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 

 

 

  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로 했다. 일곱 살이 되어 곧 한글을 뗄 듯한 큰아이가, 교재나 교본으로 한글을 익히면 재미없으리라 느껴, 아이와 함께 읽을 시를 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시를 쓰고, 아이는 시를 읽는다.

 

  아이가 읽을 만한 시를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쓰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은 글이라면 굳이 배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사랑스럽지 않은 글이라면 딱히 배울 만한 뜻이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마음과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를 쓸 수 있다. 아이와 시를 쓰기로 했다면, 내 마음과 삶이 언제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찬찬히 돌아보고 가꾸며 보듬을 수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한테 시를 들려주려고 시를 쓰다 보니, 저절로 내 삶을 새롭게 가꾼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고 싶어서 큰아이를 이 땅에서 맞이한 셈이요,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시노래 부르면서 즐겁게 꿈꾸고 싶어 내 곁에 찾아왔구나 싶다.

 

  시 한 줄이란 참 아름답다. 시 한 줄을 글로 적을 수 있으니 참 사랑스럽다. 사름벼리야, 너하고 나누는 시노래는 앞으로 네 동생하고도 나눌 시노래가 된단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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