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생명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사진 동화 시리즈
노정환 글, 황헌만 사진, 김승태 감수 / 소년한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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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9



아주 작은 아이들

― 아주 작은 생명 이야기

 황헌만 사진

 노정환 글

 소년한길 펴냄, 2009.6.15.



  아이들은 아주 작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에서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오가야 하는 아이들은 아주 작습니다.


  어른들은 아이가 어느 만큼 자라면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넣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른들은 ‘어른으로서 해야 한다는 다른 일’을 합니다. 아이가 삶을 배우거나 사랑을 느끼거나 생각을 북돋우도록 돕는 모든 일을 남한테 맡깁니다. 어른들은 얼마나 바빠서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맡길까요.


  아주 작은 아이들은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학교와 학원에 다녀 줍니다. 아주 작은 아이들은 어버이가 하라는 대로 학교와 학원에서 수험생이 되고 입시지옥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스무 살이 지나고 서른 살이 되면, 저를 낳아 학교와 학원에 집어넣던 어버이가 하던 일을 고스란히 되풀이합니다.



.. “네 덕분에 씨앗은 맺혔지만, 바람이 불어와 씨앗들을 멀리 실어다 줘야 해. 그래야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거든.” “걱정 마! 내가 바람을 만들어 줄게.” ..  (6쪽)





  사랑을 물려받은 아이들은 사랑을 물려줍니다. 꿈을 물려받은 아이들은 꿈을 물려줍니다. 그러면, 돈을 물려받은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요? 이 아이들은 커서 어른이 되면 이녁 아이한테 돈을 물려줄까요?


  입시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입시학원을 차리기도 하고 과외강사가 되기도 합니다. 잘 보셔요. 입시미술을 배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입시미술학원에서 강사 노릇을 해요. 입시음악을 배운 아이들은 무엇을 하는가요? 입시체육을 배운 아이들은 무엇을 하지요?


  삶을 가꾸는 길을 배운 아이들은 언제나 삶을 가꾸면서 이녁 삶을 즐겨요. 삶을 사랑하는 길을 배운 아이들은 늘 삶을 사랑하면서 이녁 삶을 누려요. 삶을 꿈꾸는 길을 배운 아이들은 늘 삶을 꿈꾸면서 이녁 삶을 나눠요.



.. “안녕? 나는 노린재야. 네 엄마랑 친한 친구란다.” “어, 정말요?” “응, 이제부터 내가 엄마 대신 네 곁에 있어 줄게.” ..  (21쪽)




  아이들은 어른 옆에 서면 작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지구별 테두리에서 바라보면 작습니다. 너른 우주 테두리에서 헤아려 봐요. 어른이라는 목숨은 얼마나 작은가요. 지구별과 우주라는 눈길로 바라보면, 어른은 아이와 똑같이 아주 작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도 어른도 모두 작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큽니다. 서로 아름다운 숨결입니다. 서로 아름다운 벗님입니다. 서로 아름다운 사이입니다.


  기쁘게 춤추고 즐겁게 노래하는 어른과 아이 사이로 지내기를 빌어요. 살가이 웃고 환하게 어깨동무하는 사이로 어우러지기를 빌어요. 다그치거나 닦달하지 말아요. 꾸짖거나 나무라지 말아요. 그저 따사로이 안아요.



.. 노린재 애벌레는 이슬과 민들레 잎의 즙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  (34쪽)




