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4. 2013.7.24.

 


  꽃대 껑충 자라 아이들 키뿐 아니라 어른들 키만큼 오르고 나서야 꽃송이 벌리는 꽃이 있다. 꽃대 땅바닥에 붙듯이 살짝 돋고는 나즈막하게 피어나 아이도 어른도 쪼그려앉아 가만히 고개를 숙여야 들여다볼 수 있는 꽃이 있다. 키다리 나리꽃을 만난다. 키다리 나리꽃과 마주하는 아이는 키도 손도 안 닿는다.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싶으나, 꽃내음을 맡고 싶으나, 도무지 안 된다. “얘야, 꽃대를 살며시 쥐고 가만히 당겨 보렴. 꽃대가 안 부러지게 살살 당기면 돼.” “그래?” 꽃대를 살그마니 붙잡아 저한테 당기는 아이가 꽃송이를 들여다보다가 꽃내음을 맡는다. “알겠니? 싱그러운 여름빛이 바로 이 꽃송이에 깃들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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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5. 논물 밟기 (2013.8.30.)

 


  논에서 흘러넘치는 물이 길을 타고 흐른다. 마을 어귀에 자동차 다니는 길 뚫린 지 그리 오래지 않다고 들었다. 서른 해나 쉰 해쯤 앞서를 헤아리면 고만고만한 흙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길을 타고 논물이 흐르지 않았으리라. 바로 이어지는 다른 논으로 물줄기 이어졌겠지. 예전 아이들은 도랑물에서 물놀이 즐겼으리라 생각한다. 도랑에서 가재 잡고 미꾸라지 만지면서 하루를 누렸으리라 본다. 이제는 찻길을 타고 흐르는 논물을 찰방찰방 밟으면서 논다. 그런데 얘들아, 그 논물 함부로 밟지는 말자. 논물은 우리 마을 뒤쪽을 포근히 감싸는 천등산부터 흘러내려온 물이기는 하지만, 논마다 농약 잔뜩 뿌려서, 그 논물에는 농약이 함께 흐른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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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3. 2013.8.30.ㄴ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찾아들면서 꽃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그러나, 여느 사람들 눈에 잘 안 뜨이는 꽃은 언제나 피고 진다. 이를테면, 모시꽃·고들빼기꽃·부추꽃·까마중꽃을 비롯해 조그마한 풀꽃이 늦여름과 첫가을에 한창이다. 벌써 벼베기를 마친 논이 있기도 한데, 조금 늦게 벼를 심은 논에서는 이삭이 패면서 벼꽃내음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큰아이는 무슨 꽃이 있나 두리번두리번 논둑과 풀밭을 살피다가 발그스름한 열매를 찾는다. 무슨 풀이 맺는 열매일까? 빛깔 곱다 하면서 아버지한테 달려와서 보여준다. 그러고는 입에 넣어 씹는데, “아이, 써.” 하고 소리를 내며 뱉는다. 아직 덜 여물었는지 몰라, 덜 여물면 열매는 떫거나 쓰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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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6. 자전거 마당 2013.8.26.

 


  마당이 조금 더 넓다면 아이들이 더 신나게 자전거놀이를 즐기리라 생각하지만, 이만 한 마당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빙글빙글 잘 돌면서 자전거놀이를 즐긴다. 더 작대서, 더 크대서, 할 놀이를 못 하거나 안 할 놀이를 하지는 않는다. 처마와 뒷간에 박힌 못으로 빨래줄을 잇고, 후박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으며, 두 아이와 아버지가 타는 자전거를 마당에 내려놓는다. 늦여름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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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2. 2013.8.30.

 


  마실을 나가는 길에 큰아이 사름벼리가 집 앞 풀밭에서 고들빼기꽃을 꺾는다. “아이, 예쁜 꽃, 나하고 같이 할머니 보러 가자.” 하고 말하면서 치마에 있는 조그마한 주머니에 꽃송이를 넣는다. 예쁜 꽃을 네 반가운 할머니하고 만나게 해 주고 싶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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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31 11:23   좋아요 0 | URL
정말 꽃아이네요~~^^
벼리가 오늘 입은 꽃치마도 참 예뻐요~!
사름벼리도 꽃치마도 고들빼기꽃도 꽃마음도 다~예쁘고 예쁩니다~*^^*

숲노래 2013-08-31 12:06   좋아요 0 | URL
우리 어른들도 꽃놀이 즐기고
꽃노래 부르면
온누리에 맑은 빛 가득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