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용 利用


 폐품 이용 → 폐품 쓰기 / 폐품 살리기

 자원의 효율적 이용 → 자원을 알뜰히 쓰기 / 자원을 알차게 쓰기

 지하철을 이용하다 → 지하철을 타다 / 지하철로 다니다

 바람을 이용하여 → 바람을 써서 / 바람으로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 만드는 데에 쓰인다 / 만드는 데에 쓴다

 이용 가치가 높은 → 쓸 곳이 많은 / 부려먹을 값어치가 높은 → 재주가 많은

 나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 나에게 부려먹혔다고 / 나한테 뜯어먹혔다고

 남의 약점을 이용해 → 남한테 아픈 곳을 찔러 / 남이 아픈 데를 건드려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다 → 출세하는 수단으로 삼다 / 이름팔기에 쓰다

 공중전화를 이용해주세요 → 공중전화를 써 주셔요 / 공중전화로 걸어 주셔요


  ‘이용(利用)’은 “1.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 2.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방편(方便)으로 씀”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利)롭다’는 “이익이 있다”를 뜻한다 하며, ‘이익(利益)’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이용 = 보탬이 되도록 쓰다’를 가리키는 셈이고, 보탬이 되도록 쓴다고 할 적에는 “좋게 쓴다”고 할 만합니다.


  폐품을 쓴다고 할 적에는 ‘그냥 쓰기’를 할 수 있고, ‘살려서 쓰기’ 그러니까 ‘살려쓰기(살리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쓴다(탄다)고 할 적에는 말 그대로 ‘버스를 써서 움직이다’를 가리키니 ‘타다’나 ‘다니다’로 손볼 만합니다. 어떤 수단으로 쓴다고 할 적에는 ‘삼다’라는 낱말이 잘 어울리고, 전화를 쓴다고 할 적에는 ‘걸다’라는 낱말이 잘 어울려요. 때와 자리에 따라 다 다르게 쓰는 한국말을 잘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2.22.달.ㅅㄴㄹ



구멍가게를 이용하고 있다

→ 구멍가게를 다닌다

→ 구멍가게를 즐겨찾는다

→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산다

《사하시 게이죠/엄은옥 옮김-할아버지의 부엌》(여성신문사,1990) 82쪽


달걀판을 이용해 성을 쌓고 있다

→ 달걀판을 써서 성을 쌓는다

→ 달걀판으로 성을 쌓는다

〈한겨레〉 2004.5.31.35쪽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 제 몸무게를 써서

→ 제 몸무게로 밀어붙여서

→ 제 몸무게로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123쪽


북쪽 건물을 이용하여

→ 북쪽 건물에서

→ 북쪽 건물을 빌어

→ 북쪽 건물에 가서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80쪽


외딴 산골의 폐교를 이용해

→ 외딴 멧골에 문닫은 학교를 고쳐서

→ 외딴 멧골 학교에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손질해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살려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137호(2007.10.) 111쪽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수욕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을 틈타 바닷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을 맞이해 바다에 놀러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라고 해서 바다에 놀러 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라며 바닷물에서 헤엄치러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랍시고 바닷가에 물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에 바다로 물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아다치 미츠루/강동욱 옮김-Short program 2》(대원씨아이,2008) 73쪽


잔해 더미를 뒤져 찾아낸 요리도구와 식기류를 이용해 밥도 짓고

→ 부스러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요리도구와 그릇으로 밥도 짓고

→ 부스러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살림살이와 그릇으로 밥도 짓고

《존 허시/김영희 옮김-1945 히로시마》(책과함께,2015) 14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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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인위적


 인위적 구조 → 사람이 짠 얼개 / 억지스런 얼거리

 인위적 예술 → 사람이 빚은 예술 / 꾸며진 예술 / 꾸민 예술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 사람이 건드린 느낌인 / 억지스런 느낌인

