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해바람처럼 별처럼 (2024.11.16.)
― 서울 〈숨어있는 책〉
책집이란, 책을 사고파는 곳이기도 하면서, 책으로 쉬는 보금자리(집)라고도 느껴요. 구름과 잎빛이 반짝이는 늦가을 하루에 서울마실을 갑니다. 새로 낸 책에 맞추어 서울이웃님하고 책집마실을 누리려고 합니다. 혼자 책시렁을 돌아볼 적에는 혼자 빙그레 웃으면서 온갖 책을 읽고서 제자리에 꽂거나 품에 안습니다. 여럿이 골마루를 거닐 적에는 서로 다르게 눈여겨보고 마음이 닿는 책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다르기에 만날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밭에서는 맨손으로 흙과 풀을 만지면서 즐겁다면, 책집에서는 우리 손으로 종이를 쓰다듬으면서 책빛을 느끼며 반갑습니다. 들숲메바다에서는 맨발로 놀며 일하고 발바닥으로 흙과 풀을 느끼기에 기쁘다면, 책집에서는 우리가 둘러보고 헤아리는 대로 읽을거리가 쏟아지기에 흐뭇합니다.
누구는 짝을 맺고서 아기를 낳고, 누구는 짝을 맺으나 아기를 안 낳고, 누구는 짝을 안 맺어도 아기를 낳고, 누구는 짝을 안 맺고 아기를 안 낳습니다. 다 다르게 삶길을 걷습니다. 아기를 안 낳고 안 돌보는 길에 서는 분은 으레 ‘빈손’이나 ‘빈몸’을 얘기합니다. 이와 달리 아기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빈손’일 수 없어요. ‘찬손(가득찬 손)’이어야 합니다.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기저귀를 빨고 포대기에 이불도 빨래하는 살림이니까 ‘빈손’이나 ‘빈몸’이기 어렵습니다. 아니, 말이 안 되지요. 그러나 아기가 맨몸으로 풀밭에서 뒹굴며 자란다면 빈손이나 빈몸이어도 됩니다. 아기가 맨발에 맨손으로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며 자란다면 얼마든지 빈손이나 빈몸일 만하지요.
〈숨어있는 책〉에서 숨은책을 한 자락씩 쓰다듬습니다. 장만하려는 책도, 장만하지 않고서 둘러보는 책도, 이웃한테 건네고 싶은 책도, 예전에 읽은 책도, 새삼스레 어루만집니다. 서울에 닿아서 책집까지 오던 길을 돌아봅니다. 오늘은 버스와 전철로 긴긴 길을 보내는데, 어쩐지 다들 에어컨을 틀더군요. 그런데 서울 전철을 탄 거의 모든 분은 옷을 두껍게 입고서 땀흘리다가 에어컨으로 식히네요.
우리는 어떤 철을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철을 잊은 채 무엇을 읽는 하루일까요? 여름에는 가볍게 차려입고서 해바람을 맞아들이면서 땀을 흘려야 튼튼살림을 누린다고 느낍니다. 겨울에는 두툼히 차려입되 해바람도 넉넉히 받아들이면서 오들오들 떨어야 든든살이를 일군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서울과 큰고장은 어쩐지 거꾸로길입니다. 별이 돋아도 별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해바람비가 흘러도 해바람비를 안 본다면, 우리 곁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ㅍㄹㄴ
《스승은 없는가》(성내운, 진문출판사, 1977.10.30.첫/1977.11.20.재판)
《소크라테스의 행복》(송건호, 동광출판사, 1979.10.15.)
《한중상용외래어사전》(박문봉 엮음, 민족출판사, 2003.6.)
《カラ-ブックス 56 原始美術》(中山公男, 保育社, 1964.11.25.)
《カラ-ブックス 104 能, 鑑賞のために》(丸岡大二·吉越立雄, 保育社, 1966.7.1.)
- 新文化社. 서울 충무로1가 24
《カラ-ブックス 147 版畵入門》(德力富吉郞, 保育社, 1968.4.1.)
《英和會話小辭典》(Mr. and Mrs. O.Vaccari, 1939.10.첫/1964.10.10.18볼)
《岩波新書 810 金史良, その抵抗の生涯》(安宇植, 岩波書店, 1972.1.29.)
《아동설교 2 어린이들 마음 밭에》(안성진 엮음, 기독교어린이문화관, 1975.5.20.)
《美術文庫 11 書藝의 歷史 上》(伏見沖敬/석지현 옮김, 열화당, 1976.1.25.첫/1978.11.12.재판)
《홈스터디 선정 중학생 필독 도서 : 흰고래》(허만 멜빌/편집부 옮김, 동아출판사, 1989∼91)
《민족문학 86.2.》(자유실천문인협의회 엮음, 청사, 1986.2.23.)
《大衆的貧困의 本質》(J.K.갈브레이드/윤현 옮김, 샘터, 1979.7.30.)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장 자크 루소/주경복·고봉만 옮김, 책세상, 2002.8.5.)
《국어의 풍경들》(고종석, 문학과지성사, 1999.9.16.첫/2002.1.24.4벌)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창비, 2017.4.17.)
《영부인 마나님 해도 너무해요》(편집부 엮음, 금성문화사, 1988.9.20.)
《文學과 民族》(고은, 한길사, 1986.7.20.)
《햇빛다솜책 20 말괄량이 여고생 비밀일기》(조재현, 햇빛출판사, 1989.10.5.)
《먼동이 틀 때까지》(양정신, 종로서적, 1980.10.30.)
《영혼의 미쁜 나무, 헬렌 켈러》(정영식, 보리, 1987.8.31.첫/1988.3.15.2벌)
《독재자 학교》(에리히 캐스트너/김학천 옮김, 전예원, 1988.8.25.)
《촛불의 美學》(G.바슐라르/이가림 옮김, 문예출판사, 1975.9.30.)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15 나는 지구인이다》(마붑 알엄, 텍스트, 2010.8.23.)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 강연회 자료》(윤구병,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07.10.31.)
《어머니의 肖像》(펄 벅/장영하 옮김, 예일문학사, 1988.4.15.)
- 鄭樂興 88.6.4.
《現代の日本》(時野谷勝·秋山國三, 創元社, 1970.3.20.)
《전설의 시대》(토머스 발핀취/이하윤·홍봉룡 옮김, 문교부, 1959.3.20.)
- 조우현 교수 기증도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1998년 2월 28일
(2009.9.9.) 1946년 연희전문 마침. 1952년부터 연세대 철학과 교수
- 消. 延大
- Oct.17.'59. Seoul
《建設和平與民主》(金大中, 世界知識出版社, 1991.1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