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본연의


 인간 본연의 모습 → 사람이 처음 타고난 모습 / 사람다운 처음 모습

 인간이 지닌 본연의 품성 → 사람이 처음 타고난 마음바탕

 인간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야 → 사람다운 첫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다 → 첫 임무로 돌아가다 / 처음 맡은 일로 돌아가다

 본연의 세계 → 처음 그대로인 세계

 생명 본연의 자세 → 생명이 처음 타고난 몸짓 / 생명다운 첫 몸짓

 딸기 본연의 단맛 → 딸기다운 단맛

 소재 본연의 아름다움을 → 소재를 그대로 살린 아름다움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 제 기능에 충실한 / 제 기능대로 움직이는


  ‘본연(本然)’은 “1. 인공을 가하지 아니한 본디 그대로의 자연 2. 본디 생긴 그대로의 타고난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본(本)디’는 “사물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본연’은 “처음 그대로인 자연”이나 “처음 생기며 그대로 타고난 모습”을 가리킨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본연의’는 “처음 모습”이나 “첫 모습(첫모습)” 말고도 “제 모습”이나 “참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쓰이는구나 싶습니다. 흐름을 살펴서 알맞게 손질해야지 싶어요. 그리고 ‘참모습’이라는 낱말처럼 ‘첫모습’이라는 낱말도 새롭게 지어서 쓸 만하다고 느낍니다. 2016.2.27.흙.ㅅㄴㄹ



본연의 실체를 포착하다

→ 첫모습을 붙잡다

→ 참모습을 붙잡다

→ 제 모습을 보다

→ 타고난 모습을 보다

→ 숨겨진 모습을 찾다

→ 가려진 모습을 알아내다

《엘리아스 카네티/반성완 옮김-말의 양심》(한길사,1984) 341쪽


진짜 본연의 모습

→ 참으로 처음 모습

→ 참다운 첫모습

《산바치 카와/정선희 옮김-4번 타자 왕종훈 31》(서울문화사,1997) 67쪽


이것이 자치 본연의 모습입니다

→ 이것이 자치다운 처음 모습입니다

→ 이것이 자치다운 제 모습입니다

→ 이것이 자치다운 참모습입니다

→ 이것이 참다운 자치라 할 모습입니다

《고다 미노루/장윤 외 옮김-숲을 지켜낸 사람들》(이크,1999) 76쪽


시인들은 본연의 일을 했을 따름이었다

→ 시인들은 제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 시인들은 저마다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 시인들은 맡은 일을 했을 뿐이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전미영 옮김-신을 찾아서》(부키,2015) 7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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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별도의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방이 따로 마련되었습니다

→ 방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이 문제는 별도의 기구에서 다룰 예정

→ 이 일은 다른 곳에서 다루려 함

→ 이 일은 다른 자리에서 다룰 생각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적금을 들어 두었다

→ 입학금을 마련하려고 따로 적금을 들어 두었다

 별도의 잣대

→ 새로운 잣대 / 다른 잣대 / 또 다른 잣대

 별도로 생각해 볼 문제

→ 새롭게 생각해 볼 일 / 따로 생각해 볼 일 / 더 생각해 볼 일


  한자말 ‘별도(別途)’는 “1. 원래의 것에 덧붙여서 추가한 것 2. 딴 방면”을 뜻한다고 하는데, ‘추가(追加)’는 “나중에 더 보탬”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더 붙이거나 넣을” 적에 ‘별도’를 쓰는 셈입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리면 ‘별도’는 ‘더’나 ‘딴’이나 ‘다른’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더 보태는’이나 ‘덧붙이는’을 가리킨다고도 할 만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별도’는 ‘다를 別 + 길 途’입니다. “다른 길”을 한자로 옮겼을 뿐입니다. 한국말로는 처음부터 ‘다른(다르다)’인 셈이고, 이 같은 얼거리를 찬찬히 읽는다면 ‘별도 + 의’처럼 쓸 일이 없으리라 느낍니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 다른 말이 있을 때까지

→ 더 말이 있을 때까지

→ 따로 얘기가 있을 때까지

《류춘도-벙어리새》(당대,2005) 66쪽


40%의 별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 40%는 다른 넋이다

→ 40%만큼 다른 숨결이 있다

→ 40%는 따로 움직이는 넋이다

→ 40%는 딴 마음이 있다

→ 40%는 또 다른 넋이 있다

《권윤주-to Cats》(바다출판사,2005) 41쪽


 별도의 책을 만들지

→ 책을 따로 만들지

→ 책을 새롭게 만들지

→ 책을 더 만들지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16쪽


서로 겹쳐 있는 것임에도 종종 별도의 것으로 느껴집니다

→ 서로 겹쳐서 있지만 가끔 다른 것으로 느낍니다

→ 서로 겹치지만 더러 다르다고 느낍니다

→ 서로 겹치는데도 때때로 다르다고 느낍니다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166쪽


