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하게 인문학과 삶 시리즈 3
문정민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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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6.10.

인문책시렁 187


《쓰고 달콤하게》

 문정민

 클북

 2019.12.17.



  《쓰고 달콤하게》(문정민, 클북, 2019)를 일군 글님은 포항에서 마을책집 〈리본책방〉을 꾸립니다. “쓰고 달콤하게”라면 우리 삶이 되겠지요. 오르막이 있기에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니 오르막이 있는 삶이에요. 태어나니 살고, 살아가니 죽고, 죽으니 낳으며, 낳으니 태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죽다(죽음)’라는 낱말은 ‘주리다·굶주리다’에 이어 ‘줄다·줄이다’하고 잇닿는데, ‘줄다’는 ‘줄·줄잇다’로 이어가요. 죽음이란 이곳에서 사라지는 일이 아닌, 이곳에 헌몸을 내려놓고서 새몸으로 나아가는 ‘줄’이기도 합니다. ‘주다’라는 낱말도 뿌리가 같으니, ‘헌몸을 주고 새숨을 주는’ 길이 ‘죽음’이지 싶습니다.


  고단한 하루이니 고단한 채 씁니다. 쓴맛을 그대로 써요. 달콤한 하루이니 달콤하게 써요. 달달맛을 고스란히 씁니다. 바람이 불어 시원한 여름이라면, 바람이 불어 차가운 겨울입니다. 바람은 늘 똑같이 불지만 우리 마음이 달리 받아들입니다. 바람이 없이 찌는 여름이라면, 바람이 없어 포근한 겨울입니다. 바람은 노상 똑같이 흐르지만 우리 마음이 다르게 봐요.


  쓴맛을 보니까 나쁘다고 여기나요? 단맛을 보니 좋다고 여기나요? 쓴맛이기에 삶을 북돋우나요? 단맛이기에 삶을 깎아내리나요? 또는, 거꾸로인가요?


  쓴맛 단맛 때문이 아닌 마음 때문에 다르게 흐르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쓴맛이든 단맛이든 오롯이 삶으로 기꺼이 맞아들이기에 나날이 새롭게 바라보고 자라나는 마음밭이지 싶습니다.


  고요하게 씁니다. 고즈넉히 적습니다. 고스란히 옮깁니다. 눈물은 눈물빛으로 쓰고, 웃음은 웃음꽃으로 써요. 모든 삶은 다 다르면서 아름다이 꽃이 될 글입니다. 모든 사랑은 저마다 다르면서 눈부신 숨결로 거듭나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곁에 어떤 책을 놓나요? 오늘은 곁에 어떤 바람을 맞이하려나요? 오늘은 곁에 어떤 별빛이 드리우기를 바라나요? 오늘은 어떤 풀꽃나무하고 노래하는 아침으로 열고, 어떤 구름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기다리면서 설레는가요?


ㅅㄴㄹ


우리 각자는 스토리다. 우리에게는 색깔과 모양을 담은 이야기가 있다. (12쪽)


남을 위해 살았다. 시간도 없고 힘들지만 부탁하면 무조건 달려갔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은 팍팍한 삶에 위안이었다. (18쪽)


어제와 오늘이, 잘한 일과 못한 일이 합쳐져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아프고 힘든 일이 많지만, 이제는 안다. (135쪽)


왜 이렇게 선입견을 품을까? 내가 경험한 지식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만나면 감추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139쪽)


하나씩 이루어가고 새로운 소원이 떠오르면 수첩에 쓰면 된다. 성취감을 느끼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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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띵 시리즈 7
호원숙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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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6.8.

인문책시렁 186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호원숙

 세미콜론

 2021.1.22.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호원숙, 세미콜론, 2021)은 어머니 박완서 님을 그리고 기리면서 ‘어머니 부엌살림이 남긴 빛살’을 놓고서 두런두런 밥수다를 들려줍니다. 어머니가 남긴 집에서 살아가는 글님은 그 집 가운데 부엌에서 가장 오래 하루를 보낸다고 해요. 한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을 돌보는 자리라면 참말로 부엌에서 오래 보내기 마련입니다. 부엌에 마루에 마당에 집안 곳곳을 돌면서 밥옷집이라는 세 가지 살림길을 건사하지요.


  오늘 태어나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집에서 어느 곳에 오래 깃들면서 하루를 그릴까요? 앞으로 태어나서 자라날 아이들은 집에서 어느 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하루를 지을까요?


  우리 어머니가 남긴 손맛을 떠올립니다. 우리 아버지는 국수조차 못 삶은 분인데 어떤 손맛을 남겼을까요. 아이는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함께 낳습니다. 그래서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입니다. 함께 아이를 낳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버이사랑을 어떻게 물려주는 슬기롭고 상냥하며 사랑스러운 눈빛인가요.


