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무심코 無心-


 무심코 던진 말이 → 그냥 한 말이 / 가볍게 내뱉은 말이

 무심코 휘둘러보던 → 문득 휘둘러보던 / 아무 생각 없이 휘둘러보던

 무심코 잘못 건드린 → 문득 잘못 건드린


  ‘무심(無心)코’는 “아무런 뜻이나 생각이 없이”를 뜻한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처럼 손볼 만하니다. 흐름을 살펴서 ‘그냥’이나 ‘문득’으로 손볼 만하고, ‘가볍게’나 ‘가만히’로 손볼 만합니다. ‘얼결에’나 ‘어쩌다’나 ‘불현듯’으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2016.6.27.달.ㅅㄴㄹ



무심코 조수석 문을 자신이 직접 열고서

→ 그냥 조수석 문을 그이 스스로 열고서

→ 딱히 생각 없이 조수석 문을 그이 스스로 열고서

→ 아무 생각 없이 조수석 문을 그이 스스로 열고서

《사기사와 메구무/최원호 옮김-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자유포럼,1998) 48쪽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풀잎

→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풀잎

→ 우리가 생각없이 지나치는 풀잎

→ 우리가 가볍게 지나치는 풀잎

《권혁도-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길벗어린이,2010) 2쪽


나는 무심코 단비의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아무 뜻 없이 단비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단비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문득 단비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가만히 단비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김병섭·박창현-여고생 미지의 빨간약》(양철북,2015) 153쪽


나는 무심코 병원에 동행하게 되었다

→ 나는 문득 병원에 함께 가게 되었다

→ 나는 어쩌다 병원에 함께 따라갔다

→ 나는 얼결에 병원에 함께 갔다

→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병원에 함께 갔다

《권철-이호테우》(눈빛,2015) 112쪽


네 결혼 얘길 무심코 떠들어 버렸으니

→ 네 결혼 얘길 불현듯 떠들어 버렸으니

→ 네 결혼 얘길 문득 떠들어 버렸으니

→ 네 결혼 얘길 가볍게 떠들어 버렸으니

→ 네 결혼 얘길 어쩌다 떠들어 버렸으니

《모리모토 코즈에코/양여명 옮김-코우다이 가 사람들 3》(삼양출판사,2016) 2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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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관찰의 첫걸음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내는 것이 동물과 식물 관찰의 첫걸음이에요

→ 같거나 다른 점을 알아내는 일이 동물과 식물을 바라보는 첫걸음이에요

→ 같거나 다른 모습을 알아내기가 동물과 식물을 살펴보는 첫걸음이에요

→ 같거나 다른 대목을 알아내기가 동물과 식물을 지켜보는 첫걸음이에요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96쪽


  “공통점(共通點)과 차이점(差異點)”은 “같은 점과 다른 점”이나 “같거나 다른 모습”으로 손볼 만합니다. ‘관찰(觀察)’은 ‘살펴보기’를 가리킵니다. ‘바라보기’나 ‘지켜보기’로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사육하는 닭의 수는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연간 두 배씩 늘어나서

→ 기르는 닭은 수가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해마다 두 곱씩 늘어나서

→ 키우는 닭은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해마다 두 곱절씩 늘어나서

《앤드루 롤러/이종인 옮김-치킨로드》(책과함께,2015) 392쪽


  ‘사육(飼育)하는’은 ‘기르는’으로 손봅니다. “닭의 수는 어떠하다”처럼 쓰지 말고 “닭은 수가 어떠하다”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연간(年間)’은 ‘해마다’로 손질하고, ‘배(倍)’는 ‘곱’이나 ‘곱절’이나 ‘갑절’로 손질합니다.


수세기 녹슨 청동의 손이 근대의 대가리를 썩뚝

→ 여러 세기 녹슨 청동 손이 근대 대가리를 썩뚝

→ 여러 세기 낡은 청동 손이 근대 대가리를 썩뚝

《이경림-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중앙북스,2011) 117쪽


  ‘수세기(數世紀)’는 ‘여러 세기’로 손보거나 ‘오랜 나날’이나 ‘오랫동안’으로 손볼 만합니다. “청동의 손”이나 “근대의 대가리”에서는 ‘-의’만 덜어도 됩니다.


경찰의 말은 거짓이었다

→ 경찰이 한 말은 거짓이었다

→ 경찰은 거짓말을 했다

→ 경찰은 거짓으로 말했다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38쪽


  “경찰의 말”이 아니라 “경찰이 한 말”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거짓말을 했다”처럼 적으면 한결 단출합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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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아버지의 눈


고개를 치켜든 아버지의 눈에서는

→ 고개를 치켜든 아버지 눈에서는

→ 고개를 치켜든 아버지는 눈에서 

《마르야레나 렘브케/김영진 옮김-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시공사,2006) 162쪽


  ‘-의’ 없이 “아버지 눈”처럼 적으면 됩니다. 또는 “아버지는 눈에서”처럼 이야기를 이어 볼 수 있습니다.  


