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9. 맨발로 노는 재미 2013.9.15.

 


  맨발로 놀며 흙을 느낀다. 시멘트마당이라면 시멘트를 느끼지. 풀밭이라면 풀을 느끼고, 아침에는 풀밭에 내려앉는 이슬을 느낀다. 어디에서나 발바닥이 땅을 느낀다.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들에서도 바다에서도, 맨발과 맨손은 온누리를 느낀다. 맨손으로 볼을 쓰다듬는 느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맨발로 이불을 꾹꾹 눌러 빨 적에 얼마나 기쁜가. 아이들은 맨발로 살며 맨발로 놀고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흥집 18. 가을로 가는 집 2013.9.9.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을 누리며 살아가는 하루하루 새롭게 즐겁다. 봄에는 날마다 흐드러지며 싱그러이 빛나는 봄볕이 즐겁고, 여름에는 후끈후끈 무더우면서도 시원스레 부는 여름바람이 즐거우며, 가을에는 날마다 새삼스레 익으며 고소한 내음 퍼뜨리는 가을내음이 즐겁다. 동백꽃에 내려앉는 겨울에는 봄을 부르는 겨울꽃이 즐겁다. 바깥마실을 마치고 고흥집으로 돌아오면서 가을빛을 바라본다. 가을로 가는 우리 집이로구나. 며칠 더 있으면, 또 거기에서 며칠 더 지내면, 가을빛은 한껏 샛노랗게 물들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7. 가을들 곁에서 (2013.9.9.)

 


  가을들 곁에서 달린다. 봄에는 봄들 곁에서 달렸다. 여름에는 여름들 곁에서 달렸지. 겨울에는? 겨울에는 겨울들 곁에서 달릴 테야.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씩씩하게 콩콩 달릴 테야. 시멘트 밑에 깔린 지구별 흙을 느끼고, 가을날 무르익는 나락내음 맡으면서, 하늘숨 마시며 신나게 달리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흥집 17. 고무신 나비 2013.9.9.

 


  큰아이 노란 고무신에 네발나비가 앉는다. 마당으로 내려서려다가 멈칫 한다. 네가 여기 웬일이니 하고 물으려다가 날개를 쉬려고 내려앉았겠거니 생각한다. 대청마루에 살그마니 앉아서 한참 조용히 바라본다. 사진기를 들어 한 장 찍는다. 다시 한 장 찍는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찍고 싶어 사진기를 들고 섬돌로 내려서려 하니, 네발나비 깜짝 놀라 파르르 날아오른다. 나비가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내려서지 말았어야 했나. 그러나 우리 집 풀밭에 내려앉아 쉬면 되지. 우리 집에는 풀밭이 많으니 어디에나 느긋하게 앉아서 쉬렴. 우리 집에는 고들빼기꽃도 많고 부추꽃도 많으니 어느 꽃에나 살포시 앉아서 꽃가루도 꿀도 실컷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6. 두 고무신 (2013.9.10.)

 


  아이들이 이불놀이를 한다. 작은아이가 오줌을 쌌기에 말리는 이불 사이로 파고든 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면서 논다.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인다. 여섯 살 아이도 세 살 아이도 발놀림이 재다. 작은아이는 하얀 고무신이고, 큰아이는 노란 고무신이다. 발을 가볍게 놀린다. 얇은 고무신 바닥으로 땅바닥을 물씬 느낀다. 풀빛을 닮은 고무신이나 석류빛 닮은 고무신도 있으면 참 예쁘겠다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