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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5


아이들하고 호두에 땅콩을 함께 먹다가 문득 ‘견과’라는 낱말을 돌아본다. 언제부터 이 한자말을 썼을까? 아이들이 대여섯 살이던 무렵에는 ‘견과’라는 소리를 내기도 버거워 했는데, 그때에는 ‘땅콩·호두·잣’이라고만 뭉뚱그리고서 넘어갔다고 느낀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낱말책도 뒤적인다. 우리 낱말책에 ‘굳은열매’라는 올림말이 있지만, 거의 죽은말이다. 아무도 이 낱말을 안 쓴다. 그러면 그냥 ‘견과’를 써야 할까? 아니면 앞으로 태어나서 자라날 뒷사람을 헤아려 오늘부터 새말을 엮을 수 있을까? 무슨 호박씨 하나로 골머리를 앓느냐고 핀잔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지만, 해바라기씨를 즐겁게 까먹고 싶으니 마음을 기울이고 머리를 쓰고 생각을 여미어 본다.



단단알

우리 낱말책을 펴면 ‘굳은열매’가 올림말로 있다. 그러나 이 낱말을 아는 사람을 여태 못 봤다. 다들 그냥 으레 ‘견과·견과류’만 쓸 뿐이다. ‘견과 = 堅 + 果’이니, ‘단단 + 열매’라는 뜻이다. ‘굳은열매’는 잘 지었되, 제대로 알리거나 살리지 못 했다고 느낀다. ‘견고’ 같은 한자말은 ‘굳은’도 뜻하지만, 이보다는 ‘단단·든든·딱딱·탄탄’ 쪽에 가깝지 싶다. 그러니 ‘단단열매’로 돌아볼 만한데, 밤나무나 참나무나 호두나무는 ‘밤알·호두알’이라 하듯 ‘열매’보다는 ‘알’이라는 낱말로 가리키곤 한다. 그러니 ‘단단알’처럼 새말을 지어서 쓰자고 할 적에 어울리다고 느낀다. 또는 ‘굳알’처럼 ‘-은-’은 덜고서 단출하게 쓸 수 있다.


단단알 (단단하다 + ㄴ + 알) : 껍데기와 깍정이가 단단한 알. 껍데기와 깍정이로 단단히 감싼 알. 밤·호두·도토리·개암·잣에 땅콩·은행에 호박씨·해바라기씨이 있다. (= 단단열매·굳은알·굳은열매·굳알·굳열매. ← 견과堅果, 견과류堅果類)



난해달날

태어난 해랑 달이랑 날을 한자말로는 ‘생년월일’이라 하고 ‘생 + 년월일’인 얼개이다. 이 얼개를 조금 뜯으면, 우리말로 쉽게 “태어난 해달날”이라 할 만하고, 줄여서 ‘난해달달’이라 할 수 있다. ‘난날·난해’처럼 더 짧게 끊어도 된다.


난해달날 (나다 + ㄴ + 해 + 달 + 날) : 태어난 해·달·날. 몸을 입은 모습으로 이곳으로 나오거나 온 해·달·날. (= 난해난날·난날·난때·난무렵·난해. ← 생년월일)

난해달날때 : 태어난 해·달·날·때. 몸을 입은 모습으로 이곳으로 나오거나 온 해·달·날·때. (← 생년월일시)



마흔돌이

나이를 셀 적에 우리말로는 ‘살’이라 한다. 한자말로는 ‘세(歲)’라 하는데, 이 한자말은 높임말로 여기기도 하는데, 참 얄궂다. 왜 우리말로 나이를 세면 낮춤말이고, 한자말로 나이를 세면 높임말인가? 우리는 나이를 셀 적에 굳이 ‘살’을 안 붙이곤 한다. 스무 살이면 ‘스물’이라고, 여든 살이면 ‘여든’이라 한다. 이리하여 ‘마흔돌이’나 ‘마흔순이’처럼 가리킬 만하고, ‘마흔줄·쉰줄’ 같은 말씨는 꽤 널리 쓴다.


