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침몰 7
코마츠 사쿄 지음, 잇시키 토키히코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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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까칠읽기 21


《일본침몰 7》

 코마츠 사쿄 글

 잇시키 토키히코 그림

 오경화 옮김

 학산문화사

 2007.10.25.



《일본침몰》을 읽은 지 한참 지났다. 불벼락을 맞은 때에 사람들이 어떻게 웅성거리면서 미치거나 날뛰거나 넋나가는지를 밝히면서, 제자리를 다독이고 다스리면서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터뜨리는가를 나란히 들려주는 얼거리라고 느낀다.


불벼락을 맞을 적에 나라(정부)가 어떤 민낯인지를 여러모로 보여주는데, 불벼락을 안 맞은 때에도 나라는 이와 비슷하게 굴러간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 민낯을 모르기도 하고, 보기도 쉽잖고, 보더라도 시큰둥하거나, 보거나 알았어도 하루하루 바빠서 지나치곤 한다.


일본사람이 그린 일본살이를 담은 《일본침몰》일 텐데, 벼락판이건 ‘안 벼락판’이건 다를 일은 없다. 여느 때에 지내는 하루가 벼락판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여느 때에 무엇을 그리고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우리 스스로 벼락을 일으키거나 사랑을 펴게 마련이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살아간다면, 여느 때부터 늘 불수렁이다. 스스로 꿈을 사랑으로 그리는 길로 보금자리를 일군다면, 언제나 꽃길이고 하늘길이고 숲길이고 사랑길이다. 이 그림꽃은 무슨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까? 불벼락이 칠 적에 이렇게 앞뒤가 바뀐다고 말하고 싶을는지 모르지만, 불벼락이 아직 없더라도 “무너질 나라”는 이미 무너져 가고, “피어날 보금자리”는 천천히 피어난다.


ㅅㄴㄹ


“분하지만 다른 남자의 얘기로라도, 네 웃는 낯을 보고 싶었어. 온 일본 천지가 경직된 얼굴로 가득 찼으니.” (20쪽)


“당의 중요회합을, 꼭 이런 지방도시의 비좁은 호텔 방에서 해야 됐나?” (21쪽)


‘어쩌자고 혼자 살아남은 거야, 난.’ (105쪽)


“즉, 그것은 핵폭탄의 소유와 그것의 실제 사용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137쪽)


#日本沈? (1973) (2006∼2008)

#小松左京 #一色登希彦


+


《일본침몰 7》(코마츠 사쿄·잇시키 토키히코/오경화 옮김, 학산문화사, 2007)


공복(公僕)으로선 해선 안 되는

→ 나라일꾼으로선 해선 안 되는

→ 벼슬꾼으로선 해선 안 되는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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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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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까칠읽기 20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알에이치코리아

 2020.7.15.



  얼굴을 알리고 이름값을 높인 사람이 ‘날씨’가 걱정이라고 말하면서 ‘숲’을 품자고 외치고 ‘풀밥’을 어떻게 먹을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들려주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 라쉬, 알에이치코리아, 2020)는 나쁘지 않다. 다만, 왜 날씨가 비틀리고, 왜 숲이 망가지고, 왜 고기밥이 널리 퍼졌는지를 어떤 눈으로 짚는지에 따라 줄거리는 확 다르게 마련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별에서 가장 허울스럽고 헛되게 돈을 쏟아붓는 데는 ‘싸움판’이다. 싸움판 가운데 첫째는 총칼이다. 둘째는 나라(정부)이다. 셋째는 배움터(학교)이다. 넷째는 돌봄터(병원)이다. 다섯째는 일터(기업)이다. 이 다섯 곳은 얼핏 달라 보여도 뒤에서 숨은 사슬로 이은 한덩이인데, 여기에 솜씨(과학·기술)를 얹은 여섯고리는 “돈 먹는 수렁”이다. 타일러 라쉬 님은 이 여섯 가지 가운데 무엇을 짚었을까? 글쎄, 여섯 가지를 뺀 채 ‘듣기에 달콤한 목소리’만 이래저래 여러 값(숫자·통계)을 앞세워서 엮었구나 싶다.


