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들 - 우리의 시간에 동행하는 별빛이 있다 들시리즈 3
이주원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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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7.13.

인문책시렁 231


《별자리들》

 이주원

 꿈꾸는인생

 2021.8.20.



  《별자리들》(이주원, 꿈꾸는인생, 2021)을 읽었습니다. ‘별자리’라는 이름을 넣은 책이라 별을 이야기하려나 설레었으나, 별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글님은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서 별바라기를 한 적이 없다더군요. 배움터에서는 ‘별보기’보다는 ‘별이 흐르는 결을 셈틀 풀그림으로 짜서 살피기’를 가르치고 배운다고 하는군요.


  날씨를 알려준다는 ‘기상청’이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늘바라기를 안 합니다. 어쩌면 어느 일꾼은 몰래 하늘바라기를 할는지 모르나, 다들 셈틀을 들여다보며 ‘구름·물방울·바람’이 흐르는 길을 살펴서 날씨가 어떠하리라 하고 어림한다지요.


  들숲에서 스스로 돋고 자라다가 시드는 들풀을 살피는 밝님(과학자)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다들 ‘들이 아닌 실험실·연구실’에서 지냅니다. 들판에서 들풀을 살피지 않고서 들빛을 읽으려 한다면, 얼마나 들빛다운 들빛일까요? 오늘날은 아이를 배움터에 보내는 얼거리요, 어버이조차 아이가 배움터에 간 동안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길잡이(교사)는 오직 배움터에서 만나는 아이 모습만 살핍니다.


  잘 생각해 봐요. 오늘날은 어버이도 길잡이도 ‘아이 삶 가운데 귀퉁이만 조금 엿볼’ 뿐입니다. 이제는 어버이도 길잡이도 ‘아이 삶을 모르고, 아이 마음을 모르며, 아이 눈빛을 잊었다’고 해야 할 판입니다.


  굳이 별바라기를 안 하고도 별흐름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료·숫자’만으로 별을 살핀다면, 우린 참말로 “별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별자리들》은 이런 민낯을 하나하나 몸으로 마주한 글님이 걸어온 길을 곰곰이 짚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별을 안다”거나 “별을 본다”고 할 만한 별지기 삶인지, 아니면 나라가 온통 “아는 척”이나 “하는 척”이나 “보는 척”으로 기운 얼거리인지, 늘 헷갈리는 하루이지만, 다시 씩씩하게 오늘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적었습니다.


ㅅㄴㄹ


별의 밝기가 변한다는 것도, 별의 크기가 변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고등학생의 나는 이런 새로운 지식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38쪽)


대학을 다니면서 별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나는 대학 수업 시간 중에 천체 관측을 한 적이 없고, 학교 안의 오래된 망원경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52쪽)


무언가를 알고 있냐고 물을 때도, 이게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을 때도 “몰라”라고 대답했다. 그건 단순히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더 자세히 파고들면 ‘난 책임지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 대답이었다. (85쪽)


다행히 나는 눈이 좋고 별자리를 훨씬 잘 아는 동료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거문고자리를 이루는 모든 별을 찾을 수 있었다. (1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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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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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7.8.

인문책시렁 213


《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식과감성

 2021.3.31.



  《사자와 수다》(전김해, 지식과감성, 2021)를 되새겨 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빚은 분은 ‘사자’라는 짐승을 들면서 ‘아버지’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어머니를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에 대면, 아버지하고 얽히거나 엉킨 삶을 풀어내려는 책은 드뭅니다. 아이를 낳으려면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나란히 있을 노릇인데, 왜 아버지를 다루는 책은 드물까요? 아버지라는 자리는 왜 어버이라는 이름으로 빛나려는 마음이 얕을까요?


  어머니는 아버지 같을 수 없고, 아버지는 어머니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둘은 사랑이라는 숨결로 마주하기에 나란히 어버이라는 이름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사랑을 속삭이면서 노래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사랑을 들려주면서 춤춥니다. 어머니는 아버지하고 맺는 새길을 가꾸며 사랑을 지핍니다. 아버지는 어머니하고 맺는 새살림을 돌보며 사랑을 일굽니다.


  곰곰이 보면 둘은 “다른 하나”입니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참으로 다르지만, 숨결이라는 바탕으로는 같습니다.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더없이 다르나, 숨빛이라는 밑자락으로는 같습니다.