마흔돌이 : 마흔 살인 돌이. 마흔∼마흔아홉 살 사이인 사내. (← 40대 남성)

마흔순이 : 마흔 살인 순이. 마흔∼마흔아홉 살 사이인 가시내. (← 40대 여성)

마흔줄 : 마흔∼마흔아홉 살 사이인 나이. (←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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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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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4


한때 시골에서는 부르릉 날아오르는 날개로 “풀을 죽이는 물”을 뿌렸다. 요즈음은 아주 커다란 짐차에 매우 커다란 바람개비를 싣고서 우렁차게 울리면서 “풀을 잡는 물”을 멀리까지 뿌린다. 바람에 무엇을 얹어서 날릴 적에 서로 즐겁고 아름다울까? 골목길이 골목쉼터요 골목놀이터로 돌아가면, 골목사람이 깃공을 치면서 신바람으로 웃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바람날개

바람을 타고 날면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곤 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를 곁에 두고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곤 한다. 바람처럼 가벼이 떠올라서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찰칵찰칵 찍거나 무엇을 나르거나 쏘기도 한다. 바람을 타며 가볍게 춤추면서 이리저리 흐르기도 한다. 이름은 ‘바람날개’ 하나이되, 쓰임새는 여럿이다. 다 다른 것에 다 다르게 이름을 붙여도 되고, 이름 하나로 여러 가지를 가리킬 수 있다.


바람날개 (바람 + 날개) (= 바람나래·하늘갈개·하늘나래.) : 1. 바람을 타고서 다니다가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꾸린 것. (← 패러글라이더paraglider) 2. 바람을 일으켜서 더위를 식히는 것. (← 선풍기, 에어컨) 3. 스스로 움직이도록 먼 곳에서 다루면서 하늘에 날리는 것. (← 드론drone, 무인기無人機) 4. 얇은 종이에 대나무 가지를 가늘고 길게 잘라서 댄 다음 꼬리를 달고 실로 이어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높이 날도록 하는 놀잇감. (← 연鳶)



골목꽃

들에 피기에 ‘들꽃’이다. 바닷가에 피니 ‘바다꽃’이다. 봄에는 ‘봄꽃’이고 가을에는 ‘가을꽃’이다. 시골에서 피고 진다면 ‘시골꽃’이요, 숲에서는 ‘숲꽃’이고, 멧자락에서는 ‘멧꽃’이다. 서울이라면 ‘서울꽃’일 테고, 골목길에서 자란다면 ‘골목꽃’이다.


골목꽃 (골목 + 꽃) : 골목에 핀 꽃. 큰길에서 집과 집 사이로 들어가는 좁은 곳에 핀 꽃. 집이 많인 곳에서 집과 집 사이를 잇는 곳에 핀 꽃.



깃공

깃털로 엮은 공이 있다. ‘깃털공’을 채로 톡톡 치면서 주고받고 논다. 깃털로 엮으니 ‘깃공’이요, 깃공을 주고받으면서 놀기에 ‘깃공치기’이면서 ‘깃공놀이’이다.


깃공 (깃 + 공) : 깃털로 엮어서 치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공. (= 깃털공. ← 셔틀콕)

깃공치기 (깃공 + 치다 + -기) : 깃공(깃털공)을 서로 치고 받으면서 넘기는 놀이. (= 깃털공치기·깃털공놀이·깃공놀이. ← 배드민턴)



무릎셈틀

책상에 놓으면 ‘데스크탑’이라 하고, 들고 다니거나 무릎에 놓으면 ‘노트북’이라 한다. 영어로는 이렇다면, 우리말로 풀자면 ‘책상-’하고 ‘무릎-’을 앞가지로 붙일 만하다. ‘책상셈틀’에 ‘무릎셈틀’이다. 무릎을 덮어 ‘무릎덮개’이듯.


무릎셈틀 (무릎 + 셈틀) : 가볍고 작기에 때로는 접어서 들고 다니다가, 무릎에 얹어서 쓰기도 하는 셈틀. (←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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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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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3



누가 뒷바라지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옆에서 가볍게 놀이를 하듯 “그럼 난 ‘옆바라지’를 할까?”라든지 “그럼 난 ‘앞바라지’를 해야지!” 하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벌써 마흔 해쯤 지난 어릴 적 수다 한 자락인데, ‘뒷바라지·앞바라지·옆바라지’라는 말이 재미있었다. 곰곰이 보면, 모든 말은 문득 샘솟는 즐거운 마음이 씨앗이 되어 반짝반짝 태어나는구나 싶다.