  총칼을 만들고 거느리느라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가. 총칼로 죽이고 죽는 동안 온누리는 얼마나 망가지는가. ‘스텔스 전투기’뿐 아니라 ‘그냥 전투기’ 하나에 돈을 얼마나 들이는가. ‘핵폭탄’뿐 아니라 ‘그냥 미사일’ 하나에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가.


  널뛰는 날씨를 걱정할 수 있으나, 온누리 싸움판을 등지거나 아예 말을 안 한다면, ‘비공식 국방비와 군사무기연구개발비’를 들추지 않는다면, ‘군사무기 탓에 사라지는 들숲바다가 얼마나 아픈지’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멀쩡한 젊은이를 싸울아비로 돌리면서 넋을 망가뜨릴 적에 얼마나 끔찍한 뒷일이 생기는지’를 모른다면, ‘환경책’이 아니라 ‘허울말’에서 맴돌고 만다.


  이 별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이바지하는 나라(정부)가 몇이나 될까. 왜 벼슬자리(공무원)가 그토록 많아야 할까. 배움터를 다닐수록 숲을 등지는데, 사람들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닐수록 집안일을 잊고 시골을 잃는데, 무엇을 가르치거나 들려주는 배움터인가.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돌봄님(의사)이니, 돌봄터(병원)가 따로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풀 한 포기가 바로 돌봄물(약)이니, 숲사람으로 살아가면 모든 ‘병의학 커넥션’을 걷어낼 수 있다. 다섯째하고 여섯째 이야기는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살펴서 어떤 고름과 수렁으로 이 별을 어지럽히는지 찾아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Tyler Rasch


나는 버몬트의 숲, 자연 속에서 자랐다

→ 나는 버몬트숲에서 자랐다

6


계절의 냄새도 알고, 계절에 따라 비 내릴 때 여향이 다른 것도 알고

→ 철냄새도 알고, 철에 따라 빗빛이 다른 줄도 알고

6


좋은 흙과 안 좋은 흙의 차이를 냄새로 안다

→ 기름진 흙과 죽은 흙을 냄새로 가린다

6


그걸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픈 것 같다

→ 이를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프다

→ 이를 모른다면 삶이 참 슬프다

6


자연이 나의 기본설정을 만들어 주었다

→ 나는 숲으로 밑거름을 이루었다

→ 내 바탕은 숲이다

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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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 - 최민희의 언론개혁 여정
최민희 지음, 김유진 인터뷰어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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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10.

까칠읽기 16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

 김유진·최민희

 21세기북스

 2020.3.11.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김유진·최민희, 21세기북스, 2020)를 굳이 사서 읽어 보았다. 굳이 사서 읽었기에, 최민희 씨를 비롯한 여러 ‘운동권 언더서클 권력’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대를 나왔다면, 돈이 많았다면, 소위 중앙 정치에 인맥이 빵빵했다면, 하다못해 학생운동이라도 했다면 인맥이 있었을 텐데. 이 중에 단 하나라도 가졌으면 그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97쪽)



“하다못해 학생운동이라도 했다면”이란 무슨 소리인가? 노무현 씨는 고등학교만 마쳤는데 무슨 ‘(대)학생운동’을 할 수 있는가? 서울대는커녕 대학교를 안 다닌 사람더러 “서울대를 나왔다면”이나 “학생운동이라도 했다면”이라고 혀를 끌끌 차는 최민희 씨를 비롯한 ‘언더서클 운동권 권력’은 처음부터 ‘고졸·가난·비운동권’을 쳐다볼 마음도 눈도 없다는 뜻이다. 이들 스스로 귀띔이나 도움말이나 쓴소리를 꾸준히 하면서 함께 나아갈 마음이 있다면, 언제나 사뭇 달랐으리라.



제가 《말》 지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민중을 배반했다고 비판했죠. 지금 들으면 그게 왜 배반이야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코스가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최고의 가치는 “민중 속으로”. 민중 속으로 들어가려면 외모나 말투까지 민중처럼 돼야 하니까 화장은 말할 것도 없고 로션 같은 것도 바르면 안 된다는 게 우리의 문화였어요. (29쪽)



최민희 씨는 아직도 “민중 속으로”를 외치는 듯하다. 그런데 누가 “민중 속으로”를 외치겠는가? 우리말도 아닌 ‘러시아말’인 ‘v narod’는, 이분들이 처음부터 ‘사람(민중)’ 사이에 없었다는 뜻이요, ‘사람 곁’이라든지, 스스로 ‘사람’이라는 자리에 설 마음이나 뜻부터 없다는 얼거리이다. 스스로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누가 “민중 속으로”를 외치겠는가?



