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
기스베르트 슈트로트레스 지음, 가비 카벨리우스 그림, 이필렬 옮김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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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4



우리 몸을 살리는 숨결

―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

 기스베르트 슈트로트레서 글

 가비 카벨리우스 그림

 이필렬 옮김

 창비 펴냄, 2004.5.25.



  바람이 거세게 불면 자전거가 앞으로 잘 안 나아갑니다. 자동차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대로 달릴 테지요. 무거운 쇳덩어리인데다가 기름을 태워서 달리니, 자동차를 달리면서 힘들 일은 드물어요. 맞바람을 맞으면서 이 바람이 그치기를 바랄 만하지만,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맞바람을 그대로 맞기만 할 뿐, 바람이 수그러들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이쪽에서 가면 맞바람이지만 저쪽에서 오면 등바람이에요. 가는 길에 맞바람이면 오는 길에 등바람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자전거를 달리기에 수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날이 무덥습니다. 바람이 불기에 따순 기운을 옮깁니다. 바람이 불어서 서늘한 기운을 옮깁니다. 바람이 부니 우리들은 늘 새 숨을 마시고, 바람이 부니까 풀과 나무가 싱그러이 빛날 수 있으며, 바람이 불어 지구별에 골고루 온갖 목숨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사람의 몸은 태양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 흙 한 줌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이 들어 있을까요? 열 마리? 쉰 마리? 100마리? 믿어지지 않겠지만, 흙 한 줌 속에는 지구 전체에 살고 있는 사람 수보다 더 많은 생명이 숨어 있습니다 ..  (7, 24쪽)



  비가 내리면서 뭍에 새 기운이 감돕니다.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며 사람도 논밭을 가꿉니다. 비가 내려 뭍에서 흙이 쓸려 바다로 가니, 갯벌이 싱그럽고 바다에도 새 기운이 감돕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아마 지구별에는 푸른 빛이 사라지겠지요. 비가 없이는 물을 쓸 수 없고, 비가 없이는 들과 숲에서 풀도 나무도 자랄 수 없어요.


  꽃은 정수기 물로 크지 않습니다. 열매는 수돗물로 익지 않습니다. 어느 목숨이든 페트병에 담긴 물을 달게 마시지 않습니다. 바닥이 흙인 내나 가람에서 흐르는 물을 마셔야 싱그럽게 빛나는 목숨입니다. 시멘트로 덮은 바닥을 흐르면 내나 가람이 아니요, 시멘트로 가두는 댐에서 플라스틱이나 쇠붙이나 시멘트로 만든 길을 거쳐서 흐르도록 하는 물은 목숨을 살리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풀과 나무는 흙땅에 뿌리를 내려요.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이룬 땅에 뿌리를 내리는 풀이나 나무가 아닙니다.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뚫고 자라는 풀과 나무는 흙을 찾아 뿌리를 뻗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삶터를 뒤덮습니다. 시골도 도시도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어씌웁니다.



.. 옛날에 물방아는 곡식을 빻는 일 말고도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의 힘으로 무거운 해머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물방아도 있습니다. 이런 물방아가 있는 방앗간에서는 쇠를 두들겨 칼 또는 낫을 만들었습니다 ..  (15쪽)





  기스베르트 슈트로트레서 님이 글을 쓰고 가비 카벨리우스 님이 그림을 그린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창비,2004)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지구별에서 사람이 얻는 기운(에너지)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를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사람들이 지구별에서 어떤 기운을 얻어서 문명사회를 누릴 수 있는지 가만가만 알려줍니다. 석탄과 석유와 가스에 기대는 문명사회인데, 이 세 가지만으로는 문명사회가 버틸 수 없을 뿐 아니라, 머잖아 무너질밖에 없는 흐름을 밝힙니다.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를 읽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이 책을 쓰거나 옮긴 분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을까요. 바람과 물과 해가 사람을 살리는 바탕이라면, 우리는 문명사회를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요. 바람과 물과 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어야 옳지 않나요. 바람과 물과 해를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과 문화가 되어야 바르지 않나요. 바람과 물과 해를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마을과 보금자리를 일구는 길을 찾아야 아름답지 않나요.



