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3년 9월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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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짓는 글살림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4
비가 오면 비 탓에 큰물이 진다고 걱정하고, 돌개바람이 불면 돌개바람 탓에 무너진다고 탓하고, 볕이 따끈따끈 내리쬐면 가물다고 근심하면, 하늘더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비날은 비오는 대로 뜻깊고, 바람날은 바람부는 대로 즐겁고, 볕날은 후끈거리는 대로 고맙다. 눈날은 눈빛으로 눈놀이를 할 테니, 가을은 가을날을 바라보며 가을말을 혀에 얹는다.
풀꽃나무
풀하고 꽃하고 나무를 아우를 적에 한자말 ‘초목’이나 ‘화초’나 ‘식물’을 쓰기도 하지만, 수수하게 ‘풀꽃나무’라 하면 된다. 단출히 ‘풀꽃’이라 해도 된다. 들풀이나 들꽃이란 낱말로 ‘백성·시민·민중·민초·인민·국민’을 빗대기도 하는데, ‘풀꽃나무·풀꽃’으로 빗대거나 나타내어도 어울릴 뿐 아니라, 싱그러우면서 짙푸른 숨결까지 흐른다.
풀꽃나무 (풀 + 꽃 + 나무) : 풀하고 꽃하고 나무를 아우르는 이름. 풀·꽃·나무를 함께 가리킬 분 아니라, 수수한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 (= 풀꽃. ← 화초花草, 무명초無名草, 무명화無名花, 방초芳草, 백초, 야생초, 허브, 약초, 초야草野, 생화生花, 백화百花, 백화초목百花草木, 초목, 목초木草, 화훼, 식물, 녹색식물, 생태, 자연, 환경, 대자연, 천지자연, 산야, 산천, 산하山河, 산수山水, 산천초목, 백성, 백인百人, 백정, 민중, 민초, 양민, 유권자, 선거인, 중생衆生, 인민, 서민, 시민, 소시민, 불가촉천민, 천민賤民, 프티부르주아, 대중, 도민道民, 만백성, 만인, 국민, 잡초, 잡화雜花)
소꿉날개
조그맣게 마련해서 하늘로 띄우는 소꿉이 있다. 커다랗게 지으면 사람도 타고 짐도 싣고, 손에 쥘 만큼 여미거나 짜면, 바람이 가볍게 띄우면서 즐겁게 놀 수 있다. 놀이를 하면서 쥐는 날개라면 ‘놀이날개’이다. 어른이 되어도 ‘작은날개’를 곁에 두면서 말미를 누릴 만하니, ‘소꿉날개’를 쥐고서 바람을 가르고 들을 달리면서 활짝 웃는다.
소꿉날개 (소꿉 + 날개) : 소꿉으로 삼거나 지은 날개·비행기. 가볍게 띄워 보거나 놀려는 마음으로 작게 짓거나 엮은 날개·비행기. (= 소꿉나래·놀이날개·놀이나래·작은날개·작은나래. ← 모형비행기)
소꿉 : 1. 어른이 살림을 하는 모습을 어린이가 지켜보면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비슷하게 해보는 놀이. 2. 어른이 살림을 하는 모습을 어린이가 지켜보면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비슷하게 해보며 놀 적에 쓰는 여러 가지. 3. 어른이 하는 살림이 제대로 서지 않고 서툴거나 엉성한 모습.
그늘나루
건널목에 해를 가리는 그늘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를 ‘횡단보도 차양 시설’처럼 한자말로 길게 이름을 붙이는데, 건너기에 ‘건널목’이듯, 그늘을 이룬 건널목이니 ‘그늘목’이라 하면 되고, 건너기 앞서 그늘을 누리는 자리란 뜻으로 ‘그늘나루’라 할 만하다. 수수하게 ‘볕가리개·해가리개’라 해도 된다.
그늘나루 (그늘 + 나루) : 한길이나 찻길을 가로지르는 자리인 건널목에 놓아 사람들이 그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자리 (= 그늘목·볕가리개·볕쉼터·더위쉼터·해가리개·해가림나루·해가림목. ← 차양, 차양막, 차양 시설, 차광, 차광막, 차일遮日, 횡단보도 차양 시설, 파라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