그 다음에는 염색공장에 갔죠. 염색공장은 너무 힘들었어요. 딱 하루 일했는데 코피가 터져요. 천을 물에 담갔다가 올려서 말리고, 다시 물에 담그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라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구나, 거기서도 실패했습니다. 몇 군데서 실패를 하다 보니 공장에 다시 들어가는 게 무서웠어요. (31쪽)



‘학생운동 최민희 씨’는 다른 운동권하고 똑같이 ‘공장 노동자 체험’을 해보려 하지만 고작 하루 일하고서 달아났다고 밝힌다. 다른 곳에서도 매한가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민중)’들은 최민희 씨가 달아나는 이런 일을 늘 할 뿐 아니라, 온집안이 다 한다. 너무 힘들어서 달아났다는 말은 배부른 핑계이다. 사람(민중)들은 안 힘들겠는가? 다들 힘들어 죽을 판이지만 온집안을 먹여살리는 일거리이니, 이 고되고 벅찬 일을 끝까지 짊어지면서 싸우며 살았다.



시민단체는 재야 운동이 반독재민주화운동을 이끌어왔던 시대에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운동, 참여민주주의 등을 표방하면서 안착했어요. 민언련도, 시민언론운동으로 방향을 바꾸었잖아요. 그 지향은 맞았어요. 문제는 시민운동이 상층부 엘리트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거죠. 그렇다고 시민들과 유리됐다고 말하면 안 되고요,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 같은 단체들은 회원이 2∼3만이나 됐으니까. (93쪽)



이미 처음부터 사람(민중) 곁에는 있지 않은 채 물밑(언더서클)에서 사회과학책을 몇 읽은 눈으로 ‘시민단체·참여민주주의·시민언론’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발걸음이니, 이분들이 쓰는 말은 사람(민중) 곁에 없다. ㅈㅈㄷ을 나무랄 줄은 알지만,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가 잘못하거나 샛길로 빠질 적에는 나무랄 줄 모르는, 이른바 ‘내로남불’에 빠지고 만다. 잘못은 누가 하든 잘못이고, 잘한 일은 누가 하든 잘한 일이다.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가 안 다루거나 안 짚거나 안 쓰는 이야기를 곧잘 ㅈㅈㄷ이 써서 알리거나 북돋우곤 한다. 그렇다고 ㅈㅈㄷ이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말썽은 똑같이 말썽인데, 잣대를 어느 쪽에만 들이댈 적에는 스스로 눈에 들보를 씌우는 셈이다. 최민희 씨는 여러 시민단체가 “시민들과 유리됐다고 말하면 안 되고요,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 같은 단체들은 회원이 2∼3만이나 됐으니까(93쪽)” 하고 말하는데, 그러면 ㅈㅈㄷ 구독자는 따로따로 200만이 넘으니까 이들 ㅈㅈㄷ이 “사람(민중)과 동떨어졌다고 말하면 안 된다” 하고 똑같이 말해야 하지 않을까? 가난한 사람도 더러 〈한겨레〉를 읽지만, 숱한 가난한 사람은 으레 〈조선일보〉를 읽는다. 〈조선일보〉를 읽는 숱한 가난한 사람은 ‘사람(민중)’일까 아닐까?