.. 과학자들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열기가 나무의 탄수화물을 분쇄하고, 이때 많은 빛과 열이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이 빛과 열은 태양에서 나와 나무 속에 붙잡힌 에너지입니다 ..  (31쪽)



  그림책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는 ‘과학’과 ‘문명’이라는 틀에서 바람과 물과 해를 바라봅니다. 바람과 물과 해에서 기운(에너지)을 얻는 흐름은 보여주지만, 막상 이런 기운을 왜 얻어야 하고 왜 누려야 하는지를 밝히거나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전기를 써야 하니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얼거리에 갇힙니다. 전기를 왜 써야 하는지, 전기를 쓰는 우리 사회와 문명은 어떤 모습인지를 밝히거나 보여주지 못해요.


  우리는 전기를 얼마나 쓸까요? 우리는 전기를 얼마나 써야 할까요? 마을을 수수하게 일구며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이 쓰는 전기는 아주 적어요. 그러나, 군사과학이라든지 전쟁무기라든지 군부대를 거느리느라 쓰는 전기가 대단히 많습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갖가지 전쟁무기와 군부대 때문에 전기를 엄청나게 쓰는 문명사회입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한국도 모두 똑같습니다. 올림픽을 치르고 월드컵을 치르며, 또 무슨무슨 운동경기를 치른다면서 쓰는 전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바람을 골고루 나누는 삶인가 궁금합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물을 함께 나누는 삶인가 궁금합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해를 함께 즐기는 삶인가 궁금합니다. 우리 몸을 살리는 숨결이라는 바람과 물과 해를 슬기롭게 맞아들이거나 나누는 길을 잊은 채, 앞날을 읽거나 그리지 못하는 채, 쳇바퀴를 도는 문명사회와 제도권교육이라고 느낍니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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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6
로저 뒤봐젱 지음, 서애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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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4



읽는 책과 살아가는 빛

―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

 로저 뒤봐젱 글·그림

 서애경 옮김

 시공사 펴냄, 1995.6.30.



  책은 읽으라고 있습니다. 책은 모으라고 있지 않습니다. 책이 있는 까닭은 이야기를 적어서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담아 이웃한테 널리 퍼뜨리고 싶기에 책을 엮습니다.


  정치권력이나 사회권력이나 문화권력을 거머쥔 이는 이러한 권력을 더 단단히 움켜쥐려는 뜻에서 책을 엮습니다. 권력을 움켜쥐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이는 이웃한테 사랑을 한결 따사로이 알려주거나 들려주고 싶어서 책을 엮습니다.


  끼리끼리 권력을 더 단단히 다지려고 책을 엮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만 알 수 없다고 여겨, 다 함께 슬기를 빛내고 삶을 밝히는 길을 알도록 하고자 책을 엮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이 지구별에는 두 갈래 사람과 삶이 있어요. 전쟁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꾀해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려는 갈래가 하나 있어요. 삶을 짓고 사랑을 나누면서 이웃과 어깨동무하려는 갈래가 하나 있습니다. 책도 이러한 갈래에 따라 태어납니다. 신문과 방송도 이러한 갈래에 따라 태어나요.




.. 피튜니아는 하는 짓이 어수룩해서 맹추라고 놀림을 받는 암거위야 …… 피튜니아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딱정벌레를 잡아 먹기도 하고, 클로버 이파리를 물어 뜯기도 하고 풀 이파리에 맺힌 이슬 방울을 쪼기도 했지 ..  (5쪽)



  로저 뒤봐젱 님이 빚은 그림책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시공사,1995)는 꽤 오래된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1950년에 처음 나왔어요. 한국말로는 1995년에 처음 나왔으니, 한국 어린이는 미국에서 마흔다섯 살 묵은 그림책을 누리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오래되었다거나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 그림책은 책이 무엇이고 삶이 무엇인가를 찬찬히 밝혀서 알려주거든요.