  황헌만 님이 사진을 찍고 노정환 님이 글을 쓴 《아주 작은 생명 이야기》(소년한길,2009)를 봅니다. 놀랍다 싶은 모습을 잘 잡아챈 사진입니다. 사진에 맞추어 글이 재미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이웃을 따사롭게 바라보는 눈길을 이 책에서 물씬 느낄 만합니다. 지구별을 이루는 수많은 숨결을 깊이 헤아리도록 돕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곰곰이 돌아봅니다. 어제 하루 우리 집 두 아이를 어느 만큼 따사롭게 어루만졌는지 돌아봅니다. 얼마나 따사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얼마나 따사로운 눈빛으로 마주했는지 돌아봅니다. 나는 내 어버이나 내 둘레 어른들이 ‘나한테 했듯이 내 아이한테 해야 하’지 않습니다. ‘내가 받은 대로 우리 아이한테 할’ 일이 아닙니다. 예부터 고이 흐르는 사랑을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가장 참다우면서 밝구나 싶은 사랑을 스스로 길어올려서 우리 아이들한테부터 나누면서 하루를 일굴 노릇입니다. 내 마음속에 깃든 작은 넋을 꺼내어 내 곁에 있는 작은 아이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오늘 하루 새롭게 열자고 다짐합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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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가방 따뜻한책 3
김형준 지음, 김경진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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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8



나는 너를 사랑하지

― 찢어진 가방

 김형준 글

 김경진 그림

 어린이아현 펴냄, 2012.8.10.



  아이들이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면 책을 읽습니다. 이 책과 저 책을 읽기도 하고, 어느 책 한 가지만 애틋하게 여겨 수없이 되읽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책이 헐거나 다쳐도 똑같이 읽습니다. 어른들도 그래요. 어른들도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책을 알뜰히 읽습니다. 종이가 낡거나 삭아도 거리끼지 않습니다. 빳빳한 책이건 묵은 책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책을 읽을 적에는 알맹이를 읽습니다. 껍데기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어머니한테서 물려받거나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책을 즐겁게 ‘알맹이’를 읽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다가 넘어집니다. 무릎이 까지거나 손바닥이 벗겨집니다. 때로는 이마를 찧기도 하고 군데군데 생채기가 납니다. 아이들은 다쳐도 똑같이 아이들입니다. 얼굴이 말끔해도 아이요, 얼굴이 생채기투성이라든지, 개구지게 바깥에서 뛰노느라 온통 새까맣게 탔어도 똑같이 아이입니다.


  내 이웃과 동무는 언제나 내 이웃과 동무입니다. 이녁이 가난하건 가멸차건 늘 같습니다. 돈이 있대서 더 나은 이웃이 아니요, 돈이 없대서 덜 좋은 이웃이 아닙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반가운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 쭈구리, 짱구, 삐주기, 등딱지, 통크니. 주인이 가진 가방들의 이름이에요. 주인은 가방에 이름 짓기를 좋아했어요 ..  (2쪽)





  양말을 기웁니다. 옷가지를 기웁니다. 가방을 기웁니다. 즐겁게 입는 옷을 즐겁게 기웁니다. 무릎에 난 구멍을 때웁니다. 덜렁거리는 끈을 기우지요.


  오래 쓴 손닦개는 많이 헙니다. 많이 헌 손닦개는 이제 걸레로 씁니다. 손과 낯과 몸을 닦던 손닦개는 방바닥을 훔치는 걸레로 살아갑니다. 손닦개일 적에도 늘 내 손에 닿고 걸레일 적에도 언제나 내 손으로 만집니다.


  이가 빠져도 접시는 접시입니다. 이가 나가도 물잔은 물잔입니다. 이가 빠진 접시를 언제 어떤 마음으로 장만했는지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이들이 밥상에서 떨어뜨려 모서리가 깨진 종기에 된장을 담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너희들은 우리 식구와 얼마나 오랜 나날 함께 지냈느냐.


  함께 살아오면서 이야기가 스밉니다. 함께 지낸 나날에 따라 이야기가 깃듭니다. 살림살이마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름살마다 이야기가 있어요. 손금에도 이야기가 서려요. 스스로 꿈으로 품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나누던 이야기가 흐릅니다.



.. 주인 언니의 ‘버리라’는 말에 예쁘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하지만 주인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괜찮아, 꿰매 쓰면 되지 뭐.” ..  (11쪽)




  김형준 님이 글을 쓰고 김경진 님이 그림을 그린 《찢어진 가방》(어린이아현,2012)을 읽습니다. 어느 가방이든 처음부터 찢어진 가방은 없습니다. 어느 가방이든, 찢어지거나 안 찢어지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알뜰히 아끼면서 들고 다니면 사랑스러운 가방입니다. 사람들이 함부로 다루거나 굴리면 슬픈 가방입니다. 생김새가 멀끔해야 사랑스러운 가방이 아닙니다. 값나거나 비싸야 사랑스러운 가방이 아닙니다. 값이 나간다면 값이 나가는 가방일 뿐이고, 비싸다면 비싼 가방일 뿐이에요.



