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익는 아이들

 


  아주 무덥지 않다면 바깥에서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날마다 살결이 까맣게 탄다. 아버지도 아이들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마실을 다닌다든지 바깥에서 함께 놀거나 걷고 보면 살결이 나란히 탄다. 아이들 살빛은 흰종이 공책을 펼쳐 글씨놀이를 할 때에 새삼스레 느낀다. 얘야, 너희 손이며 얼굴이며 다리이며 참 까맣구나. 좋아, 어릴 적부터 이렇게 햇볕 잘 받고 햇살 즐겁게 먹으면, 너희 몸은 튼튼하게 클 테고, 너희 마음도 몸과 함께 씩씩하게 자라겠지. 아이들한테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놀이가 아주 반가우며 고마운 삶이란다. 4346.7.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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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숟가락질

 


  아이들은 무엇이든 스스로 하면서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스스로 하지 않을 적에는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니, 삶도 사랑도 마음도 배우지 못한다. 숟가락질이나 젓가락질도, 옷을 개거나 입거나 벗는 일도, 모두 스스로 하면서 익힌다. 산들보라 숟가락질은 처음에는 몽땅 흘리는 숟가락질이었으나, 차츰 익숙하게 움직일 줄 안다. 누나를 생각하면 아주 더딘 숟가락질이기는 한데, 누나와는 다른 동생이요, 동생 나름대로 날마다 많이 애쓴다. 4346.7.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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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님이 하늘사람이 된 지 열 해가 된 2013년에 《이오덕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이오덕 일기》를 읽으며 새삼스레 이오덕 님 다른 책을 곰곰이 돌아본다. 나는 둘레 사람들한테 이오덕 님 삶과 넋과 말을 살피고 싶다면 어느 책보다도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를 차근차근 읽으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라는 책은 우리 어린이문학이 나아갈 길과 걸어온 길을 가장 똑똑히 밝힌 아름다운 비평문학이라고 느낀다. 비평문학이면서 수필문학이 되고, 권태응 님 동시를 살핀 글은 또 다른 싯말과 같이 흐른다. 비평을 하려면, 글을 쓰려면, 또한 다른 사람들 글과 책을 읽으려면, 그리고 이러한 모든 얼거리를 아우르려면, 스스로 삶을 어떻게 지어서 넋을 어떻게 다스리고 말을 어떻게 펼칠 때에 아름다운가 하는 빛을 보여주는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라고 느낀다. 책이름에도 나오듯이, 권태응 님 동시는 “농사꾼 아이들”이 부른 노래요, 이 나라 이 겨레는 1960∼70년대까지 농사꾼이 가장 많았고, 1980년대까지도 농사꾼은 무척 많았다. 1950년대까지는 이 나라 거의 모든 사람이 농사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50∼70년대에 어른문학과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1950∼70년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조차 “농사꾼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문학이 있었던가. “농사꾼 어른들”한테 삶을 북돋우는 아름다운 문학을 꽃피운 이는 몇이나 되는가. 오늘날에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어른도 어린이도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오늘날이니까 시골 어른과 시골 어린이가 누리거나 즐기거나 맛볼 문학은 하나도 안 빚어도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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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아이들의 노래- 소년한길 어린이문학 1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1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07월 1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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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집일을 하고 지친 몸을 눕혀 쉬다가 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교코의 거짓말》을 손에 집는다. 어떤 만화일까 아직 모르는 노릇이라 1권과 2권만 주문해서 받아 읽는다. 책이름에 나오듯이, ‘오다기리 교코’라 하는 사람은 ‘영능력’을 보여준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살짝 속이지만, 스스로 머리를 써서 ‘사람들 뻔한 마음속’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는지를 짚는다. 마음으로 읽는 ‘다른 사람 마음’은 아니나, 마음을 기울여서 ‘다른 사람 삶’을 살피기에 ‘영능력자’라는 이름을 얻으며 돈을 벌고 일을 한다고 할까. 숟가락을 구부린다거나 눈에서 레이저빔을 쏜다거나 주먹으로 건물을 허문다든지 하는 힘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 삶’을 따사로이 보듬으려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누구나 ‘영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능력’이라 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고 생각해 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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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7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7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13년 07월 1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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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 티모 비룡소의 그림동화 38
게르다 바게너 글, 얀 레니카 그림,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5