.. “옳아, 주인 집 아들 빌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것을 보았어. 이건 책이야. 그래 맞아. 책이야! …… 이제 생각난다. 바로 며칠 전에 펌킨 씨가 빌에게 책은 아주 소중한 것이랬지. 펌킨 씨가 그랬잖아. 책을 지니고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  (8쪽)



  그림책에 나오는 암거위 피튜니아는 수수한 암거위입니다. 여느 암거위처럼 풀밭을 돌아다닙니다. 벌레를 잡고 풀잎을 뜯으며 이슬을 마십니다. 더없이 평화로우면서 사랑스러운 하루를 누립니다. 아마 모든 들짐승이 이처럼 수수하면서 평화롭기에 사랑스러우면서 즐겁게 살아갈 테지요.


  들짐승이나 멧짐승한테는 ‘똑똑함’이나 ‘잘남’이 따로 없습니다. 더 높은 짐승이나 더 낮은 짐승이 없습니다. 더 높은 벌레나 더 낮은 벌레가 없습니다. 서로 얼크러집니다. 함께 어우러집니다. 같이 살아갑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은 스스로 틀을 짓습니다. 아니, 사람들 스스로 틀을 짓는다기보다 문명사회에서 틀을 짓습니다. 문명사회가 된 뒤부터 제도권이라는 틀이 생기고, 제도권에서는 숫자로 삶을 가르지요. 숫자로 삶을 가르니, 은행계좌로 틀을 가르고, 집 넓이와 땅 넓이로 틀을 갈라요. 벌어들이는 돈과 따는 점수로 틀을 가릅니다. 학교에서는 시험성적으로 틀을 짓고, 운동경기 또한 숫자로 틀을 짓습니다.


  우리는 삶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숫자로 틀을 짓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도권 울타리에 깃들어 문명사회에 젖어드는 사이에 어느덧 ‘삶을 누리는 길’이 아니라 ‘숫자에 몸을 맞추고 숫자에 마음이 얽매이는’ 나날이 됩니다. 사람들 스스로 쳇바퀴질을 해요. 쳇바퀴 삶이 되고, 쳇바퀴 지식이 되며, 쳇바퀴 직업과 학교가 됩니다.


  책을 100권 읽은 사람이 책을 1권 읽은 사람보다 낫지 않습니다. 책을 999권 읽은 사람이 책을 1000권 읽은 사람보다 못나지 않습니다. 책을 한 권조차 본 적 없는 사람이 책을 한 권 읽은 사람보다 떨어지지 않습니다. 책을 들추지 않은 사람이 책을 백만 권쯤 들춘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삶은 숫자로 나누지 못합니다. 웃음은 숫자로 따지지 않습니다. 노래는 숫자로 헤아리지 않습니다. 무슨무슨 방송이나 ‘순위 차트’에서 1등이 되어야 즐거운 노래가 아니에요. ‘순위 차트’에서 100등이나 1000등쯤 하면 안 즐거운 노래가 아니에요.


  그림 한 점이 백 억원에 팔리면 훌륭한 작품일까요? 사진 한 점이 일 억원에 팔리면 빼어난 작품일까요? 글 한 줄을 천만 원에 팔면 놀라운 작품일까요?





.. 피튜니아는 주저앉아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끝내는 한숨을 내쉬었단다. “이제 알았다. 지혜는 날개 밑에 지니고 다닐 수는 없는 거야. 지혜는 머리와 마음속에 넣어야 해. 지혜로워지려면 읽는 법을 배워야 해.” ..  (31쪽)



  졸업장은 종이 한 장입니다. 돈도 종이 한 장입니다. 책은 종이꾸러미입니다. 졸업장으로 삶을 말하지 않습니다. 돈으로 삶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책으로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면서 하루를 누리면 삶이 즐겁습니다. 스스로 기쁘게 웃으면서 하루를 누리면 삶이 기뻐요. 스스로 속삭이는 사랑이요, 스스로 나누는 사랑이고, 스스로 어깨동무하는 사랑이면 삶이 사랑스럽지요.