앞바라지

티를 내거나 드러내지 않는 조용조용한 몸짓으로 바라지를 하기에 ‘뒷바라지’라 한다. ‘뒷배’란 낱말도 있으니, 남한테 드러나지 않도록 보살피는 길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앞에 나서서 시끌벅적하게 바라지하는 사람도 있으니, ‘앞바라지·앞배’라 할 만하다. 어느 누구를 돕거나 바라지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널리 알리면서 기운이 나도록 할 적에는 ‘앞바라지·앞배’이니, ‘응원단·치어리더’ 같은 사람들이다.


뒷바라지 (뒤 + ㅅ + 바라지) : 뒤에서 가만히·조용히·넌지시 바라지를 하는 일. 뒤에서 가만히·조용히·넌지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둘레에서 알아볼 수 없도록 가만히·조용히·넌지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앞바라지 (앞 + 바라지) : 앞에 나서서 바라지를 하는 일. 앞에 나서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둘레에서 다 알아볼 수 있도록 앞에 나서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오솔바다

좁고 길게 난 길이라 ‘오솔길’이다. 으레 숲에 난 좁으면서 호젓한 길을 가리키는데, 큰고장 골목길도 오솔길로 여길 만하다. 뭍 사이에 난 바닷길이라면 ‘오솔바다’로 가리킬 수 있다. ‘옹송그리다·옹크리다’는 조그맣게 움직이는 결이다. 조그맣게 패인 듯한 곳에서 솟기에 ‘옹달샘’이다. 조그맣게 뭉치듯 가까이 모여서 포근하게 이루는 사이라서 ‘오순도순’이다.


오솔바다 (오솔 + 바다) : 뭍 사이에 좁고 길게 있는 바다. 난바다를 잇는데, 뭍 사이로 좁고 길게 잇는 바다. (= 쪽바다·목·길목 ← 해협)

오솔길 (오솔 + 길) : 한 줄로 다닐 만큼 좁으면서, 조용하거나 아무도 없어 외롭다고 느끼는 길.



길찾기

영어 ‘네비게이션’ 또는 ‘내비게이션’이란 말이 들어오기 앞서 ‘길찾기’라는 우리말을 쓰던 사람이 많다. “길을 찾으려고”라든지 “길 좀 찾으려고”처럼 으레 말했고, 저절로 ‘길찾기’란 낱말이 태어났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찾고 싶기에 ‘길찾기’이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찾으려 하면 ‘삶찾기’요, 사랑을 어떻게 펴거나 이루거나 짓는지 찾으려 하면 ‘사랑찾기’이다. 사람을 찾으니 ‘사람찾기’이다. 일을 찾으니 ‘일찾기’이다. 아직 모르지만 이제부터 알거나 보고 싶기에 ‘찾기’를 한다.


길찾기 (길 + 찾다 + 기) : 1. 다니거나 오가거나 드나들 길을 찾는 일. 어느 길을 가야 하는가 찾는 일. ( ← 내비게이션, 도로 검색, 경로 탐색, 궤도 탐색) 2. 하거나 다룰 일을 찾기. 이제부터 하거나 앞으로 다루려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거나 찾기. 아직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려고 여러모로 찾는 일. (← 검색, 탐색, 탐구, 연구, 고민, 모색, 구하다求-, 갈구, 갈급, 갈망, 수색, 수사搜査, 물색物色, 추적, 취재, 대책, 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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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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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2


배를 타면서 ‘뱃고동’을 울린다. 기쁘게 맞아들이면서 가슴이 ‘고동’을 친다. 고단해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잔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고요’하면서 ‘곧’게 뻗는 소리를 ‘고르’면서 ‘곱’게 나누는 노래를 헤아린다. 말에 담는 마음을 ‘곰곰’이 생각한다. 너랑 나랑 잇는 ‘고리’를 ‘공’처럼 둥글면서 가볍게 놓는다.



