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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별꽃 (2013.10.4.)

 


  빗방울꽃과 나뭇잎꽃에 이어 별꽃을 그린다. 별꽃을 그리며 생각한다. 이 그림 받는 분들 마음속에 별빛이 흐르고 별내음이 감돌며 우리 지구별과 이웃 뭇별 사랑하며 아끼는 넋이 싹튼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꿈꾼다. 이와 함께, 우리 도서관 살림살이 나아지면서 달마다 도서관소식지와 1인잡지를 씩씩하게 내놓아 우체국마실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날까 하고 꿈꾼다. 내 사랑과 꿈을 담뿍 담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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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8 15:12   좋아요 0 | URL
달마다 도서관소식지와 1인잡지 내놓으시고
재미나게 우체국마실, 다니시리라 꼭 믿습니다~!!

숲노래 2013-10-08 17:02   좋아요 0 | URL
네, 모두모두 곧 즐겁게 빚고 엮고 나누면서
자전거마실 홀가분하게 되리라 믿어요~ ^^
 

쪼르르

 


  새근새근 잘 자는 아이들이 “모기 있어!” 하고 부르는 소리에 바로 잠을 깬다. 코코 잘 자던 아이가 “쪼르르!” 소리를 내며 쉬를 누는 소리에 벌떡 잠을 깬다. 모기를 잡느라 한동안 부시시한 몸으로 모기 소리를 기다린다. 내 몸뚱이에 달라붙으라고 팔다리 뻗어 끌어들여서 철썩 내리쳐서 죽인다. 서른 달로 접어들 작은아이 어디에 쉬를 누었나 살피며 얼른 천기저귀로 평상 바닥을 훔치고, 평상을 까서 방바닥에 고이는 오줌을 닦는다.


  돌이켜보면, 신문사지국에서 먹고자며 신문을 돌리던 1995년부터 바깥소리에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새벽 한 시와 두 시 사이에 신문사지국 앞에 신문덩이 떨어지는 ‘쿵! 쿵!’ 소리에 잠을 깨어 벌떡 일어났다. 신문 갖다 주는 일꾼으로서는 바닥에 쿵 소리 나게 던질밖에 없지만, 한 덩이라도 더 바닥에 패대기쳐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척척 들어서 바닥에 곱게 내려놓으려 했다. 짐차 일꾼이 아무리 겨냥을 잘 해도 신문덩이 한쪽이 망가지기 마련이요, 짐차 일꾼이 바쁜 날에는 아무렇게나 던지곤 하니 바로바로 깨어서 신문덩이를 날라 쌓아야 한다. 이때에는 빗방울 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느끼며 잠에서 깨기도 했다. 신문이 조금이라도 젖으면 안 되니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소리에 잠을 확 깨어 벌떡 일어날까. 이제껏 살아오며 돌아보면, “밥 먹자!” 하는 소리에는 시큰둥하고, “과자 먹자!”나 “빵 먹자!” 하는 소리에는 눈을 빛내며, “이야 가자!” 하며 나들이 가자고 하면, 자던 아이들 벌떡벌떡 아주 빠르게 일어난다. 4346.10.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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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이면서

 


  밥을 먹이면서 생각한다. 아이들아, 이 밥이란 너희 목숨이야. 너희가 먹은 밥대로 너희 몸이 이루어진단다. 너희가 예쁜 꽃을 먹고 푸르게 빛나는 잎사귀를 먹으면, 너희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너희 팔다리에 푸른 빛이 환하단다. 싱그러운 물을 마시면서 신나게 뛰노는 땀방울 흐르고, 맑은 바람을 마시면서 재잘재잘 곱게 노래하는 이야기가 되지. 언제나 즐겁게 먹자. 밥을 다 마련해서 밥상에 차릴 때까지 즐겁게 기다리면서 즐겁게 놀아라. 밥을 즐겁게 먹고 나서 즐겁게 치우자. 너희가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먹으며 손놀림이 익숙해지면, 그때에는 너희 밥그릇과 수저를 너희가 설거지해야지. 너희 스스로 밥을 차릴 날이 곧 다가온다. 밥이 될 먹을거리를 이 땅에 심어서 가꿀 수 있어. 씨앗을 심고 열매와 잎사귀를 얻는 일이란 참으로 아름답단다. 사랑을 심어 사랑을 거두는 삶이란 더없이 빛난단다. 우리들은 풀숲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우리들 재잘거리는 이야기와 노래는 다시 풀숲 풀벌레한테 아리따운 가락으로 흐른단다. 4346.10.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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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8 15:15   좋아요 0 | URL
이 사진도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08 17:03   좋아요 0 | URL
꽃밥 이야기를 하려고 찍었는데,
막상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참 좋구나 싶어
이 사진만 따로 떼내어 글이 하나 태어났어요.
아아아 ......
 

[시골살이 일기 27] 가을 더위
― 들사람 살찌우는 하늘

 


  여름이 저물 무렵 ‘가을이 없이 겨울이 다가오나’ 하고 느낄 만큼 바람이 선선했습니다. 그러나 선선한 바람은 이내 가시고 따스한 바람이 불더니, 어느덧 아침부터 저녁까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을 더위가 됩니다.


  도시는 어떤 햇볕일는지 궁금합니다. 시골에서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서 가을걷이 마친 나락을 알뜰히 말려 줍니다.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비지땀을 흠뻑 쏟게 합니다. 덥다 싶도록 내리쬐는 햇볕이니, 가을부터 조용히 쉬며 겨울나기를 해야 할 풀이 새로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을에 더위일까, 가을 더위라는 이름이 맞을까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이 햇볕은 겨울을 앞두고 겨울맞이 집일과 들일을 바지런히 마치라는 뜻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들사람한테 내려주는 고운 선물이 아니랴 싶어요.


