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글보다 아이가 늘 먼저가 된다. 한창 마감을 맞추려고 쓰는 글이 있어도, 아이가 배고프다고 노래하면 모든 일을 멈추고 밥을 차린다. 한창 힘을 쏟아 신나게 쓰는 글이 있어도, 아이가 “아버지 똥 다 눴어요. 똥꼬 닦아 주셔요!” 하고 부르면 두말 없이 아이를 안고 밑을 씻긴 뒤 똥그릇을 비워야 한다. 큰아이가 똥을 누고 나서 바로 작은아이가 눌 수 있고, 작은아이가 똥을 눈 뒤 큰아이도 똥을 누고 싶을 수 있으니까.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이래저래 쓸 글이 밀렸어도 아이하고 놀아야 한다. 밤을 밝혀 써야 할 글이 있어도, 아이를 다독이며 새근새근 재우고 나서 써야 한다. 그런데, 아이만 잠자리에 눕힌대서 아이들이 잠들지 않는다. 아이와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야 한다. 늘 이렇게 아이들을 재우는데, 아이들을 재우다가 으레 함께 꼬로록 곯아떨어진다. 등판이 따뜻하니 노래를 부르다가 어느 결에 먼저 잠들곤 한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잠들고서 한참 저희끼리 종알종알 떠들다가 곯아떨어진다.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아이들과 틈틈이 바깥바람을 쐬면서 마실을 다녀야 한다. 아이들이 씩씩하고 멋스럽게 마당에서 흙놀이를 한다거나 풀놀이를 하면 참으로 고맙다. 한겨울에도 손발이 얼면서 흙놀이를 하는 아이들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러니까, 이렇게 흙밭에서 뒹군 아이들이 마루로 올라서려고 하면 “안 돼!” 하고 막은 뒤, 섬돌에 서서 흙을 털도록 시키고,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싶으면 옷을 벗겨 씻기거나 옷만 갈아입히거나 해야 한다. 이러고 나서 샛밥을 주어야지.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밤과 새벽 사이에도, 쉬거나 깊이 잠들 틈이 없다. 밤에 쉬 마렵다 하면 함께 일어나고,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면 여미어 주어야 한다. 틈틈이 일어나서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찼는지 안 걷어찼는지 살펴야 한다. 두 아이가 아주 어릴 적에는 밤오줌기저귀 가느라 삼십 분마다, 또는 십오 분마다 부시시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밤빨래를 하곤 했다.


  새삼스럽지만,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글보다는 아이한테 훨씬 크게 아주 많이 참말 참말 대단하게 마음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글을 쓸 짬을 내기 매우 빠듯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있어 언제나 글감이 새로 샘솟는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늘 즐거우며 따사로운 글을 사랑스럽게 쓸 힘을 얻는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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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1-20 11:1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아빠 덕분에 행복하게 자라는군요.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넘치는 사랑 나누는 일도 크게 하리라 믿어집니다.

숲노래 2014-01-20 11:30   좋아요 0 | URL
서로서로 예쁘게 어울리면서 잘 살자고
늘 새롭게 다짐을 하고 생각해요.
 

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 

 

 

  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로 했다. 일곱 살이 되어 곧 한글을 뗄 듯한 큰아이가, 교재나 교본으로 한글을 익히면 재미없으리라 느껴, 아이와 함께 읽을 시를 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시를 쓰고, 아이는 시를 읽는다.

 

  아이가 읽을 만한 시를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쓰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은 글이라면 굳이 배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사랑스럽지 않은 글이라면 딱히 배울 만한 뜻이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마음과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를 쓸 수 있다. 아이와 시를 쓰기로 했다면, 내 마음과 삶이 언제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찬찬히 돌아보고 가꾸며 보듬을 수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한테 시를 들려주려고 시를 쓰다 보니, 저절로 내 삶을 새롭게 가꾼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고 싶어서 큰아이를 이 땅에서 맞이한 셈이요,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시노래 부르면서 즐겁게 꿈꾸고 싶어 내 곁에 찾아왔구나 싶다.

 

  시 한 줄이란 참 아름답다. 시 한 줄을 글로 적을 수 있으니 참 사랑스럽다. 사름벼리야, 너하고 나누는 시노래는 앞으로 네 동생하고도 나눌 시노래가 된단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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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우리 집은 숲이야 ㄴ (2014.1.13.)

 


  어제 그리다 마무리짓지 못한 그림을 마저 그리기로 한다. “우리 집은 숲이야” 하고 노래하는 그림이니, 네 식구 밑에 꽃을 그려 넣는다. 나무와 꽃 사이에는 풀을 그린다. 나무 위쪽으로는 제비가 네 마리 나는 모습을 그리고, 나비도 네 마리 그린다. 꽃별비 내리도록 하고는, 꽃이 자라는 흙을 그리고, 풀이 있는 들빛을 넣는다. 꽃별비 내리는 하늘빛을 채운다. 이리하여 끝. 알맞다 싶은 벽이나 문을 찾아서 붙이면 된다. 붙이기 앞서 아이들 책상에 며칠 올려놓기로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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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6 13:42   좋아요 0 | URL
와~ 오늘도 그리신 그림이 참 좋습니다~!!!
정말 하늘에서 꽃별비가 쏟아지네요~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그림 보며~ 좋아서 자꾸 웃음 짓습니다~*^^*

숲노래 2014-01-17 20:23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마음속에
꽃별비를 담고
아름답게 노래하면 좋겠어요~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고 책을 펴내기

 


  글쓰기란 참 쉽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돌보는 삶을 헤아려 보면 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놀리고 씻기고 가르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내는 삶을 돌아본다면, 글쓰기란 아주 쉽다. 책을 펴내는 일도 더할 나위 없이 쉽다.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일이란 더없이 조그마한 조각맞추기라고 느낀다. 그러니, 즐겁게 생각하며 글을 쓰면 되고, 기쁘게 헤아리며 책을 내면 된다. 아이들하고 놀듯이. 아이들한테 맛난 밥 차려서 함께 먹듯이. 아이들을 놀리고 노래를 불러 주면서 하루를 맑게 가꾸듯이.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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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우리 집은 숲이야 ㄱ (2014.1.12.)

 


  아이들이 늦도록 잠들지 않으려 한다. 이때에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졸릴 때까지 더 놀리는 수밖에 없지. 잠들지 않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재운들 잠들지 않고 종알종알 떠들기만 한다. 그래서 종이를 펼치고 큰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큰아이는 ‘맑고요’라는 이름을 붙인 ‘게임 주인공’을 그린다. 나는 큰아이와 마주보고 엎드린 채 우리 네 식구를 하나씩 그릴 생각이다. 먼저 나무를 네 그루 그리기로 한다. 오늘 그림은 ‘우리 집은 숲이야’이다. 먼저, 한 사람 앞에 나무 한 그루씩 놓고, 큰아이 작은아이 곁님 나, 이렇게 그린다. 그러고서 나뭇잎을 그린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아버지 그림을 들여다본다. “아버지 그림 잘 그린다!” 하고 말해 준다. 그러니? 너희도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생각하면 잘 그릴 수 있어. 오늘은 딱 여기까지만 그리고 덮는다. 자, 아이들아, 이제 자야지? 자고 일어나서 함께 마저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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