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4년 1월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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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7


요새는 시골이라 하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조차 불빛이 밝아 별을 못 본다. 서울이나 부산뿐 아니라, 대전이나 인천도 별바라기는 어림마저 못 한다. 그러면 달은 볼까? 달도 높은집에 가려 안 보이지 싶다. 그믐달과 보름달 사이를 흐르는 조각달을 보다가 ‘달이름’을 헤아려 본다.



책숲

사람이 많으면 ‘사람물결·사람바다’라고도 하는데 ‘사람숲’이라 할 수 있다. 꽃이나 풀이 많기에 ‘꽃밭·풀밭’인데 ‘꽃숲·풀숲’이라고도 한다. 이야기를 넉넉히 나누는 ‘이야기밭·얘기밭’일 테고 ‘이야기숲·얘기숲’처럼 푸른숨결을 헤아릴 만하다. 그러면 ‘마음숲·생각숲·사랑숲·보금숲’처럼 책을 놓고 ‘책숲’이라 한다면, 일본 한자말 ‘도서관’을 우리말로 옮길 수 있다. 책가게·책집도 ‘책숲’ 노릇이요, 책마을(출판계)이 함께 일구는 ‘책살림(책문화)’도 ‘책숲’으로 빗댈 만하다.


책숲 (책 + 숲) : 1. 숲처럼 있는 책. 책으로 이룬 숲. 숲을 이루던 나무가 책으로 바뀌고서, 이러한 책을 차곡차곡 두어 마치 숲을 옮긴 듯이 여러 가지 책이 어우러지면서 푸른 이야기가 흐르는 곳·집·가게. (= 책숲집. ← 도서관, 도서실, 라이브러리, 서점, 책방, 책사, 서림, 서사書肆, 북스토어, 북숍, 서재, 서고書庫, 문서고, 문고文庫, 문학관) 2. 숲처럼 나누거나 펴거나 누리는 책·이야기·자리·생각. 숲을 이루던 나무가 책으로 바뀌고서, 이러한 책을 차곡차곡 나누고 읽고 짓듯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푸르게 생각을 펴거나 일이키는 곳·자리·흐름. (← 책문화, 책세계, 책세상)



고니못

영어로 “Swan Lake”를 일본사람은 “白鳥の湖”로 옮겼다. 우리나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백조(白鳥)의 호수(湖水)”로 적었다. 그러나 연꽃이 피는 못을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는지 생각할 노릇이다. ‘연못’이다. 개구리가 왁자그르 노래하는 못이면 ‘개구리못’이다. 고니가 내려앉는 못이라면 마땅히 ‘고니못’이다.


고니못 (고니 + 못) : 고니가 머물거나 쉬거나 내려앉거나 모이거나 살거나 어울리는 못. (← 백조의 호수)



왼달 오른달 조각달

달은 햇빛을 받아서 밤에 빛난다. 우리가 보는 달빛은 ‘밤햇빛’이다. 달이 햇빛을 비추지 않는다고 여기는 그믐을 지나면 오른쪽부터 천천히 차고, 이때에는 ‘오른조각달’인 ‘오른달’이다. 오른달을 지나 더 차오르면 보름달을 이루고, 보름을 이룬 달은 거꾸로 오른쪽이 조금씩 이울면서 ‘왼조각달’인 ‘왼달’로 바뀐다. ‘온달’로 동그랗게 찬 달을 두 조각으로 가르니 ‘조각달’일 텐데, 야윈 조각달이라면 ‘눈썹달’로 여길 만하고, 웃는 입을 닮았다고 여겨 ‘웃는달’이라 할 수 있다.


왼달 (외 + ㄴ + 달) : 보름달을 지나, 조금씩 이울면서 오른쪽이 사라지듯 안 보이고, 왼쪽만 밝게 남은 달. (= 왼조각달·조각달·동강달·토막달. ← 하현下弦/하현달, 편월片月, 반달半-, 반월)


오른달 (오르·옳 + ㄴ + 달) : 그믐날을 지나, 조금씩 차오르면서 오른쪽을 다 채우며 밝은 달. (= 오른조각달·조각달·동강달·토막달. ← 상현上弦/상현달, 편월片月, 반달半-, 반월)


조각달 (조각 + 달) 그믐날을 지나거나 보름달을 지나면서, 왼쪽이나 오른쪽 가운데 한쪽만 밝은 달. (= 동강달·토막달. ← 편월片月, 반달半-, 반월, 상현上弦/상현달, 하현下弦/하현달)


온달 (온 + 달) : 보름날 밤에 둥그렇게 밝은 달. 온통 둥그렇게 채워 밝은 달. (= 보름달. ← 만월滿月, 망월望月)


눈썹달 (눈썹 + 달) : 왼달이나 오른달에서 더 이울면서 눈썹처럼 조금만 밝게 남은 달. (= 웃는달. ← 초생달(初生-), 편월(片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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