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차치 且置


 다른 건 차치하고 → 다른 건 둘째치고 / 다른 건 젖혀 두고

 모든 요소를 차치하고 → 모든 요소를 젖혀두고 / 모든 요소를 건너뛰고


  ‘차치(且置)’는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내버려 두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되고, ‘젖혀 두다’나 ‘넘어가다’나 ‘건너뛰다’ 같은 말을 쓰면 됩니다. ‘둘째 치다’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9.2.3.물.ㅅㄴㄹ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 그런 문제는 젖혀 두고라도

→ 그런 일은 밀어 두고라도

→ 그런 일은 내버려 두고라도

《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옮김-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달팽이,2015) 151쪽


양도된 적이 없는 것은 차치하고

→ 양도된 적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 넘겨진 적이 없는 것은 젖혀 두고

《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야생의 실천》(문학동네,2015) 79쪽


계산 단위가 없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 계산 단위가 없다는 대목은 넘어가더라도

→ 계산 단위가 없다는 대목은 둘째로 치더라도

《질베르 리스트/최세진-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봄날의책,2015) 119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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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통속적


 통속적 타성에 빠지다 → 흔한 게으름에 빠지다

 통속적 연애 소설 → 통속 연애 소설 / 흔한 사랑 소설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 → 흔히 쓰는 지저분한 말

 통속적으로 부르는 말 → 흔히 이르는 말

 통속적 견해 → 누구나 품는 생각 / 누구나 하는 생각

 통속적 묘사 → 흔한 묘사 / 널리 하는 묘사


  ‘통속적(通俗的)’은 “1. 세상에 널리 통하는 2.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널리 아우르는”이나 “두루 아우르는”을 가리키거나, ‘지저분한’이나 ‘덜떨어지는’이나 ‘사람들 입맛에 맞는’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제대로 쓰인다기보다 두루뭉술하게 쓰이지 싶습니다. ‘두루’나 ‘널리’를 쓰는 자리하고 ‘흔히’를 쓰는 자리는 다르고, ‘누구나’나 ‘뻔히’나 ‘가볍게’를 쓰는 자리는 다릅니다. 여러 가지 느낌이나 뜻을 ‘통속적’ 한 마디에 아우르기보다는, 흐름과 느낌을 잘 살펴서 알맞게 낱말을 골라야지 싶습니다. 4349.2.2.불.ㅅㄴㄹ



지극히 통속적 사고가 작용하는 수 있기 때문이다

→ 매우 뻔한 생각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 몹시 틀에 박힌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참으로 얕은 생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주 얄팍한 생각이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이화-한국민중의 삶과 저항의 역사》(한길사,1986) 9쪽


통속적으로 완전히 풀어쓴 것이 아니라

→ 가볍게 찬찬히 풀어쓴 글이 아니라

→ 누구가 읽도록 쉽게 풀어쓴 글이 아니라

→ 아무렇게나 풀어쓴 글이 아니라

→ 뻔한 말로 아주 풀어쓴 글이 아니라

《문명대-고려불화》(열화당,1991) 5쪽


특별할 것 없는 통속적인 이야기지만

→ 남다를 것 없는 뻔한 이야기지만

→ 새로울 것 없는 흔한 이야기지만

→ 남다르지 않은 이야기지만

→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김사과-0 이하의 날들》(창비,2016) 6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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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만반의


 만반의 전투태세 → 물샐틈없는 전투태세 / 야무진 전투태세

 만반의 방비태세 → 빈틈없는 방비태세 / 든든한 방비태세

 만반의 결혼 준비 → 꼼꼼한 혼인 준비 / 알뜰한 혼인 준비


  ‘만반(萬般)’은 “마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만반 계획을 진행시키고” 같은 보기글은 “모든 계획을 진행시키고”처럼 손질할 만하지요. 한국말로 ‘모든·몽땅·모조리’를 쓰면 되고, ‘온갖’이나 ‘갖은’을 쓸 수 있으며, ‘빠짐없이·빈틈없이·물샐틈없이’를 쓸 만합니다. 4349.2.2.불.ㅅㄴㄹ



