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손님 (사진책도서관 2014.12.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두 분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들어 쌀쌀한 고흥이지만, 서울 날씨에 대면 고흥은 무척 포근한 곳이리라. 먼길 마실을 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일꾼 두 분은 시골마을 폐교에 깃든 도서관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실까. 도시만이 아니라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도서관을 어떻게 꾸려서 어떻게 가꾸면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어떻게 북돋울 수 있을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 도서관을 고흥 시골마을에 두면서 해마다 내는 임대료는 100만 원이다. 2015년에는 우리가 정식 임대자가 되든 이 터를 우리 것으로 장만하든 해야 한다. 우리 도서관은 아직 지자체나 공공기관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데, 새해에는 무엇인가 달라질 수 있을까. 임대료뿐 아니라, 폐교이기 때문에 비가 새는 천장을 교육청이건 지자체이건 중앙정부이건, 시골자락 도서관이 튼튼하게 서도록 돕는 길이 생길 수 있을까.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손님을 받으면서 우리 도서관을 새삼스럽게 돌아보다가 오늘도 문득 깨닫는다. 나는 우리 도서관에 깃든 책을 장만하느라 그동안 참으로 돈을 많이 썼다. 그동안 책에 들인 돈을 헤아리면 우리 도서관 건물과 터를 사들이고도 남을 만한 돈을 책값에 썼다. 그런데, 책을 안 샀다면 이 도서관이 될 폐교를 살 수 있었을 테지만, 돈을 책값에 안 썼다면 도서관을 열 꿈을 꿀 수 없었을 테지.


  돈이 있는 사람 가운데 도서관을 열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책이 있는 사람 가운데 도서관을 열 목돈을 손에 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돈이 있는 사람과 책이 있는 사람은 왜 이렇게 못 만날까? 돈이 있는 사람이나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왜 도서관을 가꾸는 데에 돈을 못 쓰고, 책이 있는 사람은 왜 돈이 있는 사람한테서 ‘도서관 건물과 터’를 도움받기가 이토록 어려울까. 둘은 함께 있을 수 없을까? 둘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길로 나아갈 수 없을까?


  책을 그러모아 갖춘 사람은 즐겁게 알맹이를 여미고, 돈을 넉넉히 모은 사람은 기쁘게 도서관 터를 마련하면서 도서관 건물을 세운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찾아온 손님한테 ‘도서관 소식지’와 내 책을 몇 권 선물로 드린다. 아무쪼록 즐겁게 읽고 어여쁜 마음밥을 얻으실 수 있기를 빈다. 아침부터 구름이 짙게 낀 하루인데, 마당에 넌 빨래가 잘 마르기를 바라면서 ‘구름아, 오늘은 좀 걷혀 다오’ 하고 하늘에 대고 빌었더니 구름이 꽤 많이 사라진다. 고맙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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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 그리는 꿈 (사진책도서관 2014.12.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새해에는 우리 도서관을 ‘도서관 + 학교’로 꾸민다. 책을 누리는 터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터로 가꾼다. 곁님과 이모저모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과 어버이로서 물려주고 싶은 것을 골고루 엮어서 이곳에서 우리 아이를 가르치면서 어버이로서 함께 배우려 한다.


  큰아이는 바느질과 뜨개질을 배우고 싶단다. 어머니가 하는 영어를 저도 배우고 싶다 하고, 나는 한국말사전을 엮는 일꾼인 만큼 아이가 한국말을 옳게 배우도록 할 생각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온갖 만화영화를 보자면 일본말을 배울 수도 있어야 할 테지.


  풀과 나무와 흙과 벌레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집짓기와 흙짓기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밥짓기와 물 얻기와 풀 피우기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화덕과 난로를 마련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수학과 과학을 배우되, 교과서 지식이 아닌, 지구 역사와 물리와 양자학을 배워야 한다.


  잠이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낮잠과 밤잠은 우리 몸을 포근하게 돌보면서 달콤하게 쉬는 일이요, 꿈을 지으면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길을 짓는 일이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야지. 하루를 누린 이야기는 글로 쓸 수 있다.


  새해에 그리는 꿈은 ‘사랑’이다. 사랑을 밑바탕으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는 새로운 이름 하나를 쓸 생각이다. 아직 어떤 이름을 쓸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 학교’를 가리키는 이름을 기쁘게 지을 생각이다. 우리 도서관과 학교를 도울 고운 이웃이 널리 나올 수 있는 꿈도 꾸어야겠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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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문턱에 (사진책도서관 2014.11.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따스한 고장 고흥이지만 이제 겨울 문턱이다. 물과 전기를 도서관에서 쓸 수 있기를 꿈꾸지만 올해에도 겨울 문턱까지 이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듬해에는 할 수 있을까? 이듬해에는 해야지. 이듬해에는 큰아이가 여덟 살이 되는 만큼, 겨울에도 네 식구가 도서관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도록 물과 전기뿐 아니라 뒷간과 쉼터와 난로도 모두 마련할 수 있어야지.


