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이 생겨난 이야기
안느 에르보스 지음, 양진희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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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25.

그림책시렁 1381


《나무와 숲이 생겨난 이야기》

 안 에르보

 양진희 옮김

 함께자람(교학사)

 2007.11.26.



  앵두나무에 맺는 꽃망울을 바라봅니다. 어느 꽃나무는 밤에 꽃잎을 접는데, 앵두나무는 밤에도 꽃잎을 안 접어요. 별빛이 밝은 밤에도 앵두나무 둘레는 하얗게 환합니다. 낮에는 햇빛을 받고 밤에는 별빛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밤낮으로 흰빛(햇빛 + 별빛)을 머금는 나무는 눈부시게 깨어나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나무와 숲이 생겨난 이야기》는 “Et Trois Corneilles(작은까마귀 셋)”를 옮겼습니다. 작은까마귀 셋하고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길에 문득 나무가 깨어나더니, 어느새 숲을 이루면서 이야기가 물결치는 삶을 천천히 들려줍니다. 모든 나무가 다르니 다 다른 나무마다 밑이야기가 다를 만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르니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태어나서 살아온 밑살림이 다를 만해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어떤 나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는지 돌아봅니다. 어른들은 아이 곁에서 어떤 나무를 심고서 이야기를 짓는지 헤아립니다.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면서 이야기가 싹틉니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사이에 이야기가 퍼집니다. 잎을 틔우고 새가 내려앉으면서 이웃 이야기를 듣습니다. 싱그러이 맺은 열매를 사람들이 따가면서 이야기를 남깁니다. 숲을 품는 사람은 푸르게 이야기보따리입니다.


ㅅㄴㄹ


#EtTroisCorneilles #AnneHerbauts

작은까마귀 셋


+


《나무와 숲이 생겨난 이야기》(안 에르보/양진희 옮김, 교학사, 2007)


움푹 패인 산꼭대기가 U자 모양을 하고 있었어요

→ 멧꼭대기가 움푹해요

→ 멧꼭대기가 파인 모습이에요

2쪽


하늘 높이 떠 있는 별들은 반짝거리며 웃었어요

→ 하늘 높이 뜬 별은 반짝거리며 웃어요

4쪽


나무 세 그루가 자라나서 삼림을 이루었어요

→ 나무 세 그루가 자라나서 숲을 이루었어요

29쪽


나무들에는 수많은 말과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요

→ 나무한테는 숱한 말과 이야기가 깃들었어요

→ 나무한테는 온갖 말과 이야기가 깃들었어요

2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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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 - 우리나라 멸종 위기 동물들의 생활사 철수와영희 그림책 11
윤은미 지음, 김진혁 그림 / 철수와영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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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20.

그림책시렁 1378


《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

 윤은미 글

 김진혁 그림

 철수와영희

 2024.3.8.



  ‘문화부·문화예술부’에서 일하지만 책을 안 읽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아니, 책을 읽는 이가 드물다고 해야 어울립니다. 우리나라 벼슬꾼뿐 아니라 수수한 일꾼 스스로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는 자리에 있으려면, 늘 새롭게 배우고 살피고 익힐 노릇일 텐데, 책조차 안 읽으니 나라가 어수선하거나 엉망이라고 느껴요. 왜 그러느냐면, “책조차 안 읽으”니, “책이 비롯한 들숲바다와 풀꽃나무도 처음부터 안 읽”게 마련입니다. 《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를 읽었습니다. 좀 놀랐습니다. 아슬빛과 흔들빛을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우리 스스로 등지거나 잊으면서 무엇을 망가뜨리는지 부드러이 밝히는 얼거리입니다. 그림꽃으로 엮으니 이처럼 단출하면서도 또렷하고 상냥하게 이야기를 펼 만하군요. 담비나 수리부엉이가 왜 아슬빛인지 곱씹어 봅니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을 읽는다면, 멧새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철이 바뀌는 하루를 눈여겨봅니다. ‘스테디셀러가 아닌 책’을 쥔다면, 별빛을 그리고 구름춤을 반깁니다. 이웃(야생동물·생태계)을 으뜸으로 괴롭히는 쇳덩이(자동차)·잿집(아파트)이니, 둘 다 손사래치면서 걸어다니고 시골집에 깃드는 하루여야 나라가 바뀝니다. 전남 고흥에 있는 우리 시골집에는 구렁이도 두꺼비도 함께 삽니다. 독수리도 매도 제비도 동박새도 같이 살아요. 이제부터 눈을 뜨고 마음을 틔우고 삶을 바꾸고 살림자리를 옮기고 푸른책을 곁에 놓고서 말 한 마디가 사랑씨앗인 줄 깨우치는 분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윤은미·김진혁, 철수와영희, 2024)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많아졌는데, 우리가 살 곳은 없어졌어