 


꿈꾸는 사람한테 찾아오는 빛
― 꿈꾸는 곰 티모
 얀 레니카 그림,게르다 바게너 글,김중철 옮김
 비룡소 펴냄,1996.12.27./7500원

 


  어제는 한낮에 마당에 넌 이불과 옷가지를 미처 걷지 않은 채 바깥마실을 다녀왔습니다. 그만 이불이며 옷가지에 축축한 기운이 스밉니다. 이를 어쩌나 싶지만, 이듬날 아침부터 다시 해바라기 시키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침을 맞이하고부터 하늘을 가만히 살핍니다. 새벽 다섯 시부터 여섯 시 사이에는 잿빛 구름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비가 오지 않을 날씨일 텐데 저 구름은 무얼까 싶습니다. 바람이 제법 세게 붑니다. 이러다가 해가 안 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기다리면 곧 나겠지 하고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아침 일곱 시 반 즈음 되니 비로소 구름이 거의 모두 걷힙니다. 어제 해바라기 시키다가 다시 눅눅해진 이불이랑 옷가지를 모두 마당에 내놓습니다. 이불 넉 채와 아이들 옷가지와 옆지기 옷가지를 넙니다. 이 이불과 옷가지가 잘 마르면 바로 다른 옷들 널어야지요. 그러고 나면 겨울옷도 햇볕을 쪼여 눅눅함을 빼야지요.


  빨래를 널고 옷가지와 이불을 말릴 때마다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햇볕이 있어 우리 삶이 더없이 포근하고 즐겁습니다. 햇살이 드리워 우리 보금자리가 참으로 따사롭고 밝습니다.


.. 어느 날 밤에 티모가 꿈만 꾸지 않았다면, 아마 이 모든 게 그대로 있었을 거야 ..  (8쪽)

 


  해님은 지구별에 빛과 볕과 살 세 가지를 나누어 줍니다. 햇빛을 비추어 골골샅샅 환하게 밝힙니다. 햇볕을 내리쬐며 풀과 나무를 살찌우고 사람들 살결과 뼈마디를 튼튼하게 해 줍니다. 햇살을 드리우며 고운 꿈을 꾸도록 북돋웁니다.


  햇빛을 바라보며 눈빛이 트입니다. 햇볕을 누리며 몸빛이 무르익습니다. 햇살을 받으며 마음빛이 열립니다. 빛과 볕과 살 세 가지를 골고루 받아먹을 때에 생각과 사랑과 꿈을 키우고, 빛과 볕과 살 세 가지는 먼먼 옛날부터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선물입니다.


  햇빛은 슬기로운 생각으로 거듭납니다. 햇볕은 따사로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햇살은 눈부신 꿈으로 샘솟습니다.


  가만히 보면, 햇빛이나 햇볕이나 햇살 어느 한 가지만 못 받더라도 삶이 우중충해요.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가 모자라더라도 삶이 어둡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가 빠진 삶이라면 하루하루 퀴퀴합니다.


  사람이 꾸리는 삶에서 빛과 볕과 살이란, 생각과 사랑과 꿈인 만큼, 사람은 누구나 이 세 가지를 알뜰살뜰 엮거나 일구어야지 싶어요. 일터에서 땀을 흘리거나 학교에서 바지런히 배운다 할 적에도, 늘 생각과 사랑과 꿈을 곱씹으면서 즐겁게 웃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아야지 싶어요.


