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이 읽어야 할까 (사진책도서관 2014.9.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요즈음은 아이를 학교에 안 넣는 어버이가 거의 없다. 학교를 아예 안 다니도록 하는 어버이는 매우 드물고, 적어도 대안학교라는 데에 넣으려 한다.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삶을 물려주려고 생각하는 어버이는 그야말로 찾아보기 어렵다.


  제도권학교를 보내든 대안학교를 보내든, 요즈음 거의 모든 어버이는 아이한테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기’를 바란다. 둘 다, 그러니까 ‘회사’와 ‘돈’ 둘 다 하든, 둘 가운데 하나를 하도록 바라지 싶다.


  아이들한테 둘 가운데 하나를 바라든 둘 모두를 바라는 까닭이라면, 어버이 스스로 두 가지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두 가지 말고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한테 아무런 길을 못 보여주리라 느낀다.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집에 텃밭을 둔 어버이라면, 아이들한테 텃밭짓기를 보여주거나 물려주거나 함께 배울 수 있다. 책을 가까이에 두고 즐기는 어버이라면, 아이들한테 책읽기를 보여주거나 물려주거나 함께 배울 수 있다. 여행을 즐기는 어버이라면, 아이들하고 여행을 하거나 아이들한테 여행하는 기쁨을 보여주거나 물려줄 수 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저마다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아이한테 삶을 보여주거나 이끌기 마련이다. 학교를 오랫동안 다니면서 시험공부만 죽어라 하다가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은 어버이라면, 아이한테도 이런 흐름대로 보여주거나 이끌 수밖에 없다. 스스로 겪은 적 없는 삶을 어찌 아이한테 보여주거나 물려주겠는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슬기로운 어버이로 살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책을 많이 읽었을 뿐이다. 슬기로운 어버이가 되자면 철이 들어야 한다. ‘슬기’란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아야 한다. 슬기란 ‘철’이다. 그러면 철은 무엇인가? 봄철이라 할 때에 그 철이요, 제철이라 할 적에 그 철이다.


  철을 잊은 사람은 ‘철없는’ 사람이다. 철을 모르는 사람도 ‘철없는’ 사람이다. 봄에 봄인 줄 모르기에 철없다. 제철이 아닌 열매나 곡식을 아무 때나 사다가 먹기에 철없다. 철없는 삶을 누리니 슬기롭지 못하다. 철있는 삶을 가꿀 때에 비로소 슬기롭다.


  아이를 낳아 돌보려는 어버이라면 언제나 어버이 스스로 먼저 배워야지 싶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누릴 삶을 배워야지 싶다. 교육이론이나 육아이론은 생각할 것이 없다. 삶을 생각하고 사랑을 생각할 노릇이다. 삶을 이루는 바탕인 밥과 옷과 집을 생각할 노릇이다. 밥과 옷과 집을 어떻게 지어서 삶을 가꿀 때에 즐겁고 아름다운가 하고 생각할 노릇이다. 내 밥그릇만 채우지 않게끔, 그러니까 착하고 참다운 길을 걷는 밥·옷·집이 되도록 생각을 가꾸고 삶을 지을 노릇이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할까? 읽을 만큼 읽으면 된다. 100권을 읽었기에 적게 읽지 않았다. 1000권을 읽었기에 많이 읽지 않았다. 책은 숫자(권수)로 읽지 않는다. 책은 마음으로 읽는다. 아이 사랑은 숫자(돈)로 하지 않는다. 아이 사랑은 오직 마음으로 한다.


  책을 읽으려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마음으로 새기고, 마음으로 아껴서, 마음으로 하루하루 아름답게 나아가려는 삶일 때에, 비로소 육아도 교육도 문화도 문학도 된다.


  낮잠을 건너뛰려 하면서 한참 졸린 작은아이가 도서관에서 끝까지 잘 견디며 뒹굴다가 집까지 씩씩하게 걸어간다. 도서관에 함께 온 누나는 혼자 만화책에 빠져드니, 작은아이도 슬슬 만화책을 넘기지만, 졸음이 몰려서 이도 저도 싫다. 아버지가 “자, 이제 집에 갈까?” 하고 말하니 큰아이가 자물쇠에 토끼풀꽃을 엮는다. 이러고 나서 풀밭길을 달린다. 작은아이는 누나를 따라 까르르 소리를 지르면서 함께 달린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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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룻바닥이라는 곳 (사진책도서관 2014.9.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릴 적부터 마룻바닥이 여러모로 반갑고 시원하면서 즐겁다. 이름만 마루인 시멘트바닥이 아니라, 이름도 생김새도 나무로 짠 마룻바닥일 때에 어쩐지 마음을 차분히 쉬면서 신나게 뛰놀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가 살아갈 집도 이렇게 마룻바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시에서 살며 마룻바닥 있는 집에서 살림을 꾸리지 못했다. 서울에서 몇 해 머물던 때에는 적산가옥이던 나무집에서 세 해 즈음 지냈는데, 이때 빼고는 나무집에서 살지 못했다. 온 사회가 시멘트로 흐르니, 집도 길도 마을도 시골도 온통 시멘트로 뒤덮인다. 학교에서도 골마루가 사라지고 돌바닥이나 시멘트바닥만 있다.


