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난다시편 10
고명재 지음 / 난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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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머이의 숙취로 멍해져 있던 비 오는 날, 이 지극히 아름다운 시집을 읽으며 ‘너무 좋은 시를 읽고 숨을 멈춘 곳‘(91 ‘도서관‘)처럼 ‘너무 좋은 시는 끝을 가리고 같이 읽자고‘(108). ‘시는 어린이의 것이자 성인의 것이며 어제 울다 잠든 사람의 것이기도 하지요‘(117). ‘제 어금니에 장미가 씹히던 벨벳의 순간을, 호박밭에 작약을 키우던 장면을, 장기 기증을 하고 떠난 나의 엄마를,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휴먼시아를.‘(118 ‘고명재의 편지‘). 시인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처럼, 나도 내일 지방에서 만날 둥글고 너른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사람들의 몫인 네 권의 이 시집을 앞에 두고 그 고마움과 가장 작은 자의 사랑을 전할 네 편의 편지를 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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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 - 홍지호의 6월 시의적절 30
홍지호 지음 / 난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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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순한 복숭아처럼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돌아 나와, ˝복숭아처럼 무를 때는 무르게, 단단할 때는 단단하게˝(28) 살아야 한다는. ˝망종과 같이 애도는 절실하고 분주해야 할 것이다. 망종 없이는 다가올 장마를 견딜 수 없을 것이다.˝(41) ‘계절이 나가고 들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서 나무는/ 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45 ‘나무는 자란다‘). 명료하고 단단한 슬픔을 관찰한, 어떤 삶의 상황과 사물들을 내내 골똘히 사유한 사람의 글이라 오히려 슬픔보다는 평화를 만나는 6월의 시의적절. 마치, 복숭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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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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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저녁노을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아기 고양이의 낮잠 덕분에, 정적인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들 속에 고양이와 생쥐의 추격전을 따라 데굴데굴 우당탕탕! 함께 동적으로 따라가게 만드는 그림책. 제작기의 설명처럼 디지털 AI 기법이 아닌, 금박. 점토. 나무. 스테인드글라스. 석고. 물감 등 진짜 작품들의 모조품을 직접 만들어 활용한 삽화가 한층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작가의 말처럼 ˝내 손이 아닌 컴퓨터가 만들어 내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아이들에게는 즐거움과 상상을 통한 예술과의 만남과, 작가의 고양이 딜런이 몇 시간씩 사라졌다가 수염에 거미줄을 묻히고 돌아오던 엉뚱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즐겁고 멋진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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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의 바다 - 영혼의 일기
이해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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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에 구매한 책을 오늘에서야 마친다. 내일 수십 년 동안 사랑하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의 생일 선물로 편지와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1976년 종신 서원을 한 이해인 수녀님의 수도자이자 시인으로서의 삶을 고백하던 그해의 일기가 가감 없이 순수하게 적혀 있는 이 책은, 50년 전의 나를 생각하게도 하고, 혼탁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의 삶에서 잠시라도 맑고 깨끗한 옹달샘을 만나게 하는 나만 생각하는 삶이 아닌, 세상 모든 삶들의 행복과 감사를 청하는 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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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난다시편 9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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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일 뮌스터에서 타계한 허수경 시인의 유고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이 시집에는, 42편의 시와 세 편의 산문이 ‘아직 누구도 듣지 못한 노래가 이 지상에 남아 있‘다.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62)을 여러 번 읽으며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리라. ‘내가 결심한 것은 시인으로 살면서 어떤 편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시인으로서 내 존재는 고아이다.‘ ‘ 내 안에 든 수많은 나와 타자, 다양한 시간과 공간, 그 안에서 정의되지 못하는 ‘인간의 시간‘을 보고 싶었다.‘(120, ‘시인이라는 고아‘). ‘우리 모두 다만 기어이 갈 곳으로 떠난다.‘ ‘꿈꾸는 귀가 듣는 발자국 일거다.‘ (13, ‘듣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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