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2. 저녁에 사마귀 2013.8.9.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빨리 와 봐요. 저기요, 저기요.” 뭔데? 응? 아하, 그래, 사마귀로구나. 그런데 아직 작은 사마귀네. 이 사마귀는 왜 우리 집 모기그물을 타고 이렇게 올라올까. 아이한테 거꾸로 물으면서 함께 사마귀를 바라본다. 작은아이가 모기그물을 쿵쿵 친다. 작은 사마귀를 깜짝 놀라 부리나케 모기그물 위쪽으로 올라간다. 이야, 사마귀가 저렇게 걸음이 빨랐구나. 어린 사마귀야 걱정하지 말아라. 너처럼 작은 아이들이 너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함께 놀고 싶을 뿐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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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1. 풀방아깨비 2013.7.31.

 


  방아깨비는 풀숲에서 살아간다. 풀숲 아닌 데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풀숲에서 만나는 방아깨비를 보니 입에서 저절로 ‘풀방아깨비’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풀잎도 풀빛이고 방아깨비도 풀빛이로구나. 서로서로 풀내음이 풍기는 숨결이로구나. 너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풀을 몽땅 벨 테지. 너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기계로 풀을 베면서 네 몸을 조각조각 부수고 말 테지. 너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농약 듬뿍 치면서 풀이며 방아깨비며 싸그리 죽이고 말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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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0. 저기 잠자리 있어요 (2013.8.1.)

 


  두 아이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다가 들 한복판에서 살짝 멈춘다. 너른 들 논도랑이 거의 모두 시멘트도랑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흙도랑인 곳이 드문드문 있어, 큰아이더러 “자 봐 봐. 여기는 참말 도랑이야.” 하고 말하며 가리키는데, 조금 뒤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저기 잠자리 있어요. 조용히 해요.” 하고 말한다. 어디 있나 기웃거리니, 자전거 옆 땅바닥에 밀잠자리가 앉았다. 넌 이 잠자리를 알아보았구나. “움직이지 마요. 그러면 잠자리 날아가요.” 그래, 안 움직일게. 그런데 우리는 땡볕에 이곳에서 얼마나 꼼짝 않고 있어야 할까? 한참 잠자리를 바라보며 모두 땀을 뻘뻘 흘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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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8-09 12:34   좋아요 0 | URL
이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ㅎㅎ

숲노래 2013-08-09 13:00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살아가며
날마다 재미난 일
숱하게 겪으며 즐겁습니다~
 

시골아이 9. 흙을 두 손에 (2013.8.5.)

 


  비가 많이 오면 마당보다 웃자리에 있는 뒷밭 흙이 빗물에 쓸려 내려오면서 마당에 흙을 조금씩 남긴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한참 뛰어놀다가 바닥에 흙이 있는 줄 깨닫고는 어느새 쪼그려앉아 흙을 뭉치면서 논다. 흙이야 어디에도 있지. 논에도 밭에도 있지. 바닷가 모래밭에도 있고 숲속에도 있어. 그런데 아이들이 마음껏 만지면서 놀 만한 흙은 어디에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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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8. 2013.8.1.

 


  넓적한 칡잎 하나 톡 뜯고는 이야호 소리를 지르며 춤추는 사름벼리. 얘야, 도시에서 시골 놀러온 어른들은 이런 멧길 걷다가 칡덩굴 새싹 돋은 모습 보고는 칡싹 걷느라 바쁘더라. 우리는 따로 칡싹 뜯어서 먹지 않아도, 칡잎 만지고 칡내음 맡으면서 칡숨 소담스레 받아들일 수 있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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