농업전문가들의 진술을 주의 깊게 읽어 본 결과

→ 농업전문가들이 쓴 글을 곰곰이 읽어 보니

→ 농업전문가들이 적은 글을 찬찬히 읽어 보니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335쪽


  ‘진술(陳述)’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그러니 “전문가가 들려준 이야기”나 “전문가가 쓴 이야기”처럼 손볼 만해요. “주의(注意) 깊게”는 “마음을 기울여”나 ‘곰곰이’로 손보고, “읽어 본 결과(結果)”는 “읽어 보니”나 “읽어 본 끝에”로 손봅니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앞으로 일어날 변화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 앞으로 바뀔 모습 가운데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즈미다 료스케/이수형 옮김-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미래의창,2015) 5쪽


  이 대목에서는 ‘-의’가 아닌 ‘가운데’를 넣어야 알맞습니다. “일어날 변화(變化)”는 ‘달라질’이나 ‘바뀔’로 손보고, ‘일부분(一部分)’은 ‘하나’나 ‘한 가지’로 손봅니다.


새 도읍지의 이름에는 곰의 뜻이 들어 있으니

→ 새 서울 이름은 곰을 뜻하는 말이니

→ 새 서울에 붙인 이름은 곰을 뜻하니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30쪽


  ‘도읍지(都邑地)’는 ‘서울’로 손봅니다. 서울에 붙이는 이름은 “서울 이름”이나 “서울에 붙인 이름”으로 손봅니다. “곰의 뜻이 들어 있으니”는 “곰을 뜻하는 말이니”나 “곰을 뜻하니”로 손질합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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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궁하다 窮


 어찌나 궁한지 → 어찌나 가난한지

 궁한 살림 → 쪼들리는 살림

 일거리가 궁하다 → 일거리가 없다

 얘깃거리가 궁한지 → 얘깃거리가 없는지

 궁하다 못해 생각한 → 짜내다 못해 생각한 / 쥐어짜내다 못해 생각한


  ‘궁(窮)하다’는 “1. 가난하고 어렵다 2. 일이나 물건 따위가 다하여 없다 3. 일이 난처하거나 막혀 피하거나 변통할 도리가 없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뜻대로 ‘가난하다’나 ‘어렵다’나 ‘없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되고, 때로는 ‘쪼들리다’나 ‘떨어지다’나 ‘힘들다’ 같은 말마디를 쓸 만합니다. 2016.6.27.달.ㅅㄴㄹ



할 말이 궁했다

→ 할 말이 없었다

→ 할 말이 떨어졌다

→ 할 말이 바닥났다

→ 할 말이 사라졌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소녀의 마음》(양철북,2004) 226쪽


돈벌이가 궁해지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바닥나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어려워지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힘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신기식-지리산으로 떠나며》(지영사,2005) 14쪽


대답이 궁해진 나에게

→ 할 말이 떨어진 나한테

→ 할 말이 없는 나한테

→ 말할 수 없는 나한테

《시게마츠 기요시/고향옥 옮김-졸업》(양철북,2007) 36쪽


근근이 이어가는 궁한 살림

→ 겨우 이어가는 가난한 살림

→ 가까스로 이어가는 힘든 살림

《한희철-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꽃자리,2016) 10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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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2 : 만남과 조우



만남이 무슨 비밀 조우라도 된다는 듯

→ 만남이 무슨 비밀 만남이라도 된다는 듯

→ 만남이 무슨 비밀이라도 된다는 듯


조우(遭遇) : 1. 신하가 뜻에 맞는 임금을 만남 2. 우연히 서로 만남



  한자말 ‘조우’는 ‘만남’을 뜻합니다. 지난날 궁궐에서는 한국말이 아닌 한문을 흔히 썼으니 그때에는 ‘조우’조차 아닌 ‘遭遇’처럼 적었을 테지요. 그러나 궁궐에서 아무리 ‘遭遇’라는 한문을 썼더라도 시골에서 살림을 짓던 여느 사람들은 ‘만남’이라는 한국말을 썼을 테지요. 오늘날에는 여러 지식인이 ‘조우’라는 한자말을 흔히 쓰고, 군대에서도 “적을 조우한다”처럼 으레 쓰는데, 우연히 만난다고 할 적에는 ‘마주치다’를 쓰면 됩니다. ‘마주치다’는 “우연히 만나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적을 마주치다”처럼 쓰면 될 노릇이지요. 2016.6.26.해.ㅅㄴㄹ



우리의 만남이 무슨 비밀 조우라도 된다는 듯

→ 우리 만남이 무슨 비밀 만남이라도 된다는 듯

→ 우리 만남이 무슨 비밀이라도 된다는 듯

→ 우리가 무슨 비밀 만남이라도 한다는 듯

→ 우리가 마치 비밀스레 만나기라도 한다는 듯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황근하 옮김-좋은 인생 실험실》(샨티,2016) 14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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