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려 考慮


 아직 고려 중이다 → 아직 생각해 본다

 진지하게 고려를 좀 해 줘 → 차분하게 생각을 좀 해 줘

 전혀 고려되지 않은 → 조금도 살피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다 → 현실을 헤아려서 계획을 세우다


  ‘고려(考慮)’는 “생각하고 헤아려 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더 들추면 ‘생각하다’를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다”로 풀이하고, ‘헤아리다’를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다”로 풀이해요. ‘판단(判斷)’은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으로 풀이하는데, ‘인식(認識)’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으로 풀이하고, ‘판정(判定)’은 “판별하여 결정함”으로 풀이하며, ‘판별(判別)’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구별함”으로 풀이합니다. 자, 이러한 말풀이를 살피면 ‘고려 = 생각하기 + 헤아리기 = 헤아리기 + 판단 + 헤아리기 = 헤아리기 + 판단 + 판정 + 생각하기’인 꼴입니다. 더우기 ‘판단·인식·판정·판별’까지 돌림풀이로 빙글빙글 어지럽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고사(考思)’라는 한자말도 싣는데, “고사 = 고려(考慮)”로 풀이해요. 곰곰이 돌아본다면, ‘고려·고사’를 비롯해서 ‘판단·인식·판정·판별’은 거의 덧없다고 할 만하지 싶습니다. ‘생각하다’와 ‘헤아리다’를 알맞게 쓸 노릇이고, ‘살피다·가누다·가리다·가늠하다·보다·판가름하다·돌아보다’ 같은 낱말을 찬찬히 쓰면 돼요. 2016.2.26.쇠.ㅅㄴㄹ



헨리에게 고려해 달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봐주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헤아려 달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살펴 달라고 했지만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식물을 맛볼 때 고려할 또 다른 것은

→ 풀을 맛볼 때 헤아릴 또 다른 것은

→ 풀을 맛볼 때 생각할 또 다른 대목은

→ 풀을 맛볼 때 살필 또 다른 대목은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181쪽


전문가가 결코 고려하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조금도 살피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도무지 돌아보지 않는 것은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15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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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파도 波濤


 높은 파도 → 높은 물결

 파도가 밀려오다 → 물결이 밀려오다

 혁명의 파도 → 혁명 물결

 기쁨의 파도 → 기쁨 물결 / 기쁨 어린 물결

 웃음의 파도 → 웃음 물결 / 웃음 넘치는 물결


  ‘파도(波濤)’는 “1. 바다에 이는 물결 2. 맹렬한 기세로 일어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강렬한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물결’은 “물이 움직여 그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운동 2. 파도처럼 움직이는 어떤 모양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파도 = 물결’이요 ‘물결 = 파도’라고 하는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들추면 ‘수파(水波)·도란(濤瀾)·도파(濤波)’ 같은 한자말이 나오는데 이 세 가지 한자말은 “= 파도”로 풀이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 ‘물결’을 가리키는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네 가지가 실렸다는 뜻입니다. 2016.2.25.나무.ㅅㄴㄹ



파도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물결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바닷물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엘릭스 바즐레이/김서정 옮김-제미 버튼》(다섯수레,2013) 42쪽


갑자기 큰 파도가 쏴아아 밀려오는데

→ 갑자기 큰 물결이 쏴아아 밀려오는데

→ 갑자기 너울이 쏴아아 밀려오는데

《서정홍-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문학동네,2014) 17쪽


거친 파도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있는

→ 거친 물살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은

→ 거친 물결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은

→ 거친 너울에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은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9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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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희한 稀罕


 희한한 일 → 매우 드문 일 / 놀라운 일 / 재밌는 일

 처음 본 희한한 물건 → 처음 본 놀라운 물건 / 처음 본 재미난 물건

 희한한 소문이 나돌다 → 엉뚱한 소문이 나돌다 / 뜬금없는 얘기가 나돌다

 희한하게 쳐다보았다 → 알쏭하게 쳐다보았다 / 아리송하게 쳐다보았다

 이런 소리가 희한히 들리고 → 이런 소리가 드물게 들리고


  ‘희한(稀罕)하다’는 “매우 드물거나 신기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신기(神奇)하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희한하다’는 ‘드물다’나 ‘남다르다’나 ‘놀랍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흐름을 잘 살펴서 알맞게 가다듬으면 됩니다. 2016.2.25.나무.ㅅㄴㄹ