  할아버지 손맛하고 아버지 살림맛을 물려받으면서 새롭게 가꿀 어린이가 이 땅에 몇 쯤 되려나요. 따로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안 가르면서 두 어버이 모두한테서 삶멋을 이어받으며 새삼스레 키울 푸름이가 이 땅에 얼마쯤 있으려나요.


  아이들을 부엌으로 데려오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부엌에서 어머니 아버지 곁에서 심부름을 하고 살림을 거들면서 까르르 수다를 터뜨리고 찬찬히 살림꽃을 피우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 사람 손맛만 남을 부엌이 아닌, 집안사람 모든 손길이며 숨결이 묻어나고 흐르는 보금자리로 나아가면 좋겠어요. 오늘도 새벽은 멧새가 노래하며 열고, 동트는 하늘은 차츰 별빛이 스러집니다. 


ㅅㄴㄹ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나는 이 집에서 그냥 살았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의 부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15쪽)


미나리를 다듬으며 거머리를 대담하게 떼어버리던 어머니의 야무졌던 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다듬고 난 미나리 뿌리를 버리지 않고 예쁜 항아리에 물을 받아 담가두셨지. (37쪽)


만약에 혼자 이 음식을 준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운이 있다 할지라도. (87쪽)


우리 아이들도 싫어하지. 아이들이 기한 지난 유제품을 싹싹 모아 버리는 걸 보면 불편하다. 아이들은 엄마가 끄떡없다며 먹는 걸 보면 질색을 하지만. (148쪽)


.

.

살짝 싱거운
조금 밋밋한
뭔가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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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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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28.

인문책시렁 184


《파리 상점》

 김예림

 생각을담는집

 2012.2.20.



  《파리 상점》(김예림, 생각을담는집, 2012)은 프랑스 파리에서 오래된 가게를 찾아다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래가게’마다 오랫동안 가다듬은 손멋을 밝히고, 오래도록 사랑받으면서 이어온 발자국을 짚어요. 이 오래가게를 살피면 살림이나 세간을 섣불리 바꾸지 않습니다. 오래가게치고 알림판(간판)을 함부로 갈아치우는 곳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때부터인가 ‘오래가게’란 이름을 쓰고, 이 오래가게를 뒷배하거나 알리는 일(정책)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벼슬자리(공무원)에 있는 이들은 으레 마을가게 알림판을 갈아치우는 데에 목돈을 써요. 전남 고흥 같은 조그마한 시골조차 읍내·면소재지 가게 알림판을 몇 해마다 뚝딱 갈더군요. 서울도 인천도 부산도 광주도 대구도 …… 그야말로 온나라가 알림판 갈아치우기에 그야말로 목돈을 자주 써요.


  예전에는 바닥돌(보도블록)을 갈아치우는 데에 참으로 자주 목돈을 썼다면, 슬그머니 엉뚱한 데로 옮겨서 목돈을 쓰는 셈인데, 삶길이나 살림길에 이바지하기보다는 눈먼돈을 쓰거나 눈가림을 하는 데에서 헤맨 몸짓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파리 상점》에 나오는 파리는 어떨까요? 파리에 있는 오래가게뿐 아니라 여느 가게하고 살림집은 알림판을 어떻게 건사할까요? 파리는 길바닥을 어떻게 돌보고, 담벼락은 어떻게 건사할까요?


  오래오래 빛나는 가게나 마을이나 살림집이나 나라나 별(지구)이 되자면, 껍데기도 틈틈이 매만져 주어야겠습니다만, 껍데기가 감싼 알맹이부터 제대로 보듬으면서 가꿀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파리 상점》이 이 대목을 더 눈여겨보면서 찬찬히 짚으면 한결 나았으리라 봅니다. 멋솜씨나 멋길이나 오래솜씨를 풀어내는 줄거리도 나쁘지 않으나, 멋스럽지 않더라도 수수한 살림자락을 즐겁게 사랑하는 실마리에 더 마음을 쓴다면, 이 책도 사뭇 다르게 흐를 만했지 싶어요.


ㅅㄴㄹ


언젠가 당신이 파리에 가게 된다면 오래된 상점을 여행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오랜 세월 파리지앙의 사랑을 받아온 그들은 가장 파리다운 모습으로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7쪽)


비교적 보기 힘든 동으로 된 까늘레 틀을 모라에서 발견한 후 한참이 지나서야 모라가 20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상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38쪽)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한 차인데 이렇듯 다양하게 차를 추천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중요한 것은 차를 통해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입니다.” (82쪽)


보통은 혼나고 학교에 갔지만, 가끔은 기침이 심하거나 열이 나서 학교를 가지 못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면 늘 마시던 것이 꿀물이었다. 어머니는 또 꾀병이 아니냐며 혼내면서도 따뜻한 물에 꿀을 듬뿍 넣어 진한 꿀물을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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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 스님의 사자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용수 스님 시리즈
용수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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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8.