  책은 읽으라고 있습니다. 삶은 사랑하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빛을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나눌 때에 즐겁습니다. 스스로 하루하루 가꾸면서 살림을 알뜰살뜰 다스릴 적에 삶이 빛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암거위 피튜니아는 책을 ‘들고 다니지 않’기로 합니다. 피튜니아는 책을 ‘읽고 생각을 기울이며 마음을 쓰고 사랑을 나누’는 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4347.5.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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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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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3



재미나게 놀 때에

― 재미난 그림책

 주경호 지음

 보림 펴냄, 2000.1.15.



  어릴 적에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왼손 손가락과 오른손 손가락을 다른 사람으로 여겨, 둘이 얽히고 설키도록 하면서 씨름을 시키곤 했어요. 놀잇감이 따로 없어도 언제나 내 두 손이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예쁘다 싶은 돌멩이를 하나 주워 하염없이 들여다봅니다. 곱구나 싶은 가랑잎을 하나 주워 두고두고 만지작거립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을 올려다봅니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봅니다.


  무엇을 손에 쥐든 재미난 놀이입니다. 무엇을 보아도 즐거운 놀이입니다. 어디에 있든 생각을 빛내어 놀이가 됩니다. 빈손이나 맨몸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에서는 훨훨 날거나 지구별을 두루 돌아다니거나 먼 우주로 뻗습니다.



.. 우리는 나비야, 너희는 꽃이고. 그렇지 ..  (19쪽)





  혼자서도 잘 놀고 여럿이서도 잘 놀던 아이는 어른으로 자랍니다. 어른이 되고 아이들을 낳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내가 두 살일 적에, 세 살 일 적에, 네 살 일적에, 저마다 어떻게 다른 눈빛으로 놀았을는지 가만히 되새깁니다. 내가 다섯 살이고 여섯 살이며 일곱 살일 적에 어떤 눈망울로 놀았을까 하고 곰곰이 돌아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맨몸으로도 생각을 빛내어 놉니다. 아마, 다른 집 아이들도 똑같으리라 봅니다. 시골집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돌을 만지고 흙을 만지며 풀을 만집니다. 아직 나무타기는 하지 못하나, 손과 발에 힘이 더 붙으면 나무도 얼마든지 타고 오를 테지요.


  놀면서 소리를 듣습니다. 둘레에서 흐르는 소리를 하나하나 듣습니다. 놀다가 노래를 듣습니다.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아이들이 읊는 말은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 말이요, 아이들이 스스로 새로 짓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누리는 놀이는 먼먼 옛날부터 아이와 아이를 거쳐 이어온 놀이요, 아이가 오늘 이곳에서 새로 짓는 놀이입니다. 노래도 이와 같아요. 먼먼 옛날부터 흐르던 노래를 듣거나 부릅니다.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노래를 짓습니다.


  주경호 님이 빚은 그림책 《재미난 그림책》(보림,2000)은 주경호 님 스스로 즐기는 놀이를 보여줍니다. 여느 살림집에 흔하게 있는 살림살이나 옷가지를 살짝살짝 바꾸거나 손보면서 놀잇감을 만듭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재미나게 놉니다. 혼자서 놀다가 동무를 불러 함께 놉니다. 동무는 다른 동무를 부르고, 동무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혼자 마무리놀이를 하며 잠들기까지 다시 재미난 생각을 마음에 품습니다.


  놀이가 재미있기에 노래가 재미있습니다. 놀며 재미있으니 삶이 재미있습니다. 놀이가 재미있는 만큼 하루를 재미있게 가꿉니다. 놀며 이야기를 꽃피울 적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합니다. 4347.5.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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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파마 (책 + 플래쉬 DVD 1장)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개정판 국시꼬랭이 동네 10
윤정주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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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2



풀꽃동무

― 아카시아 파마

 이춘희 글

 윤정주 그림

 사파리 펴냄, 2005.6.15.