.. “여기가 쓰레기통인 줄 아나?” “들켰다간 바로 버려질걸.” “주인이 찾으려고나 하겠어? 아무도 새 주인이 되려고 하지 않을 거야.” 예쁘니는 못된 말만 해대는 핑크들을 보면서 자기가 무시하던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아, 다시 볼 수 있을까?” ..  (24쪽)



  우리 집 일곱 살 아이가 스티커 한 장을 놓고 동생하고 다툽니다. 우리 집에 놀러온 이웃 언니가 큰아이한테 준 스티커라며 큰아이는 몹시 아낍니다. 네 살 작은아이는 누나가 혼자 갖고 노는 스티커를 저도 만지면서 같이 놀고 싶습니다. 작은아이한테는 ‘그냥 스티커’이고, 큰아이한테는 ‘같이 논 예쁜 언니가 선물한 스티커’입니다.


  그런데, 작은아이는 알까요. 작은아이가 입은 웬만한 옷은 누나한테서 물려받았습니다. 작은아이가 꿰는 신 가운데에도 누나한테서 물려받은 신이 제법 있습니다. 큰아이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웃 언니나 오빠한테서 물려받은 옷과 신이 꽤 많습니다. 두고두고 여러 아이들이 사랑스레 누린 기운이 깃든 옷을 찬찬히 물려받고 물려줍니다. 오래오래 여러 어버이들이 사랑스레 돌본 넋이 담긴 옷을 하나둘 물려받고 물려줍니다.


  새 것을 선물할 적에는 새 것이기에 반갑습니다. 쓰던 것, 이른바 헌 것을 선물할 적에는 손길을 탄 것이기에 즐겁습니다. 새 것을 선물하면, 이제부터 하나씩 새로 엮을 이야기가 있습니다. 쓰던 것을 선물하면,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일군 이야기에 내가 새롭게 이야기를 보탭니다.




.. 경찰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어요. “가방이 찢어졌는데도 찾으러 오셨네요.” 주인이 대답했지요. “그럼요! 제 가방이니까요.” ..  (31쪽)



  지구별이 흐릅니다. 해마다 풀이 돋고 꽃이 피며 씨앗이 맺습니다. 나무가 해마다 자랍니다. 지구별은 해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데, 새로운 봄에 피어나는 꽃과 풀은 모두 ‘헌 땅’에서 ‘헌 흙’을 거름으로 삼아서 자랍니다. 사람들이 남새를 일구면서 밭에 내는 거름은 모두 ‘헌 숨결’이라 할 만합니다. 헌 숨결을 받은 씨앗들이 새롭게 자라지요.


  가만히 헤아리자면, 새 것과 헌 것은 따로 없습니다. 새 것은 언제나 헌 것이 되고, 헌 것은 늘 새 것으로 거듭납니다. 내 손길을 받으면 새롭습니다. 내 눈길을 받으면 새삼스럽습니다. 내 마음길을 받으면 사랑스럽고, 내 꿈길을 받으면 아름답습니다.


  밥그릇도 젓가락도 헌 것이 아닙니다. 늘 쓰는 애틋한 것입니다. 집도 옷도 헌 것이 아닙니다. 오래오래 살면서 살가운 보금자리가 되고 살뜰한 살림살이가 됩니다. 빗자루도 바구니도 밥상도 선풍기도 모두 우리 곁에서 오순도순 지내는 벗님이고 동무입니다. 4347.7.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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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노래해 - 2010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웅진 세계그림책 133
리즈 가튼 스캔런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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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7