 인위적으로 만든 아름다움 → 사람이 빚은 아름다움 / 사람 손으로 빚은 아름다움

 인위적인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 개발을 앞세워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인위적(人爲的)’은 “자연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이 말마디는 ‘자연스럽지 못한’이나 ‘사람이 빚은’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을 가리킬 적에는 ‘억지스럽다’라든지 ‘어설프다’라든지 ‘거짓스럽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이 빚은’을 가리킬 적에는 ‘따로’ 빚는다거나 ‘일부러’ 빚는다고 할 만해요. 자연스럽지 못한 곳은 ‘메마르다’거나 ‘싸늘하다’고 할 수 있어요. 자연 힘(자연스러운 힘)이 아닌 사람 힘을 따로 들일 적에는 때때로 ‘우격다짐’이나 ‘어거지’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자연이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할 적에는 ‘억지·어거지’ 같은 낱말이 잘 어울립니다. “인위적 예술” 같은 자리에서는 ‘사람이 빚은’이나 ‘꾸민(꾸며진)’을 나타낼 테니, 흐름을 잘 살펴서 쉽게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2.22.달.ㅅㄴㄹ



인위적인 雅語化 경향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경향으로 보인다 

→ 억지스레 말을 곱게 쓰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 일부러 말을 곱게 하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 어설피 말을 곱게 가꾸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김우창-궁핍한 시대의 詩人》(민음사,1977) 384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소년의 우상들은

→ 사회가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여론매체가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사람들이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억지스레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47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의 연출임을

→ 억지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가 연출했음을

→ 거짓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권력자가 꾸민 줄을

→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가 빚은 줄을

《마치다 준/김은진 옮김-각하!》(삼인,2007) 13쪽


인위적 환경 속에서 질식해 가고 있다

→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에서 숨이 막혀 간다

→ 메마른 터전에서 숨이 막혀 간다

→ 팍팍한 삶터에서 숨이 막힌다

→ 싸늘한 곳에서 목이 졸린다

→ 고달픈 곳에서 숨 막혀 간다

→ 괴로운 곳에서 목 졸려 간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61쪽


탄산수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많이 첨가해서

→ 탄산수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따로 많이 넣어서

→ 탄산수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일부러 많이 넣어서

《라파엘 오몽/김성희 옮김-부엌의 화학사》(더숲,2016) 9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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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희미 稀微


 희미하게 웃다 → 살며시 웃다 / 빙그레 웃다 / 어렴풋이 웃다 / 엷게 웃다

 기억이 희미하다 → 기억이 가물거리다 / 생각이 날 듯 말 듯하다

 희미하게 들린다 → 살짝 들린다 / 작게 들린다 / 들릴 듯 말 듯하다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희미한 불빛 → 엷은 불빛 / 가느다란 불빛 / 어렴풋한 불빛 / 흐릿한 불빛

 희미하게 드러나는 → 어렴풋이 드러나는 / 살며시 드러나는 / 찬찬히 드러나는


  ‘희미(稀微)하다’는 “분명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분명(分明)’은 “틀림없이 확실(確實)하게”를 뜻합니다. 한자말 ‘확실’은 “틀림없이 그러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분명’이라는 한자말은 “틀림없이 틀림없음”을 뜻하는 셈입니다. 말풀이가 영 엉터리입니다. 아무튼 ‘희미하다’는 한국말로 ‘어렴풋하다’라든지 ‘흐리다’라든지 ‘흐릿하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고, ‘가물거리다’라든지 ‘나즈막하다’라든지 ‘가늘다’로 손질할 만해요. 때로는 ‘살짝’이나 ‘살며시’나 ‘엷게’로 손볼 만합니다. 2016.2.21.해.ㅅㄴㄹ



워낭 소리가 희미해지고

→ 워낭 소리가 잦아들고

→ 워낭 소리가 멀어지고

→ 워낭 소리가 가물거리고

→ 워낭 소리가 거의 안 들리고

《제임스 램지 울만/김민석 옮김-시타델의 소년》(양철북,2009) 10쪽


삑삑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 삑삑거리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리지 않겠어요