  시골에서 노는 아이들은 햇볕을 먹습니다. 시골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별빛을 먹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은 바람을 먹습니다. 시골에서 노래하는 아이들은 개구리와 제비와 풀벌레가 베푸는 잔치를 날마다 먹습니다.


  도시에서는 어떠할까요? 도시에서 노는 아이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도시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들으며 받아들일까요?



.. 엄마는 장에 가고 영남이 혼자 집을 보고 있어요. 영남이는 손거울로 이리저리 햇살을 비추며 장난을 쳤어요 ..  (3쪽)





  예전이라 한다면 언제쯤일까 모르겠으나, 아무튼 예전에는 서울도 그저 서울이었지 ‘커다란 도시’나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서울이라 하더라도 시골스러운 동네가 넓었습니다. 예전에는 서울에도 제비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예전에는 서울에도 박쥐가 날아다녔고, 예전에는 서울에서도 무지개를 보거나 풀벌레 노래를 들었어요. 예전에는 서울에서도 개구리를 잡고, 잠자리를 좇으며, 나비를 하염없이 지켜볼 수 있었어요.


  이제 서울에서 골목놀이를 할 수 있는 어린이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은 모조리 학원으로 쫓겨나야 하기도 하지만, 서울이라는 곳에서 골목이 있어 보았자 몽땅 주차장으로 바뀌었어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빈터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뒹굴며 흙을 만지고 풀꽃을 꺾을 자리가 없어요.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하나요. 아이들이 놀 만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어른은 무슨 일로 그렇게도 바쁜가요. 아이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뛰놀도록 마음을 기울이지 못하는 어른은 어떤 일을 하느라 그렇게도 바쁜가요.



.. 영남이의 뽀글거리는 앞머리를 본 미희가 킥킥 웃었어요. “젓가락으로 파마하니까 머리카락이 다 탔잖아. 이리 와 봐. 내가 아카시아 파마 해 줄게.” ..  (11쪽)



  풀꽃동무 되어 자라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습니다. 풀꽃동무 되며 웃는 아이들이 싱그럽습니다. 풀꽃동무답게 꿈을 꾸는 아이들이 믿음직합니다. 풀꽃동무로 거듭나는 아이들이 어여쁩니다.


  풀이랑 동무하고 꽃이랑 동무하는 아이들입니다. 풀꽃과 같은 숨결로 이웃을 헤아리는 아이들입니다. 풀꽃이 베푸는 푸른 바람을 받아 마시면서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는 아이들입니다.


  자가용 좀 치워 주셔요. 자가용 좀 아이들 눈에 안 보이는 데에 세워 주셔요. 집 둘레에 자가용이 없도록 해 주셔요. 집 둘레만큼은 아이들이 뒹굴고 뛰놀 만한 마당이 되도록 해 주셔요. 꽃씨 한 톨을 심고 풀씨 한 톨 날아와서 깃들도록 해 주셔요.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아이들과 나란히 자라도록 해 주셔요. 자가용을 장만해서 굴릴 돈으로 땅을 마련해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흙을 돌봐 주셔요.




.. 아이들은 마을 뒷동산 아카시아 숲으로 갔어요. 영남이와 영수는 미희를 따라 아카시아 줄기를 꺾었어요 ..  (15쪽)



  이춘희 님 글과 윤정주 님 그림으로 엮은 그림책 《아카시아 파마》(사파리,2005)를 읽습니다.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카락을 엮어 보글보글 꼬는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두 가시내는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카락을 엮으며 놀고, 다른 아이들은 조그마한 숲에서 풀이랑 나무랑 동무가 되어 놉니다.