함께 이곳에 있는 사람들

― 온 세상을 노래해

 리즈 가튼 스캔런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이상희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0.6.28.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묻습니다. “아버지는 네 살 때 뭐 했어요?” 네 아버지는 네 살 때에 무엇을 했을까. 아마, 네 큰아버지하고 놀았겠지. 네 큰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함께 놀자고 했겠지. “벼리는 네 살 때 뭐 했어요?” 이제 일곱 살이라 네 살 적 일은 떠올리지 못하나. 모르는 노릇입니다. 일곱 살 아이는 제가 네 살 적 일을 다 떠올리면서 물을 수 있고, 참말 안 떠오르니 물을 수 있습니다. 벼리야, 네가 네 살이던 때에는 갓 태어난 네 동생을 옆에 두고 그림책을 읽어 주었단다. 그때 너는 아직 글을 읽지 못했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을 살펴 이야기를 너 스스로 지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그때 네 어린 한살배기 동생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네 목소리를 가만히 들었단다.


  아이가 묻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나도 일곱 살 적에 우리 큰아이와 똑같은 말을 누군가한테 여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 어머니한테든, 작은어머니나 작은아버지한테든, 이웃 아주머니나 다른 어른한테든, 이런 말을 여쭈면서 ‘나이’와 ‘삶’을 궁금하게 여겼을는지 모릅니다. 예전에 내 둘레 어른들은 무어라 말했을까요. 그분들도 그분들이 네 살 적이나 일곱 살 적에 신나게 뛰놀았다고 말했을까요. 아니면, 그분들은 어릴 적부터 고단하게 일을 했다고 말했을까요.



.. 온 세상이 커다란 뜰이에요 ..  (11쪽)




  시외버스를 타고 긴 마실을 나옵니다. 네 살 작은아이와 나란히 앉습니다. 아침 일찍 깨어나서 버스를 오래 타느라 힘들 만합니다. 졸음이 찾아오는구나 싶지만 좀처럼 잠들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더 놀렸다가 재우면 될까 하고 생각하며 손가락놀이를 합니다. 네 살 작은아이는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서 놀기만 해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써서 놀이를 하면서도 온통 즐거운 빛이 흐릅니다.


  어쩌면 나도 네 살 적에 손가락놀이 하나로도 즐거운 하루였지 싶습니다. 꼼짝할 수 없는 시외버스에서 여러 시간 앉아야 할 적에,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뒹굴 수도 없는 시외버스에서 내내 앉아야 할 적에, 그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며 놀더라도, 이 놀이 하나로 새로운 곳에 날아가서 웃음꽃이 되었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와 놀면서 어버이인 나도 ‘시외버스에 있다는 느낌’을 잊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내는 차바퀴 소리를 잊고, 버스가 웅웅 떨리는 소리를 잊습니다. 오직 아이 눈빛과 손길을 바라봅니다. 오직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 세상은 오래되었어도 새로워요 ..  (14쪽)





  리즈 가튼 스캔런 님이 쓴 글하고 말라 프레이지 님이 빚은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웅진주니어,2010)를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우리들은 늘 노래하면서 살아갑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기도 할 테지만, 늘 노래하면서 살아갑니다. 밥을 지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 자동차 손잡이를 붙잡으면서, 언제나 노래합니다.


  어느 때에는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르고, 어느 때에는 안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르면, 내 마음에서 사랑스러운 빛이 흐르면서, 둘레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퍼뜨립니다. 안 사랑스럽구나 싶은 노래를 부르면, 내 마음에서 안 사랑스러운 빛이 떠돌면서, 둘레에 안 사랑스러운 기운을 흩뿌립니다.


  우리들은 언제 즐거울까요. 우리들은 언제 웃을까요. 우리들은 언제 신나게 춤을 추거나 노래할까요. 우리들은 언제 즐겁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두레를 하면서 삶을 밝힐까요.



.. 보고, 듣고, 냄새 맡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세상이지요. 그 모든 것이 너와 나, 우리랍니다 ..  (36∼37쪽)




  함께 이곳에 있습니다. 너와 나는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나무와 사람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바다와 하늘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늘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랑과 함께 무엇이 이곳에 늘 있을까요. 평화와 함께 무엇이 이곳에 늘 있을까요.