→ 삑삑거리는 소리가 흐리게 들리지 않겠어요

→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리지 않겠어요

《조이 카울리/홍연미 옮김-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0) 22쪽


능선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저녁 별

→ 등성이 위로 흐릿하게 보이는 저녁 별

→ 멧등성이 위로 흐리게 보이는 저녁 별

→ 멧등성이 위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저녁 별

《고형렬-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 30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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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갈색의


 갈색의 계절 → 누렇게 물드는 철 / 흙빛 철

 갈색의 병 → 누렇게 바뀌는 병 / 누렇게 빛이 바래는 병

 갈색의 설탕 → 누런 설탕

 갈색의 나뭇잎 → 누런 나뭇잎


  ‘갈색(褐色)’은 “검은빛을 띤 주홍색”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褐’이라는 한자를 “갈색 갈”이나 “굵은 베 갈”로 새긴다고 해요. ‘갈’을 ‘갈색’이라 하면 도무지 어떤 빛깔인지 알 수 없지만, ‘베빛’이라 한다면 어떤 빛깔일는지 헤아릴 만합니다. 그리고, 이 빛깔말은 ‘흙빛’이라든지 시든 잎빛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어요. 때로는 ‘도토리빛’이나 ‘밤빛’이라 할 만해요. 나뭇잎이나 설탕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는 “누런 나뭇잎”이나 “누런 설탕”이라 하면 됩니다. 2016.2.21.해.ㅅㄴㄹ



짙은 갈색의 침으로 이루어진

→ 짙은 베빛 침으로 이루어진

→ 짙고 흙빛인 침으로 이루어진

《에릭 번스/박중서 옮김-신들의 연기, 담배》(책세상,2015) 220쪽


이렇게 오래된 갈색의 것들이 아니라

→ 이렇게 오래되어 싯누런 것들이 아니라

→ 이렇게 오래되어 거무튀튀한 것들이 아니라

→ 이렇게 오래되어 누르께한 것들이 아니라

《질 르위스/정선운 옮김-주홍 따오기 눈물》(꿈터,2015) 151쪽


치어들은 갈색의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 새끼 고기들은 흙빛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 어린 고기들은 거무스름한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 어린 물고기는 도토리빛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고형렬-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 6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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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해결 解決


 해결을 짓다 → 마무리를 짓다 / 끝을 짓다

 해결이 나다 → 끝이 나다

 해결에 나서다 → 마무리에 나서다 / 풀이에 나서다

 친구 간에 생긴 문제의 해결은 → 동무 사이에 생긴 일을 푸는 길은

 문제가 해결되다 → 문제가 풀리다

 사건이 해결되다 → 사건이 풀리다

 숙식을 해결하다 → 먹고 자게 되다 / 먹고 잘 수 있다


  ‘해결(解決)’은 “제기된 문제를 해명하거나 얽힌 일을 잘 처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解’라는 한자는 “풀 해”라고 해서 ‘풀다’를 가리킵니다. ‘해결’이라는 한자말은 “풀어서 끝내다”를 뜻하는 셈입니다. 그러니 ‘풀다’나 ‘끝내다’나 “풀어서 끝내다”로 쓰면 돼요. ‘풀어내다’나 ‘마무리하다’ 같은 말을 써도 됩니다. 2016.2.21.해.ㅅㄴㄹ



내가 해결하겠다

→ 내가 풀겠다

→ 내가 하겠다

→ 내가 해 보겠다

《조이 카울리/홍연미 옮김-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0) 4쪽


이 궁금증을 해결할 만큼 시원한 답변을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이 궁금함을 풀 만큼 시원한 말을 해 줄 수는 없을 듯합니다

→ 이 궁금함을 풀어낼 만큼 시원한 대꾸를 해 줄 수는 없을 듯합니다

《정숙영·조선영-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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