  풀바람을 마십니다. 나무내음을 맡습니다. 나비와 잠자리하고 뛰놉니다. 풀벌레가 사근사근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얗게 맑은 구름을 쳐다봅니다. 햇살을 누리고, 살결은 까맣게 탑니다. 아이들은 까무잡잡하게 타야 아이답습니다. 어른들도 까무잡잡하게 타야 튼튼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깜순이나 깜돌이 되어 이 땅을 씩씩하게 밟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풀과 꽃 사이에서 놀이가 태어납니다. 놀이가 빙긋빙긋 태어나는 곳에서 이야기가 즐겁게 샘솟습니다. 이야기가 즐겁게 샘솟는 곳에서 노래가 보드라이 흐릅니다. 노래가 보드라이 흐르는 곳에서 살림을 곱게 가꿉니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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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5-21 07:40   좋아요 0 | URL
저만 해도 도시에서 나고 자라 이런 놀이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책 속 아이들 모습이 제 어머니로부터 들어 상상하던 모습, 가끔 사진에서 보는 어머니의 어릴 때 모습과 비슷하여 제가 겪지 않았어도 정이 갔어요. 그림책 공부 잠깐 하면서 베껴그리기 연습용으로 제가 선택한 책이기도 하지요.

숲노래 2014-05-21 16:2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그림책에 나오는 놀이는 처음 보았는데,
마을마다,
또 아이들마다
서로 재미나게 새로운 놀이를
얼마든지 만들어서 즐길 수 있으리라 느껴요.
아이들은 그저 놀이터와 빈터가 있으면
언제나 즐겁게 놀 테니까요~
 
생각 그림책은 내 친구 7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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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1



아침저녁으로 생각하기

― 생각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논장 펴냄, 2004.3.20.8



  생각한 대로 이룹니다. 생각하지 않은 대로 이루지 않습니다. 생각할 수 없던 일은 이룰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생각에 날개를 달아야 하는 까닭은, 아이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키워야 비로소 이루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좀처럼 삶을 가꾸지 못하는 탓이라면, 어른들이 스스로 생각힘을 잃거나 잊거나 놓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안 하면서 쳇바퀴 돌기를 할 뿐이면,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생각을 지우거나 잊으면서 쳇바퀴 돌기에 머문다면, 날마다 고단하면서 지칠 뿐입니다.



.. 생각은 무엇일까? 글쎄……. 한번 생각해 볼까 ..  (5쪽)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낳습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움을 낳습니다.


  누군가 전쟁을 생각한다면? 전쟁을 낳아요. 누군가 독재를 생각한다면? 독재를 낳지요. 누군가 국가보안법이나 막개발을 생각한다면? 참말 국가보안법이나 막개발을 낳아요.


  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에 노래가 흘러요. 즐거운 춤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에 즐거운 춤이 흐릅니다. 기쁜 놀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기쁘게 놀아요.


  아이들이 날마다 새롭게 놀 수 있는 까닭은 언제나 놀이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날마다 즐거이 기운을 내면서 밥을 짓고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까닭은 언제나 즐거운 삶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생각은 그림과 이야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책 아닐까 ..  (20쪽)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님이 빚은 그림책 《생각》(논장,2004)을 읽습니다. 생각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고 손을 내밉니다. 생각을 함께 찾고, 생각을 함께 누리자고 이야기합니다.



.. 생각은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릴 수도 있고, 쓸 수도 있고, 춤추게 할 수도 있어요. 생각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28쪽)



  아침저녁으로 슬기롭게 생각하면 아침저녁으로 슬기로운 빛이 감돕니다. 아침저녁으로 맑은 삶을 생각하면 아침저녁으로 맑은 노래가 감돕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싶나요. 아이들과 어떤 생각으로 삶을 빛내고 싶은가요. 어떤 삶을 생각하고 싶나요. 어떤 사랑을 생각하면서, 어떤 꿈으로 나아갈 생각인가요.


  아이들이 자꾸 생각을 잃거나 잊으면서 입시지옥에 시달리니까 사회가 어둡습니다.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도 꿈을 놓거나 내버리지 않으니까 사회가 아직 밝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지어요. 아이들과 함께 삶을 지어요.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짓고, 꿈을 지으며, 이야기를 지어요. 삶을 지으려는 사람만 삶을 짓습니다. 생각을 지으려는 사람만 생각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으려는 사람만 사랑을 짓습니다. 4347.5.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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