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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일기 - 산의 시간을 그리다
김근희.이담 지음 / 궁리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24.
까칠읽기 27
《설악산 일기》
김근희·이담
궁리
2022.5.10.
부산으로 일하러 온 길에 들른 두 군데 마을책집에 《설악산 일기》(김근희·이담, 궁리, 2022)가 있다. 두툼하고 무겁고 38000원 값이 붙은 이 책을 살까 하고 집어서 편다. 고개를 한참 갸우뚱한다. 두 곳에서 읽다가 내려놓았고, 왜 이렇게 아쉬운지 돌아본다.
풀과 꽃과 나무는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그릴 수 있다. 요새는 찰칵찰칵 찍고 나서 그림칸(화실)에서 꼼꼼하게 빛깔을 덧입혀 그리는 분이 많은 줄 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려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풀을 본 그곳에 앉아서 풀을 그리면 될 텐데. 꽃을 만난 이곳에 서서 꽃을 그리면 되는데.
나무 곁에 선 자리에서 나무를 쓰다듬고 안다가 살그머니 타고 놀면 된다. 그림을 그리기 앞서 나무하고 사귈 노릇이다. 나무는 저랑 볼을 맞대고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이웃을 기다린다. 나무는 꾼(전문가)을 바라지 않는다. 나무는 꾼(화가·예술가·작가)이 싫다. 나무는 어린이가 반갑다. 나무는 어린이 곁에서 웃고 노래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그립다.
풀꽃나무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푸른뜰(식물원)에 가서도 그릴 수 있다. 풀꽃나무는 누구나 “우리 집 꽃밭”에서도 그릴 수 있다. 이 책은 《설악산 일기》라고 하는데, 풀도 꽃도 나무도 “설악산 어느 켠에 깃들어서 여러 동무풀과 동무꽃과 동무나무 사이에서 활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숨결”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그릴 바라면 굳이 설악산을 오르내리면서 땀을 뺄 까닭이 있을까?
더구나 “겨우 그만큼 걷고 힘들다”고 할 만큼 고단하게 멧길을 오르내려야 할 까닭이 없다. 힘들면 쉬고, 힘들면 그만 오르고, 힘들면 그만두어야 한다. 억지를 쓰려니 엉망이 된다. 어거지를 부리니 엉뚱하게 샛길로 빠진다. 예술이나 창작이나 문화나 운동을 해야 하지 않는다. 삶을 가꾸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펼 일이다.
어린이가 어떻게 그림을 누리거나 즐기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어린이는 늘 풀이랑 동무하면서 풀 곁에서 그림을 슥슥 빚는다. 어린이는 먼발치에서 사진을 보고서 그림으로 옮기지 않는다. 어린이는 온마음으로 사랑을 담은 손길을 놀려서 꽃과 나무를 그림으로 담는다. 어린이는 도감도 예술품도 작품도 “안 만든”다.
적잖은 도감과 예술품과 작품은 ‘죽은그림’이라고 느낀다. 사랑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면 숨빛이 죽는다. 사랑을 담으려 할 적에는 투박하건 수수하건 언제나 반짝이면서 아름다워서 ‘그림’이다. 꿈을 그리듯 마음으로 다가서야 비로소 ‘그림’이다.
ㅅㄴㄹ
돌 틈에 서 있는 풀들이 낄낄대는 것 같다. ‘겨우 그만큼 걷고 힘드니?’
→ 돌틈에서 풀이 낄낄대는 듯하다. ‘겨우 그만큼 걷고 힘드니?’
→ 돌틈에서 자라는 풀이 낄낄대네. ‘겨우 그만큼 걷고 힘드니?’
21쪽
산속에 들어와 보니, 인간은 풀보다 약한 존재 같다
→ 멧골에 들어와 보니, 사람은 풀보다 여린 듯하다
→ 멧숲에 깃드니, 사람은 풀보다 여리구나
21쪽
잎의 넓이가 좁아서 알아보기 쉽다
→ 잎이 좁아서 알아보기 쉽다
29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잠자리 떼들이 있었다
→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에 잠자리떼가 끝없다
→ 빽빽한 숲에 잠자리떼가 엄청나다
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