→ 사람이 사는 마을은 늘었는데, 우리가 살 곳은 없어

22쪽


백두대간을 따라 산악 지역에 몇 마리씩 살고 있어

→ 한멧줄기를 따라 멧자락에 몇 마리씩 살아

27쪽


이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 이때 고운빛으로 삼았고

→ 이때 푸른빛으로 삼았고

28쪽


오염된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었어

→ 더러운 물이 내로 흘러들었어

→ 구정물이 시내로 흘러들었어

30쪽


담비가 살면 산이 건강하다는 증거야

→ 담비가 사는 메는 푸르다는 뜻이야

→ 담비가 사는 멧골은 짙푸르지

→ 담비가 사는 숲은 깨끗해

32쪽


농약이 몸에 쌓이면 알껍데기가 얇아져

→ 죽임물이 몸에 쌓이면 알껍데기가 얇아

40쪽


전 세계 맹금류는 멸종 위기야

→ 온누리 발톰새는 아슬고개야

→ 푸른별 우람새는 흔들꽃이야

42쪽


우리 동물들 이야기도 널리널리 퍼지게 될 거야

→ 우리 짐승 이야기도 널리널리 퍼질 수 있어

→ 우리 이야기도 널리널리 퍼져

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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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울고 싶을 땐
존티 홀리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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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20.

그림책시렁 1379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존티 홀리

 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19.9.16.



  마음이 움직인다면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흘립니다. 마음이 안 움직이니 웃음도 눈물도 없습니다. 마음은 안 움직이는데 짐짓 웃거나 눈물을 짜기도 합니다. 마음이 있기에 스스럼없이 웃음눈물로 하루를 새롭게 풀어낼 수 있고, 마음이 없기에 웃음눈물을 등진 채 메마르게 죽어갈 수 있습니다. 《남자가 울고 싶을 땐》은 “Big Boys Cry”를 옮긴 판입니다. “큰아이가 운다”로 옮길 만합니다. 아니, 이렇게 옮겨야 줄거리에 맞고 이야기를 살립니다. 순이돌이를 갈라서, 돌이는 울면 안 된다는 얼거리가 아니니까요. 덩치가 크고 힘도 세어 보일 뿐 아니라, 돈도 많고 이름도 드날리는 어른들이 눈물을 ‘질질 짜는’ 모습을 문득문득 지켜보는 조그마한 아이가, 스스로 천천히 앙금을 씻고서 새롭게 기운을 내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울고 싶은 아이가 울음을 참다가 마을 여러 어른들이 이런저런 일에 아무렇지 않게 어디에서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는, 또 아버지까지 눈물에 젖는구나 하고 알아채고는, 눈물을 언제 왜 어떻게 흘리면서 빛나는지를 깨달아요. 이 그림책은 참말로 책이름을 바로잡아서 내기를 바랍니다. 책이름을 잘못 붙여서 사람들이 못 알아볼 만합니다.


#BigBoysCry #JontyHowley

2019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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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마리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
완다 가그 글 그림,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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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7.

