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 치유 -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 지음, 황근하 옮김 / 샨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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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66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

 황근하 옮김

 샨티

 2020.10.26.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켈리 누넌 고어스/황근하 옮김, 샨티, 2020)를 읽으며 어린 날을 떠올립니다. 이리 보고 저리 살펴도 ‘남이 나를 달래’ 주는 일이란 없습니다. 어느 누가 아무리 따스히 안거나 포근히 품더라도 ‘내가 스스로 나를 사랑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도루묵입니다.


  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느꼈는데, 느끼기는 하더라도 무엇인지 제대로 종잡지는 못했어요. 어렴풋했어요. 아슴푸레하지요. 흐릿흐릿한 느낌인데, 그렇지만 ‘남한테서 생채기를 받는 일보다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일이야말로 크’구나 싶어, ‘남한테서 받는 손길’이 아닌 ‘스스로 내 마음을 살살 쓰다듬는 길’을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돌봄터(병원)에 가서 다스리면 몸이 나아질 수 있어요. 돌봄터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 보금자리를 돌봄자리로 삼아서 스스로 몸을 다스려서 나을 수 있어요. 어느 쪽이든 돌봄길입니다. 바깥에서 돌보는 길을 찾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돌보는 길을 가꾸는 사람이 있어요.


  배움터도 이와 같아요. 남이 가르쳐 주기에 배우는 길이 있다면, 남이 가르치건 말건 스스로 찾아나서며 배우는 길이 있어요. 어느 쪽이 더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두 갈래로 길이 있을 뿐입니다.


  살림터도 매한가지예요. 남이 해주는 대로 살아갈 수 있고, 언제나 스스로 짓고 차리고 일구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돈을 써서 살림을 갖추며 살아갈 수 있고, 돈을 안 벌고 안 쓰는, 이러면서 모든 살림을 늘 손수 지어서 살아가는 길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어느 길로 가든 좋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늘 ‘나’를 생각하고 ‘사랑’을 헤아리면 됩니다. 《치유》는 이 대목을 조금 더 짚어 보려는 책입니다. 남이 나를 돌봐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를 돌보는 눈길이며 마음길이며 살림길이며 사랑길을 천천히 내자고 이야기합니다.


  가볍게 살피면 좋겠어요. 옆에서 밥술을 떠서 먹이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삼키고 몸으로 받아들여서 똥오줌으로 누어야 합니다. 둘레에서 숨을 불어넣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숨을 쉬고 몸에서 바람을 돌린 다음 숨을 내뱉어야 합니다. 기쁨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기쁩니다. 슬픔을 받아들이려 하면 슬픕니다. 튼튼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튼튼하고, 아픔을 받아들이려 하면 아파요.


ㅅㄴㄹ


나는 의사가 아니다. 과학자도 아니다. 그저 내 삶의 경험에 관한 전문가일 뿐이다. (23쪽)


정보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중압감 때문에 끊임없이 나쁜 뉴스들에 빠져 지내는 한편 자연의 리듬 및 우주의 순환과 연결되는 경험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31쪽)


생명 활동의 본성은 단순하다. 생물 유기체는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의 몸을 적응시킨다 … 삶에 대한 내 해석이 내 배양기, 내 혈액의 화학적 구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75쪽)


관리와 즉각적 만족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쉽사리 ‘빠른 회복’이라는 마케팅의 먹이가 된다. (125쪽)


즉 성공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힘이 있다고 느껴야 하고, 인생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과 삶에 대해 사랑을 느껴야 하며, 치유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온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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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좋아 시리즈
정경희 지음 / 포북(for boo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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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26.

인문책시렁 169


《엄마가 좋아》

 정경희

 for book

 2012.12.4.



  《엄마가 좋아》(정경희, for book, 2012)는 ‘엄마라는 삶길’을 어떻게 누리거나 즐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넉넉히 들려줍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글님은 곁에서 빛꽃을 담아 준 사람이 있고, 책으로 엮어 준 사람이 있어서 ‘엄마살림’을 듬뿍 보여주는데, 숱한 어머니는 ‘엄마실림을 빛꽃으로 담거나 엮어 주는 손길’을 얼마 못 받곤 합니다. 으레 그렇지 않나요? 날마다 차려 주는 밥 한 그릇을 고마이 여기면서 마음뿐 아니라 두 눈 가득 아로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날마다 입는 옷을 보송보송 건사하는 손길을 눈여겨보면서 몸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온누리 모든 딸아들이 어버이 살림살이를 차곡차곡 여미어 책 한 자락으로 꾸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투박한 바느질도 좋고, 꼼꼼한 뜨개질도 좋습니다. 밥자리가 넘치도록 올린 모습도 좋고, 곁밥 한 가지나 김치 한 접시를 가볍게 올린 모습도 좋아요. 어버이는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책으로 꾸며 내리사랑으로 베풀고, 아이는 어버이랑 함께 보낸 나날을 차근차근 짚어 책으로 꾸려 치사랑으로 건넬 만합니다.