인문책시렁 182


《용수 스님의 사자》

 용수

 스토리닷

 2021.3.2.



  《용수 스님의 사자》(용수, 스토리닷, 2021)는 ‘곰’하고 ‘코끼리’에 이은 ‘사자’ 이야기입니다. 용수 스님은 앞으로 여러 숨결을 떠올리면서 우리 삶을 읽는 이야기를 더 들려줄까요? 뭍짐승 셋은 뭍살림이 다르고, 뭍살림이 다른 만큼 뭍넋이 다릅니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숨결이라면 바다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날 텐데, 새우랑 고래랑 해파리랑 모두 다르면서 새롭게 살아가는 길일 테지요.


  저마다 다른 숨결은 마땅히 다르기 마련입니다만, 다르면서 닮은 데가 있어요. 모두 ‘살아’갑니다. 모두 살아가면서 ‘사랑’으로 ‘살림’을 지어요. 오늘날 서울살림을 하는 사람 눈으로 풀꽃나무나 짐승을 바라본다면 ‘사람을 뺀 모든 숨결’이 ‘사랑으로 살림을 지으며 살아간다’는 대목을 놓치거나 못 보거나 고개저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온누리라는 눈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별이 냇물처럼 쏟아지는 밤을 떠올려요. 저렇게 엄청나도록 많은 별처럼 우리 별(지구)은 매우 작아요. 다른 별에서 우리 별을 보면 깨알만큼도 안 돼요. 깨알만큼도 안 되어 보이는 이 별에서 살아가는 숨결이란 ‘온누리(우주) 눈’으로는 ‘안 보인다’거나 ‘어슷비슷’이라 여길는지 모르나, 그래도 깨알처럼 다르겠지요.


  마음을 다스리는 뜻은 늘 하나예요. 내가 나인 줄 깨달으면서 네가 너인 줄 깨닫고, 너랑 내가 다르면서 하나인 빛인 줄 깨달으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사납질을 하는 나나 너는 똑같습니다. 사랑길을 걷는 나나 너는 똑같습니다. 바보스러운 나나 너는 똑같고, 아름다운 나나 너는 똑같아요. 미워할 일도 손가락질할 일도 없습니다만, ‘무엇이 무엇인가’는 또렷이 볼 노릇이에요. ‘무엇이 무엇인가’를 보지 않고서 뭉뚱그린다면 아무것도 안 보거나 못 본 셈이거든요.


  바람이 붑니다. 봄이니 봄바람입니다. 가을이니 가을바람이요, 시골이니 시골바람입니다. 서울에는 서울바람이 불고, 자동차가 빼곡한 곳에는 매캐한 바람이 붑니다. 마당에 나무를 심은 집에서는 나무바람이 불고, 숲에 안긴 마을이라면 숲바람이 불어요. 오늘 어떤 바람이 부는 삶터에서 하루를 짓나요? 스스로 어떤 바람이 되는가요? 사람이 바보스럽게 매캐한 바람만 일으켜도 이 별은 사람을 어여삐 여겨서 꾸준히 비바람을 베풉니다. 끔찍한 먼지띠는 이웃나라 중국만 일으키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막삽질을 안 멈출 뿐 아니라, 자동차를 끝없이 몰잖아요? 더구나 요새는 ‘쓰고 버리는 입가리개(플라스틱 마스크)’가 엄청나고, ‘화학약품 소독제’에다가 ‘비닐’을 새삼스레 허벌나게 써요.


  이 별과 이 나라와 이 마을에서 돌림앓이를 걷어내려면, 입가리개도 소독제도 비닐도 화학약품으로도 안 됩니다. 오직 풀꽃나무를 심고 가꾸고 돌보면서 숲을 늘려야 합니다. 숲을 밀고 바다를 파헤쳐 ‘햇볕판(태양광)’을 100조 원에 이르도록 때려짓는 막삽질이 아닌, 숲을 돌보고 바다를 아끼면서 찻길하고 나루(공항·터미널)를 줄일 노릇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하늘나루를 또 새로 지으려 하고, 찻길도 자꾸 더 놓으려 하며, 자동차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나아가면 《용수 스님의 사자》를 열 벌 스무 벌 읽더라도 깨달음하고는 동떨어지고 말아, 우리 삶터를 우리 손으로 망가뜨리는 수렁에 꼼짝없이 갇히리라 봅니다.