  우두머리(권력자)가 서면 맨 먼저 사내(아버지)가 흔들리고 망가집니다. 우두머리는 사내한테 일자리를 주는데, 으레 총칼을 쥔 싸울아비(군인)를 맡겨요. 또는 벼슬아치(관리·공무원)를 시키지요. 사내는 총칼이나 책상을 얻고서 우쭐거리는데, 이때에 언제나 집을 잊어요. 집밖에서 일해서 돈을 얻어야 훌륭한 줄 여깁니다.


  사내들이 우두머리한테 휩쓸려 쳇바퀴로 맴도는 바보짓에 스스로 갇힐 적에 살살 달래어 꺼내 줄 몫이 가시내(어머니)입니다. 집밖으로 나도는 사내를 추슬러 ‘집사람’으로 돌려놓아야지요. “집을 지키려면 우두머리가 시키는 일을 하루 내내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들 핑계를 대지만, “집을 지키려면 손수 옷밥집을 지을 만한 삶터를 가꿀 노릇”입니다.


  집에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언제나 집을 떠납니다. 집에서 사랑을 지켜보지 못하고 사랑을 물려받지 못했으니 마땅히 집을 떠나요. 집에서 사랑을 누리고 물려받은 아이들은 집을 돌보고, 마을을 일구며, 이 별을 푸르게 북돋웁니다. 오늘날 같은 배움수렁(입시지옥) 얼개를 그대로 두는 배움터라면, 온통 서울바라기로 휩쓸리면서 삶터가 흔들릴 테고, 서울을 뺀 모든 곳이 무너질 텐데, 서울을 뺀 모든 곳이 무너지면 서울도 저절로 무너집니다.


ㅅㄴㄹ


줄에 매달린 사자가 중얼거린다. ‘날 묶고 있는 이 줄은 구원의 줄인가 구속의 줄인가 가끔 헷갈린다.’ (15쪽)


미안이가 살짝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내가 천천히 걸어올 때 너의 노여움이 불같이 달려와 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두었더라면 난 더 빨리 왔을 텐데…….” (18쪽)


“여기는 새 땅, 처음이야. 처음이 시작되었어. 옛 땅에서 이 사과씨앗 하나 살아남아 싹틔워 열매 맺었네.” 공룡이 사과나무 잎사귀에 코끝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대답했다. 사자는 사과 한 알을 따서 입에 베어 물었다. 옛 땅의 전설이 사자의 입 안에 가득 퍼졌다. (48쪽)


깜짝 놀란 사자가 큰 나무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심드렁해져 머리를 땅에 대고 말했다. “너는 어쩜 그렇게 자신만만하니?” “너는 어쩜 그렇게 너를 모르니?” (52쪽)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온 바람이 힘을 사랑하는 사자에게 말했다. “크든 작든 휘두른다면 똥파리만 붙는다.” (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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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내가 좋아하는 것들 6
김다영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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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24.

인문책시렁 21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김다영

 스토리닷

 2021.10.1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김다영, 스토리닷, 2021)를 읽고서 우리나라에 ‘베트남 일꾼(이주노동자)하고 아가씨(국제결혼)’가 많이 들어왔을 뿐 아니라, 베트남 커피콩이 그렇게 많이 들어왔다고 깨닫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베트남이 없이는 못 버틸 듯합니다. 숱한 지음터(공장)뿐 아니라 시골 모내기에 가을걷이까지 베트남 일꾼이 없으면 안 돌아가요. 사람들이 흔히 먹는 김도 ‘김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사람’이 있기에 댈 수 있습니다. 베트남 아가씨는 이 나라 시골로 찾아와서 시골 아저씨한테 짝꿍이 되어 주고, 아기를 낳습니다. 베트남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시골은 틀림없이 진작에 무너졌습니다. 베트남사람은 이 나라 서울(도시)이 아닌 시골 곳곳에 깃들면서 ‘시골이 시골스럽게 잇는 밑바탕’ 노릇을 크게 합니다.


  저는 커피를 싸움터(군대)에서 처음 마셨습니다. 싸움터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거나 버티기 어렵던 어느 날인데, 저는 담배를 못 피우는 터라 ‘그러면 믹스커피라도 마시면 좀 버틸 수 있을까’ 싶어, 사발에 몇 자루를 뜯어서 벌컥벌컥 마셔 보았어요. 꽤 든든하더군요. 가만 보면, 싸움터에서 죽을(의문사) 뻔한 작은사람을 ‘베트남 섞음커피’가 살려냈다고도 하겠습니다.


