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발아 發芽


 시상의 발아 → 시로 쓸 생각이 싹틈

 아직 비록 발아에 불과할지라도 → 아직 비록 싹일 뿐일지라도

 발아된 지 2주 정도 지난 → 싹튼 지 두 주쯤 지난

 발아 현미 → 싹눈 현미 / 싹틔운 누런쌀

 종자 발아 → 씨앗 싹트기 / 씨앗 움트기

 발아하지 않는다 → 싹트지 않는다 / 움트지 않는다


  ‘발아(發芽)’는 “1. [식물] 초목의 눈이 틈 2. [식물] 씨앗에서 싹이 틈 3. 어떤 사물이나 사태가 비롯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한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싹트기·아생(芽生)”처럼 비슷한말을 싣기도 합니다. 그런데 ‘싹트기 = 발아’로 풀이를 하고, ‘싹트다’는 “싹이 트다(푸나무에 눈이 트다)”라는 뜻풀이가 안 달리며, ‘아생’이라는 한자말은 쓰임새가 없지 싶습니다. ‘싹트기·싹트다’를 쓰면 되고, 때로는 ‘움트기·움트다’를 쓸 수 있어요. 2016.10.16.해.ㅅㄴㄹ



볍씨가 발아해 모가 되고, 모가 이윽고 벼로 자라 이삭을 맺고

→ 볍씨가 깨어나 싹이 되고, 싹이 이윽고 벼로 자라 이삭을 맺고

→ 볍씨가 움트며 잎이 돋고, 이윽고 벼로 자라 이삭을 맺고

《오제 아키라/박시우 옮김-나츠코의 술 3》(학산문화사,2011) 207쪽


여성들은 곡물의 발아와 번식주기에 주목한다

→ 여성들은 곡물에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흐름을 눈여겨본다

→ 여성들은 곡물에 움이 트고 퍼지는 철을 살핀다

《김삼웅-진보와 저항의 세계사》(철수와영희,2012) 115쪽


발아에 번번이 실패했고

→ 싹트기에 번번이 실패했고

→ 싹트기에 늘 쓴맛을 봤고

→ 움트기가 늘 안 되었고

→ 움을 늘 틔우지 못했고

《김병기-모둠 모둠 산꽃도감》(자연과생태,2013) 5쪽


도토리는 아무데서나 발아할 수 있지만

→ 도토리는 아무데서나 싹틀 수 있지만

→ 도토리는 아무데서나 움틀 수 있지만

《베른트 하인리히/정은석 옮김-홀로 숲으로 가다》(더숲,2016) 159쪽


발아하는 겨울, 그날 동생은 왜 웃었던 것일까

→ 싹트는 겨울, 그날 동생은 왜 웃었을까

→ 움트는 겨울, 그날 동생은 왜 웃었을까

→ 싹이 트는 겨울, 그날 동생은 왜 웃었을까

《휘리-위로의 정원, 숨》(숲속여우비,2016) 2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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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주위 周圍


 말뚝 주위를 맴도는 잠자리 → 말뚝 옆을 맴도는 잠자리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 지구 둘레를 돈다

 주위 환경 → 둘레 환경 / 둘레 터전

 주위가 조용한 집 → 둘레가 조용한 집

 주위를 에워싸다 → 둘레를 에워싸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다 → 둘레 눈길을 느끼다 / 다른 눈길을 느끼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 둘레에서 말려도 / 곁에서 말려도


  ‘주위(周圍)’는 “1. 어떤 곳의 바깥 둘레 2.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 3.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해요. 말뜻처럼 ‘둘레’를 나타내는 한자말 ‘주위’입니다. 그러니 한국말 ‘둘레’를 쓰면 됩니다. 때로는 ‘옆’이나 ‘곁’을 쓸 만하고, ‘가까이’를 써 볼 만합니다. 2016.10.16.해.ㅅㄴㄹ



고개를 들어 주위를 휘휘 둘러보니

→ 고개를 들어 둘레를 휘휘 둘러보니

→ 고개를 들어 옆을 휘휘 둘러보니

《홍영우-옹고집》(보리,2011) 23쪽


누군가 한 사람을 선택하는 걸, 주위에서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 누군가 한 사람을 고르는 걸, 둘레에서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 누군가 한 사람을 고르는 걸, 옆에서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우사미 마키/김진수 옮김-마음단추 1》(대원씨아이,2011) 88쪽


코피가 나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쑥 좀 찾아보자.” 하고 말했어요

→ 코피가 나면 옆에 있는 동무들이 “쑥 좀 찾아보자.” 하고 말했어요

→ 코피가 나면 곁에 있는 동무들이 “쑥 좀 찾아보자.” 하고 말했어요

→ 코피가 나면 둘레에 있는 동무들이 “쑥 좀 찾아보자.” 하고 말했어요

《이상권·김중석-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한권의책,2014) 95쪽


떨어진 잎은 나무 주위에 쌓여 뿌리를 보호해 줍니다

→ 떨어진 잎은 나무 둘레에 쌓여 뿌리를 지켜 줍니다

→ 떨어진 잎은 나무 옆에 쌓여 뿌리를 돌봐 줍니다

《한영식-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다섯수레,2015) 8쪽


커다란 벌 주위에 모여들었어요

→ 커다란 벌 둘레에 모여들었어요

→ 커다란 벌 곁에 모여들었어요

→ 커다란 벌 가까이에 모여들었어요

《정란희·임유정-꿀벌이 이사 가요》(크레용하우스,2015) 8쪽


둘러보면, 주위에 천재들이 즐비하다

→ 둘러보면, 둘레에 천재들이 가득하다

→ 둘러보면, 곁에 천재들이 넘친다

→ 둘러보면, 가까이에 천재들이 빼곡하다

《장석주-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문학세계사,2016) 19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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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659 : 거나하게 취하다



