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3. 2013.8.30.ㄴ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찾아들면서 꽃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그러나, 여느 사람들 눈에 잘 안 뜨이는 꽃은 언제나 피고 진다. 이를테면, 모시꽃·고들빼기꽃·부추꽃·까마중꽃을 비롯해 조그마한 풀꽃이 늦여름과 첫가을에 한창이다. 벌써 벼베기를 마친 논이 있기도 한데, 조금 늦게 벼를 심은 논에서는 이삭이 패면서 벼꽃내음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큰아이는 무슨 꽃이 있나 두리번두리번 논둑과 풀밭을 살피다가 발그스름한 열매를 찾는다. 무슨 풀이 맺는 열매일까? 빛깔 곱다 하면서 아버지한테 달려와서 보여준다. 그러고는 입에 넣어 씹는데, “아이, 써.” 하고 소리를 내며 뱉는다. 아직 덜 여물었는지 몰라, 덜 여물면 열매는 떫거나 쓰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