  쌀맛을 알자면 씨나락을 가을부터 건사해서 봄에 싹을 틔우고서 모를 내어 논을 돌보다가 벼꽃이 피는 하루를 알아차리고서 제비한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한 뒤 찬찬히 날을 살펴 새삼스레 가을걷이를 하는 한해살림을 짚을 줄 알아야 해요. 벼를 모르고서 밥맛(쌀맛)을 알 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벼를 알자면 논밭을 알아야 하고, 논밭을 알려면 흙을 알아야 하고, 흙을 알려면 풀을 알아야 하며, 풀을 알려면 바람하고 하늘을 알아야 합니다.


  커피 하나를 알자면 무엇부터 짚으면서 차근차근 배움길을 나서야 할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는 대단한 곳을 짚지 않습니다. 대단한 곳을 짚는 ‘커피 인문책’이라면 커피맛이며 커피살림 이야기하고 동떨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삶자리로 스민 커피를 읽어내자면, 먼저 우리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 어떻게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마음으로 사랑하는가부터 읽어야겠지요.


  콩볶기나 밥짓기나 매한가지입니다. 밥을 지어서 먹든 콩을 볶아서 물을 우려서 마시든, 똑같이 몸에 담는 숨결입니다. 해바람비를 듬뿍 머금은 커피콩 한 톨을 얻어서 누리는 길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해바람비를 온몸으로 맞아들여서 삶을 짓는다면, 아마 누구나 튼튼하며 빛나는 하루를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어떻게 보면 평범한 농가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 농부의 삶과, 내게 한껏 흥미로웠던 베트남 커피와 한국의 믹스커피, 그리고 내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한번에 연결해 생각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컸다. (25쪽)


커피 농부의 57%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내전으로 많은 남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9쪽)


왜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가 300∼400원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원두 값이 싼 이유는 1차적으로 커피를 생산지에서 싸게 수입해 오기 때문이다. (105쪽)


난생 처음 요리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로스팅도 요리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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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엮음, 신해경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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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12.

인문책시렁 226


《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엮음

 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2019.3.25.



  《누가 시를 읽는가》(프레드 사사키·돈 셰어/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2019)는 노래(시)가 차츰 잊히려는 물결을 곰곰이 짚으면서, 누구보다 노래님(시인) 스스로 노래가 잊히도록 쳇바퀴에 갇히기도 한다고 속삭입니다.


  그림님(화가)이 그림밭을 가꾸기도 하지만, 바로 그림님 스스로 그림밭을 망가뜨립니다. 글님(작가)이 글밭을 일구기도 하지만, 바로 글님 스스로 글밭을 엉망진창으로 흔듭니다. 빛꽃님(사진가)이 빛꽃밭을 돌보기도 하지만, 바로 빛꽃님 스스로 빛꽃밭에 울타리를 높직하게 세워요.


  누가 노래를 읽느냐고 물으려면 누구보다 노래님 스스로 오늘을 되짚고 어제를 돌아보며 앞날을 그릴 노릇입니다. 《누가 시를 읽는가》 첫머리에 다루기도 하는데, 너무 많구나 싶은 노래님이 ‘길잡이(대학교수)’ 자리에 떡하니 앉아서 아늑하게 돈벌이를 합니다.


  노래쓰기(시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노래쓰기를 따로 배워야 할까요?

  달리기나 뜀뛰기나 놀이나 살림을 따로 가르치거나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신나게 달리고 뛰면 됩니다. 즐겁게 놀면 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밥살림·옷살림·집살림은 물려주거나 물려받기도 하지만 ‘가르침·배움’이 아니에요. 살아가며 차근차근 함께 누리고 나누면서 시나브로 마음에 스미고 몸에 깃듭니다.


  노래하기란 수수한 이름이 아닌 ‘시창작’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내세울 적부터 노래는 망가집니다. 노래를 할 뿐입니다. “시를 창작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들을 뿐입니다. “시를 감상하지” 않습니다. 《누가 시를 읽는가》를 읽으니 29쪽에 “음악과 그림에는 즐기기에 제일 좋은 시기가 있지만, 시에는 그런 게 없다.” 하고 나오는데, 노래뿐 아니라 가락이며 그림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때는 따로 없어요. 무엇이든 언제나 스스로 즐깁니다.


  노래는 거룩하지 않으나, 엉터리도 아닙니다. 노래는 높이 여겨야 하지 않으나, 깎아내릴 까닭도 없습니다. 노래는 언제나 노래예요. 먼먼 옛날부터 수수한 어버이하고 어른은 무슨 일을 하든지 늘 노래했습니다. 아기를 재우며 노래하고, 밥을 짓고 옷을 깁고 땅을 일구면서 노래했어요. 어른은 일하며 일노래요, 아이는 놀며 놀이노래입니다.


