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 어느 날 내가 주운 것은 곤충학자의 수첩이었다
마루야마 무네토시 지음,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에그박사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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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8.

까칠읽기 13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마루야마 무네토시 글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7.15.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마루야마 무네토시·주에키 타로/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언제나 벌레 곁에서” 보내는 살림을 들려주는 꾸러미이다. ‘벌레 한살이’를 지켜보기는 하되, 오롯이 ‘생물학자 자리’에 머무른다. 이 꾸러미는 아이가 어른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얼거리로 담았다. 앞서 다른 어른이 갈무리한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배우기만 한다.


흔히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고 이끈다”고 여기지만, “아이가 어른을 가르치고 이끈다”고 해야 올바르다고 느낀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어른을 가르치면서 이끌려고 태어난다. 어른을 가르치면서 이끌던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새롭게 어른 자리에 서면, 이제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 태어난 아이”한테서 배운다.


아이는 다른 어른처럼 ‘학자·전문가’로 안 산다. 아이는 언제나 무당벌레말을 하고 하늘소말을 하고 매미말을 한다. 아이는 나비말을 하고 개미말을 하고 거미말을 한다. 이리하여 ‘학자·전문가’로서는 바라보지 못 하거나 느끼지 못 하는 대목을 아이한테서 배우게 마련이다.


나무도 말을 한다. 돌과 모래도 말을 한다. 잠자리와 새도 말을 한다. 그런데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에 나오는 아이는 어느 벌레하고도 말을 안 나눌 뿐 아니라, 말을 나누려는 마음부터 없다.


더 들여다본다면,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같은 이름이 썩 맞갖지 않다. 어린이한테 쓸 만한 말이 아니다. 무늬는 한글이어도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이다. 철마다 벌레를 지켜보는데, 벌레하고 한해살림을 그리는데, 어린이 눈높이에서 말과 숲과 들살림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생물 + 학’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를 빈다. ‘숨결 + 곁’이라는 살림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丸山宗利 #じゅえき太?

#丸山宗利じゅえき太?の秘昆?手帳


+


야행성이라서 밤에 가로등 주변을 찾아보면 되는 거였구나

→ 낮눈이라서 밤에 거리불 둘레를 찾아보면 되는구나

→ 낮길이라서 밤에 길불 언저리를 찾아보면 되는구나

6


진한 청색이 더욱 화려해 보인다

→ 짙파랑이 더욱 눈부시다

→ 파랑이 짙어 더욱 빛난다

19


길가의 꽃에 붙어 있던 벌레

→ 길꽃에 붙은 벌레

21


나무쑥갓 위에 앉아 있던 녀석은

→ 나무쑥갓에 앉은 녀석은

21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 이제 봄날이다

→ 바야흐로 봄날이다

24쪽


양배추 같은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잎과

→ 애벌레 먹이가 되는 동글배추 같은 풀잎과

25


산호랑나비가 옆집 정원에 심겨 있는 파슬리 주변을 날고 있었다

→ 멧범나비가 옆집 뜰에 심은 파슬리 둘레를 난다

28


어미의 사체를 먹으면서 성충으로 자라겠지

→ 어미 주검을 먹으면서 어른벌레로 자라겠지

33


나중에 괭이밥을 보게 되면

→ 나중에 괭이밥을 보면

39


이런 환경이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커졌다

→ 이런 곳이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듯하여 설렌다

→ 이런 데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듯하여 두근거린다

50


1주일가량 지나서 처음으로 탈피를 하면 2령 애벌레가 된다

→ 이레쯤 지나서 처음으로 허물벗기를 하면 2곬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처음으로 허물을 벗으면 2살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첫 허물벗기를 하면 2길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첫 허물을 벗으면 2벌 애벌레이다

54


몇 그루에서 나무진(수액)이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

→ 몇 그루에서 나무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다

59


나방을 잡는 데 사용할 라이트 트랩(light trap)을 만들어 주었다

→ 나방을 잡을 때 쓸 빛덫을 꾸려 주었다

→ 나방을 잡는 빛살덫을 엮어 주었다

60

등화채집


물방개도 보고 싶어졌다

→ 물방개도 보고 싶다

69


사육상자 안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게 되거든

→ 키움집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거든

→ 돌봄집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거든

8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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