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디서나 한 걸음 (2022.8.22.)

― 부천 〈이지헌북스〉



  쉬멍쉬멍 움직입니다. 이른새벽에 서울로 길을 나섰고, 서울일을 마친 뒤에 전철에서 책을 읽고 노래를 쓰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다가 부천에 닿습니다. 오늘 저녁에 부천 원미동 〈용서점〉에서 수다꽃을 펴기 앞서 부천 중동 〈이지헌북스〉를 들릅니다.


  책집마실을 하기에 책을 살피고 읽고 장만하는데, 곧잘 모퉁이 쪽걸상에 앉아서 책꽂이에 기댑니다. 밖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쉬잖고 움직여야 할 적에는 살짝 눈을 붙일 짬을 냅니다. 무릎에 책을 얹고서 머리와 어깨를 책꽂이에 기대고서 가만히 있노라면 어느새 기운이 차오릅니다. 이 새빛으로 다시 일어섭니다.


  아름다이 오가는 발걸음이 하나둘 모여 마을 한켠에 조그맣게 싹트는 곳이 마을책집이로구나 싶습니다. 더 많거나 좋거나 훌륭한 책이 모여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읽고 같이 생각하고 나란히 뜻을 모으는 책이면 넉넉합니다. 우리가 손수 쓴 책으로 이야기를 펴고 생각을 지피면 그야말로 눈부십니다.


  책을 잘 읽어내야 하지 않습니다. 살림하는 손길로 책을 쥐면 넉넉합니다. 글을 잘 써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손끝으로 글을 쓰면 아름답습니다. 잘 하든 못 하든 신나게 맡기고 지켜보면 돼요. 좋으냐 나쁘냐 안 가를 노릇입니다. 다만 “믿으면서 맡기”지는 말아야지요. “사랑으로 맡길” 뿐입니다. 가르치기(훈수)만 하지 말고, 함께 길을 가는 걸음새로 마주하면 됩니다.


  우리가 읽는 모든 책은 우리를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아요. 그저 ‘줄거리’에 ‘이야기’를 녹여서 들려줍니다. 우리가 스스로 줄줄이 읽으려 할 적에 비로소 스스로 배우는 살림그릇인 책입니다. 책은 어떤 길도 안 알려주고 안 짚습니다. 오직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살피고 짚으면서 길을 내라고 속삭입니다.


  아주 조그마한 책 하나요, 이 조그만 책을 쥐는 자그마한 사람입니다. 작은이는 작은책을 쥔 작은손으로 작은길을 그립니다. 작은꿈은 작은씨와 같기에, 우리 마음자리에 작은노래로 스밉니다.


  온누리는 작은누리입니다. 우리별은 작은별입니다. 온나라는 작은나라입니다. 작은뜻과 작은꿈이 만나서 작은밭이 푸릇합니다. 저마다 작게작게 씻어요. 누구나 작게작게 자라요. 풀씨도 나무씨도 얼마나 작은가요. 사람씨도 참 작습니다.


  어디서나 한 걸음을 딛습니다. 풀싹이 가볍게 돋고, 풀개구리가 가볍게 뛰고, 풀벌레가 가볍게 웁니다. 나무씨가 여러해에 걸쳐 천천히 줄기를 올리면서 어느새 듬직하게 섭니다. 책꽃씨 한 톨을 책집에서 나누어 받았으니 새길을 또 나섭니다.


ㅍㄹㄴ


《여성해방론》(마르크스·엥겔스·레닌·스탈린/조금안 옮김, 동녘, 1988.10.20.)

《민중연극론》(아우구스또 보알/민혜숙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5.2.10.)

- 폐기분 2020년 추가분 ⑥

- 부천시립도서관

《예술가와 역사의식》(최종태, 지식산업사, 1986.8.20.)

- 폐기분 2020년 추가분 ⑥

- 부천시립도서관

《재미있는 음악 이야기》(야마시타 타츠로오/이정훈 옮김, 진화당, 1992.9.30.)