  이듬해에는 우리가 도서관으로 쓰는 폐교 건물 임대관리가 바뀐다. 그동안 이곳을 먼저 빌린 사람들 계약기간이 끝난다. 이듬해에는 우리 이름으로 빌리거나 이곳을 사들여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하며, 비로소 간판을 박을 수 있으리라.


  우체국에 가는 길에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으로 드나들던 길목이 다 파헤쳐졌다. 이곳을 먼저 빌린 이들이 삽차로 파헤쳤다.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풀뽑기와 땅고르기를 이들이 해 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이웃마을 할매가 이곳에 콩이나 보리를 심어서 거두는 일도 막아 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높다라니 자라서 곱게 물든 나무는 면소재지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도 보인다. 이 커다란 나무를 보고 우리 도서관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겠지. 요즈음은 도서관에 올 적마다 늘 나무를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 둘레에 심어서 가꾸려는 나무를 생각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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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판 톱질 (사진책도서관 2014.11.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에 이어 톱질을 한다. 나무판에 사진을 두 장씩 붙였기에 반으로 가르는 톱질을 한다. 나무를 켜면 톱밥이 나오고, 톱밥을 후후 불면서 다 자른 사진판을 턴다. 두 아이는 아버지 옆에 서서 톱질을 지켜본다. 석석 소리를 내며 둘로 갈리는 사진판을 바라본다.


  사진판을 둘로 가른 뒤 봉투에 소식지와 함께 넣는다. 이동안 큰아이는 책순이가 되고, 작은아이는 사진돌이가 된다. 책순이는 이 그림책 저 그림책을 보다가 문득문득 말한다. “이 그림책 예전에 집에서 본 적 있어.” 그래, 집에서 보다가 도서관으로 옮겼지. 사진돌이는 헌 사진기를 손에 쥐고 찰칵찰칵 찍는 시늉을 한다. 사진돌이가 사진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중에 이 아이한테 따로 작은 디지털사진기 하나를 선물해야겠구나 싶다.


  오늘 부칠 사진판과 소식지를 다 꾸린 뒤 우체국으로 간다. 뉘엿뉘엿 기우는 가을햇살을 바라보면서 자전거에 오른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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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는 숲 (사진책도서관 2014.11.1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시골에서는 나무로 이룬 숲을 봅니다. 그러나 나무숲이 아닌 다른 숲을 볼 수도 있어요. 비닐쓰레기로 이룬 덩이, 빈 농약병이 높이 쌓인 더미, 동그랗게 말아 볏짚 채운 비닐덩어리 같은 ‘다른 숲’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그렇습니다. 게다가 풀숲조차 제대로 보기 어려워요. 풀 뜯을 짐승이 시골에서 사라지고, 풀 먹고 튼튼히 자랄 아이들도 시골에서 자꾸 도시로 떠나거든요. 도시에서는 으레 ‘아파트숲’입니다. 여기에 ‘자동차물결’입니다. 나무와 풀과 꽃과 냇물과 바다와 풀벌레와 멧새를 사귀지 못하도록 가로막힌 오늘날에는, 사람들 가슴마다 꿈이나 사랑이 자라지 못해요. 푸른 기운 마시면서 삶을 짓지 못하니까요. 책은 많이 읽더라도 그저 지식으로만 머릿속에 담으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요. 무엇보다, 모든 책은 숲입니다. 모든 책은 숲에서 태어나요. 숲에서 아름드리로 큰 나무를 베어 종이를 얻어요. 여느 나무가 아닌 ‘숲나무’입니다. 책을 쓰고 책을 엮으며 책을 장만하고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숲가꾸기’와 ‘숲읽기’와 ‘숲살이’를 함께 합니다. 그냥 책이 아닌 ‘숲책’입니다. 우리 도서관이 시골에 깃들면서 ‘시골에서 책읽기 글쓰기’를 하는 까닭은, 모든 지구별 숨결이 시골에서 태어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숲을 읽으며 삶을 읽습니다. 숲을 돌보면서 삶을 돌봅니다. 숲을 사랑하면서 삶을 사랑해요.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푸른 숲’을 다 함께 짓기를 빕니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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