그동안 집회의 주도 세력이 누구였던가 되돌아보면 정치인, 학생, 조직활동가 등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집회의 주도 세력이 이번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시민으로 바뀐 것, 이런 점은 과거 조직운동을 했던 활동가들에게는 낯설고 불쾌한 지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촛불집회 연장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기 힘들었어요. “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집회에 결합하지 않지?” 의아한 생각을 가졌는데, 냉정하게 표현하면 촛불집회의 헤게모니가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338쪽)



‘촛불집회의 헤게모니가 바뀌’기 때문에 촛불모임에 안 나온다는 ‘조직운동 활동가’는 얼마나 안쓰러운가. 그런데 ‘조직운동 활동가’는 촛불모임에만 안 나오지 않았다. 이들 ‘조직운동 활동가’는 ‘밀양송전탑 집회’에는 나왔되 ‘밀양성폭행 청소년’을 나무라는 일에는 팔짱을 꼈고, ‘다른 고장 송전탄 집회’에는 거의 얼굴을 안 내밀거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러 시민단체와 녹색당과 정의당도 똑같다. 이들은 ‘밀양송전탑’이나 ‘제주공항·제주해군기지’나 ‘세월호’에는 이름을 얹지만, 다른 웬만한 크고작은 말썽거리에는 코빼기조차 안 비치고 이름도 안 얹는다. 윤석열 때에 첫삽을 떴고, 문재인 때에 밑밥을 다진 ‘초고압직류송전 해저고속도로’가 있는데, 이 삽질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지 건드리거나 짚는 ‘진보·좌파·녹색’을 아직 못 봤다. 이런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일쑤이다. 전남과 경남과 충남 바다에 ‘해상 풍력·태양광’을 잔뜩 때려박느라 몇 백 조를 썼는지 알 길조차 없는데, 시골에서는 전기를 쓸 일이 없으니까, 전남 바다부터 인천 앞바다까지 ‘초고압직류송전선’을 바다밑으로 깔아서 서울로 잇는 삽질을 2024년 봄부터 첫삽을 떴다. 최민희 씨는 이런 일을 알까? 알면서 입씻이를 할까? 그냥 모를까?


그대들이 힘(권력)을 잡는다고 해서 나쁠 일이란 없다. 그러나 좋을 일도 없다고 느낀다. “민중 속으로”를 외치고 싶다면, 1억 원이 넘는 돈이나 집이 있는 모든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시·도지사나 군수를 할 수 없는 틀을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나랏일을 할 뜻이라면, 1억 원이 넘는 모든 돈과 집은 나라에 바치고서, ‘최저시급 월급’만 받으면서 일하기를 바란다. ‘운전기사 딸린 자가용’을 모두 없애고서 오직 ‘자전거’만 타거나 걸어서 움직이기를 바란다. 걸어다니지 않으면서 무슨 ‘민중’을 만나겠는가.


책이름은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로 붙였지만, 최민희 씨나 ‘언더서클 운동권 권력’은 다들 ‘운전기사 낀 자가용’을 거느리는 벼슬자리를 얻어서 떵떵거리는, 오히려 뒤바뀐 민낯이라고 느낀다.


학생운동을 할 적에는 ‘공장체험’을 하러 그렇게 다니던 분들이 벼슬(정치권력)을 쥘 적에는 하나같이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서만 맴돈다. 전남 보성이나 경북 영양 같은, 아주 조그마한 군으로 ‘내려가’서 군수 선거에 나선다든지, 지자체 군의원이나 도의원부터 일한다든지, 이렇게 발바닥으로 애쓰려고 뛰어다니는 ‘운동권’이 있다면, 그리고 ‘농부체험’이라도 하려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보름씩 틈을 내어 돌아다니는 ‘운동권’이 있다면, 그대들이 하는 말이 ‘내로남불’이 아닐 수 있겠지.


+


조국 일가를 융단폭격한 정도가

→ 조국 집안을 박살낸 짓이

→ 조국네를 짓이긴 꼴이

14쪽


본격적으로 언더서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던 때라 시대적 맥락을 가지고 광주를 정리하기에는 버거웠어요

→ 아직 물밑모임을 하지 않던 때라 광주를 한줄기로 추스르기에는 버거웠어요

→ 아직 뒷동아리를 하지 않던 때라 광주를 곧게 알기에는 버거웠어요

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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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4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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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만화읽기 . 만화비평 2024.6.10.

까칠읽기 17


《인월 4》

 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11.30.