《世界의 音樂家七十人》(최영환, 신문화사, 1974.10.15.)

- 보급특가 700원 새글씨

《빠빠라기》(에리히 쇼이어만/두행숙 옮김, 두풍, 1981.10.31.첫/1990.8.10.고침판)

- 90.8.10. 〈글방〉

《85 직장체육 우수 사례집》(편집부, 한국사회체육진흥회, 1985.12.29.)

- “우리는 지금 4천만 국민 모두가 그동안 새마을운동을 통해 이룩하 국가발전을 바탕으로 2천년대를 향해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안고 전진의 속도를 가숙화하고 있읍니다. 또 인류 평화의 상징이자 대제전인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에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전을 기하고 있읍니다.”(발간사)

《어느 인생 이야기》(부산 가르멜 여자 수도원 옮김, 분도출판사, 1990.10.25.첫/1992.3.1.2벌)

《中國美術史》(마이클 설리반/김경자·김기수 옮김, 지식산업사, 1978.6.첫/1989.3.15.4벌)

《中國의 運命, 蔣介石과 毛澤東》(蔣介石·董顯光/이동식·우재윤 옮김, 양서각, 1967.12.10.)

《생각하는 어린이들 1》(송명호, 글수레, 1987.)

- 한국아동문학회 추천

《아이가 TV와 친하면 커서도 어머니와 멀어진다》(이와사 교오꼬/홍결실 옮김, 청맥, 1994.3.20.)

《金閣寺 外》(미시마 유키오·이시사카 요오지로/편집부 옮김, 주부생활사, 1976.2.1.)

- 《주부생활》 2월호 별책부록

《語文硏究 29》(남광우 엮음, 일조각, 1981.5.25.)

- 새까맣게 한자투성이 철책(계간지)

- “特輯, 國語醇化運動의 虛와 實”

《語文硏究 34》(남광우 엮음, 일조각, 1982.6.30.)

《1800字 千字文·明心寶鑑》(思草人 엮음, 혜원출판사, 1982.4.20.)

- 교보문고 스티커

《한국 선사 문화의 연구》(이융조, 평민사, 1980.3.1.)

《사랑하는 나의 大學》(김동선, 태멘, 1981.10.15.첫/1981.11.20.2벌)

《레이더스》(캠벨블랙/박미옥 옮김, 태멘, 1982.3.5.)

- Raiders

《그대는 별로 뜨고》(김소엽, 문학세계사, 1987.6.10.첫/1987.8.1.4벌)

《공처일기》(하나글, 영락문화출판사, 1989.1.25.)

《하마의 라디오》(토오야마 시게토시/손정원 옮김, 한솔수북, 2008.8.20.)

《엄마는 요술쟁이 제2부 4》(문계주, 서울문화사, 1998.3.28.)

《캔디 캔디》(이가라시 유미꼬/김두순 옮김, 일신사, 1979.9.15.)

《獨逸國民한테 告함》(피히테/황문수 옮김, 범우사, 1978.12.20.)

- ‘동남도서판매주식회사’ 한서부.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5-9

- 外煥銀行忠武路支店

《나팔수》(이덕자, 동아일보사, 1979.6.1.첫/1979.10.8.4벌)

- 소명여자종합고등학교도서관

《增補 師任堂의 生涯와 藝術》(이은상, 성문각, 1962.9.1.첫/1966.8.1.증보/1970.8.8.증보3벌)

- ‘보물 제 165호 오죽헌 기념’ 강릉

《歷史란 무엇인가》(E.H.카아/길현모 옮김, 탐구당, 1966./2004.2.25.)

- 4000원

- 책자취(간기) 갈이

《三星文化文庫 88 우리 歷史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기백 외, 삼성미술문화재단, 1976.5.20.첫/1980.1.5.중판)

- 500원 / 800원

- 1983.4.6. 교보

- 淑大 金惠景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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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3-0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니 22년에 부천 이지헌북스에 다녀오셨네요.아무래도 지방에 계시다보니 이제는 예전보다는 헌책방 나들이가 좀 어려우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