  생각을 기울여요. 귀를 기울여요. 마음을 기울여요. 생각을 기울여 삶을 짓고,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지으며,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지어요. 지구별은 언제나 나이고, 나는 언제나 지구별입니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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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 뜨인돌 그림책 25
알랭 세르 글, 실비아 보나니 그림, 박희원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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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6



지구별에 푸른 바람

― 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

 알랭 세르 글

 실비아 보나니 그림

 박희원 옮김

 뜨인돌어린이 펴냄, 2011.4.29.



  자동차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자동차는 더 늘어나기만 합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찻길을 더 늘리고, 주차장을 새로 마련합니다. 고속도로를 새로 더 닦는다 할 뿐, 고속도로를 줄이려고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동차가 늘면서 아파트도 늘어납니다. 도시를 더 늘리거나 키우려고 합니다. 도시는 시골을 잡아먹으면서 늘어납니다. 온갖 건물은 들과 숲을 밀어내면서 늘어납니다. 도시를 키우면서 발전소를 새로 짓고, 발전소를 새로 지으면서 송전탑을 새로 박습니다. 전기를 쓰는 시설이나 기계는 끝없이 늘어납니다. 전기를 안 써도 될 삶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교육과 정치와 경제가 꽁꽁 막힙니다.



.. 우리가 거대한 빙하를 마지막 조각까지 다 녹여 버리고 나면 ..  (3쪽)



  시골에서도 면소재지나 읍내에서는 자동차 소리를 듣습니다. 깊은 두멧자락이어야 비로소 자동차 소리에서 벗어납니다. 자동차 소리가 없는 곳에서는 멧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동차가 깃들지 않는 곳에서는 바람이 풀잎을 건드리는 소리와 나뭇가지를 간질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릅니다.


  자동차 소리를 듣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자동차 소리에 막히고, 자동차 움직임에 휩쓸립니다. 자동차 소리로 시끄럽기에 건물마다 창문이 두껍습니다. 풀밭이 사라지고 빈터가 없어집니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뛰놀 만한 들’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오늘날에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뛰놀도록’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 우리에게 남는 건 돈. 하지만 돈을 먹을 순 없잖아요 ..  (17쪽)





  아이들이 학교를 다닙니다. 어느 나이가 되면 학교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교과서를 받습니다. 교과서에 적힌 지식은 아이들이 도시에서 ‘문화 교양인’으로 지내도록 이끕니다. 교과서는 아이들한테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짓는 길을 밝히지 않습니다. 흙을 일구거나 나무를 심거나 숲을 돌보는 길을 보여주는 교과서는 없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거나 동무와 어깨를 겯거나 어버이를 믿는 빛을 들려주는 교과서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빛일까요? 아이들은 어떤 빛일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삶을 가꿀 때에 아름다울까요?


  알랭 세르 님이 쓴 글과 실비아 보나니 님이 빚은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뜨인돌어린이,2011)을 읽습니다. 사람들이 지구를 다 먹어치우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어른도 아이도 지구를 다 먹어치우려는 생각이 아니라,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고 싶은 넋을 보여주는 이야기책입니다.



..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지구를 소중히 생각하고 아껴 줄 어린이들뿐 ..  (20쪽)



  아이들이 빛이라면, 어른들도 처음에는 모두 빛이었습니다. 그런데, 빛이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빛이 아닌 목숨으로 바뀝니다. 빛이던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책을 읽으며 방송을 보는 동안 어느새 빛을 잃는 어른이 되고 맙니다. 회사를 다니고 도시에서 살며 자가용을 모는 사이 어느덧 빛과 동떨어진 어른으로 지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빛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나 고운 빛으로 살아갈 때에 환하게 웃습니다. 어른들도 늘 빛입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늘 맑은 빛으로 생각할 적에 신나게 노래합니다.