  문을 닫은 오래된 학교에는 골마루가 남곤 한다. 우리 도서관은 문닫은 오래된 학교에 깃들었으니 골마루를 누린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우리 도서관 골마루에서 얼마나 기고 뒹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골마루를 실컷 누리도록 하려고 묵고 묵은 더께를 박박 문질러서 벗겨냈다.


  아이들은 마룻바닥에 펑퍼짐하게 앉아서 놀기를 즐긴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아무렇지 않게 마룻바닥에 앉는다. 아이들은 마당이든 길바닥이든 서슴지 않고 주저앉기도 한다. 다리가 아프면 앉고, 다리가 안 아파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서 놀기를 즐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내 어릴 적을 돌이킨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학교를 짓는다면 어떤 얼거리가 되어야 즐거울까 하고 생각한다. 바닥을 나무로 두고, 둘레를 나무로 짜며, 기둥도 나무일 때에, 도서관이나 학교는 아이들한테 가장 즐거우리라 느낀다. 아이들한테 즐거운 곳은 어른들한테도 즐겁겠지.


  마룻바닥이란 나뭇바닥이다. 나뭇바닥이란 나무내음이 퍼지는 바닥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살림을 꾸릴 집은 나무로 이룰 때에 가장 아름다우면서 즐겁다. 나무는 숲에서 우거진다. 집을 나무로 짓고 도서관이나 학교도 나무로 짓는다면, 숲을 옮겨 집·도서관·학교를 짓는다는 뜻이 된다. 숲은 숲대로 가꾸고, 사람터는 사람터대로 숲내음이 감도는 곳으로 돌본다고 할까.


  아마 요즈음은 건축 설계나 도서관 설계를 서양에서 배운 이론만으로 따지지 싶다. 숲을 집과 도서관과 학교로 가지고 와서 누리는 한편, 집과 도서관과 학교 둘레가 아름다운 숲이 되도록 가꾸자고 생각하면서 설계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오늘날 이론이나 학문으로만 바라보면 겉모습으로는 멀쩡하지만, 오래도록 마을에 뿌리내리면서 삶터를 일구는 자리가 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누릴 책터와 삶터와 이야기터라면, 언제나 푸르게 바람이 불고 푸르게 숨을 쉬는 터가 되어야겠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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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흘린 땀 (사진책도서관 2014.9.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을 한다면서 여러 해 책을 만지작거린다. 책꽂이를 들이고, 걸상을 들이며, 틈틈이 쓸고 닦는다. 창문을 열어 바람갈이를 하고 이모저모 꾸민다. 공공도서관이 아닌 개인도서관이니, 이 도서관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웃님 손길을 받으면서 씩씩하게 자리를 지킨다.


  개구지게 잘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도서관 구석구석 손질하고 빗물 샌 자리를 훔치고 곰팡이를 닦고 하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이렇게 이곳에서 땀을 흘릴까? 내가 개인도서관을 열지 않고 조용히 책만 건사하며 살았으면 어떤 길을 걸었을까?


  즐겁게 읽은 아름다운 책을 혼자 들여다보기에는 많이 아쉽고 아깝다고 여겨 서재를 도서관으로 바꾸었다. 그러니, 우리 도서관은 더 많은 사람이 손님으로 찾아오는 책터가 되기보다는, 책을 알뜰히 아끼고 사랑해 줄 이웃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책터로 간다고 느낀다.


  한 사람이건 만 사람이건 늘 같다. 마음으로 만날 수 있고, 마음을 열어 책을 사귈 수 있으면 된다. 책에서 얻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삭혀서 저마다 즐겁게 삶을 가꾸는 밑거름으로 삼으면 기쁘다.


  가만히 보면, 나는 사진책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서재도서관을 지켰기에, 사진 이야기를 참 바지런히 쓰고, 다른 아름다운 책을 널리 알리는 일도 제법 씩씩하게 한다. 내가 보기에 나는 참 씩씩하지 싶다. 도서관에서 흘린 땀은 바로 내 눈물이자 웃음이라고 느낀다. 좋구나. 잘 놀았기에 졸음이 쏟아지는 산들보라를 바라본다. 그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집에 가서 샛밥을 먹자.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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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책을 읽을까 (사진책도서관 2014.9.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책을 찾아서 읽는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펴낸다. 도서관이 모든 책을 껴안을 수 있으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한 권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책을 건사하는 도서관은 없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도서관이라는 곳이 서기 앞서 태어난 책이 있고, 아주 적게 찍었기에 도서관에 들어갈 만한 권수가 안 되는 책이 있으며, 책방에 넣지 않거나 바코드가 없이 태어난 책이 있다. 100권이나 200권만 찍은 사진책이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어린이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엮은 그림책을 도서관은 얼마나 건사하는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도서관에서 품는 일이 있는가.


