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판 오르페우스의 창 18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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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3.

까칠읽기 11


《오르페우스의 창 18》

 이케다 리에코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2.9.15.



《오르페우스의 창 18》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1975년부터 1981년 사이에 나온 그림꽃을 돌아본다. 내가 태어난 해에 나온 이 그림꽃은 알게 모르게 몰래책(해적판)이 으레 나왔고, 나는 대여섯 살 즈음 몰래책으로 처음 보았을 텐데, 그때에는 ‘러시아사람 이름’이 너무 헷갈려서 줄거리부터 종잡지 못 했고,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쩐지 읽기 버거웠다. 차츰 자라는 동안 문득문득 되읽으면서도 ‘안 쉽네’ 하고 느끼다가, 여러모로 온누리 발자취를 천천히 익히는 동안 ‘왜 이렇게 그렸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웃나라에서는 1975년 무렵에 이렇게 줄거리를 잡고서 이야기를 펴야 했으리라 본다. 우리나라로서도 캄캄한 사슬나라를 풀어내려는 마음을 북돋우는 이런 그림꽃이 있어야 했겠지. 그러나 ‘볼셰비키’나 ‘민중’이라고 말해 본들, 《오르페우스의 창》 또는 《올훼스의 창》은 ‘배고프지도 가난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던 윗님’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그치는 줄거리이다.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면서 언제나 날개옷을 차려입는 이들이 다투는 자리를 그릴 뿐, 지난날 수수하게 흙을 일구며 조그마한 흙집에서 살던 시골사람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 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브나로드 운동”이 있었는데 얼마나 웃긴가? 스스로 사람들(민중) 사이에 있지도 않으니 이런 말을 외칠 뿐 아니라, 사람들 곁에 여태 다가가지 않고서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한다는 몸짓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람들 사이에 곁에 있고 싶다면 외치지 말자. 그저 어깨동무하면서 두런두런 마을집과 골목집에서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를 돌보면서 살아가면 넉넉하다. 총칼을 앞세워야 갈아엎지(혁명) 않는다.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시골집 마당에서 나무를 아이하고 함께 심는 손길이 바로 온누리를 갈아엎는(혁명) 씨앗이다.


ㅅㄴㄹ


“네 아들이 어른이 될 무렵에는, 그들은 또 과연 어떤 역사를 만들어 줄까.” (203쪽)


#池田理代子 #オルフェウスの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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