활가락

우리 손으로 짠 살림이라면 으레 우리말로 이름을 붙인다. 우리 손으로 안 짰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즐기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잇노라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숨결을 담아서 새롭게 이름을 얹을 만하다. 활을 쥔 손으로 슥슥 타거나 켜면서 깊고 고즈넉하다가도 높고 빠르게 가락을 일으키는 살림이라면 ‘활가락’이라 할 수 있고, ‘거문고’라는 이름에서 ‘고’를 살려서 ‘활고’라 할 만하다.


활가락 (활 + 가락) : 속을 비워 긴둥근꼴로 나무를 짜서 틀을 싸고, 밖에는 줄을 넷 매고는 어깨에 얹어서,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 활로 줄을 타거나 켜면서, 소리와 가락을 깊고 고즈넉하고 높고 빠르고 크게 내는 살림. (= 활고·넉줄고. ← 바이올린violin, 제금提琴, 사현금四絃琴)



새바라기

해를 바라보니 ‘해바라기’이다. 가뭄이 길어 비를 바라니 ‘비바라기’이다. 겨울에 눈놀이를 하고 싶어 ‘눈바라기’를 한다. 사랑을 그리며 ‘사랑바라기’를 한다. 새를 아끼며 곁에 두고 싶은 즐거운 마음이라면 ‘새바라기’를 한다.


새바라기 (새 + 바라다 + -기) : 새를 바라보는 일. 새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거나 지내거나 있는가를 가만히 보고 알려고 하는 일. (= 새보기·새찾기·새구경·새를 보다·새를 찾다·새를 살피다. ← 탐조探鳥, 버드워칭)



들꽃책집

우리말은 ‘마을’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와서 마을살림을 짓밟으면서 ‘-洞’이란 이름으로 뒤바꾸면서 ‘마을·말·고을·골’ 같은 이름이 죄 밀려났다. 이러다 보니 ‘洞內’를 옮긴 ‘동네’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이 확 퍼져서 ‘동네책방’처럼 쓰는데, 우리는 ‘마을책집’이나 ‘고을책집’이라 하면 된다. 마을에 여는 자그마한 책집은 들꽃을 닮고 담은 우리 숨결을 책으로 펴는 터전이니 ‘들꽃책집’처럼 새롭게 나타내어도 어울린다.


들꽃책집 (들꽃 + 책 + 집) : 마을에 있는 책집. 마을에서 사는 사람이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책집. 마을이 숲을 품을 수 있도록 숲빛 이야기를 담은 책을 다루면서 이웃하고 나누는 징검다리 노릇을 하고, 책으로 생각을 펴고 북돋우는 쉼터이자 만남터 노릇을 하는 책집. 마을에 깃든 살림집이 마을 곳곳에 들꽃이 자라도록 북돋우고 들빛을 나누려는 삶결이듯, 마을에 깃든 책집은 더 높거나 이름난 책보다는 마을살림을 헤아리는 책을 조촐히 건사하면서 들꽃빛 이야기를 나눈다. (= 들꽃책밭·들꽃책터·들꽃책집·들꽃책가게·마을책숲·마을책밭·마을책터·마을책집·마을책가게·고을책숲·고을책밭·고을책터·고을책집·고을책가게. ← 동네책방, 독립서점, 소형서점, 지역서점, 오프라인 서점, 향토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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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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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1


봄에 피는 ‘매화’라는 나무에는 한자 ‘화(花)’가 이미 깃들어 ‘매화꽃’은 틀린말인데, 알아채는 분이 드물다. 곰곰이 보면 ‘매나무·매꽃’이다. 이른봄에 새가 쪼다가 떨어뜨린 매꽃을 줍는다. 새도 사람도 봄꽃을 누린다. 매꽃한테서는 매끄러우면서 말간 빛이 퍼진다.



단추

옛날부터 쓰는 말 그대로 ‘단추’라 하는 사람이 있고, 일본이 밀려든 뒤로 일본말씨 ‘부저(ブザ-)’를 그냥 받아들인 버릇대로 ‘버튼·버저’를 쓰는 사람이 있다. 달면, 눌러서 여미거나 닫되, 곰곰이 보면 속으로 담을 뿐 아니라, 서로 닿는다. 당기는 구실인 단추이기도 하다. 잘 다물었으니 단단하거나 든든하다. 조그마한 단추 하나로 곧추선다. 작은 단추를 여미면서 추스르고 추린다. 옷춤을 다스리거나 다독인다. 이제 ‘단추’한테는 ‘실마리’를 빗대는 셋쨋뜻으로 넓힐 만하다.