  기저귀를 빨던 손으로 글을 씁니다. 밥을 짓던 손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옷깃을 여미고 이부자리를 다독이던 손으로 춤을 춥니다. 목말을 태우거나 처네로 업고 저자마실을 다니던 다리로 함께 나들이를 다닙니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 곁에 《아빠가 좋아》를 놓을 수 있기를 바라요. 서로 다르지만 서로 같은 사랑을 수수한 이웃님 스스로 챙기면 어떨까요. 우리가 입는 옷은 대단해야 하지는 않되, 사랑을 담으면 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훌륭해야 하지는 않되, 사랑을 얹으면 되어요.


  사랑하려고 낳는 아이입니다. 사랑하려고 어버이한테 찾아온 아이입니다. 사랑을 물려줄 어버이입니다. 사랑을 배울 아이입니다.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이 별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가 줄어들 일’은 없어요. 이 대목을 못 헤아리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은 사라지지 않아요. 이 대목을 안 헤아리면 시골살이(귀촌)를 꿈꾸며 손수 살림을 지으려는 젊은 발걸음은 늘어나지 않겠지요.


ㅅㄴㄹ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의 주인공을 수놓아 방에 걸어 주기도 하고, 품에 끼고 사는 인형에게 고운 옷 지어 입히며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7쪽)


바느질이 어렵다는 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어릴 때 내게 써 준 손편지나 그림 들은 가장 값진 본이다. 아이가 한 말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잘 적어 두었다가 천에다 옮겨 아이들 사진과 함께 앨범도 만들었다. (61쪽)


수를 놓고 싶을 때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 꽃이다. 세밀하게 그려서 수놓아도 좋고, 손그림처럼 어눌하게 그려도 재밌다. (75쪽)


엄마 손때 묻혀가며 키울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꿈처럼 모든 게 지나가 버린다. (106쪽)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갇혔을 때, 힘든 시간을 같이 나나고 싶어서 조각천 잇기를 했다. 내가 고른 작업은 지겹고 지겨운 1인치짜리 조각 수천 장. (139쪽)


‘사는 재미가 바깥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내 마음이 기쁘게 집안을 지키고 살필 수 있게 나를 어루만져 주는 주문.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린 평범한 엄마의 역할이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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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길, 역사의 길 - 김삼웅 선생님이 10대에게 들려주는 정의론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9
김삼웅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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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26.

인문책시렁 168


《정의의 길, 역사의 길》

 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2.12.



  《정의의 길, 역사의 길》(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은 두 가지 길을 들려줍니다. 하나는 ‘곧은길·바른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삶길·살림길’이에요. ‘곧다·바르다’를 한자말로는 ‘바르다’로 나타냅니다. 한자말 ‘정의’를 내세운 벼슬아치나 글꾼이 참 많았으나 적잖은 이들은 입발림이나 겉치레나 속임짓을 일삼았어요, 뭇사람 앞에서는 바른 척할 뿐, 속으로는 거짓스럽거나 뒤틀리거나 일그러진 길이었어요.


  왜 겉속이 다를까 하고 돌아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삶길이나 살림길하고 등졌더군요. 삶을 삶답게 다스리지 않기에 곧은길하고 멀어요. 살림을 살림다이 가꾸지 않는다면 바른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여린이를 두들겨패거나 괴롭히는 짓을 뒤에서 하되, 앞에서는 얌전하게 구는 이들이 수두룩해요. 위아래로 가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주먹질이나 막말이 춤춰요. 이웃나라 총칼을 내세워 쳐들어오던 때에 그들은 어떤 이름을 앞세웠나요? 이 나라 사람 스스로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 그들은 어떤 이름을 붙였나요?


  앞뒤가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집살림을 안 합니다. 겉속이 어긋난 이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안 돌봅니다. 손수 옷을 갈무리하고, 밥을 짓고, 집을 돌보는 사람이 앞뒤가 다를 수 없습니다.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람이 겉속이 다를 까닭이 없습니다.