그림책시렁 1372


《백만 마리 고양이》

 완다 가그

 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6.20.



  우리말 ‘숱하다’를 잊은 분이 무척 많아요. 한자 ‘수(數)’를 넣은 ‘수없이’만 쓰는 분이 많은데, ‘머리숱’처럼 셀 길이 없이 많다고 여길 적에 ‘숱하다’를 씁니다. ‘수두룩하다·수북하다’도 같은 얼거리이고, ‘숲’도 나란합니다. 마음을 틔우고서 말빛을 읽기에 서로 따사로우면서 즐거이 이야기를 짓습니다. 마음을 틔우지 않은 채 둘레에 휩쓸리는 말씨로 기울면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지 않고서 자꾸 남을 쳐다보거나 바깥을 기웃거려요. 《백만 마리 고양이》는 놀랍도록 몹시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얼핏 본다면 강샘(욕심)을 가볍게 나무란 줄거리일 텐데, ‘시샘하는’ 마음이란, 배고프지 않은데 자꾸 배고프다고 여기면서 다른 사람 밥그릇을 넘보거나 부러워하면서 눈이 먼 모습입니다. 이미 즐겁고 아름다이 가꾼 보금자리가 있으나 어쩐지 다른 곳을 부러워하는 바람에 ‘귀여운 고양이’를 찾아나서고, 모든 고양이가 귀여우니 몽땅 집으로 데려오고 마는 어리석은 아저씨예요. 꿈을 제대로 그리지 않은 채 ‘노리’기만 한 매무새입니다. 꽃과 나무로 일군 집이라면 새가 날마다 찾아들겠지요. 들고양이도 어느 날 문득 찾아올 테고요. 파랑새를 먼숲에서 잡아와야 하지 않아요. 새가 찾아올 숲집을 일구면 될 뿐입니다.


#WandaGag #MillionsofCats

1928


ㅅㄴㄹ


《백만 마리 고양이》(완다 가그/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


깨끗하고 좋은 집에서 외따로이 살고 있었어요

→ 깨끗하고 즐거운 집에서 외따로이 살아요

3쪽


언덕을 몇 개 오르고, 서늘한 골짜기를 몇 개 지나

→ 언덕을 몇 오르고, 서늘한 골짜기를 몇 지나

→ 언덕을 오르고, 서늘한 골짜기를 지나

5쪽


졸졸 따라오는 광경은 정말 우스꽝스러웠어요

→ 졸졸 따라오는 모습은 참말 우스꽝스러웠어요

14쪽


털이 보들보들해지고 자르르 윤기가 돌았어요

→ 털이 보들보들하고 자르르해요

→ 털이 보들보들 빛나요

2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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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힘이 세다 - 도서관에서 찾은 47가지 그림책 질문
박미숙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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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7.

그림책시렁 1366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책이라는신화

 2023.12.25.



  언제부터인가 “무엇은 힘이 세다” 같은 말씨가 번지고, 이런 이름을 단 책도 나옵니다. “무엇은 힘이 세다” 같은 말글을 듣거나 보면 깜짝 놀랍니다. 왜 이 삶을 힘겨루기로 마주하려는 셈일까요? 어릴 적에 워낙 고삭부리로 으레 앓아누울 뿐 아니라, 집 안팎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늘 얻어맞으면서 들볶이던 아이였던 터라, ‘힘세다’를 내세우는 이름에는 확 주눅이 듭니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는 나쁜책이지 않습니다만, ‘힘’을 자꾸 들추는 얼거리이다 보니, 오히려 멀리하고픕니다. 글쓴이는 오래도록 작은책숲을 아끼는 길을 걸으셨는데, ‘작은’책숲을 아낀 매무새로 왜 ‘힘’을 불쑥 앞장세워야 하는지 아리송해요. 곰곰이 보면, 이 꾸러미에서 다루는 그림책이 뜻밖에 퍽 좁아요. 사랑을 들려주거나 숲을 속삭이거나 살림을 짓는 슬기를 밝히는 그림책은 오히려 못 다루었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힘센’ 그림책에 기우느라 ‘이름난’ 몇몇 그림꾼 책에서 맴돌다가 끝납니다. 저는 1999년에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 제 곁에는 그림책이 한 자락조차 없었고, 1982∼87년에 다닌 국민학교에는 배움책숲도 없었으나 ‘학급문고’조차 마병(폐지)더미였을 뿐입니다. 쓸쓸합니다. “그림책은 사랑”이라는 눈길로 다가서야 그림책을 비로소 품고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그림책은 힘이 세다》(박미숙, 책이라는신화, 2023)