《인월》을 넉걸음까지 읽으며 돌아본다. 돌고도는 실타래 사이에서 만나고 갈라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에 어떻게 멍울과 생채기를 담는지 들려주는 얼거리인데, 고려하고 조선 사이를 바탕으로 그린다지만, 뜬금없는 한자말이 너무 잦다. ‘전력누수’나 ‘손익계산’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지난날 썼겠는가? 글바치에 벼슬아치가 자주 나온다고 하더라도, 불교말을 일부러 넣는다고 하더라도, 쓸데없구나 싶도록 한자말을 자주 쓴다. 한자를 자주 써야 예스럽지 않다. 오랜 우리말이나 사투리는 하나도 살릴 줄 모르면서 한자로만 씌우는 말씨는 그리 안 와닿는다. 바닷마을 사람으나 들마을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쓸까? 그저 수수하게, 그저 들빛과 바닷빛으로 말결을 가다듬는 쪽이 줄거리를 살리는 길일 텐데 싶다.


“글로 남은 지난날”은 다 한문에다가 글바치와 벼슬아치와 임금 삶이었을 테지만, 우리는 오늘날 새롭게 글과 그림을 여미어서 “바닷사람과 들사람 하루”를 그릴 수 있다. 김혜린 님쯤이라면, 이제는 높자리나 우두머리가 아닌 낮자리나 논밭지기 둘레에서 피어나는 들꽃사랑을 그릴 만하다고 본다. 칼부림을 하는 피냄새가 아닌, 숲을 동무하고 별빛을 이웃하는 수수한 사람들이 도란도란 아기를 낳아 돌보는 맑고 밝은 사랑을 글그림으로 담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박연 님이 빚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하고, 김동화 님이 빚은 《황토빛 이야기》를 빼고는, 수수한 아이어른이 빚는 맑고 밝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림꽃이 거의 안 보인다. 이제 우리가 바라볼 곳을 바꿀 때라고 느낀다. 《인월》 뒷자락을 더 읽을는지 말는지 망설인다. 몇 해쯤 더 지켜보려고 한다.


ㅅㄴㄹ


“놈들, 하나라도 더 죽일 거다.” “죽이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하긴 환호작약,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가승을 떠는 놈들도 있지만. 너, 나무관세음 그거 자주 중얼거리지? 아귀나찰인 척 허세 떨지 말라구.” (20쪽)


“난 고향마을과 소릉원 지키며 살 거다. 벼슬아치들 밑닦개 따위. 아, 내 생각 내 팔자가 그렇다는 거고. 능소 네 팔자는 또 다르지. 너는 아마도 부처님의 군병이니까.” (183쪽)


+


《인월 4》(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


하긴 환호작약,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가승을 떠는 놈들도 있지만

→ 하긴 신나서,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날뛰는 놈도 있지만

→ 하긴 깔깔대며,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들끓는 놈도 있지만

20쪽


아귀나찰인 척 허세 떨지 말라구

→ 각다귀인 척 거드름 말라구

→ 망나니인 척 떠벌리지 말라구

→ 부라퀴인 척 나발대지 말라구

20쪽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전력누수가

→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힘빠져서

→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힘잃어서

26쪽


그야말로 사치스럽고 후안무치한 잡생각이다

→ 그야말로 꼴값에 뻔뻔하고 부질없다

→ 그야말로 배부르고 창피하고 덧없다

→ 그야말로 흔전만전 건방지고 못났다

36쪽


포획한 적의 군마가 1600여 필이 넘었고

→ 저쪽 싸움말을 1600마리가 넘게 잡고

→ 저들 쌈말을 1600마리가 넘게 붙잡고

54쪽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 참으로 놀랍군

→ 듣던 대로이군

→ 그래, 대단하군

56쪽


만약 심심해서 손익계산으로 접근해 봐도 이건 피차가 좋은 거래지

→ 심심해서 돈을 따져 봐도 서로 이바지하지

→ 심심해서 어림해 봐도 서로 쏠쏠하지

186쪽


수수백년 그 구절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는 건 다들 각자 그럴 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겠지

→ 오랜날 이 글월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얘기가 있기 때문이겠지

→ 두고두고 이 대목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뜻이 있기 때문이겠지

18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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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 어느 날 내가 주운 것은 곤충학자의 수첩이었다
마루야마 무네토시 지음,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에그박사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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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8.