  가장 수수하게 땀흘리면서 어우러질 줄 알 적에 비로소 삶길이면서 살림길이요, 이러한 나날이 차곡차곡 쌓여 시나브로 곧은길이며 바른길로 나아갑니다. 글이나 말로만 곧을 수 없어요. 오직 삶으로 곧을 뿐입니다. 책이나 이름값으로 바를 수 없어요. 오로지 살림으로 바를 뿐입니다. 《정의의 길, 역사의 길》을 읽으며 이 대목을 헤아려 본다면, 예나 이제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를 또렷하게 알아채리라 생각해요. 그들이 겉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 그들이 어디에서 누구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살림하는가를 들여다봐요. 말이 아닌 삶을 보아야 참다운지 아닌지를 가눌 만합니다.


ㅅㄴㄹ


국민을 배반하고 진리를 거역하고 정의에 역행하는 자들은 설혹 실정법을 용케 피해 가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하늘의 그물이 가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곧 역사의 심판이지요. (21쪽)


전쟁이 일어나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중국 망명까지 시도했던 임금과 관리들은 의병의 공을 인정하면 정부의 무능이 드러날 것을 걱정했던 것입니다. (40쪽)


옛사람이, 눈물로 먹을 갈아 쓴 글이 아니면 읽지를 말고 눈물로 밥을 말아 먹어 보지 못한 사람과는 국사를 논하지 말라고 했듯이 (110쪽)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영웅주의, 출세주의가 지배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고 돈 벌기 위해 경쟁해 왔지요.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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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돌멩이의 외침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5
유동우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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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5.

인문책시렁 164


《어느 돌멩이의 외침》

 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5.1.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은 1978년에 처음 나왔고, 1984년에 다시 나왔으며, 2020년에 새로 나왔습니다. 해묵었다고 여길 분이 있을 테지만, 이 책을 1990년대랑 2000년대랑 2020년대에 새삼스레 되읽으며 돌아보노라니, 오늘날 우리 터전 민낯은 그대로이지 싶습니다. 일꾼은 그럭저럭 일삯을 제법 받을 만큼 나아졌습니다만, 벼슬자리에서 사람들을 깔보거나 억누르는 흐름은 걷히지 않았습니다. ‘일순이가 짓밟혀도 일두레(노동조합)가 먼저’라 여긴 지난날 그 사람들은 오늘날 ‘가시내를 괴롭히고 응큼짓을 일삼았어도 나라힘(정치권력)을 지키기가 먼저’라 여기지요.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고, 아직 무엇이 그대로일까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란, 억눌리는 사람이 사라지는 터전일 뿐 아니라 억누르는 사람도 사라지는 터전입니다. 한켠에서 억눌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쪽에서 억누르는 사람이 있어요. 한구석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면, 한복판에서 우쭐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라힘을 거머쥔 이들은 몇 해째 ‘검찰 바꾸기’를 외칩니다만, ‘경찰 바꾸기·공무원 바꾸기’는 언제 하려나요? 갖은 잘못을 저질렀어도 국회의원이란 자리에 서면 배짱으로 밀어붙이는 이런 판은 언제 바꾸려나요? 눈먼돈을 돌라먹는 창피한 벼슬판·텃사람 고리(지자체·토착세력 유대관계)는 언제 치우려나요?


  우리는 모두 돌멩이입니다. 데구르르 구르는 돌멩이요, 아직 깨어나지 못한 돌머리입니다. 우리는 모두 돌더미입니다. 시키는 대로 굴러가는 돌이요, 아직 스스로 날개를 펼 마음을 깨지 못한 돌부스러기입니다.


  이리하여 《어느 돌멩이의 외침》 같은 책이 태어났습니다. 나쁜짓을 일삼는 이는 저쪽에만 있지 않다고, 우리 스스로 모든 고인물을 털어내고서 우리부터 깨끗하게 일어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아름길로 나아가는 사랑이 되자고 하는 피울음을 갈무리했습니다. 손을 잡아야 함께 살아갑니다. 주먹힘도 돈힘도 벼슬힘도 글힘도 아닌, 오롯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주할 적에 이 별이 푸르게 빛납니다.