별도의 서문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분도

→ 따로 머리말이 왜 있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도

→ 새 머리말을 왜 써야 하는지 궁금한 분도

《질베르 리스트/최세진-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봄날의책,2015) 5쪽


이 대목에 대해서는 심화된 별도의 독서가 필요하다

→ 이 대목을 놓고는 더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이 대목은 더욱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이 대목을 말하려면 한결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장정일-장정일의 악서총람》(책세상,2015) 270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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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나중의


 나중의 가치에 대하여 → 이다음 가치를 놓고 / 나중 가치와 얽혀

 나중의 노래를 들으면 → 나중 노래를 들으면 / 나중에 흐르는 노래를 들으면

 나중의 승리 → 마지막 승리 / 나중에 이김

 나중의 일이었다 → 나중 일이었다 / 나중이었다


  ‘이다음’이나 ‘뒤’나 ‘끝’을 가리키는 자리에 쓰는 한국말 ‘나중’에는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어사전을 살피면 ‘after’를 풀이하면서 “[형용사] 뒤의, 나중의”처럼 적기도 해요. 한국말사전에서도 ‘나중’을 “1.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2.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의 차례 3. 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처럼 풀이하면서 ‘-의’를 자꾸 붙입니다. 이 말풀이는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나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에 오는 차례”나 “순서나 시간에서 맨 끝”으로 손질해 주어야지 싶습니다. 2016.2.26.쇠.ㅅㄴㄹ



곡소리들을 개발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야 지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 가서야 지었다

→ 곡소리들을 지은 때는 나중이었다

《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곡쟁이 톨로키》(검둥소,2008) 182쪽


맨 나중의 문제였다

→ 맨 나중 문제였다

→ 맨 나중이었다

→ 맨 나중에 따질 일이었다

→ 맨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김성민 옮김-뱅뱅클럽》(월간사진,2013) 233쪽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을 쓴 것은 나중의 일이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을 쓴 때는 나중이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 썼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 이르러 썼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서야 썼다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0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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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납득 納得


 납득이 가도록 설득하다 → 알 수 있도록 설득하다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을 한다 → 알 수 없는 몸짓을 한다

 누구에게나 납득될 수 있도록 → 누구한테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무래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 아무래도 알 수 없다는

 만인이 납득할 만한 →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납득(納得)’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형편 따위를 잘 알아서 긍정하고 이해함. ‘이해’로 순화”를 뜻한다고 해요. ‘이해(理解)’는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긍정(肯定)’은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을 뜻한다고 하며, ‘인정(認定)’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납득’은 “잘 알아서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그렇다고 여겨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풀이입니다. 다만, ‘알다’나 ‘받아들이다’나 ‘알아듣다’를 가리키는 줄 헤아릴 만합니다. 2016.2.26.쇠.ㅅㄴㄹ



왜 그래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헤아릴 수 없었지만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176쪽


저래 가지곤 납득할 수 없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 저래 가지곤 받아들일 수 없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 저래 가지곤 안 되겠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이와오카 히사에/송치민 옮김-토성 맨션 5》(세미콜론,2015) 36쪽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 독자한테 알아듣게 하려면

→ 독자가 알아듣도록 하려면

→ 독자가 알도록 하려면

→ 독자가 알아차리게 하려면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4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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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이분의 주선


이분의 주선으로

→ 이분이 주선하여

→ 이분이 힘써서

→ 이분이 애써서

→ 이분이 다리를 놓아

→ 이분이 힘을 써서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139쪽


  ‘주선(周旋)’이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쓰려면 “이분이 주선하여”로 손보고, 이 한자말을 덜려 하면 “이분이 힘써서”나 “이분이 다리를 놓아”로 손보면 됩니다.


《밀리턴트》의 독자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는 독자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를 보는 사람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를 읽는 사람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68쪽


  ‘독자(讀者)’는 “읽는 사람”을 뜻해요. 이 한자말을 살리려 한다면 “-는 독자가 매우 적지만”으로 손봅니다. 이 한자말을 굳이 안 써도 된다면 “-를 보는 사람이 매우 적지만”으로 손봅니다.


헨리의 생각은 달랐다

→ 헨리는 생각이 달랐다

→ 헨리는 달리 생각했다

→ 헨리는 다르게 생각했다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이 자리에서는 ‘-의’가 아니라 ‘-는’을 붙여야 합니다.


꽃의 향기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내음이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냄새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내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여정-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민음사,2016) 36쪽


  꽃에서 나는 ‘향기(香氣)’라면 ‘꽃 향기’이고, 한 낱말처럼 붙여서 써도 돼요. ‘꽃 내음·꽃 냄새·꽃 내’나 ‘꽃내음·꽃냄새·꽃내’처럼 쓰면 ‘-의’가 들러붙는 걱정은 말끔히 사라져요. 2016.2.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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