  누가 가르치는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누구한테서 배우는 노래도 아니었어요. 누구나 늘 노래하는 님인 우리 삶입니다. 이제는 ‘노래’가 아닌 ‘시(詩)’라는 한자를 그냥그냥 쓰면서 ‘시문학’이라고까지 하는데, 울타리를 높이고 군말을 덕지덕지 붙일수록 노래는 잊히게 마련입니다. 노래는 날개를 달며 놀이하는 마음일 적에 언제나 싱그러이 피어납니다.


  노래를 배우지 마셔요. 노래를 가르치지 마셔요. 그저 스스로 사랑하는 눈빛으로 온삶을 노래하셔요.


ㅅㄴㄹ


크리스천 위먼은 이런 우려를 표했다. “시인들이 시 인생의 전부를 대학 언저리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사방에 높은 벽을 두른 듯이 보인다. 시인들이 무엇이 발표될지 결정한다. 시인들이 다른 시인을 검토한다. 시인들이 서로 상을 준다.” (9쪽/돈 셰어)


음악과 그림에는 즐기기에 제일 좋은 시기가 있지만, 시에는 그런 게 없다. (29쪽/이언 맥길크리스트)


처음에는 러시아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시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82쪽/에이미 프리콜름)


학생들의 시 대부분은 죽음이나 할머니나, 할머니의 죽음이나, 비나, 삶에 관한 의문을 다루었고, 하나같이 진부한 표현과 극적인 묘사에 빠져 너무 긴장돼 있었다. 많은 수가 노골적인 고백이나 비나 상처 같은 심상을 통한 은유였다. 때로는 상처 안으로 곧장 비가 내렸다. 때로는 비가 고통스러웠다. (95쪽/마이클랜 피트렐라)


#WhoReadsPoetry #FredSasaki #DonShare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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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아깝잖아요 -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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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7.

인문책시렁 220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정인영 옮김

 샘터

 2020.3.20.



  《햇볕이 아깝잖아요》(야마자키 나오코라/정인영 옮김, 샘터, 2020)를 읽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살기에 “햇볕이 아깝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시골사람이라면 “햇볕이 좋다”나 “햇볕이 곱다”나 “햇볕이 넉넉하다”나 “햇볕이 따뜻하다”처럼 말합니다.


  저는 시골 아닌 큰고장·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도 “햇볕이 좋다”나 “햇볕이 즐겁다”나 “햇볕이 아름답다”처럼 말했어요. 햇볕은 아까울 수 없어요. 햇볕은 아름다울 뿐이고, 이 아름다운 햇볕을 받으면서 누구나 푸르게 자라고 싱그러이 숨쉰다고 느낍니다.


  풀꽃나무는 해바람비를 먹으면서 살아갑니다. 가둔 곳에서는 ‘살아남기’요, 트인 터전에서 온몸으로 해를 먹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들이켜야 비로소 ‘살아가기’입니다. 그러면, 풀꽃나무를 밥살림으로 삼을 적에는 어떤 푸성귀나 열매나 낟알을 누려야 사람몸에 이바지할까요? 비닐집에 가둔 채 풀죽임물하고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듬뿍 칠 적에 이바지하는가요?


  온통 잿빛으로 뒤덮은 곳에서 삶을 짓기에 꽃그릇을 따로 써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잿빛을 조금씩 깨기를 바라요. 빈터를 늘리고 부릉이(자동차)를 치워 봐요. 씨앗이 뿌리내릴 틈을 늘리고, 맨발로 흙을 밟을 자리를 늘려요.


  아까운 햇볕을 생각하지 마요. 아름다운 햇볕을 품어요. 사랑스러운 햇볕을 그리고, 즐거운 햇볕을 너나없이 나누는 새길을 꿈꾸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장소, 누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장소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일까. (14쪽)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 볕이 닿는 곳에 화분을 두고 그림자가 이동하면 다시 볕을 쫓아 화분을 옮긴다. 빛과 물만으로도 쑥쑥 자라는 초록이들이 신기하다. (33쪽)


그렇게 작은 것들을 계속 바라보면 우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베란다에 집중하고 싶다. (41쪽)


떡잎은 어처구니없이 귀엽다. 그 귀여움은 본잎과 비교할 수도 없다.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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