희한하게도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 놀랍게도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 매우 드물게도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 보기 드물게도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논장,2002) 10쪽


희한하게도 신발을 벗어놓는 댓돌 바로 위에 집을 지었지

→ 재미있게도 신발을 벗어놓는 댓돌 바로 위에 집을 지었지

→ 놀랍게도 신발을 벗어놓는 댓돌 바로 위에 집을 지었지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104쪽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좀 희한한 유행이었다

→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좀 엉뚱한 유행이었다

→ 나로서는 도무지 모르는 좀 뜬금없는 유행이었다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112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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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핵심적


 핵심적 내용 → 핵심 내용 / 알맹이 / 알짜 이야기 / 큰 줄거리

 핵심적 요소 → 핵심 요소 / 알짜 / 알맹이

 핵심적인 인물 → 핵심 인물 / 두드러진 사람 / 눈여겨볼 사람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 핵심 노릇을 하다 / 큰 몫을 맡다 / 큰일을 하다


  ‘핵심적(核心的)’은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을 뜻한다 하는데, ‘핵심(核心)’은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 ‘알맹이’로 순화”를 뜻한다 합니다. ‘중심(中心)’은 “사물의 한가운데”를 뜻해요. 그러니까, ‘알맹이’로 고쳐서 쓰라는 ‘핵심’이고 ‘한가운데’를 가리키는 셈인데, ‘핵심’이라는 한자말을 걸러내기보다는 ‘핵심 + 적’처럼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핵심적인 장치”라든지 “핵심적인 단어”라든지 “핵심적인 가치”라든지 “핵심적인 인재”라든지 “핵심적인 부분”이라든지 “핵심적인 사항”이라든지 “핵심적인 교훈”처럼 씁니다. “교사의 핵심적인 자질”이나 “서울의 핵심적인 업무지구”나 “정부의 핵심적인 제도”처럼 쓰기도 합니다. 이런 말마디를 가만히 살피면 ‘핵심’이라는 낱말만 써도 될 노릇이리라 봅니다. “핵심 장치”나 “핵심 자질”이나 “핵심 제도”처럼 쓰면 되지요.


  “교사의 핵심적인 자질”은 “교사가 꼭 갖출 자질”이나 “교사한테서 두드러지는 모습”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핵심적인 업무지구”는 “서울 한복판 업무지구”나 “서울에서 알짜배기 업무지구”나 “서울에서 노른자위 업무지구”처럼 손볼 만합니다. 어느 때에는 ‘알맹이·알짜·알짜배기’로 손볼 적에 어울릴 테고, ‘한복판·한가운데·노른자위’로 손볼 적에 어울리는 자리가 있으며, ‘크다’나 ‘두드러지다’로 손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2016.2.25.나무.ㅅㄴㄹ



공장 중 핵심적인 곳이다

→ 공장 가운데 핵심인 곳이다

→ 공장 가운데 알맹이인 곳이다

→ 공장에서 노른자위인 곳이다

→ 공장에서 한복판인 곳이다

《이명동-보도사진의 이론과 실제》(해뜸,1988) 102쪽


밝혀내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 밝혀내야 할 핵심 부분이었다

→ 밝혀내야 할 핵심이었다

→ 밝혀내야 할 알맹이였다

→ 반드시 밝혀내야 할 대목이었다

→ 무엇보다 먼저 밝혀내야 할 대목이었다

《정구도-노근리는 살아 있다》(백산서당,2003) 77쪽


핵심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 핵심 비중을 차지하면서

→ 큰 자리를 차지하면서

→ 큰 몫을 차지하면서

→ 알맹이를 차지하면서

→ 노른자위를 차지하면서

→ 알짜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상인-아파트에 미치다》(이숲,2009) 58쪽


