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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1.5.28.
인문책시렁 184
《파리 상점》
김예림
생각을담는집
2012.2.20.
《파리 상점》(김예림, 생각을담는집, 2012)은 프랑스 파리에서 오래된 가게를 찾아다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래가게’마다 오랫동안 가다듬은 손멋을 밝히고, 오래도록 사랑받으면서 이어온 발자국을 짚어요. 이 오래가게를 살피면 살림이나 세간을 섣불리 바꾸지 않습니다. 오래가게치고 알림판(간판)을 함부로 갈아치우는 곳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때부터인가 ‘오래가게’란 이름을 쓰고, 이 오래가게를 뒷배하거나 알리는 일(정책)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벼슬자리(공무원)에 있는 이들은 으레 마을가게 알림판을 갈아치우는 데에 목돈을 써요. 전남 고흥 같은 조그마한 시골조차 읍내·면소재지 가게 알림판을 몇 해마다 뚝딱 갈더군요. 서울도 인천도 부산도 광주도 대구도 …… 그야말로 온나라가 알림판 갈아치우기에 그야말로 목돈을 자주 써요.
예전에는 바닥돌(보도블록)을 갈아치우는 데에 참으로 자주 목돈을 썼다면, 슬그머니 엉뚱한 데로 옮겨서 목돈을 쓰는 셈인데, 삶길이나 살림길에 이바지하기보다는 눈먼돈을 쓰거나 눈가림을 하는 데에서 헤맨 몸짓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파리 상점》에 나오는 파리는 어떨까요? 파리에 있는 오래가게뿐 아니라 여느 가게하고 살림집은 알림판을 어떻게 건사할까요? 파리는 길바닥을 어떻게 돌보고, 담벼락은 어떻게 건사할까요?
오래오래 빛나는 가게나 마을이나 살림집이나 나라나 별(지구)이 되자면, 껍데기도 틈틈이 매만져 주어야겠습니다만, 껍데기가 감싼 알맹이부터 제대로 보듬으면서 가꿀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파리 상점》이 이 대목을 더 눈여겨보면서 찬찬히 짚으면 한결 나았으리라 봅니다. 멋솜씨나 멋길이나 오래솜씨를 풀어내는 줄거리도 나쁘지 않으나, 멋스럽지 않더라도 수수한 살림자락을 즐겁게 사랑하는 실마리에 더 마음을 쓴다면, 이 책도 사뭇 다르게 흐를 만했지 싶어요.
ㅅㄴㄹ
언젠가 당신이 파리에 가게 된다면 오래된 상점을 여행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오랜 세월 파리지앙의 사랑을 받아온 그들은 가장 파리다운 모습으로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7쪽)
비교적 보기 힘든 동으로 된 까늘레 틀을 모라에서 발견한 후 한참이 지나서야 모라가 20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상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38쪽)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한 차인데 이렇듯 다양하게 차를 추천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중요한 것은 차를 통해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입니다.” (82쪽)
보통은 혼나고 학교에 갔지만, 가끔은 기침이 심하거나 열이 나서 학교를 가지 못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면 늘 마시던 것이 꿀물이었다. 어머니는 또 꾀병이 아니냐며 혼내면서도 따뜻한 물에 꿀을 듬뿍 넣어 진한 꿀물을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