경험도 있었기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경험도 있었기에 모든 준비가 되었다

→ 겪기도 했기에 빈틈없이 챙겨 놓았다

→ 겪은 적도 있기에 차근차근 챙겨 놓았다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장혜경 옮김-소유와의 이별》(여성신문사,2002) 25쪽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 온갖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 모조리 갖추었다고 한다

→ 빠짐없이 갖추었다고 한다

《조문기-슬픈 조국의 노래》(민족문제연구소,2005) 108쪽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간

→ 모든 준비를 하고 나간

→ 빈틈없이 준비를 하고 나간

→ 꼼꼼히 챙기고 나간

→ 깔끔하게 챙기고 나간

→ 단단히 챙기고 나간

《니노미야 토모코/서수진 옮김-노다메 칸타빌레 19》(대원씨아이,2008) 51쪽


내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제공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내가 바라고 바라는 것을 줄 온갖 준비가 되었다

→ 내가 바라 마지 않는 것을 모두 줄 수 있었다

《김사과-0 이하의 날들》(창비,2016) 23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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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신기 神奇


 신기한 일

→ 놀라운 일

→ 남다른 일

→ 대단한 일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놀랍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대단하다


  ‘신기(神奇)하다’는 “신비롭고 기이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신비(神秘)롭다’는 “사람의 힘이나 지혜가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신기하고 묘한 느낌이 있다”를 뜻하고, ‘기이(奇異)하다’는 “기묘하고 이상하다”를 뜻하며, ‘기묘(奇妙)하다’는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를 뜻하고, ‘묘(妙)하다’는 “1. 양이나 동작이 색다르다 2. 일이나 이야기의 내용 따위가 기이하여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신기 = 신비 + 기이’인데, ‘신비 = 신기 + 묘’이고, ‘기이 = 기묘 + 이상’이며, ‘기묘 = 이상 + 묘’이고, ‘묘 = 색다르다 + 기이’입니다. ‘신기 = 신비’이고, ‘신비 = 신기’라고 하는 말풀이부터 겹말이지만, 다른 말풀이도 서로 다른 한자말로 빙글빙글 도는 풀이입니다.


  참으로 알 수 없구나 싶은 말풀이인데, ‘신기’나 ‘신비’는 바로 이 “알 수 없음”을 가리키지 싶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다”는 데에서 ‘놀랍다’거나 ‘대단하다’거나 ‘남다르다’고 하는 느낌이 이어지지 싶어요. 4349.2.1.달.ㅅㄴㄹ



말 잘 듣는 호박도 신기하고

→ 말 잘 듣는 호박도 놀랍고

→ 말 잘 듣는 호박도 재미나고

《이영득-할머니 집에서》(보림,2006) 42쪽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신기해한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놀라워한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갸우뚱한다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14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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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장 死藏


 사장된 미풍양속을 되살리다 → 묻혔던 아름다운 풍속을 되살리다

 창고에서 사장되고 있다 → 창고에서 썩는다 / 창고에서 묵는다

 뛰어난 재능을 사장하고 있다 → 뛰어난 재주를 썩힌다 / 뛰어난 재주를 묵힌다


  ‘사장(死藏)’은 “사물 따위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썩혀 둠”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썩혀 둠’이고, ‘묵혀 둠’이라 할 수 있어요. ‘사장’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분 가운데에는 다른 한자말 ‘사장’하고 헷갈려 할까 봐 한자를 ‘사장’ 뒤에 달아 놓기도 하는데, 이렇게 한자를 덧단대서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말로 ‘묻히다·파묻히다’를 쓰거나 ‘썩히다’를 쓰면 될 뿐입니다. 4349.2.1.달.ㅅㄴㄹ



아무도 쓰지 않아 사장된 언어

→ 아무도 쓰지 않아 사라진 말

→ 아무도 쓰지 않아 죽은 말

→ 아무도 쓰지 않아 묻혀버린 말

→ 아무도 쓰지 않아 잊혀진 말

《리타 페르스휘르/유혜자 옮김-아빠의 만세발가락》(두레아이들,2007) 59쪽


그런 능력이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많다

→ 그런 재주가 묻히는 수가 잦다

→ 그런 솜씨가 파묻히는 수가 잦다

→ 그런 재주를 썩히는 수가 잦다

→ 그런 솜씨를 잃는 수가 잦다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283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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