  어디에 있는 어느 도서관이든 저마다 제 빛과 무늬를 살려서 책을 갖추어야 한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모든 책을 품을 수 없는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에 있는 도서관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저마다 어느 갈래 책을 더 알뜰살뜰 건사하겠다는 틀을 세워야지 싶다. 거의 모든 도서관에 둘 만한 책도 있을 테지만, 이 도서관에 가면 만날 만한 책이 있다거나 저 도서관에 가면 있을 듯한 책을 갖출 수 있어야지 싶다.


  어떤 책을 읽을까.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살고 싶은 길을 밝히거나 이끌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아야 하지 않는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꿈을 품고 다 다른 삶을 일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책이 태어날 때에는 온갖 책이 골고루 태어날 수 있어야 하고, 온갖 책이 골고루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하며, 책을 알리는 기자나 작가는 온갖 책을 골고루 살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책을 읽겠는가 하는 이야기는 어떤 삶을 가꾸겠는가 하는 이야기하고 이어진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실마리를 슬기롭게 풀 때에 나한테 알맞거나 즐거울 책을 넉넉히 찾을 수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실마리를 스스로 슬기롭게 풀지 않는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에 빠지거나 휩쓸리면서 길을 잃기 마련이다.


  우리 도서관에 피는 곰팡이를 닦다가 문득 ‘최원식’이라는 분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으려고 내놓은 논문을 본다. 어, 이런 책도 예전에 장만한 적이 있구나 하면서 놀란다. 최원식이라는 분. 그래 이녁이 인천내기라서 이녁 석사학위 논문이 어쩌다가 헌책방에 들어왔을 때에 기쁘게 장만한 듯하다. 다큐멘터리 단편을 찍으려는 젊은이가 찾아와서 도서관을 찍고 나한테서 이야기를 듣는다. 이동안 두 아이가 도서관에서 씩씩하게 논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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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2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참. 예쁘게 많이 컸어요

숲노래 2014-09-28 02:35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자라고
어른들도 함께 씩씩하게 자랍니다~
 


 만화책 읽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9.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일곱 살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보려고 도서관에 간다. 네 살 산들보라는 마냥 뛰놀려고 도서관에 간다. 그러면 나는 왜 도서관에 갈까? 오늘은 ‘사랑’이라는 낱말을 예전 한국말사전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려고 간다. 1940년 문세영 사전을 펼친다. 여덟 가지 뜻풀이가 달린다. “1. 귀애하는 것 2. 이쁘게 여기는 것 3. 좋아하는 것 4. 마음속에 두는 것 5. 고이는 것 6. 사모하는 것 6. 사모하는 것. 동경하는 것 7. 인자한 것 가엾게 여기는 것 8. 친절한 것. 잘 대접하는 것.” 그렇지. 한겨레가 바라본 ‘사랑’은 이러하다. 사랑이란 따스하면서 넉넉하고 즐거운 마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오늘날 적잖은 사람들은 ‘사랑’을 잘못 받아들인다. 쓰임새를 넓힌다고도 여길 수 있지만, 요즈음은 ‘사랑’이라고 하면 살섞기나 쓰다듬기나 주무르기쯤으로 여겨 버릇한다.


  연속극이나 영화를 찍는 이들 가운데, 또 시나 소설을 쓰는 이들 가운데 ‘사랑’이라는 낱말을 놓고 예전 한국말사전과 오늘날 한국말사전을 나란히 펼쳐서 살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 스스로 ‘사랑’을 잘못 쓰는 줄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랑은 그예 사랑이다. 살섞기는 그예 살섞기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sex’를 함부로 ‘사랑’에 집어넣을 까닭이 없다.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본다. 산들보라는 뛰논다. 산들보라는 아버지를 요리조리 따라다니면서 까르르 웃는다. 창문을 열면 창문을 열었다면서 외치고, 책꽂이에 맺힌 곰팡이를 닦으면 무엇을 닦는지 머리를 들이민다. 이러다가 조금 심심한지, 그림책 하나를 집고는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면서 논다.


  만화책 놓는 칸을 넓힌다. 늘어난 만화책을 한결 넉넉하게 두려 한다. 한 권씩 천천히 사서 읽은 책이 천천히 늘어난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책꽂이도 천천히 늘려야겠지. 가을하늘은 높고, 가을들은 빛깔이 달라진다. 이 들에 농약바람이 아닌 고소한 나락내음이 흐른다면 아주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한다. 이 들에 고소한 나락내음이 흐르면서, 새들이 노래하고, 풀벌레가 울 수 있다면, 그리고 저녁에는 개똥벌레가 불춤을 출 수 있다면, 도시로 떠나고 만 아이들이 하나둘 시골로 찾아올 만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날 시골에는 아이들이 놀 만한 데가 없다. 빈터가 없고 빈들이 없다. 빈터와 빈들이 겨우 있어도 농약내음에 찌들었고, 시골사람 스스로 버린 쓰레기로 가득 뒤덮는다. 시골에서는 풀숲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주저앉을 수 없다. 워낙 농약을 많이 뿌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골 할매와 할배조차 웬만해서는 풀숲에 앉지 않는다. 아스팔트 길바닥에 앉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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