  햇볕에 기대어 논을 일구니 나락이 무르익습니다. 햇볕을 바라며 나락을 베어 길바닥에 말리니 나락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빨래도 잘 마르고 이불도 잘 마릅니다. 들일을 쉬며 나무그늘에 앉으면 산들바람 시원하게 훅 지나갑니다.


  아마 먼먼 옛날부터 가을철에 후끈후끈 따사로운 볕이 드리웠겠지요. 들사람도 들짐승도 모두 즐거이 가을날 누리면서 겨울날 씩씩하게 맞아들이라면서, 가을볕 새삼스럽게 빛났겠지요. 4346.10.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살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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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쓰는 마음

 


  두 아이를 모두 재우고 나서 홀로 깊이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왼쪽에 큰아이 오른쪽에 작은아이 재우느라 자장노래를 한참 부르는데, 노래를 부르다가 내가 먼저 곯아떨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하나씩 꿈나라로 사뿐사뿐 접어드는 결을 조금 더 자주 느낀다. 이때에 나는 우리 옆지기가 ‘몸이며 마음이 안 아픈 사람’이었으면 어떠했을까 하고 돌아본다. 몸도 마음도 튼튼한 옆지기였다면, 몸이나 마음 가운데 한쪽이 튼튼한 옆지기였으면 어떠했을까.


  모르는 노릇이지만, 옆지기가 몸이나 마음이 튼튼할 적에는 아버지가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놀리고 가르치고 하지는 못했으리라 본다. 내가 게을러진다기보다 ‘우리 사회 여느 흐름’ 물살에 따라 ‘몸과 마음이 튼튼한 옆지기’가 집일이며 아이돌보기이며 거의 도맡지 않으랴 싶다. 이러면서 나는 시골살이는 꿈조차 못 꾸면서 도시에서 바깥일 맡아 돈을 버는 일에 매달려야 하지 않았으랴 싶기까지 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유아원·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닐 테지. 나는 아이들과 저녁에만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될 테지.


  내가 육아일기를 쓸 수 있는 까닭이 옆지기가 아픈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대목은 몹시 크구나 싶다. 또한, 옆지기가 아픈 사람이 아니라 한다면, 나 스스로 이모저모 살피거나 배우거나 받아들이지 못했으리라 느낀다. 또는 퍽 늦게 깨닫거나 살피거나 받아들였겠지.


  다른 한편으로, 몸이며 마음이 튼튼한 옆지기를 만났을 적에 이녁이 바깥일에 더 눈길을 두어 바깥으로 돌아다닌다면, 나로서는 오늘날과 같이 집일을 하면서 아이돌보기를 도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처음부터 깊거나 넓게 살피지 못한다. 아이한테 무엇을 먹이고, 살림살이를 어떻게 건사하며, 예방주사가 어떤 화학성분으로 이루어졌다든지, 또 아이를 낳고 세이레를 어떻게 맞이하고, 시설 아닌 집에서 아이들과 누리는 삶을 어떤 넋으로 빚느냐 하는 대목을 얼마나 살필 수 있을까.


  새근새근 잘 자는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기고 이불깃 여미면서 생각에 잠긴다. 나는 나한테 주어진 삶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사람이라 할 텐데, 오늘 내 삶은 스스로 바라면서 걸어가는 길이라 할 만하다. 집일과 아이돌보기 도맡는 사내(아버지)가 거의 없는 이 나라에서, 아이들이 어떤 사랑을 물려받을 때에 아름답게 자라는가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에 걷는 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육아일기를 쓰고 싶었기에 걷는 길이 아니라, 우리 집 두 아이가 삶과 마을과 보금자리를 고루 돌아보도록 이끌고 싶기에 걷는 길이다. 함께 일구며 함께 꾸리는 삶과 살림이지, 아버지나 어머니 한쪽이 짐을 짊어지는 삶이나 살림이 아니다. 시설이나 학교에 섣불리 맡길 교육이 아니라, 집과 마을에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이룰 교육이다. 아이들은 지식이 아닌 삶을 배우면서 물려받을 때에 싱그럽게 자란다. 아이들은 학습(선행학습이건 후행학습이건)이 아닌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를 누릴 때에 즐겁다. 호미질을 학습시킬 수 없고, 모래밭에 그림 그리며 노는 삶을 학습시킬 수 없다.


  어머니들이 아기를 몸속에 열 달 보듬는 느낌이 더없이 즐거우며 아름답다고 말하는데, 이 땅에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으며 재우고 입히고 먹이는 느낌 또한 그지없이 즐거우며 아름답다. 아이를 씻겨 보라. 아이를 먹여 보라.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보라. 아이와 그림놀이를 하고 공놀이를 해 보라. 아이와 손을 맞잡고 마실을 다녀 보라.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녀 보라. 아이와 눈을 마주하면서 책을 읽어 주고 글을 가르쳐 보라. 하루하루 얼마나 새로우며 기쁜가. 너무 많은 사내(아버지)들이 이 기쁨과 보람과 웃음하고 동떨어진 채 지내니, 사내들도 자꾸 바보스럽게 살고, 이 나라와 사회와 마을도 아름답지 못한 쪽으로 기울어지는구나 싶다. 4346.10.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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