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알아주는 2025.4.3.나무.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알아볼까? 너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왜 언제나 못 알아볼까? 네가 알아보는 사람한테서 넌 어떤 빛과 어둠을 느낄까? 네가 못 알아보는 사람한테서 넌 왜 딱히 빛도 어둠도 못 느끼며 지나갈까? 이 모든 눈길은 수수께끼이지 않아. 누구나 스스로 배워서 익히는 만큼 알아보려는 눈을 뜨거든. 처음에는 그저 알아보고, 이윽고 다시금 들여다보고, 어느새 곰곰이 지켜보다가 문득 다시 찾아본단다. ‘봄’은 하나인 눈길이 아니야. 여러 ‘봄길’을 거치고 지나면서 바야흐로 ‘알아봄’인 줄 느껴서 받아들이지. 사람들은 곧잘 누구를 ‘알아주’고, 때로는 누가 저희를 ‘알아주’기 바라더구나. 그러나 ‘알아줌’은 ‘알기’도 ‘보기’도 아닌 ‘끌려다님’이야. 알지도 보지도 않는 바람에 ‘알아주’기 바라고 ‘알아줄’수록 그만 빛을 잊어. ‘자랑’이란 ‘자람(자라다)’이 아닌 줄 아니? 자랑하는 사람은 자라지 않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익히면서 스스로 일어서는 사람이 자란단다. 너는 누가 널 알아주기에 자랑하면서 그만 ‘자람결’이 멎어. 너는 자꾸 남을 알아주려 하거나 남이 널 알아주기 바라는 탓에, 자랑질을 하려는 마음이 깊어가면서 낡아. 네 숨소리는 남이 알아주어야 하지 않아. 네 발걸음을 남이 알아주어야 하지 않아. 너는 나무가 잎을 내는 자람결을 ‘알아볼’ 뿐이고, ‘알아줄’ 수 없단다. 너는 풀에 맺는 꽃송이를 ‘알아보’면서 기뻐할 뿐, 풀꽃을 ‘알아주’어야 할 까닭이 없어. 부드러이 눈을 뜨고서 일어나기를 바라. 천천히 눈뜨면서 깨어나기를 바라. 네가 너를 알아보기에 날마다 파랗게 하늘을 마신단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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