.. 티모는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걸어갔어. 얼마 후에는 눈과 얼음이 보이지 않았어. 땅은 점차 잿빛에서 갈색, 초록이 되었어 ..  (16쪽)

 

 


  아침에 아침밥을 짓고, 저녁에 저녁밥을 짓습니다. 낮에는 샛밥을 먹습니다. 아침저녁을 지어서 아이들과 먹고, 낮에 샛밥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어버이 스스로 맛나게 먹으려는 마음일 적에 참말 맛난 밥을 지어서 차릴 수 있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배고픈 아이들 배만 채우려는 생각일 적에는 그닥 맛있는 밥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누리는 밥이고, 다 함께 기쁘게 맞이하는 아침저녁이에요.


  자전거를 끌고 아이들과 마실을 다닐 때에도 어버이 스스로 즐거운 몸이어야 합니다. 아이들 바깥바람 쐬어 주겠다는 생각이라면 몸이 쉬 지칩니다. 어버이 또한 바깥마실 널리 즐기면서 이웃 삶터와 숲을 한껏 누리려는 생각이라야, 아이들도 바깥마실을 하는 동안 푸른 숨결을 마셔요.


  밤에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 잠을 잘 때에도 어버이 스스로 기쁘게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아이들 빨리 재우려는 마음이 되면 목소리가 하나도 안 고와요. 게다가 아이들은 빨리 잠들지도 않아요. 두 아이와 여섯 해를 살아오며 자장노래 부르며 돌아보니, 아이들하고 삼십 분쯤은 노래를 부르며 놀아야 사르르 잠듭니다. 어느 때에는 한두 시간쯤 지치지 않고 잠들지 않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이런 날대로 아이들이 노래를 말밥이나 이야기밥 삼아 받아먹는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그러니, 나는 아이들하고 두 시간쯤 노래를 부르다가 제풀에 지쳐, 아이구 이제는 몰라 아버지 쓰러져 잘래,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희끼리 깔깔대고 놀다가 어느새 스르르 잠들어요.


.. 티모와 갈색곰은 초원과 길가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색색의 꽃들을 꺾어 다발로 묶었어 ..  (20쪽)

 

  얀 레니카 님 그림하고 게르다 바게너 님 글이 얼크러진 그림책 《꿈꾸는 곰 티모》(비룡소,1996)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이들한테 읽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펼쳐 읽기도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티모’라는 어린 곰은 스스로 꿈을 꾸기에 스스로 삶을 바꿉니다. 스스로 고운 꿈을 꾸면서 스스로 고운 길을 걸어요.


  어린 곰 티모가 꾼 꿈은 하늘에서 똑 하고 떨어지지 않아요. 티모 스스로 고운 삶을 바라며 하루하루 누렸기에, 시나브로 이 마음이 모이고 쌓여서 아름다운 빛으로 꿈속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티모는 티모 스스로 빚은 아름다운 빛이 어디엔가 꼭 있으리라 생각해요. 씩씩하게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곁을 떠나요. 홀로 꿋꿋하게 길을 나서지요. 그러고는 티모 마음으로 꾼 꿈 그대로 고운 빛으로 환한 꽃밭을 만납니다.


  티모는 꿈을 꾸는 곰입니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티모는 티모 스스로 꾼 고운 꿈을 이웃하고 동무랑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꾸는 고운 꿈을 이웃하고 동무랑 나눌 때에 한결 즐겁습니다.


  웃음은 나눌 때에 한껏 큰 웃음 되고, 눈물은 나눌 적에 한껏 살가이 녹아들면서 사그라들어요. 밥은 나눌 때에 더 맛있어요. 돈은 나눌 때에 더 넉넉해요. 사랑은 나눌 때에 더 따스하지요. 믿음은 나눌 때에 더 홀가분히 두레를 하는 밑힘이 돼요. 이야기는 나눌 때에 더 반갑고, 말은 나누면 나눌수록 새로운 빛이 감돌며 고운 낱말이 하나둘 태어납니다. 4346.7.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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