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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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3



재미나게 놀 때에

― 재미난 그림책

 주경호 지음

 보림 펴냄, 2000.1.15.



  어릴 적에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왼손 손가락과 오른손 손가락을 다른 사람으로 여겨, 둘이 얽히고 설키도록 하면서 씨름을 시키곤 했어요. 놀잇감이 따로 없어도 언제나 내 두 손이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예쁘다 싶은 돌멩이를 하나 주워 하염없이 들여다봅니다. 곱구나 싶은 가랑잎을 하나 주워 두고두고 만지작거립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을 올려다봅니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봅니다.


  무엇을 손에 쥐든 재미난 놀이입니다. 무엇을 보아도 즐거운 놀이입니다. 어디에 있든 생각을 빛내어 놀이가 됩니다. 빈손이나 맨몸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에서는 훨훨 날거나 지구별을 두루 돌아다니거나 먼 우주로 뻗습니다.



.. 우리는 나비야, 너희는 꽃이고. 그렇지 ..  (19쪽)





  혼자서도 잘 놀고 여럿이서도 잘 놀던 아이는 어른으로 자랍니다. 어른이 되고 아이들을 낳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내가 두 살일 적에, 세 살 일 적에, 네 살 일적에, 저마다 어떻게 다른 눈빛으로 놀았을는지 가만히 되새깁니다. 내가 다섯 살이고 여섯 살이며 일곱 살일 적에 어떤 눈망울로 놀았을까 하고 곰곰이 돌아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맨몸으로도 생각을 빛내어 놉니다. 아마, 다른 집 아이들도 똑같으리라 봅니다. 시골집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돌을 만지고 흙을 만지며 풀을 만집니다. 아직 나무타기는 하지 못하나, 손과 발에 힘이 더 붙으면 나무도 얼마든지 타고 오를 테지요.


  놀면서 소리를 듣습니다. 둘레에서 흐르는 소리를 하나하나 듣습니다. 놀다가 노래를 듣습니다.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아이들이 읊는 말은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 말이요, 아이들이 스스로 새로 짓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누리는 놀이는 먼먼 옛날부터 아이와 아이를 거쳐 이어온 놀이요, 아이가 오늘 이곳에서 새로 짓는 놀이입니다. 노래도 이와 같아요. 먼먼 옛날부터 흐르던 노래를 듣거나 부릅니다.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노래를 짓습니다.


  주경호 님이 빚은 그림책 《재미난 그림책》(보림,2000)은 주경호 님 스스로 즐기는 놀이를 보여줍니다. 여느 살림집에 흔하게 있는 살림살이나 옷가지를 살짝살짝 바꾸거나 손보면서 놀잇감을 만듭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재미나게 놉니다. 혼자서 놀다가 동무를 불러 함께 놉니다. 동무는 다른 동무를 부르고, 동무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혼자 마무리놀이를 하며 잠들기까지 다시 재미난 생각을 마음에 품습니다.


  놀이가 재미있기에 노래가 재미있습니다. 놀며 재미있으니 삶이 재미있습니다. 놀이가 재미있는 만큼 하루를 재미있게 가꿉니다. 놀며 이야기를 꽃피울 적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합니다. 4347.5.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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