  경제개발이나 교육과정이 아닌 삶을 가꾸는 빛이 되기를 빕니다. 학력신장이나 문화예술이 아닌 사랑을 나누는 숨결이 되기를 빕니다. 사랑으로 만난 사람들이 사랑을 키우면서 지구별에 푸른 바람이 불도록 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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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하나 타샤 튜더 클래식 6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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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5



하나와 하나가 모여 사랑

― 1은 하나

 타샤 튜더 글·그림

 공경희 옮김

 윌북 펴냄, 2009.5.30.



  아이와 함께 숫자를 읽습니다. 아이가 궁금해 할 때에 비로소 알려줍니다. 나는 아이한테 우리 숫자를 알려줍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숫자를 알려줍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시골빛을 누릴 아이가 앞으로 즐겁게 쓰면서 생각을 밝힐 이야기를 물려줍니다.


  자, 아이들아, 우리 함께 숫자를 세 볼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그리고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온. 예부터 한국말에는 ‘온’이 있었단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온’이라는 말을 잃고 ‘백’이라는 한자를 써.


  너희들은 ‘온’이라는 낱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니? 이 낱말은 옛말이라고 밀어 놓을 수 없어. ‘온누리’를 말할 적에 바로 그 ‘온’이야. 한국말 ‘온’은 “모두”를 가리키기도 하지. 그래서, ‘온마음’을 쏟아 사랑을 하고, ‘온힘’을 기울여 삶을 짓는단다.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빛을 지을 수 있어. ‘온빛’을 짓고 ‘온꿈’을 짓지. ‘온글’을 쓰고 ‘온말’을 나눈단다. 온통 넘치는 사랑으로 온갖 빛깔로 무지개를 그려.



.. 1은 접시에서 헤엄치는 아기 오리 한 마리 ..



  숫자는 등급이 아니란다. 숫자는 삶이란다. 숫자는 계급이나 신분이나 은행계좌가 아니란다. 숫자는 빛이란다. 하나 하면 어머니 하나, 아버지 하나. 둘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로 어버이가 둘. 셋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와 나, 이렇게 셋. 넷 하면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 한 분과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 한 분과 어머니를 낳은 아버지 한 분과 아버지를 낳은 아버지 한 분, 이렇게 넷. 그러면 다섯은 무엇일까? 내 손가락이 왼손에 다섯 오른손에 다섯. 여섯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너희가 스스로 숫자로 삶을 지어 보겠니?



.. 3은 하늘을 나는 제비 세 마리 ..



  타샤 튜더 님 그림책 《1은 하나》(윌북,2009)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 집 큰아이가 일곱 살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아이와 어떤 숫자놀이를 했는지 돌아봅니다. 나는 큰아이한테 숫자를 꽤 늦게 이야기했습니다. 다섯 살일 무렵 비로소 숫자를 몹시 궁금해 한다고 느껴, 이때부터 시골길에서 보는 숫자를 함께 읽었어요. 내 마음을 오롯이 담아 숫자를 읽고, 내 사랑을 살포시 담아 숫자를 이야기했습니다.


  타샤 튜더 님도 이녁이 할머니로 살며 마주하는 아름다운 빛을 《1은 하나》라는 그림책에 가만가만 담았으리라 느낍니다. 이녁이 아이들한테 물려줄 가장 멋있는 선물로 그림책을 빚었구나 싶습니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사로운 눈길로 숫자와 삶과 꿈과 빛을 이야기로 엮었구나 싶어요.



.. 20은 새벽을 향해 나는 기러기 스무 마리 ..



  아이들이 숫자를 익혀야 한다면,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글을 익혀야 한다면, 대학졸업장을 거머쥐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문학을 하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예술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가꾸려고 삶을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사랑을 지으려고 사랑을 물려주면서 물려받습니다.


  하나와 하나가 모여 이루는 사랑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서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도 스스로 서는 사람입니다. 두 하나는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둘이면서 하나가 되고, 둘이면서 하나인 숨결은 새로운 하나를 낳고 새로운 둘을 낳습니다.


  제비가 새끼를 깝니다. 개구리가 알을 낳습니다. 잠자리가 사랑을 속삭입니다. 지렁이가 흙을 먹으면서 꿈을 짓습니다.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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