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
기스베르트 슈트로트레스 지음, 가비 카벨리우스 그림, 이필렬 옮김 / 창비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4



우리 몸을 살리는 숨결

―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

 기스베르트 슈트로트레서 글

 가비 카벨리우스 그림

 이필렬 옮김

 창비 펴냄, 2004.5.25.



  바람이 거세게 불면 자전거가 앞으로 잘 안 나아갑니다. 자동차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대로 달릴 테지요. 무거운 쇳덩어리인데다가 기름을 태워서 달리니, 자동차를 달리면서 힘들 일은 드물어요. 맞바람을 맞으면서 이 바람이 그치기를 바랄 만하지만,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맞바람을 그대로 맞기만 할 뿐, 바람이 수그러들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이쪽에서 가면 맞바람이지만 저쪽에서 오면 등바람이에요. 가는 길에 맞바람이면 오는 길에 등바람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자전거를 달리기에 수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날이 무덥습니다. 바람이 불기에 따순 기운을 옮깁니다. 바람이 불어서 서늘한 기운을 옮깁니다. 바람이 부니 우리들은 늘 새 숨을 마시고, 바람이 부니까 풀과 나무가 싱그러이 빛날 수 있으며, 바람이 불어 지구별에 골고루 온갖 목숨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사람의 몸은 태양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 흙 한 줌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이 들어 있을까요? 열 마리? 쉰 마리? 100마리? 믿어지지 않겠지만, 흙 한 줌 속에는 지구 전체에 살고 있는 사람 수보다 더 많은 생명이 숨어 있습니다 ..  (7, 24쪽)



  비가 내리면서 뭍에 새 기운이 감돕니다.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며 사람도 논밭을 가꿉니다. 비가 내려 뭍에서 흙이 쓸려 바다로 가니, 갯벌이 싱그럽고 바다에도 새 기운이 감돕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아마 지구별에는 푸른 빛이 사라지겠지요. 비가 없이는 물을 쓸 수 없고, 비가 없이는 들과 숲에서 풀도 나무도 자랄 수 없어요.


  꽃은 정수기 물로 크지 않습니다. 열매는 수돗물로 익지 않습니다. 어느 목숨이든 페트병에 담긴 물을 달게 마시지 않습니다. 바닥이 흙인 내나 가람에서 흐르는 물을 마셔야 싱그럽게 빛나는 목숨입니다. 시멘트로 덮은 바닥을 흐르면 내나 가람이 아니요, 시멘트로 가두는 댐에서 플라스틱이나 쇠붙이나 시멘트로 만든 길을 거쳐서 흐르도록 하는 물은 목숨을 살리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풀과 나무는 흙땅에 뿌리를 내려요.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이룬 땅에 뿌리를 내리는 풀이나 나무가 아닙니다.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뚫고 자라는 풀과 나무는 흙을 찾아 뿌리를 뻗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삶터를 뒤덮습니다. 시골도 도시도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어씌웁니다.



.. 옛날에 물방아는 곡식을 빻는 일 말고도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의 힘으로 무거운 해머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물방아도 있습니다. 이런 물방아가 있는 방앗간에서는 쇠를 두들겨 칼 또는 낫을 만들었습니다 ..  (15쪽)





  기스베르트 슈트로트레서 님이 글을 쓰고 가비 카벨리우스 님이 그림을 그린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창비,2004)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지구별에서 사람이 얻는 기운(에너지)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를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사람들이 지구별에서 어떤 기운을 얻어서 문명사회를 누릴 수 있는지 가만가만 알려줍니다. 석탄과 석유와 가스에 기대는 문명사회인데, 이 세 가지만으로는 문명사회가 버틸 수 없을 뿐 아니라, 머잖아 무너질밖에 없는 흐름을 밝힙니다.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를 읽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이 책을 쓰거나 옮긴 분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을까요. 바람과 물과 해가 사람을 살리는 바탕이라면, 우리는 문명사회를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요. 바람과 물과 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어야 옳지 않나요. 바람과 물과 해를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과 문화가 되어야 바르지 않나요. 바람과 물과 해를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마을과 보금자리를 일구는 길을 찾아야 아름답지 않나요.



.. 과학자들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열기가 나무의 탄수화물을 분쇄하고, 이때 많은 빛과 열이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이 빛과 열은 태양에서 나와 나무 속에 붙잡힌 에너지입니다 ..  (31쪽)



  그림책 《바람과 물과 태양이 주는 에너지》는 ‘과학’과 ‘문명’이라는 틀에서 바람과 물과 해를 바라봅니다. 바람과 물과 해에서 기운(에너지)을 얻는 흐름은 보여주지만, 막상 이런 기운을 왜 얻어야 하고 왜 누려야 하는지를 밝히거나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전기를 써야 하니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얼거리에 갇힙니다. 전기를 왜 써야 하는지, 전기를 쓰는 우리 사회와 문명은 어떤 모습인지를 밝히거나 보여주지 못해요.


  우리는 전기를 얼마나 쓸까요? 우리는 전기를 얼마나 써야 할까요? 마을을 수수하게 일구며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이 쓰는 전기는 아주 적어요. 그러나, 군사과학이라든지 전쟁무기라든지 군부대를 거느리느라 쓰는 전기가 대단히 많습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갖가지 전쟁무기와 군부대 때문에 전기를 엄청나게 쓰는 문명사회입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한국도 모두 똑같습니다. 올림픽을 치르고 월드컵을 치르며, 또 무슨무슨 운동경기를 치른다면서 쓰는 전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바람을 골고루 나누는 삶인가 궁금합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물을 함께 나누는 삶인가 궁금합니다. 지구별 사람들은 해를 함께 즐기는 삶인가 궁금합니다. 우리 몸을 살리는 숨결이라는 바람과 물과 해를 슬기롭게 맞아들이거나 나누는 길을 잊은 채, 앞날을 읽거나 그리지 못하는 채, 쳇바퀴를 도는 문명사회와 제도권교육이라고 느낍니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