시립도서관도 있었고

→ 고을책숲도 있고

→ 마을책숲도 있고

10


당장 재원이 없으니, 버는 돈의 일부를 떼어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눈앞에 돈이 없으니, 버는 돈을 조금 떼어 책을 사 모았습니다

→ 바로 밑돈이 없으니, 버는 돈을 푼푼이 떼어 책을 사 모았습니다

11


뒹굴뒹굴 책 속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 뒹굴뒹굴 책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11


모두가 이용자라고 불리는 같은 사람이 되지요

→ 모두가 손님이라고 하는 같은 사람이지요

→ 모두가 같이 쓰지요

12


문화나 예술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 살림꽃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 온살림을 맛볼 수 있기도 해요

→ 삶멋을 즐길 수 있기도 해요

21쪽


작은도서관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지요

→ 작은책숲이라고 이르지요

→ 작은책터이라고 하지요

→ 작은책밭이라는 홀이름이 있지요

26


호기롭게 나섰습니다

→ 거침없이 나섰습니다

→ 기운차게 나섰습니다

36


독학을 한번 해보세요

→ 혼자 익혀 보세요

→ 홀로 배워 보세요

38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를 하며 이 일을 꾸렸습니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하며 이 밑그림을 폈습니다

43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 조용한 시골입니다

→ 한갓진 시골입니다

48


고민의 시작은 제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의 강의실을 대관해 달라는 전화가 오면서입니다

→ 제가 일하는 책숲 익힘칸을 빌려 달라고 물어올 때부터 근심입니다 

→ 제가 일하는 책밭 배움칸을 빌리겠다고 여쭐 때부터 걱정스럽습니다

54


이런 안내문은 너무 과잉 아닐까

→ 이런 알림글은 너무하지 않을까

→ 이런 글자락은 지나치지 않을까

56


요즘 도서관은 정숙만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 요즘 책숲만 조용하라고만 시키지 않습니다

→ 요즘 책터는 가만 있으라고만 하지 않습니다

60


우리는 왜 시민을 민원인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 우리는 왜 사람을 넋두리라 이를까

→ 우리는 왜 이웃을 목소리라 여길까

62


영아기에 책을 통해 아이와 애착을 맺으면

→ 갓난이 때 책으로 사귀면

→ 갓난아이 때 책으로 마음을 쏟으면

80


큰소리만 칠 게 아니라

→ 큰소리만 치지 말고

→ 큰소리는 그만 치고

117


우리 부모 세대 트라우마는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 우리 어버이 또래는 못 배워서 고름이 맺었습니다

→ 우리 어버이 또래는 못 배운 멍울이 있습니다

119


굳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저에게 와서

→ 굳이 자리에 앉은 저한테 와서

→ 굳이 일칸에 앉은 저한테 와서

124쪽


누군가 입장에 서 본다는 것, 그것은 그 대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누구 자리에 서 보려면, 이웃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 누구 눈길로 서 보려면, 둘레를 보고 헤아리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165


햄버거 광고는 언제나 저를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게 합니다

→ 고기빵 알림을 보면 언제나 빠른밥집으로 달려갑니다

29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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