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 개망초꽃 작은주홍부전나비 2013.6.24.

 


  풀이 있어야 꽃이 피고, 꽃이 있어야 벌나비 춤을 춘다. 풀이 없으면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피지 않으면 벌나비 찾아들지 않는다. 한국말에는 ‘꽃을 담는 그릇’을 가리키는 낱말이 없다. 한국사람은 예부터 집 안쪽에 따로 꽃그릇(화분)을 두지 않았기에, 이런 그릇 가리키는 낱말을 지을 일 없다. 마당이 꽃밭이면서 텃밭이요, 집 둘레가 풀밭이면서 꽃밭이고, 울타리가 바로 꽃나무요 덩굴이다. 흙과 나무로 지은 집에 지붕은 온통 흙이고 짚으로 덮고, 지붕에서는 박이 자라 꽃을 피우니, 예부터 한겨레는 숱한 풀과 꽃으로 온 집안과 마을을 가꾸었다고 느낀다. 이제 시골마을마다 농약 비료 듬뿍 쓰고, 지붕 갈고 마당 시멘트 바르면서 들풀을 몹시 싫어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풀포기 조금만 자라도 모기 걱정을 하거나 뱀이 나온다고 근심한다. 그런데 풀이 자라지 않으면 누가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집 안팎에 풀이 흐드러지지 못하면 우리는 어떤 숨을 마실까. 철 따라 다른 풀이 자라고, 달마다 새로운 풀이 돋아, 푸르며 맑은 바람이 솔솔 불 때에, 비로소 우리들은 싱그러운 숨결 될 수 있지 않을까. 씩씩하게 자라는 개망초에 흰꽃 맺히고, 개망초꽃에 작은주홍부전나비 앉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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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6-26 02:24   좋아요 0 | URL
화분보다 꽃그릇이란 말이 더 예뻐요! *.*

숲노래 2013-06-26 09:32   좋아요 0 | URL
'꽃그릇'은 제가 한 번 만들어 본 낱말이에요.
'화분'이라는 낱말이 그리 내키지 않아서요 ^^;;
 

꽃아이 2. 2012.6.11.

 


  여섯 살 꽃아이 사름벼리야, 해마다 이맘때인 유월에 개망초 작고 하얀 꽃송이 가득 피우는 줄 알겠니? 너는 다섯 살 적하고 네 살 적에 어머니 아버지한테 “나는 작으니까 작은 꽃이 좋아요.” 하고 말했는데, 이 말이 떠오르니? 올여름 유월에도 마을 곳곳에 하얀 개망초꽃 가득 핀다. 올해에도 이 작은 꽃송이 바라보며 한 가득 꺾어 꽃다발놀이 하면서 보낼 테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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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 초피나무 범나비 2013.6.22.

 


  아이들 저녁 먹이려고 부산하게 밥을 짓고 국을 끓인 다음, 마당 꽃밭에서 풀을 뜯다가, 갓 깨어나 날개를 말리는 범나비 한 마리 본다. 이야, 드디어 ‘우리 집 나비’를 만나는구나.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틀림없이 ‘우리 집 나비’가 꽤 태어났을 텐데, 제대로 알아본 적이 없다. 오늘 비로소 ‘허물벗기’까지 마친 범나비를 본다. 풀뜯기와 저녁차리기는 뒤로 미룬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사진 찍는 곁에 찰싹 달라붙는다. 큰아이는 마루에서 만화책 보느라 바쁘다. “보라야, 저 범나비는 바로 우리 집에서 알을 깬 나비란다. 우리 집 풀잎과 나뭇잎 실컷 뜯어먹고서 이제서야 예쁜 나비로 태어났지.” 곰곰이 생각하니, 올봄에 풀을 뜯다가 범나비 애벌레를 한 마리 보고는 “요 녀석, 너 혼자 이 풀 다 먹으면 안 돼. 우리 식구 다 같이 먹는 풀이야.” 하고 말한 적 있다. 그때 그 애벌레일까. 마을에 초피나무는 우리 집에만 있으니, 가을에도 또 알을 낳고, 이듬해에도 새롭게 알을 낳아 우리 마을에 나비춤 한껏 나누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고흥 우리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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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4 09:32   좋아요 0 | URL
아~범나비군요.~^^
함께살기님 집의 범나비야, 안녕~!! ^^

숲노래 2013-06-24 10:33   좋아요 0 | URL
다들 호랑나비라고 하지만...
'호랑'이란 말 쓰인 지
참 얼마 안 되었답니다...

예전엔 모두 범나비라고 했는데
이제는 99.99% 호랑나비라고만 하지요...
 

꽃아이 2. 2013.6.22.

 


  너는 ‘수국’이라는 이름 몰라도 돼. 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느낌과 이야기를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으렴. 그러면 네가 바라보는 그 꽃한테 붙일 가장 사랑스러운 이름을 얻을 수 있어. “이 나비꽃 예뻐요. 나비꽃 보라빛이에요.”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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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3 00:27   좋아요 0 | URL
참으로, 어여쁜 보라빛 나비꽃입니다...^^

숲노래 2013-06-23 01:51   좋아요 0 | URL
이제는 '수국'이라는 이름보다
'나비꽃'이라는 이름 쓰려고요.

퍽 많은 사람들은 '수국'이라 해도
못 알아듣거나 곧 잊어요.
'나비꽃'이라는 이름은
두 번 다시 안 잊겠지요~
 

꽃아이 1. 2013.6.15.

 


  꽃송이 하나 있으면 나비 되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우리 집 꽃아이. 봄부터 겨울까지 맑고 환한 꽃넋 품에 안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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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3 00:24   좋아요 0 | URL
벼리야~! 이 아줌마도 같이 달리자.~
아흑..나도 너처럼 한껏 행복하게 웃으며 씽씽~달리고 싶구나...

숲노래 2013-06-23 01:51   좋아요 0 | URL
아파트에서도 시내 한복판에서도
그저 웃으면서 함께 달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