기본소득론의 핵심적인 논리를 꿰뚫고 있다

→ 기본소득론에서 핵심인 논리를 꿰뚫는다

→ 기본소득론이 말하는 바를 꿰뚫는다

→ 기본소득론이 말하는 알맹이를 꿰뚫는다

→ 기본소득론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꿰뚫는다

→ 기본소득론이 무엇인가를 꿰뚫는다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22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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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위의


 바느질 위의 인생 → 바느질하는 삶 / 바느질로 지은 삶

 풀밭 위의 점심 식사 → 풀밭에서 먹는 점심 / 풀밭 점심

 벼랑 위의 포뇨 → 벼랑에 사는 포뇨 / 벼랑집 포뇨 / 벼랑에 선 포뇨

 언덕 위의 하얀 집 → 언덕에 있는 하얀 집 / 언덕에 선 하얀 집

 나무 위의 고양이 → 나무를 탄 고양이 / 나무에 앉은 고양이


  “도로 위에 서다”라든지 “밥상 위의 반찬”이라든지 “지도 위의 인문학”이라든지 “얼음판 위의 놀이”라든지 “눈 위의 발자국”이라든지 “구름 위의 산책”이라든지 “마루 위의 낮잠”처럼 쓰는 ‘위 + 의’는 얼마나 올바를까요? 영어에서는 ‘on’을 쓸 테고, 이를 일본사람은 ‘上’이라는 한자를 빌어서 옮깁니다. 이러한 말투가 고스란히 한국말에 스며들어서 걸핏하면 “무엇 위”나 “무엇 위 + 의” 같은 일본 번역 말투가 나타납니다.


  한국말은 “길에 서다”이고 “밥상에 올린 반찬”이며 “지도를 걷는 인문학/지도에 그린 인문학/지도로 보는 인문학”입니다. “얼음판 놀이”나 “눈에 찍힌 발자국/눈에 찍은 발자국/눈길에 난 발자국”이나 “구름을 걷는 산책/구름 마실”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마루에서 자는 낮잠”이나 “마루에서 누리는 낮잠”으로 적어야 알맞아요.


  고양이는 “나무 위”에 있을 수 있을까요? 고양이가 아닌 새라면 “나무 위”를 날지요. 새나 나비라면 “길 위를 날”지요. 영어 ‘on’하고 일본 말투로 쓰는 한자 ‘上’은 한국말 ‘위’하고 쓰임새가 아주 다릅니다. 2016.2.24.물.ㅅㄴㄹ



위의 경우와 똑같은 사건

→ 이 경우와 똑같은 사건

→ 이와 똑같은 일

→ 이때와 똑같은 일

《H.웨이신저·N.롭센즈/임한성 옮김-불완전한 인간》(청하,1986) 20쪽


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이 보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이처럼

→ 이와 같이

《나카네 지에/양현혜 옮김-일본 사회의 인간관계》(소화,1996) 31쪽


소파 위의 뚱보 하인처럼

→ 소파에 앉은 뚱보 하인처럼

《마야꼬프스끼/석영중 옮김-광기의 에메랄드》(고려대학교 출판부,2003) 1쪽


무대 위의 상황

→ 무대에서 벌어지는 상황

→ 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

→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황

→ 무대 상황

→ 무대 흐름

《안치운-추송웅, 배우의 말과 몸짓》(나무숲,2004) 28쪽


네 살 위의 여학생

→ 네 살 위 여학생

→ 네 살 위인 여학생

→ 네 살 많은 여학생

《고바야시 데루유키/여영학 옮김-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2008) 52쪽


무명천 위의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놓은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놓인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둔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올린 노랑 은행들

《황선미-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사계절,2010) 9쪽


위의 책들은

→ 이 책들은

→ 이런 책들은

→ 이 같은 책들은

→ 이와 같은 책들은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23쪽


마침내 위의 내용을 담은 편지가 작성됐고

→ 마침내 이 줄거리를 담은 편지를 썼고

→ 마침내 이러한 얘기를 담은 편지를 썼고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29쪽


위의 표에서

→ 이 표에서

→ 이러한 표에서

→ 앞서 든 표에서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2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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