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유연성 2025.4.6.해.



부드러우면, 누가 힘으로 누르거나 치거나 밟을 적에 쉽게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망가진다고 여기더구나. 그렇지만, 부드럽기에 오히려 안 깨지고 안 부서지고 안 망가지곤 해. 단단하거나 딱딱하기에 조금만 부딪혀도 쉽게 깨지고 부서지고 망가진단다. 부드러울 적에는 스스로 온갖 빛을 품거나 받아들여서 바꿀 수 있어. 단단하거나 딱딱하기에 어느 빛도 못 품거나 못 받아들이거나 못 바꾼단다. 게다가 “난 단단하고 딱딱한걸?” 하는 마음이 굳은 탓에, 그저 그대로 마냥 눌러앉기까지 하는구나. 바람이 부는 결과 빛을 보렴. 물이 흐르고 비가 내리는 결과 빛을 봐. 바람하고 물은 가없이 부드럽단다. 비나 물은 아무리 무겁고 큰 집이나 쇠나 덩이도 가볍게 날릴 수 있으면서도, 살살이꽃이 소담스레 맺은 꽃을 살살 간질이기만 할 수 있어. 사람은 저 높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아무리 맞아도 안 다쳐. 빗물은 꽃송이도 풀잎도 안 어지럽힌단다. ‘부드러움(유연성)’이란 대단하고 놀랍지. 보살필 줄 아는 빛이기에 ‘보드라움(부드러움)’이야. 보듬을 수 있는 빛이기에 보드랍고 부드러워. 봄이라는 철마냥, 새롭게 일으키고 일어나면서 이루고 잇고 일구고 있는 빛인 부드러움이기도 하지. 네가 마음에 심으려는 빛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렴. 또는 네가 마음에 아무 빛을 안 심으면서 뒹굴기만 하려는지 돌아볼 일이야.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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