거나하게 취해 있었습니다

→ 거나하게 마셨습니다

→ 거나했습니다

→ 거나해졌습니다


거나하다 : 술 따위에 어지간히 취한 상태에 있다

취하다(醉-) : 1. 어떤 기운으로 정신이 흐려지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다 2. 무엇에 마음이 쏠리어 넋을 빼앗기다 3. 사람이나 물건에 시달려 얼이 빠지다시피 되다



  ‘거나하다’를 한국말사전에서 살피면 “어지간히 취한” 모습으로 풀이하면서, “거나하게 취한 얼굴”이나 “나는 거나하게 취했다”나 “술이 거나하게 취하다” 같은 보기글을 싣습니다. ‘취한’ 모습을 ‘거나하다’로 가리킨다는데 “거나하게 취한”이라는 겹말 얼거리로 적은 보기글을 셋이나 실어요. 술을 마셔서 넋이 나갈 듯 말 듯하거나 해롱거리는 모습이 ‘거나하다’라면 “거나하게 마셨습니다”로 손질합니다. 또는 ‘거나했습니다’나 ‘거나해졌습니다’로 손질해요. 때로는 “거나해서 해롱거렸습니다”나 “거나해서 쓰러질 판이었습니다”로 손질해 봅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도 손봐야지요. ‘거나하다 : 술을 마셔서 몸을 못 가누거나 넋이 나갈 만큼 어지럽거나 마음이 흐리다’쯤으로 말이지요. 이밖에 ‘거나하다’를 넘어서면 ‘곤드레만드레’나 ‘간잔지런하다’고 할 만한 모습이 됩니다. 2016.10.16.해.ㅅㄴㄹ



그 전날 밤, 저는 선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해 있었습니다

→ 그 전날 밤, 저는 선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셨습니다

→ 그 앞날 밤, 저는 선술집에서 거나했습니다

《타니카와 후미코/한나리 옮김-솔로 이야기 4》(대원씨아이,2016) 13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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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658 : 독립해 나와 혼자 살고



독립해 나와 혼자 살고 있어요

→ 독립해 나와 살아요

→ 혼자 나와 살아요

→ 따로 나와 살아요


독립(獨立) : 1.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2. 독자적으로 존재함

독자적(獨自的) : 1. 남에게 기대지 아니하고 혼자서 하는 2. 다른 것과 구별되는 혼자만의 특유한

혼자 : 1.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그 사람 한 명만 있는 상태 2.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동떨어져서



  ‘독립’한다고 할 적에는 다른 것에 기대거나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가리킨다는데, 이는 ‘독자적’인 모습이라고 합니다. ‘독자적’이란 ‘혼자’ 하거나 있는 모습이라고 해요. ‘獨’이라는 한자가 바로 ‘혼자·홀로’를 가리키지요. “독립해 나와 혼자 살고 있어요”라 하면 겹말입니다. “독립해 나와 살아요”로 손질하거나 “혼자 나와 살아요”로 손질해 줍니다. ‘홀로’나 ‘따로’라는 낱말을 써 볼 수도 있습니다. 2016.10.16.해.ㅅㄴㄹ



엄마랑 둘이 살다가 반년쯤 전에 독립해 나와 혼자 살고 있어요

→ 엄마랑 둘이 살다가 반 해쯤 앞서 혼자 나와 살아요

→ 엄마랑 둘이 살다가 반 해쯤 앞서부터 따로 살아요

《타니카와 후미코/한나리 옮김-솔로 이야기 4》(대원씨아이,2016) 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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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657 : 시작한 것이 시작입니다



혼자 쓰기 시작한 것이 제 시의 시작입니다

→ 혼자 쓰면서 제 시가 나왔습니다

→ 혼자 쓰면서부터 제 시가 되었습니다

→ 혼자 시를 써 보았습니다

→ 처음으로 혼자 시를 써 보았습니다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혼자 쓰기 시작한 것이 시작입니다”라고 하면 겹말입니다. ‘시작’이라는 말이 겹칩니다. 앞쪽은 ‘쓰면서’나 ‘쓰면서부터’로 손보고, 뒤쪽은 ‘나왔습니다’나 ‘태어났습니다’나 ‘되었습니다’로 손볼 만합니다. 또는 통째로 손질해서 “시를 써 보았습니다”나 “시를 썼습니다”나 “처음으로 시를 썼습니다”처럼 수수하고 단출하게 써 볼 만합니다. 201610.15.흙.ㅅㄴㄹ



답답해서 종이에 혼자 쓰기 시작한 것이 제 시의 시작입니다

→ 답답해서 종이에 혼자 쓰면서부터 제 시가 나왔습니다

→ 답답해서 종이에 혼자 쓰면서부터 제 시가 태어났습니다

→ 답답해서 종이에 혼자 시를 써 보았습니다

→ 답답해서 종이에 혼자 써 보니 시가 되었습니다

《김경원-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푸른길,2016) 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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