ㅅㄴㄹ


명상은 행복해지는 것보다 우리의 근본적인 행복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쪽)


미움을 허용하세요. 하지만 미움에 빠지지 마세요. 미움을 착한 마음으로 돌리려고 하지 마세요. 감정이 상할 때는 허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29쪽)


수행은 잘못된 자신을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수행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소멸하는 것입니다. (57쪽)


수행을 하면 복이 많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복이 많다는 것을 알아보게 됩니다. 수행을 하면 모자란 게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알아봅니다. (105쪽)


우리가 할 일은 그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소화하는 겁니다. 우리의 마음은 모든 상처와 억울함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190쪽)


몸이 아플 때 배울 것이 너무 많아요.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어요.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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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인문학 - 하루 10분 당신의 고요를 위한 시간 날마다 인문학 3
임자헌 지음 / 포르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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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4.14.

인문책시렁 174


《마음챙김의 인문학》

 임자헌

 포르체

 2021.2.10.



  《마음챙김의 인문학》(임자헌, 포르체, 2021)은 옛글을 오늘에 비추어 되읽는 사이에 마음을 챙기는 길을 들려줍니다. 오늘이란 눈으로 바라보기에 옛적에 살던 옛사람이 지은 옛살림에서 피어난 옛글일 텐데, 모든 옛글은 지난 그날을 헤아리면 ‘오늘글’이어써요. 오늘 이곳에서 오늘살림을 짓는 오늘사람이기에 오늘말로 이야기를 엮어요.


  우리가 옛글을 읽는다고 한다면 ‘오늘을 읽는 글’을 옛사람은 어떻게 헤아렸는가 하고 느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살림을 노래할 노릇’이라고 깨닫는 셈이지 싶습니다. 옛어른이 남긴 옛글을 읽으면서도 배울 테지만, 오늘 우리가 오늘글을 스스로 쓰면서도 배워요. 옛사람이 살림을 짓던 숨결을 돌아보면서도 배우고, 오늘 이곳에서 어른이나 어버이로서 아이들하고 함께 누리는 하루를 되새기면서도 배웁니다.


  누구나 스스로 맡은 일을 하나 하다가 다른 일을 합니다. 여러 가지 일손을 잡다가 밥살림이며 집살림을 건사합니다. 밥살림은 한두 가지가 아니요, 집살림도 두어 가지가 아닙니다. 늘 온갖 살림살이를 거느리면서 이모저모 헤아리고, 아이를 쳐다보고, 바람을 읽고, 마실을 다녀옵니다.


  마음을 챙기는 길이란 어렵지도 쉽지도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면서 무엇을 꾀하려는가 하고 생각을 가누기에 마음을 챙깁니다. 저녁에 자리를 깔고 누우면서 하루를 되짚고 이튿날을 새롭게 그리기에 마음을 챙기지요.


  어제는 어제를 살던 사람이 이야기를 갈무리합니다. 오늘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야기를 갈망합니다. 모레에는 모레를 살아갈 새로운 아이들이 이야기를 차곡차곡 다루겠지요.


  좋은 마음도 궂은 마음도 아닌 즐거운 마음이라면 넉넉하지 싶어요. 이 길도 저 길도 아닌 즐겁게 노래할 길이라면 아름답지 싶어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곁에 풀꽃나무를 두어 스스로 숲이 되기에 푸르게 피어나는 숨결이 될 만하다고 여깁니다.


ㅅㄴㄹ


68세의 노학자가 새해를 맞으며 바라는 소망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정진하고 또 정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밖에 뭘 더 바랄 게 있느냐고 젊은이들에게 묻는다. (30쪽)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좋은 사람이 나를 칭찬해야 내가 좋은 사람인 거지 나쁜 사람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건가? (57쪽)


이웃들은 가난한 처녀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기득권 세력 안에서 그 삶을 일상으로 누리는 자들은 약자들의 외침을 이해하기 힘들다. 허난설헌의 시가 지금 우리에게 다시 필요한 까닭은 그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조선이라는 시대의 그물에 걸린 약자였기 때문이다. (100쪽)


지도자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사람들에게 권선징악이 동화 속에나 있는 것이 아닌 현실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질 것이며, 사랑과 정의 같은 올바른 가치를 지키며 살게 될 것이다. (165쪽)


점심식사를 마친 회사원들의 손에는 대부분 커피 한 컵씩이 들려 있는데 이 역시 모두 일회용이다. 휴가를 즐길 때는 대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이렇게 사용되고 소모되는 자원을 다 어찌해야 할까?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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