ㅅㄴㄹ


오야지가 아침에 출근해서 주는 25원짜리 식권 두 장이 전부였다. 25원짜리 식권 한 장이면 회사 지정 식당에 가서 백반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으므로 나는 하루 두 끼의 밥을 얻어먹는 것으로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밥 두 끼조차 제대로 사 먹을 수 없는 것이 내 처지였다. 왜냐하면 내겐 당시 잠잘 곳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내 수입의 전부인 식권 두 장으로 잠자리까지 마련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27쪽)


근로감독관은 “네가 뭘 안다고 근로기준법이니 뭐니 떠드느냐”고 호통을 치더니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도장을 찍어 주면 될 게 아니냐”면서 마치 내가 범죄자라도 되는 듯이 다루는 것이었다. (81쪽)


“우리들이 요구하는 것이라곤 항상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요구일 뿐입니다.” (124쪽)


부분회장인 양 형까지도 “여자들이 남자한테 좀 맞았기로서니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분회장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잖아! 안 그래도 노동조합을 깨려는 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 판인데 자꾸 적을 만들면 어떡해?” 하면서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약한 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기본적인 자세가 없다면 노동조합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업주에 대해서는 약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력이 센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당해도 상관없다는 그런 모순된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157∼158쪽)


담당 순경으로부터 지독한 손찌검을 당해야만 했다. 손에 가죽장갑을 끼고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난타하는 바람에 내가 앞으로 거꾸러지자 그는 구둣발로 얼굴이며 허리를 마구 짓밟는 것이었다. “이 새끼, 네가 노조 분회장이면 다야! 죽여버릴 거야.”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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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직업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1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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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5.

인문책시렁 163


《고독한 직업》

 니시카와 미와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9.4.30.



  《고독한 직업》(니시카와 미와/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9)을 읽다가 멈추다가 읽다가 멈추다가 했습니다. 이러다가 한참 책상맡에 놓고 잊었습니다. 왜 이렇게 이 책을 못 읽는가 하고 갸우뚱하며 되읽으려는데, 글님이 속마음을 언뜻 털털하게 드러낸 듯한 책이지만 어쩐지 털털한 듯 꾸민 모습이 썩 와닿지 않아서 그렇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사진을 하든 영화를 하든 살림을 하든 이야기를 하든 모두 같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는 대목에서 어느 자리 어느 때나 매한가지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스스로 사랑하면 즐겁습니다. 어느 일을 붙잡든 꼭 끝까지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독한 직업》은 글님 스스로 영화찍기가 “외로운 일”일밖에 없다고 못을 박고서 이 틀에 맞추려 하면서 어긋나지 싶습니다.


  외롭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외로워야 할 일이 있을까요? 모든 일은 외로우면서 외로울 까닭이 없습니다. 즐거이 할 적에는 외로운지 아닌지를 안 살핍니다. 안 즐거울 적에는 어쩐지 뭔가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거나 내세우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은 삶길을 퍽 부드러이 담아낸 듯하지만, 아무래도 허울이 꽤 짙습니다. 굳이 이런 허울을 붙여야 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허울이 있다면 허울좋게 살아온 모습을 빙그레 웃으면서 달래면 될 테지요.


  영화를 찍는다면 무릇 여러 사람 앞에 선보여야 하기 마련이라, 속내나 민낯을 감추고서 ‘사람들 앞에서 다르게 보여주기’를 해야 할 테니, 그리고 어느 영화를 끝냈으면 다음길을 가려고 예전 영화를 까맣게 잊어야 할 테니, 여러모로 ‘허울벗기’를 바꾸는 길이 되지 싶은데, 허울을 벗기보다는 허물을 벗는다면 어떨까요? 애벌레가 나비로 깨어나는 ‘허물벗기’로 영화를 삶으로 받아들인다면, 글님이 펼 이야기는 이 책하고 확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좀더 평범하게 행동했다면 좋았을 텐데.”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이 말했지만, 그 “좀더 평범하게”가 불가능했다. (25쪽)


영화감독이 천직인 타입이라면 또 모를까. 나 같은 기량의 사람에게 영화 촬영은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어서, 그중 즐거웠던 추억을 내 안에서 곱씹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해 나갈 희망을 잃어버린다. (78쪽)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독실한 불교 가정에서 염불을 아침저녁으로 들으며 자란 나는 친척 언니가 다니던 기독교계 중학교를 동경해서 입시를 위해 보습학원에 다니겠다는 말을 꺼냈다. (202쪽)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 나는 일이 나중에 돌아보면 본의 아니게 내 인생의 전기가 된 경우가 많다.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흰종이 위를 나의 왕국으로 여기지 않게 된 것 같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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