단추 (다 + ㄴ + 추 / 달다·닫다·담다·닿다·땋다·당기다 + 추키다·추리다·추스르다·춤·곧추) : 1. 덮거나 닫거나 여민 뒤에 가볍게 열려고, 천·옷·살림에 다는 것. 옷섶이나 옷자락 한쪽에 작게 구멍을 내어서 닫거나 여미는 길로 삼기도 하고, 암단추하고 수단추를 옷섶이나 옷자락에 따로 달아서 둘이 물리기도 한다. (← 버튼) 2. 알리거나 알거나 무엇을 움직이거나 하거나 일으키려고 누르는 것. (= 실마리. ← 버튼, 버저buzzer, 부저ブザ-, 벨bell, 스위치, 초인종招人鐘) 3. 잇거나 풀거나 맺거나 마치는 길목·실마리·수수께끼를 빗대는 말. (← 단서, 단초端初, 사단事端, 시초, 비결, 비방秘方, 비법秘法, 노하우, 치트키, 키key, 해결, 해결책, 관건, 대책, 묘수, 돌파구, 타개책, 해법, 솔루션, 정답, 해답, 답答, 답안, 방정식, 이슈issue, 쟁점爭點, 화두話頭, 두서頭緖, 힌트, 방위方位, 방향方向, 프로젝트, 계획, 정향定向, 예정, 기획)



밥옷집

남녘에서는 한자말로 ‘의식주’라 하고, 북녘에서는 한자말로 ‘식의주’라 한다. 남북녘은 서로 옳다고 티격태격한다. 그러나 굳이 둘이 다툴 까닭이 없다. ‘옷밥집’이나 ‘밥옷집’처럼 우리말을 쓰면 된다. 따로 하나만 올림말(표준말)이어야 하지 않다. ‘옷집밥’이나 ‘밥집옷’이라 해도 되고, ‘집옷밥’이나 ‘집밥옷’처럼 사람들 스스로 가장 마음을 기울일 대목을 앞에 넣으면서 말하면 된다.


밥옷집 (밥 + 옷 + 집) : 밥과 옷과 집. 살아가며 누리거나 가꾸거나 펴는 세 가지 큰 살림을 아우르는 이름. 살아가며 곁에 두는 살림살이. (= 밥집옷·옷밥집·옷집밥·집밥옷·집옷밥. ← 의식주, 식의주)



다살림

우리나라 둘레에 있는 일본이나 중국은 ‘나란살림’이 썩 흔하지는 않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조금 먼 이웃나라를 보면 ‘무지개’처럼 여러 사람이 어우러지는 집이 퍽 많고 수수하기까지 하다. 겨레가 달라도 얼마든지 보금자리를 꾸린다. 겨레가 같아야만 보금자리를 꾸리지 않는다. 굳이 ‘다문화(多文化)’처럼 ‘다(多)’란 한자를 안 붙이더라도, ‘살림(문화)’이라는 낱말에 “여러 길·삶·눈”을 고루 담는 결이 스민다. 다만, 나라에서 따로 어느 집안을 가리켜야 한다고 여긴다면 새말을 지을 수 있고, 이때에는 ‘모두(다)’ 아우르는 이름을 붙인다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온살림’이나 ‘무지개’로 바라볼 만하다. ‘다·모두’를 붙인 ‘다살림’이라 할 만하다. 한자 ‘多’가 아닌, 우리말 ‘다’이다. 다 하나로 어우러지며 나란히 서는 살림이다.


다살림 : 다 있는 살림. 다 어우러진 살림. 다 만나는 살림. 어떠한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든 함께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만나는 살림. (= 나란하다·나란살림·무지개·온살림·온삶. ← 다문화多文化)

다살림집 : 어떠한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든 함께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만나는 살림으로 가꾸는 집. (= 나란집·무지개집·온살림집. ← 다문화 가정多文化 家庭)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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