부둥켜안으며 새벽이 밝기를 기다렸다. 또는 밤을 새워 집까지 걸어갔다. 나는 처음에는 서울 이문동에서 인천 연수동까지 밤새워서 걷다가, 나중에는 그냥 한뎃잠을 이루면서 덜덜 떨다가 새벽 첫 전철로 집으로 얼른 돌아가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학교로 왔다.


  이 나라를 버티는 나라힘(국가권력)을 되새겨 본다. 나라(정부·기득권)는 자꾸 순이돌이가 서로 다투면서 스스로 갈라치기를 하라고 내모는구나 싶다. 왜 순이돌이가 다투거나 싸워야 하는가? 둘은 서로 다르게 짓밟히고 억눌리고 시달리고 들볶이면서, 서로 다르게 피멍이 들 뿐 아니라 목숨을 빼앗긴 동무와 언니와 동생이 있는, 서로 다르지만 나란히 아픈 사이 아닌가?


  누가 더 아프거나 고달팠다고 말할 일이란 없다. 서로 어떻게 달리 아프고 고달팠는지 흉허물없이 털어놓으면서 서로 토닥일 수 있는 길을 바라보고 열고 틔울 노릇이라고 본다.


  이곳뿐 아니라 이 별은, 딸한테도 아들한테도 서로 아름답게 살아가면서 사랑으로 살림을 지을 터전으로 거듭날 노릇이어야지 싶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살림꾼으로서 새롭게 일어설 노릇이어야지 싶다.


  집안일은 누가 해야 할까? 나라일은 누가 맡아야 할까? 마을일은 누가 해야 할까? 이 별을 사랑하는 길은 뭘까? 집안일은 순이도 돌이도 함께 맡을 노릇이요, 둘 모두 “모든 집안일을 살뜰히 건사할 줄 알아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쓴 글님이 ‘새길’을 바라보려는 눈이었다면 줄거리나 글결이 아주 달랐으리라 본다. 1982년에도 2022년에도 ‘지영’이만 태어나지 않았고, ‘지영’은 순이한테뿐 아니라 돌이한테도 흔한 이름이다. “두 지영 씨”가 있는데, “따돌림받은 다른 지영 씨”를 너무 모르려 하거나 아예 등돌려 버린다면, 어깨동무가 없는 길이라면, 그곳에서는 ‘사랑’뿐 아니라 ‘기쁨’도 ‘즐거움’도 ‘살림’도 ‘꿈’도 ‘씨앗’도 없는, 오직 힘(권력)·돈(재산)·이름(명예)만 드날릴 뿐이다.


ㅅㄴㄹ


김지영 씨가 딸의 육아를 전담한다

→ 김지영 씨가 딸을 도맡는다

→ 김지영 씨가 딸을 혼자 돌본다

9쪽


이건 또 무슨 유체 이탈 화법이야

→ 아니 또 무슨 넋나간 말씨야

→ 또 무슨 얼나간 소리야

12쪽


어떻게 그런 끔찍한 주사가 있을까 새삼 몸서리를 쳤다

→ 어떻게 그리 끔찍히 술지랄일까 새삼 몸서리를 쳤다

→ 어떻게 그리 곤드레할까 새삼 몸서리를 쳤다

14쪽


거대한 빙하 위에 온 가족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 얼음장에 온집안이 앉은 듯했다

→ 얼음판에 온사람이 앉은 듯했다

17쪽


안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최대한 걷어 올리고

→ 안 그래도 짧은 치마를 더 걷어올리고

35쪽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빠르게 되짚어 봤지만

→ 그동안 있던 일을 얼른 되짚어 봤지만

→ 그동안을 훅 되짚어 봤지만

→ 여태 겪은 일을 휙 되짚어 봤지만

41쪽


오래된 주택을 조금씩 고치다 보니 재래식과 현대식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 오래된 집을 조금씩 고치다 보니 옛틀과 새틀이 섞였다

→ 오래된 집을 조금씩 고치다 보니 예스러우면서 새로웠다

48쪽


김지영 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 김지영 씨는 낫다

→ 김지영 씨는 좀 낫다

64쪽


행인 한 명 지나가지 않았고

→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고

→ 한 사람도 안 지나갔고

67쪽


두 사람 사이에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남아 있던 어느 날

→ 두 사람 사이가 아직 쌀쌀하던 어느 날

→ 두 사람이 그대로 차갑던 어느 날

→ 둘이 아직 싸늘히 지내던 어느 날 

77쪽


어머니는 김지영 씨의 불안감을 단 한 마디로 잠재웠다

→ 어머니는 김지영 씨 걱정을 딱 한 마디로 잠재웠다

→ 어머니는 걱정하는 김지영씨를 한 마디로 잠재웠다

79쪽


고향에 내려가 1년만 돈을 벌겠다고 했다

→ 집에 가서 한 해만 돈을 벌겠다고 했다

85쪽


꽃이니 홍일점이니 하면서

→ 꽃이니 혼꽃이니 하면서

→ 꽃이니 홀꽃이니 하면서

91쪽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 술을 즐기지만

→ 술을 즐겨 마시지만

93쪽


귀를 살짝 덮는 길이의 단발머리를 하고

→ 귀를 살짝 덮는 머리를 하고

→ 귀밑머리를 하고

101쪽


대답 하나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 말 하나로 붙거나 떨어지지 않는다고

→ 한마디 때문에 바뀌지는 않는다고

102쪽


정대현 씨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 정대현 씨 말에 불끈하지 않고

→ 정대현 씨한테 바글대지 않고

137쪽


순진한 소리를 해서 그랬는지

→ 철없는 소리를 해서 그랬는지

→ 몰라서 그랬는지

160쪽


김지영 씨의 인생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이 정도다

→ 김지영 씨가 살아온 날을 이쯤 추스를 수 있다

→ 김지영 씨가 보낸 나날을 이렇게 적어 본다

→ 김지영 씨 발자국을 얼추 이렇게 적어 본다

169쪽


김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

→ 김지영 씨도 그러기를 바란다

→ 김지영 씨도 그러기를 빈다

174쪽


딸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하고,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딸이 살아갈 나라는 제가 살아온 나라보다 나은 곳이어야 하고, 나으리라 믿고, 낫도록 애씁니다

→ 딸이 살아갈 곳은 제가 살아온 곳보다 나아야 하고, 나으리라 믿고, 낫도록 힘씁니다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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