까칠읽기 13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마루야마 무네토시 글

 주에키 타로 그림

 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7.15.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마루야마 무네토시·주에키 타로/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언제나 벌레 곁에서” 보내는 살림을 들려주는 꾸러미이다. ‘벌레 한살이’를 지켜보기는 하되, 오롯이 ‘생물학자 자리’에 머무른다. 이 꾸러미는 아이가 어른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얼거리로 담았다. 앞서 다른 어른이 갈무리한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배우기만 한다.


흔히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고 이끈다”고 여기지만, “아이가 어른을 가르치고 이끈다”고 해야 올바르다고 느낀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어른을 가르치면서 이끌려고 태어난다. 어른을 가르치면서 이끌던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새롭게 어른 자리에 서면, 이제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 태어난 아이”한테서 배운다.


아이는 다른 어른처럼 ‘학자·전문가’로 안 산다. 아이는 언제나 무당벌레말을 하고 하늘소말을 하고 매미말을 한다. 아이는 나비말을 하고 개미말을 하고 거미말을 한다. 이리하여 ‘학자·전문가’로서는 바라보지 못 하거나 느끼지 못 하는 대목을 아이한테서 배우게 마련이다.


나무도 말을 한다. 돌과 모래도 말을 한다. 잠자리와 새도 말을 한다. 그런데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에 나오는 아이는 어느 벌레하고도 말을 안 나눌 뿐 아니라, 말을 나누려는 마음부터 없다.


더 들여다본다면,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같은 이름이 썩 맞갖지 않다. 어린이한테 쓸 만한 말이 아니다. 무늬는 한글이어도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이다. 철마다 벌레를 지켜보는데, 벌레하고 한해살림을 그리는데, 어린이 눈높이에서 말과 숲과 들살림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생물 + 학’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를 빈다. ‘숨결 + 곁’이라는 살림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丸山宗利 #じゅえき太?

#丸山宗利じゅえき太?の秘昆?手帳


+


야행성이라서 밤에 가로등 주변을 찾아보면 되는 거였구나

→ 낮눈이라서 밤에 거리불 둘레를 찾아보면 되는구나

→ 낮길이라서 밤에 길불 언저리를 찾아보면 되는구나

6


진한 청색이 더욱 화려해 보인다

→ 짙파랑이 더욱 눈부시다

→ 파랑이 짙어 더욱 빛난다

19


길가의 꽃에 붙어 있던 벌레

→ 길꽃에 붙은 벌레

21


나무쑥갓 위에 앉아 있던 녀석은

→ 나무쑥갓에 앉은 녀석은

21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 이제 봄날이다

→ 바야흐로 봄날이다

24쪽


양배추 같은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잎과

→ 애벌레 먹이가 되는 동글배추 같은 풀잎과

25


산호랑나비가 옆집 정원에 심겨 있는 파슬리 주변을 날고 있었다

→ 멧범나비가 옆집 뜰에 심은 파슬리 둘레를 난다

28


어미의 사체를 먹으면서 성충으로 자라겠지

→ 어미 주검을 먹으면서 어른벌레로 자라겠지

33


나중에 괭이밥을 보게 되면

→ 나중에 괭이밥을 보면

39


이런 환경이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커졌다

→ 이런 곳이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듯하여 설렌다

→ 이런 데라면 풍뎅이를 볼 수 있을 듯하여 두근거린다

50


1주일가량 지나서 처음으로 탈피를 하면 2령 애벌레가 된다

→ 이레쯤 지나서 처음으로 허물벗기를 하면 2곬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처음으로 허물을 벗으면 2살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첫 허물벗기를 하면 2길 애벌레이다

→ 이레쯤 지나서 첫 허물을 벗으면 2벌 애벌레이다

54


몇 그루에서 나무진(수액)이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

→ 몇 그루에서 나무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다

59


나방을 잡는 데 사용할 라이트 트랩(light trap)을 만들어 주었다

→ 나방을 잡을 때 쓸 빛덫을 꾸려 주었다

→ 나방을 잡는 빛살덫을 엮어 주었다

60

등화채집


물방개도 보고 싶어졌다

→ 물방개도 보고 싶다

69


사육상자 안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게 되거든

→ 키움집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거든

→ 돌봄집에 넣어 두면 날개를 다치거든

8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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